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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20년 전 노무현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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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11-04-06 22:00 조회 2,19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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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20년 전 노무현 사인’
- 해외 회원, 문학상 상금 전액 후원...“오클랜드 도서관서 대통령님 책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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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992년 12월 2일, 그는 14대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영등포 거리에서 중년의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남자는 시민들을 향해 자기 정당의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목청을 높여 홍보연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후보의 청년특위 물결유세단장을 맡은 국회의원 노무현이었습니다.

그는 다부진 외모와 당찬 말씨로 좌중의 마음을 휘감는 노무현의 연설에 잠시 넋을 잃은 듯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한없이 뜨거운 가슴, 상대 진영을 비난하거나 그럴듯한 공약(空約)으로 치장하지 않는 냉철한 이성과 신념, 그리고 데일 것 같은 이 열정 깊숙한 곳에 사람에 대한 깊고 그윽한 애정이 흐르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서른이 다돼서 늦게 공부를 할 때였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우연히 노 대통령님의 연설을 듣게 되었어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진실해 보였습니다. 용기를 내어 사인을 청했는데, 소탈하게 웃으면서 흔쾌히 ‘사람사는 세상’이란 글귀와 함께 사인을 해주시더군요. ‘사람사는 세상’은 그렇게 20년 전에 제 곁에 왔습니다.”

노 대통령과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사는 세상’ 어느 후원회원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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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km 이역에서 보내온 순애보

20년 전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적은 한 회원의 이메일을 받고 오랜만에 세계 지도를 펼쳐보았습니다. 서울에서 회원이 사는 뉴질랜드의 항구도시 오클랜드까지 약 1만km. 말 그대로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온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는 이번에 우리나라 모 종합문예지의 소설부문에서 당선, 작가로 등단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사가 겹쳐 그가 쓴 수필 또한 사이버문학상 가작으로 뽑혔습니다. 불혹을 훌쩍 넘어 지천명의 나이에 얻은 작가 직함은 그에게 등단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생전에 소원한 일이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이 청년시절에 소설을 습작했었다는 사실 또한 그가 이역만리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이번 문학상 수상은 제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자성을 주었습니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이 자기치유의 과정이라는 특별한 체험도 했습니다.”

1천만 원 후원 실천 “부담이 아니라 위안입니다”

익명회원은 상금으로 받은 돈 100만원 전부를 재단에 후원했습니다. 그는 <노무현재단> 출범 초기에 “내 자신에게 재단 1천만 원 후원을 약속했다”고 전해온 적이 있습니다. 약속의 실천이 차곡차곡 쌓여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후원한 돈이 총 400만원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후원을 부담이나 의무감이 아닌 ‘위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노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을 풀 수 있어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고 합니다.

“대통령님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만 납니다. 여사님을 비롯한 유족들, 그리고 가까이 모시던 분들의 아픔이 헤아려집니다. 재단이 잘 되어 그분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이름과 닉네임 대신 다른 회원들에게는 ‘익명회원’으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자신은 성의와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 자랑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기처럼 멀리 이국땅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노 대통령과 재단을 생각하는 뜨거운 가슴이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누군가 위로와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전해지길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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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반대편에서 만난 <성공과 좌절>

회원은 이메일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답장에 동봉했습니다. 젊었던 노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인 한 장, 한국이 그리울 때면 찾는다는 오클랜드의 타카푸나 해변, 그리고 버켄헤드 도서관의 풍경도 몇 장 들어있었습니다. 도서관 사진 중에는 노 대통령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오클랜드의 버켄헤드 도서관 한국어 코너에서 대통령님의 책을 만났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대통령님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데,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상처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꿈꾸고 지향하는 세상도 매한가지입니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해준 익명의 회원께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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