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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꿈리 님을 고국으로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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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2,915회 작성일 11-07-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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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꿈리 님,

  만나는 일에는 언제나 이별이 따르기 마련임을 잘 아는 나이가 되었으면서도 불꿈리 님을 떠나보내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착잡하여지고 서글퍼지는 것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내오면서 여러가지로 삶의 자락들이 얽히고 섥혀서 같은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게 되고 그것들이 이별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르면서 헤어짐을 슬퍼하고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불꿈리 님과 나 사이는 무슨 옛 친구도 아니고 나이차도 띠동갑으로 내가 더 많은데다 기호나 취미와 같은 세상의 여러가지 다른 인연으로 만난 것도 아닌데 세상의 어떤 이별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슬퍼지는군요.  외국에서 살면서 조국을 위한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 그 생각을 바탕으로 불모지에서 함께 조직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세상의 다른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것보다 동지로서 더 애틋하고 깊은 마음의 교류를 준 것 같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현 정권의 어이없는 삽질들을 떠올리면 너무도 더디게 가기도 합니다.  3년 전 광우병 정국으로 조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촛불시위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분노한 시애틀의 교민 수십명이 촛불을 들게 되었을 때 불꿈리 님과 나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두 차례의 촛불시위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애틀 촛불’ 조직을 만들어서 함께 일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요.  우리의 활동을 훼방하려는 세력들로부터 조직을 지켜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불꿈리 님의 역할은 눈부셨습니다.  끈질기게 방해하는 세력으로 인하여 동지라고 여겼던 자가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일도 일어났었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터넷을 통하여 성명서를 발표하며 그런 방해세력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청천벽락같았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시애틀의 49제를 통하여 ‘시애틀 촛불’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사시모)’으로 진화되었고 우리들 또한 보다 본격적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 활동하였습니다.  카페를 통하여 시애틀뿐만 아니라 해외와 국내의 여러 회원들과 서로 교류하게 되었고 현 정권이 저지르는 4대강 삽질 외 수많은 이슈들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던 중 지난해에 일어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작된 발표로 우리들은 해외의 사람세상 조직들과 연대하여 성명서를 발표하며 또한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고 수천 통의 이메일을 비록 돌아온 메아리는 적었다해도 미 주요 언론과 기자들에게 보내며 아울러 고국의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여론형성을 위해서 일했습니다. 

  함께 옳은 생각을 공유하고 결정하고 변화를 위하여 행동하면서 회원들과 맺어진 불꿈리 님과의 인연이기에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맺어지는 숱한 인연과는 달리 님을 떠나보내는 일이 이렇게 더욱 마음 아픈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도 많지만 불꿈리 님처럼 조용하고 겸손한 분이 이렇게 옳은 일에 불이익을 당하면서까지 지속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시간을 쏟아부으며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지요. 

  몇 주 전엔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책을 사시모 독서모임 회원들께 권유하여 함께 읽고 독서모임에서 마지막으로 만나 불꿈리 님이 사시모를 위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왜 유시민이 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회원들과 깊숙히 대화하는 기회가 되었는데 아울러 그 자리는 불꿈리 님을 고국으로 떠나보내는 송별회의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날 이별주 한 잔 좀 더 취하도록 나누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한편으로 고국으로 온 가족이 함께 돌아가는 것에 축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몇 안되는 훌륭한 인격을 지닌 불꿈리 님이 고국에서 할 일을 찾아 그 일을 통하여 빛을 발하게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더 큰 일을 해야 할 때 그 일을 외면하지 말고 맡아서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진보가 나아가는 길에 불꿈리 님이 함께 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리사욕을 벗어나 진정으로 해야 할 옳은 일에 행동으로 나서는 지식인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그 일을 해야 할까요?

  조국에 귀국하셔도 꾸준하게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불꿈리 님의 글을 볼 때마다 님을 만난 듯 반가울 것입니다.  글로서 세상을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불꿈리 님의 글은 분명 그런 힘이 있습니다.  이미 님의 글은 서팡닷컴과 여러 사이트를 통하여 민중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불꿈리 님, 조국에서 님과 그 가정이 행복하였으면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잘못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와 그 후유증으로 미국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 된 지난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수십 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나같은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공부를 마치고 잠시 머무는 동안 얼마나 불꿈리 님이 어려운 나날을 보냈을지는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 함께 하는 동안 동지라 하면서도  아무런 힘이 되어줄 수 없었던 것에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귀국하셔서 지금까지 겪은 어려움에서 해방되길 기원합니다.  보다 삶다운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어려웠던 시절을 늘 기억하며 대다수의 우리 민중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해방되는 길을 모색해주시기 바랍니다.

  불꿈리 님과의 이별은 너무도 아프고 섭섭하지만 님의 귀국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만 올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의 강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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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강산님의 속깊고 따스한 글이 모두의 마음을 살뜰히 대변해 주는군요.

불꿈리님의 건강과 행운을 진심으로 성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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