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8월 15일 광복절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친 인물을 차례로 조명하는 시리즈를 방송하겠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첫 인물로 잡으면서 방송 전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이승만 편을 5부작으로 오는 8월 15일 첫회를 방송한다. 각각 5편의 아이템은 ‘개화청년 이승만’, ‘독립운동 뛰어들다’, ‘대한민국 건국하다’, ‘이승만과 한국전쟁’, ‘1공화국의 명과 암’ 등이다.
이를 두고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금까지 드러난 기획과 편성만 보더라도 △뉴라이트의 이승만 부활 프로젝트의 일환 △전례없는 5편의 대기획 △이승만 이후 후속기획의 부재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며 “기획을 강행한다면 시민사회와 연대해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성도 KBS 새노조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3일 “이승만 다큐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역사적 평가 보다는 이승만 자체를 집중 조명해 미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여름 기획을 맡은 제작진이 여러 우려 때문에 기획의 진행을 그만뒀지만, KBS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새 제작진을 다시 구성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이승만 다큐를 책임지고 있는 김덕기 KBS 다큐2팀 EP는 지난달 26일 사내게시판(KOBIS)에 올린 글에서 “인물을 통해 역사를 조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사장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며 “이승만을 첫 번째 인물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출발시킨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은 KBS가 이승만의 공과를 판단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란 인물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승만 미화용이라는 우려에 대해 “노조집행부 시각이 편향된 것 같다”며 “한국사회 중간지대에서 이승만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3일 “어떻게 제작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4·19도 아니고, 느닷없이 이승만을 들고 나온 것도 생뚱맞다”며 “초대 대통령으로서 국헌을 문란케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던 장본인인데, 객관적으로 하겠다는 어설픈 잣대로 제대로 조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KBS의 뉴스보도조차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역사적 가치마저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면 격렬한 저항을 받게 될 뿐 아니라 KBS 존재이유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