(제 1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1 (1) 모든것이 어둠속에 묻힌어슴새벽이였다. 눈이 오려는지 하늘도 흐려있어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정(새벽 4시)이면 큰쇠종을서른세번쳐서 단잠에 든 사람들을 깨우고 성문도 열게 하는 파루도 아직 울리지 않아 사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끝모를어둠과 싸늘한 추위와 불안한정적을깨뜨리며 갑자기 언땅을 구르는 말발굽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서울의 남…
제 51 회 제 2 편 23 만성적인 최현의 병은 정신, 육체적으로 과로할 때 그리고 오래동안 추위속에서 지낼 때에 특히 더했다. 고열과 심한 경련을 동반한 그 병세는 흔히 4∼5일간, 때로는 1주일나마 계속되군 했다. 그날도 최현은 자기의 육체를 게염스럽게 좀먹기 시작하는 병세때문에 불안해하고있었다. 특히 오늘래일중으로최고사령부에서파견한 련락군관이 도착하게 되여있어 더욱 안달복달하고있었다. 그는 벌써…
제 41 회 제 2 편 13 류현수는 7군단병원에서 벌써 닷새를 보내고있었다. 한때 리숙이 수술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후퇴해 들어오자 병원에 끌려간것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새 부대들이 편성되고있었으므로 자칫하다가는 전혀 생소한 부대로 갈수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부상병들이 그 일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류현수는 뜻밖에 병원신세를 지고있는 일로 하여 일종의 거북스러움…
제 31 회 제 2 편 3 김일성동지께서는전화를 끝내신 후에도 한동안 송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였다. 좀더 알아보고 좀더 론의해보고싶으시였다. 하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졌고 헐썩거리며 말을 갑자르던 리성조의 갈린 목소리의 여운만이 아직도그이의뇌리에 울리고있었다. 《장군님!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서병호는 손으로 피대를 돌려서라도 해내겠다고 했었지만 리…
제 21 회 제 1 편 21 드디여 그 시각은 왔다. 강부관장이 들어와 보고드렸다. 《장군님! 지금 대기실에 작별인사를 드리려고 영실동무가 자제분들을 데리고 와있습니다.》 부관장의 목소리는 벌써 젖어있었다. 훌쭉해진 볼편의 근육이 알릴듯말듯 떨렸다.김일성동지께서는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반쯤 열리다 만 출입문에서 새까만 치마자락이 얼씬거렸다.김일성동지께서는급히 문가로 걸어가시였다.…
제 19 회 제 1 편 19 어느덧 산과 들은 울긋불긋 가을철단장을 끝내고있었고 먼 남쪽과 북쪽에서는 철새들이 날아가고 날아왔다. 락동강기슭에서 떠난 인민군주력부대들도 퇴색하는 산발을 타고 38°선부근에 이르렀다. 팔공산을 떠나 오대산, 태백산을 거쳐오는 부대도 있었고 가야산, 속리산을 떠나 어언 림진강에 이른 부대들도 있었다. 적들도 역시 38°선이북에 대한 대규모적인 침공에 열을 올…
제 18 회 제 1 편 18 일행은 9명이였다. 소나무가 빼곡이 들어찬 릉선우에 람루한 군복차림의 부상병들이 리숙을 둘러싸고있었다. 머리에 타박상을 입은 무전수 오윤남, 해군소속 포중대의 포장, 그를 부축하고있는 간호원 한영순, 두눈에 붕대를 감고있는 운전사 김상준과 류현수, 박원철 등이였다. 김상준은 다행히 파편이 눈두덩을 찢어놓았을뿐 눈은 다치지 않았다. 처음엔 피범벅이 되여 앞을 보지 못했고 지금은 붕대로 감싸고…
제 17 회 제 1 편 17 아침이였다. 내가의 물황철나무들은 짙은 안개속에 묻혔고 여울가의 물동에서는 선잠을 깬 까마귀들이 이슬에 젖은 날개를 털었다. 그것들은 자동차가 가까이 달려오는데도 기슭에 밀려나온 나무가지들을 타고다니며 열심히 검부레기를 뚜졌다. 운전칸에 앉은 리숙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조는듯마는듯 차가 들추는대로 몸을 흔들고있었다. 태화동부근의 방어계선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득히 흘러간 …
제 16 회 제 1 편 16 문화부중대장 주영섭이 지휘하는 13명 대원들가운데엔 의용군으로 입대한 로지봉도 있었다. 며칠전 직지천의 끊어진 다리 아래에서 현수와 반갑게 만났으나 인사말도 변변히 나누지 못하고 헤여진 그 병사였다. 그때 탄약을 싣고가던 그들은 갑자기 대도로를 따라 공격해오는 적들과 조우했었다. 3대의 자동차중 선두차가 적땅크포사격에 불타버리자 나머지 차들은 급기야 산기슭의 달구지길로 방향을 꺾었다. 가까…
제 15 회 제 1 편 15 날이 어둡기 바쁘게 공격이 시작되였다. 좌익에서는 척후로 나가던 보병대대가 산밑에서 포위를 기도하고있던 적의 한고리를 타격했다. 우익에서는 고개마루에 주저앉아있던 190명전사들이 벼랑을 타고내려 적들의 105mm곡사포진지를 덮쳤다. 보총사격의 불꽃들이 령밑에서 바늘끝처럼 번쩍이였다. 중기와 경기들에서 내쏘는 예광탄의 불꼬리들이 골안의 어둠을 쩍쩍 갈랐다. 수류탄이 튀고 불길이 솟구쳐오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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