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은 차이메리카의 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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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결정적 계기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금융·경제 전문가 6명에게 물어보았다.
질문 1. G20 서울회의를 3개월여 앞두고 있다. 현 시기의 세계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신):전체적으로 회복 국면이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과 비교하면 민간 소비와 투자도 살아나고 있다.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김):중국과 독일의 성장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독일은 수출 주도 경제라 독자적 성장에는 근본 한계가 있다. 이에 중국 부동산시장 조정, 곡물 및 원자재시장의 가격상승 압력, 재정위기 같은 변수가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는 하반기부터 침체 상태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질문 2. G20은 최근 재정지출 축소에 대체로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데.
신: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돈을 푸는 해법으로 공감대를 이뤘다. 그런데 남유럽 위기 이후 재정적자에 대한 G20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는 투기자본과 무관하지 않다. 투기꾼들이 CDS(신용 부도 스와프) 등을 통해 그리스 경제가 악화되는 데 돈을 걸었던 것이다. 이에 G20은 “투기세력 꼼짝 마라. 우리가 그리스를 받쳐준다”며 공동전선을 취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재정긴축으로 돌아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지금의 재정적자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고, 줄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G20에서 나오는 재정긴축 이야기는 시장 안정을 위한 단순한 수사(修辭)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재정긴축을 실행한다면 매우 비관적인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홍):각국은 지구적 협력에서 자국 위주의 경기조정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통한 소득 흐름 개선에 몰두하는 가운데 국제협력이 해체될 수 있다.
장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장): 경기침체의 전면화에 제동을 걸려면 재정긴축이 아니라 법인세율 인상, 탈루소득 징수 등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질문 3. G20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자기자본 규제, 대마불사, 금융세 등 다양한 규제 개혁안이 논의되어왔다. 현실화될 수 있을까.
신:일부 개혁안은 이미 실시 중이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금융세는 일종의 벌금인데, 이 제도가 금융기관의 투기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다. 더욱이 자기자본 규제 강화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부국과 빈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빈국만 손해를 본다. 더욱이 정상적인 투자와 대출까지 줄일 수 있다. 정말 필요한 금융개혁은 ‘레버리지 규제’와 함께 ‘공매도’나 CDS 같은 금융투기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CDS는 ‘남’이 망하는 쪽에 돈을 걸어놓고, 망하도록 온갖 공작을 다 하게 하는 상품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조):은행 건전성 강화, 감독범위 확대, 금융 안정성 강화 등엔 대체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금융세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월의 토론토 회의에서 ‘자국의 사정에 따라 실시하자’로 결론이 났는데 이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G20의 논의는 대체로 금융자본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김:국제 수준에서의 공조는 자기자본 규제나 유동성 규제 같은 정량적인 규제만 가능할 것이다. 미국 금융개혁법안도 위험한 투기상품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수익의 크기를 제한하는 수준에 그쳤다.
홍:금융거래세 논의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본다. 각국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단이 금융거래세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장진호 광주과기원 교수,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 대학 교수,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복현 한밭대 교수
질문 4. 현 국제정세 속에서 G20이 권위를 갖춘 국제기구로 발전할 수 있을까.
신:현재 세계의 기본 질서는 G20이 아니라 G2(미국-중국) 차원에서 결정된다. G20은 들러리처럼 보일 때도 있다. 서울 회의 역시 미·중 간의 갈등이 반영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차이메리카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밀접한 경제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중국은 계속 미국 국채를 매입하며, 달러화에 함부로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밀고 당기며 한동안 갈 것이다.
조:G20은 협의기구이지 집행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나오긴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IMF나 세계은행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영향력 있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장:G20의 틀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에 구성되었으나 무시되어왔다. 선진국들이 G20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들의 지배 유지를 위한 새로운 기획과 장치로 보인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유):중국이 G20이라는 국제협력의 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중국은 자국의 지분이 확대되지 않으면 G20에 남지 않을 것이다. IMF도 중요하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자국의 IMF 지분을 늘리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질문 5. G20에서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은?
신:주최국은 의제를 세팅할 수 있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전 회의의 결과를 뒤집을 수 없고, 모든 나라에 좋은 합의를 도출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에 필요한 금융개혁이 무엇인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자본 유·출입과 금융기관 레버리지(부채비율)의 규제다. 자기자본비율에는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번 위기는 서구 선진국 은행들의 잘못으로 빚어졌는데, 왜 한국이나 다른 개도국 은행들의 건전성까지 높이자고 야단인지 모르겠다. 사고 친 은행들의 건전성이나 높여라.
조: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목표는 G20에 자리 빌려주고 선진국들 이해를 조정하는 정도인 것 같다.
유:어떻게 보면 한국은 ‘미국 진영’의 한 표로서 G20에 들어간 느낌이 있다. 이번 대회가 차별적 의미를 가지려면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 금융시스템을 추종한) 금융정책을 포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점은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저소득국 발전 지원’의 의제화 등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G20에서 한국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기 위한 조처인 것 같다.
ⓒ 시사IN
질문 1. G20 서울회의를 3개월여 앞두고 있다. 현 시기의 세계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신):전체적으로 회복 국면이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과 비교하면 민간 소비와 투자도 살아나고 있다.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김):중국과 독일의 성장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독일은 수출 주도 경제라 독자적 성장에는 근본 한계가 있다. 이에 중국 부동산시장 조정, 곡물 및 원자재시장의 가격상승 압력, 재정위기 같은 변수가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는 하반기부터 침체 상태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Reuter=Newsis
지난 6월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질문 2. G20은 최근 재정지출 축소에 대체로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데.
신: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돈을 푸는 해법으로 공감대를 이뤘다. 그런데 남유럽 위기 이후 재정적자에 대한 G20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는 투기자본과 무관하지 않다. 투기꾼들이 CDS(신용 부도 스와프) 등을 통해 그리스 경제가 악화되는 데 돈을 걸었던 것이다. 이에 G20은 “투기세력 꼼짝 마라. 우리가 그리스를 받쳐준다”며 공동전선을 취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재정긴축으로 돌아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지금의 재정적자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고, 줄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G20에서 나오는 재정긴축 이야기는 시장 안정을 위한 단순한 수사(修辭)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재정긴축을 실행한다면 매우 비관적인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홍):각국은 지구적 협력에서 자국 위주의 경기조정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통한 소득 흐름 개선에 몰두하는 가운데 국제협력이 해체될 수 있다.
장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장): 경기침체의 전면화에 제동을 걸려면 재정긴축이 아니라 법인세율 인상, 탈루소득 징수 등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질문 3. G20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자기자본 규제, 대마불사, 금융세 등 다양한 규제 개혁안이 논의되어왔다. 현실화될 수 있을까.
신:일부 개혁안은 이미 실시 중이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금융세는 일종의 벌금인데, 이 제도가 금융기관의 투기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다. 더욱이 자기자본 규제 강화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부국과 빈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빈국만 손해를 본다. 더욱이 정상적인 투자와 대출까지 줄일 수 있다. 정말 필요한 금융개혁은 ‘레버리지 규제’와 함께 ‘공매도’나 CDS 같은 금융투기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CDS는 ‘남’이 망하는 쪽에 돈을 걸어놓고, 망하도록 온갖 공작을 다 하게 하는 상품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조):은행 건전성 강화, 감독범위 확대, 금융 안정성 강화 등엔 대체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금융세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월의 토론토 회의에서 ‘자국의 사정에 따라 실시하자’로 결론이 났는데 이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G20의 논의는 대체로 금융자본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김:국제 수준에서의 공조는 자기자본 규제나 유동성 규제 같은 정량적인 규제만 가능할 것이다. 미국 금융개혁법안도 위험한 투기상품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수익의 크기를 제한하는 수준에 그쳤다.
홍:금융거래세 논의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본다. 각국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단이 금융거래세밖에 없기 때문이다.

질문 4. 현 국제정세 속에서 G20이 권위를 갖춘 국제기구로 발전할 수 있을까.
신:현재 세계의 기본 질서는 G20이 아니라 G2(미국-중국) 차원에서 결정된다. G20은 들러리처럼 보일 때도 있다. 서울 회의 역시 미·중 간의 갈등이 반영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차이메리카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밀접한 경제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중국은 계속 미국 국채를 매입하며, 달러화에 함부로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밀고 당기며 한동안 갈 것이다.
조:G20은 협의기구이지 집행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나오긴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IMF나 세계은행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영향력 있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장:G20의 틀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에 구성되었으나 무시되어왔다. 선진국들이 G20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들의 지배 유지를 위한 새로운 기획과 장치로 보인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유):중국이 G20이라는 국제협력의 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중국은 자국의 지분이 확대되지 않으면 G20에 남지 않을 것이다. IMF도 중요하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자국의 IMF 지분을 늘리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질문 5. G20에서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은?
신:주최국은 의제를 세팅할 수 있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전 회의의 결과를 뒤집을 수 없고, 모든 나라에 좋은 합의를 도출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에 필요한 금융개혁이 무엇인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자본 유·출입과 금융기관 레버리지(부채비율)의 규제다. 자기자본비율에는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번 위기는 서구 선진국 은행들의 잘못으로 빚어졌는데, 왜 한국이나 다른 개도국 은행들의 건전성까지 높이자고 야단인지 모르겠다. 사고 친 은행들의 건전성이나 높여라.
조: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목표는 G20에 자리 빌려주고 선진국들 이해를 조정하는 정도인 것 같다.
유:어떻게 보면 한국은 ‘미국 진영’의 한 표로서 G20에 들어간 느낌이 있다. 이번 대회가 차별적 의미를 가지려면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 금융시스템을 추종한) 금융정책을 포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점은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저소득국 발전 지원’의 의제화 등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G20에서 한국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기 위한 조처인 것 같다.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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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님의 댓글
짹짹 작성일어쨌든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