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 '미국 몰빵외교'가 불러온 MB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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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0-09-10 18:01 조회 2,056 댓글 0본문
(민중의소리 / 정지영 / 2010-09-09)
정부는 8일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이자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 1929호 이행 관련' 정부의 조치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역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하며 현지 진출 우리 기업만 2천여개가 넘는 이란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외교적으로 이란과의 관계 악화, 경제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불보듯 뻔한 만큼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국익을 훼손했다'는 인상을 애써 지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독자적 판단'을 강조해도 이번 제재조치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재대상이 유엔 안보리 결의 1929호보다 훨씬 포괄적인 데다, 1929호에 포함되지 않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멜라트 서울지점 영업정지, 군색한 법적 근거=정부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조치의 법적 근거를 국내 외환거래법 위반에서 찾았다.
정부 당국자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WMD와 직접적인 연계는 없다"고 말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안보리 결의 1929호에 포함되지 않아 국제적 제재근거도 없을 뿐더러, 핵이나 WMD와 관련됐다는 '증거'도 못 찾은 셈이다. 그러자 정부는 '꿩 대신 닭'으로 이 은행의 외환거래법 위반 사실을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2개월의 영업정지 조치를 통보했다.
다만 정부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안보리 결의 1929호에 상에 이란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활동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는 멜라트은행의 서울지점에 대한 감사 결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항이 발견됐다"고 언급해 '애초의 출처'가 '유엔 안보리 결의'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고자 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 1929호에 명시된 제재대상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의 FEEB(First East Export Bank, P.L.C.)를 설명하면서 간략하게 덧붙여진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복잡한 노력에도 불구,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의 폐쇄 압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도 미국의 '국내법적 근거'에 따라서 말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초 안보리 결의 1929호를 내올 당시 멜라트은행을 제재대상으로 포함시키려 했으나 중국 등의 반대로 이를 성사하지 못했다. 그러자 미국은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제정했고 시행세칙을 지난 8월 16일 발표하면서 멜라트은행을 넣었다,
오혜란 평통사 평화군축팀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멜라트 서울지점 폐쇄를 요구한 것은 미국 국내법에 의거한 것이었고,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은 폐쇄라는 형식을 취하진 않았지만 내용상 폐쇄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결국 미국의 입김에 의해 좌우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이란 2위 은행인 멜라트은행이 동북아에 유일하게 지점을 둔 곳이 서울이다. 미국 입장에선 이 서울지점을 통해 중국이나 제3국의 거래를 차단하면 이란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 기관들의 이 지점을 통한 거래를 봉쇄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동맹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이와 관련, 이란제재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외교적.경제적 손실은 결국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우리가 내주게 된 '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제적 손실을 상당하게 입을 수밖에 없고 미국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이란 제재에 우리가 특별한 국내 조치를 별도로 취해야 할 긴급한 의무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결국 천안함 동맹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 팀장도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관련 북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내오는데 실패하고 나서, 미국에게 독자적인 제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독자 금융제재 조치를 발표했다"면서 "그 반대급부로 미국이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고 하니 이명박 정부가 빼도박도 못하게 된 것 아니냐. 한미동맹 몰입외교와 대북적대정책 때문에 이런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 팀장은 미국이 지난 6월 26일 토론토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멜라트 서울지점 폐쇄를 염두에 둔 협조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간 상으로는 미국이 멜라트은행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넣는데 실패한 6월 9일과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이 만들어진 7월 1일 사이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는 것이고, 당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느닷없이 이란제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오 팀장은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 언론에 공개됐을 때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겠다'는 것이었던 반면,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영어 원문에는 '유엔 결의'란 표현은 없고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his goals) 달성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이어서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 팀장은 "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의 배경에는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 연기에 동의한 데 대한 대가와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미국중심의 '몰빵외교'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추정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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