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4 (1) 《나으리! 나으리!…》 미닫이밖에서하녀가조심스럽게 그러나 다급히 찾는 소리에일본외무대신무쯔무네미쯔가대답이라도 하듯 별안간 요란스럽게 기침을 깇었다. 페결핵환자인 그는 요즘 신열이 나서 며칠째 집에서 앓고있었다. 그의 안해기노가밖에 대고 소리쳤다. 《좀 기다려라.》 기노는기침을 깇는 남편의 …
(제 6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3 (2) 그들이계원사뜨락에올라가자 뜻밖에도 가마 두채와 교군들 그리고 짐군들이 있었다. 마침법무승이불당에대고 소리치고있었다. 《대궐에서진령군대감과조상궁께서나오셨소이다.》 법당(불교의식을 벌리는 방.)이며 판도방(불교를 공부하는 방.) 문들이 벌컥벌컥 열리더니 주지를 비롯한 여러 중들이 허겁지겁 뛰여나왔다. …
(제 5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3 (1) 얼음이 채 풀리지 않은 계곡으로 흐르는 찬물에 배추를 씻던홍아정은가끔 산중턱의계원사쪽으로눈길을 주군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시린 손을호호불어가며 함지에 담은 배추를 다듬군 하였다. 손도 볼도 빨갛게 얼었으나아정은배추다듬기에여념이 없었다. 지난 가을에아정이가움속에 보관한 배추는 아직 어찌나 싱싱한지 방금 밭에서캐온듯싶었다. …
(제 4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2 (1) 조정에서의 회임을 마치고 자기 처소인건청궁으로돌아온 명성황후는 승지를 시켜 병조판서민영준이를불러오도록 분부하였다. 별안간 지난임오군란때가상기되면서 이제 전라도의 민란이 커져 한양으로 밀고 올라오면 어쩌랴 하는 공포감이 전신을 휩쌌던것이다. 설사 그들이 한양으로 올라오지 않아도 우리 민란을 구실로 외국군대가 서울에 들어오는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제 3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1 (3) 국왕리형은12살에 왕위에 오른 후 30년동안 계속된 이 지루한 놀음에 저으기 지친듯한 기색으로 앉아있었다. 그는 운두가 삐죽한 검은익선관을쓰고 가슴과 량어깨 그리고 등에 다섯마리의 룡을 수놓은 붉은 곤룡포를 입고있었다. 비서장격인도승지가임금에게아뢰였다. 《상감마마, 오늘 새벽전라감사김문현이로부터장계가올라왔소이다.》 …
(제 2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1 (2) 건청궁은경복궁의제일북쪽북악산아래에자리잡고있었다. 하지만 국왕고종과명성황후의 침전으로 쓰이는 곳이므로 지엄하게 취급되고있었다.건청궁에는록원이라고불리우는 소나무가 우거진 정원도 있고향원이란못도 있어 퍼그나 아름다운 곳이다. 게다가향원못에는향원정이란아담한 정각도 있고 그 정각과 뭍을 이어주는취향교라는무지개다리까지 있어고종과명성황후가 즐겨찾군 한다. 너무도 평…
(제 1 회) 제 1 장 갑오년정월대보름 1 (1) 모든것이 어둠속에 묻힌어슴새벽이였다. 눈이 오려는지 하늘도 흐려있어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정(새벽 4시)이면 큰쇠종을서른세번쳐서 단잠에 든 사람들을 깨우고 성문도 열게 하는 파루도 아직 울리지 않아 사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끝모를어둠과 싸늘한 추위와 불안한정적을깨뜨리며 갑자기 언땅을 구르는 말발굽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서울의 남…
제 51 회 제 2 편 23 만성적인 최현의 병은 정신, 육체적으로 과로할 때 그리고 오래동안 추위속에서 지낼 때에 특히 더했다. 고열과 심한 경련을 동반한 그 병세는 흔히 4∼5일간, 때로는 1주일나마 계속되군 했다. 그날도 최현은 자기의 육체를 게염스럽게 좀먹기 시작하는 병세때문에 불안해하고있었다. 특히 오늘래일중으로최고사령부에서파견한 련락군관이 도착하게 되여있어 더욱 안달복달하고있었다. 그는 벌써…
제 41 회 제 2 편 13 류현수는 7군단병원에서 벌써 닷새를 보내고있었다. 한때 리숙이 수술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후퇴해 들어오자 병원에 끌려간것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새 부대들이 편성되고있었으므로 자칫하다가는 전혀 생소한 부대로 갈수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부상병들이 그 일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류현수는 뜻밖에 병원신세를 지고있는 일로 하여 일종의 거북스러움…
제 31 회 제 2 편 3 김일성동지께서는전화를 끝내신 후에도 한동안 송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였다. 좀더 알아보고 좀더 론의해보고싶으시였다. 하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졌고 헐썩거리며 말을 갑자르던 리성조의 갈린 목소리의 여운만이 아직도그이의뇌리에 울리고있었다. 《장군님!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서병호는 손으로 피대를 돌려서라도 해내겠다고 했었지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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