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3 장 거마리 3 (2)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권벽이가또 주머니에서 대통과 담배쌈지를 꺼내면서태봉이에게고개를 돌렸다. 《임자, 그날 있은 일을 좀 자상히 말하게.》 《말해야 그렇지요.》 《나는점귀신이라는탁풍우도우습게아는 사람이니 내 신통력을 믿어 손해없을걸세. 그러니 묻는 말에 거짓없이 답변하게.》 권벽은담배 한모금을 빨…
(제 36 회) 제 3 장 거마리 3 (1) 동살이 퍼졌다.돋을볕은포도청감옥의잔설이 덮인 기와지붕우에도, 지붕밑의 팔뚝처럼 굵은나무창살사이에도밝게 스며들었다. 바닥에 깔린 짚검불과 거기에서 풍겨 공간에 자욱히 떠도는사금알갱이같은누런 먼지들에서 빛나던 볕발은 돼지들처럼 짚검불을 뒤집어쓰고옹송그리고자던 수인들의 눈꺼풀에도 비쳐들었다. 하나둘 눈을 비비며 일어난 수인들이 새벽추…
(제 35 회) 제 3 장 거마리 2 (2) 문득 문을 두드리는 손기척소리에스기무라는상념에서 깨여났다. 방에 들어온급사소년이다까하시부인이오셨다고 말했을 때에야 그는 자기가 바로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던중이였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지금조선궁성의명절놀이에 초대되여간다까하시나쯔미를기다리고있었다. 그가 명성황후와 얼마나 더 친숙해지고 또 명성황후로부터 어떤 자…
(제 34 회) 제 3 장 거마리 2 (1) 매약상다까하시의말을 듣고있는스기무라서기관의낯에는 노상 웃음이 떠돌고있었다. 그는다까하시가하는 말의 내용보다 말하고있는 그의 외형에 더 흥미를 느끼고있었는데 작달막하고 똥똥한 몸집에 배가 불쑥 나오고 대머리인 그의 모색은 흡사 살진 너구리와 신통히도 방불하였다. 《아니, 내 맡을 듣고있는가요?》 다까하시가의혹이 깃든 눈길을 치뜨고…
(제 33 회) 제 3 장 거마리 1 연회를 끝낸 명성황후는 외국의 래빈들과 함께향원정으로가기 위해 회랑을 걸어가고있었다. 그들의 앞에서 초롱불을 든 시녀들이 길을 밝히고있었다. 날은 이미어두워졌으나회랑의 처마며 곳곳에 각이한 형태와 색갈의 초롱과 등롱들을 매달아놓아 궁성은 휘황하고 찬란하였다. 《날씨도 푸근한데달맞이시간까지향원정에서이야기합시다.》 《왕비전…
(제 32 회) 제 2 장 왕관없는녀왕 8 최익현의탄핵상소로하여 울화가치받친대원군은 끝내 심화병에 걸려 자리에드러눕고말았다. 이마를천오래기로동인 그는 두툼한 깃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그의 발치에는좌찬성을비롯한 심복들이 어두운 안색으로 앉아있었고머리맡에는미음그릇을든민부대부인이시름겨운 기색으로 앉아있었다. 《대감, 곡기를 좀 하셔야지 그렇게 식음을 전페하면어찌실려구그러시우.…
(제 31 회) 제 2 장 왕관없는녀왕 7 (2) 대례복인면복을입고 문무백관들이부복해있는어전으로 들어선고종이자기의 옥좌에 가 앉았다. 옥좌앞에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대원군의 의자는 비여있었다. 그대신옥좌옆에여느때 없던 발이 드리워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옥탑에 명성황후가 앉아있었다. 명성황후는 요즘 대원군이최익현의탄핵상소로하여 울화증에 걸려 자리에드러누운절호의 기회를 리용하여 …
(제 30 회) 제 2 장 왕관없는녀왕 7 (1) 마가을의 음산한 아침이였다. 《둥둥, 둥…》 옷갓을깨끗하게 한 량반이 경복궁의정남문인광화문앞에 매달아놓은 북을 치고있었다. 이 북은임금에게상소를 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하소할 사람들이 치게 되여있는 북이였다. 북주위에는아침추위에퍼렇게 언 아이들이 바지괴춤을 추켜올리며 호기심에 찬 눈길로 북치는…
(제 29 회) 제 2 장 왕관없는녀왕 6 (2) 이날 저녁민승호가명성황후의 처소로 찾아왔다. 그는이때까지도낮에 대원군한테서 당한 치욕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렸고 명성황후 또한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덤덤히 앉아있기만 하였다. 한동안 씨근거리던민승호가드디여 활이야 살이야내쏘기시작했다. 《대원위그 량반이 너무하다는말이외다.나한테매부벌이되고 더우기 중전께시아버지…
(제 28 회) 제 2 장 왕관없는녀왕 6 (1) 이날 밤이였다. 《상감마마 듭시오.》 조상궁이아뢰는 뜻밖의 소리에서탁앞에앉아 책을 보던 명성황후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합문이 열리더니 참말로 나라의 임금이며 자기의 남편인고종이방으로 들어서는것이 아닌가. 왕비로간택되여궁성에 들어온 후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명성황후는 눈앞이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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