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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바다의 싸움(2)// 태평양의 한산도대첩, 미드웨이 해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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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작성일 10-09-09 22:12 조회 2,2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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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D(Slow But Deadly)

나구모 기동부대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동안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며 호기롭게

출격한 TF 16의 함재기들은 비행거리가 길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분오열하며

대열이 무너져 버렸다. 애초부터 서둘러 출격하느라 충분한 편대 대형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비행거리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자 생긴 현상이었다. 우선 35대의 호넷 소속

SBD 던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은 나구모 기동부대를 발견하지도 못한 채 결국 연료가

떨어져 미드웨이 기지에 줄줄이 불시착을 해야 했고 일부는 바다에 그대로 착수했다.

호넷의 VB-8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뇌격기를 호위해야 할 VF-8의 와일

드 캣 전투기 10대도 엉뚱하게 던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을 따라다니다 연료마저 떨어

져 모함으로 귀환하지도 못하고 바다에 떨어져 버렸다. 전체 호넷 함재기들을 지휘했

던 스탠호프 링 중령의 코스 설정이 너무 서쪽으로 치우친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미 함재기 부대들 중 가장 먼저 나구모 기동부대를 발견 한 것은 8시 25

분 무렵부터 전체 호넷 본대와 떨어져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VT-8의 디베스

테이터 뇌격기 15대였다. 이 편대를 이끌었던 존 월드론 소령은 아메리카 원주민 수우

족의 피가 섞인 인물이었고 그는 처음 정찰비행정이 보고한 위치에 일본 항모들이

보이지 않자, 거친 자연에서도 자유롭게 길을 찾아내던 수우 족 다운 감각을 발휘,

항로를 약간 변경했고 마침내 오전 9시 20분 경 일본 항모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본대와 떨어져 버린 VT-8의 배후에는 이들을 호위해야 할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고 이를 우려한 편대원들은 자살에 가까운 공격에 대해서 주저했지만 전사의 피를

물려받은 월드론 편대장은 단호히 날개를 흔들어 반드시 공격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15대의 용감한 뇌격기들은 동북방향에서 저공으로 일본 기동부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이들이 탑승한 TBD 디베스테이터 뇌격기는 이미 시대에 뒤진 구식 기종으로

속도가 너무 느렸을 뿐 아니라 신형 어벤저에 비해 장갑마저 빈약했다. 진주만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아무런 전과도 내지 못했던 이 구식 뇌격기는 어뢰를 발사하기 위해

서는 속도를 거의 시속 160킬로까지 낮춰야 했고 월드론 편대의 공격당시 CAP가 점점

강화되면서 총 21대나 기동부대 상공에 떠있던 날렵한 제로전투기에게 이는 완벽한

희생양을 의미할 뿐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뇌격기 15대는 모두 격추되었고 생존자는

조지 개이 소위(그러나 바다에 떨어진 개이 소위는 구명보트를 탄 채 잠시 후 벌어질

역사적인 장면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산증인이 된다) 단 한명. 발사된 어뢰 역시 딱

한발이었고 소류를 향해 느리게 다가간 어뢰도 명중되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론 편대

의 희생으로 나구모 기동부대는 또 다시 성가신 CAP 임무를 수행하면서 시간을 낭비했

고 결정적으로 2차 공격대를 이함시키는 데 필요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의 항행을 막

았다.

대단히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상의 자살 공격을 시작하기 전, 월드론 뇌격대의 뒤에는

한동안 제임스 그래이 대위의 VF-6 엔터프라이스 호위 전투기 10대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이 대위가 이끄는 와일드 캣 전투기들은 구름 속을 비행하던 중 월드론

편대를 놓쳐 버렸고 구름층의 영향으로 월드론 편대의 무선 호출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를 수신하지 못했다. 월드론 편대가 전멸하는 동안 실제로 그래이 대위의 전투기들은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이들을 찾고 있었지만 끝내 실패했다. 참모장 브라우닝 대령이

구상했던 "결정적인 한방"은 이렇듯 편대가 뒤섞이고 대열이 흩어지는 바람에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원래 함재기 공습의 정석은 고공에서 먼저 급강하 폭격기들이

급강하로 폭탄을 투하해 목표함선의 선체구조물과 대공포를 무력화 시킨 후, 보다

더 안전한 상황에서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뇌격기가 저공으로 접근, 어뢰로 수선

하부를 강타해 끝장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고도차와 시간차 공습은 간격을 좁

혀 비슷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날 미 해군함재기들은 전혀

조직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 혼란의 원인에는 일시에 전공격기를 출격

시키면서 제대로 된 편대대형을 짜지 못한 채 장거리 비행을 강행한 때문이다.

그래이 대위 역시 월드론 소령보다 먼저인 9시 10분경에 일본함선들을 발견했으나

자신들이 호위해야 할 급강하 폭격기도 뇌격기들도 찾아내지 못한 채 S자 선회를 하며

일본기동부대의 동쪽 끝 측면의 구름대를 배회하고만 있었다. 이들은 9시 40분경 유진

린제이 소령이 지휘하는 VT-6 뇌격대 14대가 공격을 개시할 때에도 뇌격대의 계속된

무선호출을 수신하지 못했다. 이날 그래이 대위 전투기대의 통신 수신상태는 참으로 실

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9시 38분경 일본 항모 50킬로 전방에서 나구모 기동부대를 발

견한 린제이 소령은 편대를 반으로 나눠 7대는 자신이 지휘하면서 항모 가가의 좌현을

노리고 부지휘관 아더 엘리 대위의 7대로 가가의 우현을 노리는 전술을 썼으나, 너무

느린 디베스테이터 뇌격기는 손쉬운 제로전투기의 밥이 되고 말뿐이었다. 20분에 걸쳐

10시까지 지속된 이 전투에서 엔터프라이스 뇌격대는 가가의 좌현으로 3발, 우현으로

2발의 어뢰를 발사했으나, 명중은 없었다. 필사적인 공격 내내 린제이 소령은 그레

이대위의 전투기 편대를 애타게 호출했으나 약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던 와일드캣

전투기들은 끝내 이 지원요청을 듣지 못했다. 9시 50분 경 연료가 절반 이하로 떨어

진 그레이 편대는 일본 항모와 전함들을 발견하고도 거의 한 시간 가까이나 주변을

맴돌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모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뒤늦게 이들을 발견한

소류에서 또 다른 폭격대인줄 알고 제로전투기들을 출격시켰으나, 소류의 전투기들

이 상승을 시작할 무렵 그래이 편대는 전장을 이탈했다. 린제이 뇌격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제로전투기 한 대를 후방기총으로 격추하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뇌격기는

린제이 편대에서 3대, 엘리 편대에서 2대에 불과했고 그나마 한 대(귀환 중 바다로

추락해버린 이 기체의 승무원들은 17일이나 표류한 끝에 구조됨)는 모함으로 돌아

오지도 못했다. 린제이 소령도 엘리 대위도 생존자 명단엔 없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스 뇌격대가 공격을 지속하는 동안 일 항모들은 또다시 공격대를

이함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계속 CAP를 강화하느라 반복적으로 제로전투기들의

이착함을 반복해야만 했다. 8시부터 10시까지 기함 아카기는 5번의 CAP출격과 2번의

착함, 가가는 네 번의 CAP 출격과 2번의 착함, 소류는 2번의 출격과 1번의 착함,

히류 역시 2번의 출격과 1번의 착함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시간대에서 도모나가 1차

공격대의 착함까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일본항모들의 갑판은 미 함재

기들이 공격하지 않는 때를 빼고는 계속 이함과 착함을 반복하는 바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2차 공격을 시도할 짬이 나질 않았다.

이 시점에서 일본 기동부대는 사실상 돌아오지 못할 변곡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제로 전투기 파일럿들이 연이어 미 함재기들의 습격을 막

아냈고 대공포와 솜씨 좋은 조타장들의 회피 기동으로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불과

3대의 호위전투기만을 잃고서 미해군과 해병대의 공습을 오는 족족 물리쳤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과 승리감에 도취될 이유가 분명했지만, 과연 이들이 언제까지

손상 없이 함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애초 정사각형의 대형으로

시작된 함대의 진형 역시도 계속된 공습을 회피하면서 점차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화

했다가 이 무렵엔 거의 일자 형태의 사선진 모양으로 마구 흐트러져 있었고 항모간의

거리도 각각 8km에서 15km까지 불규칙하게 벌어져 있었다. 당시 나구모 기동부대의

상공에는 항모들이 보유한 제로전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36대의 전투기가 CAP를

위해서 떠있었고 남은 제로전투기들도 계속 갑판과 격납고에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이미 격납고에는 변덕스러웠던 폭장교체를 완전히 마친 2차 공격대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당최 출격을 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나질 않고 있었다.

개전 이래 무적을 자랑하며 바다를 누볐던 일본 제1항공함대는 점점 "느리지만

치명적(Slow But Deadly)"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Slow But Deadly ...묘하게도 SBD 던틀리스 급강하 폭격기의 별명(미해군 파일럿들

은 자신들이 모는 던틀리스 기종이 느리기는 했지만 급강하 시 매우 안정적이고 신

뢰도가 우수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여 제식명칭 SBD를 이렇게 바꿔 부르곤

했다)과도 같은... 좀처럼 반격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나구모 기동부대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 다시 미 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신화 VS 실제 1

이번 공격을 주도한 것은 TF 17의 요크타운 공격대였다. 대열이 흐트러져 조직적인

고도차 협동 공격을 전혀 해보지 못한 TF 16의 공격대와는 달리 일본항모와의 거리를

더 좁힌 후에 출격한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과 뇌격기들은 전투기의 호위까지

받으며 온전한 편대 대형을 유지하면서 한 시간 먼저 출격했던 엔터프라이스,호넷의

공격대들과 거의 비슷한 시각에 나구모 기동부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미드웨이 해전을 서술한 많은 역사서들이 미 해군의 뇌격대가 모두 전멸한 후 결정적

인 한방으로 승리했다고 적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제부터 요크타운 공격대

의 행로를 따라가면서 실제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해보도록 하자.

10시 10분, 엔터프라이스 VT-6뇌격대의 공격이 끝난 지 10분도 채 안되어 나구모

기동부대의 남동 측면에 도착한 랜스 매시 소령의 VT-3 디베스테이터 뇌격기 편대

(12대)와 맥스웰 레슬리 소령이 이끄는 VB-3 SBD 던틀리스 급강하 폭격기 편대(17대)

가 지미 타치 소령이 이끄는 6대의 와일드 캣 전투기 편대들은 공습을 위해 산개를

시작한다. 매시 소령의 뇌격기 편대는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히류를 목표로 공격을

개시했다. 반면 레슬리 급강하 폭격대는 적 호위전투기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약간

북서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고공으로 상승해 올라가 시간을 끌면서 접근(그러나 이 덕분

에 당초 목표했던 히류 대신에 소류를 공격하게 됨)을 시도한다. 요크타운의 뇌격기

공격은 여태까지 호위 전투기 없이 전개 된, 무모했던, 앞서 2차례의 공격과는 약간

패턴이 달랐다. 타치 소령이 이끄는 와일드 캣 전투기들이 뇌격기의 후미에 접근하려

는 압도적인 수의 제로전투기들을 맞아 치열한 공중전을 펼쳤다(편대장 타치 소령의

기억에 따르면 15대~20대의 제로전투기가 자신에게 달려들었었다고)

후일 "타치위브"로 세상에 알려질 독특한 전술대형을 펼치며, 타치 소령은 자신이 고

안한 전술대형을 이용해 열세의 상황에서도 3대의 제로전투기를 격추시켰고 소령의 윙

맨이 1대를 더 격추했지만 타치소령의 전투기대는 더 이상 매시소령의 뇌격대를 호위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제로에게 포위된 타치 소령은 그 곳을 빠져나와야 했지만, 그

와 다른 2대의 전투기들은 제로의 약점을 이용하는 타치위브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렇듯 공중전이 격렬해지자 소류와 히류에서는 다시 CAP 제로를 더 출격시켰고 이렇게

해서 하늘에 떠있는 제로 전투기는 무려 42대(당시 일본항모 4척에는 각각 18대씩, 모두

72대의 제로전투기를 탑재)까지 증가된다. 나구모 기동부대는 미 공격대를 떨쳐내기 위

해서 사실상 안간힘을 다했지만 좀처럼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매시 소령의 뇌격대를 호위하던 2대의 와일드 캣이 견디다 못해 구름 속으

로 회피하다 격추된 시각은 10시20분. 이제 매시소령의 편대에게는 보호막이 사라졌고

히류를 향해 저공으로 날아들던 디베스테이터 뇌격기들은 제로전투기의 공격에 차례

로 연기를 뿜으며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당시 이들을 공격했던 후지다 이요소 대위는

벌써 이때 출격이 그날 아침의 세 번째 출격이었고 1차 공격대에 참여하지 않아 야참

인지 아침인지 모를 식사를 놓쳤던 그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허기와 피로로

탈진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각 하늘에 떠있던 후지다의 동료들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지휘관 매시소령의 탑승기가 화염에 쌓여 바다에 떨어지던 때를 즈음하여 요크타운

뇌격기 편대는 둘로 갈라졌고 갈라진 한 편대는 겨우 한 대만이 살아남았고 좀 더 운이

좋았던 다른 편대의 남은 4대가 히류를 향하여 어뢰 공격을 계속했다. 분명한 사실은

후일 후지다 중좌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했던 "운명의 5분간"이라던 10시 20분~25분

사이에도 여전히 요크타운 뇌격기들은 히류를 공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발사된

5발의 어뢰가 모두 히류를 빗나가기는 했으나, 당시 요크타운 뇌격대는 엔터프라이스와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이 "역사를 바꾼 5분"이라는 결정적 공격을 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공격을 지속하며 CAP 제로 전투기들의 시선을 저공으로 분산시키고 있었다.

놀랍게도 요크타운 뇌격대의 공격이 완전히 종료된 시각은 10시 40분. 미드웨이 전황을

일시에 뒤바꾼 결정타를 날린 미 급강하폭격대의 폭격보다 더 오래 지속된 셈이다.

하지만 희생은 컸다. 요크타운 뇌격대의 생존기도 고작 2대, 미 해군은 모두 41대의

뇌격기가 미드웨이 작전에 참가해 35대가 격추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3명의 지휘

관(월드론,린제이,매시)을 비롯해 대부분의 승무원(조종사와 후방사수, 기체 당 2명)

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나구모 기동부대가 2차 공격대를 출격 시킬

기회를 연이어 봉쇄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여태까지 호넷 뇌격대가 한 일로

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요크타운의 뇌격대와 호위전투기들이야말로 일본 CAP전투

기들의 시선과 주의를 제대로 분산시킨 주역들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도 길게 남았다.

미드웨이해전 후 미 해군은 아무런 전과도 내지 못한, 느려터진 TBD 디베스테이터 뇌

격기를 다시는 실전에 쓰지 않고 퇴역시켰고, 43년 중반 어뢰의 성능과 신뢰도를 개선

할 때까지 신형 뇌격기인 TBF 어벤저도 어뢰대신 폭탄을 싣고 수평폭격용으로 더 자주

사용했을 정도로 어뢰사용을 기피하게 된다.

역사를 바꾼 5분

이제 마지막 남은 TF 16의 공격대인 VB-6의 움직임을 살펴보도록 하자.

엔터프라이스 뇌격대(VT-6)의 절망적인 공격이 다 끝나갈 무렵, 나구모 기동부대 주변

에는 두 개의 편대로 구성된 엔터프라이스 급강하 폭격대(35대)가 클래런스 웨이드 맥클

러스키 소령의 인솔 하에 6,000미터 상공을 날고 있었다. 7시 52분 엔터프라이스를 떠난

맥클러스키 폭격대는 오는 도중 그래이 대위의 호위전투기들이 호넷의 월드론 뇌격대를

따라가는 바람에 호위부대를 잃었고 곧이어 린제이 소령의 뇌격대와도 헤어져 버렸다.

맥클러스키 소령은 최소한 9시 20분에는 일본 항모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당시 나구모 기동부대는 그들의 2시 방향에 근접해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

서쪽을 향해 6,500미터 고도로 비행했으나, 구름층이 워낙 두껍게 깔려 아래에 위치한

적 함대를 발견하지 못했다. 9시 30분이 되자, 소령은 자신이 나구모 함대의 예상 진행

코스를 지나쳤음을 느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5분후 소령은 폭격대를

반전시켜 80km정도를 되짚어가면서 10시까지 비행을 계속키로 했다. 만약 그때까지도

목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기수를 북동쪽으로 돌려 모함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연료

탱크의 바늘이 절반이하로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9시 55분 맥클러스키 소령은 수평

선에서 파도를 일으키며 비행대와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배 한척을 발견했다.

순양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함 기리시마를 공격했던 잠수함 노틸러스를 추적

하며 폭뢰공격을 퍼붓고 서둘러 본대로 합류하고 있던 구축함 아라시였다. 아라시가 일

본 항모가 있는 해역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한 맥클러스키 소령은 전 폭격대에게 아라시

뒤를 따르라고 지시했고 10시가 되자, 55km 전방에서 수많은 항적과 함선이 만들어내는

파도를 목격할 수 있었다. 10시 2분 소령은 스푸르언스 제독에게 "여기는 맥클러스키,

적 발견"이라고 송신했다(비슷한 시각 요크타운의 공격대들도 나구모 기동부대의 상공에

나타났었음)

맥클러스키 폭격대는 나구모 기동부대의 남서쪽에서 제1항공전대의 아카기와 가가를

발견했고 휘하의 2개 편대에게 각각 하나의 항모에만 공격을 집중토록 사전지시를 내

렸다. 윌머 갤러허 대위의 편대(S-6)는 좌측편에 있는 항모 가가를 공격하고, 리처드

베스트 대위의 편대(B-6)는 조금 떨어진 오른편의 아카기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인솔하는 3대를 갤러허 대위의 편대 쪽 공격에 참여할 생각으로

급강하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엉뚱하게도 베스트 대위의 편대기들이 "나를 따라 급

강하하라"는 맥클러스키 소령의 무전(실은 자신휘하의 윙맨에게 하던 지시였음)을

착각해 듣고 그쪽으로 뒤따랐다. 이 바람에 항모 가가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폭격을

뒤집어 쓰게 된다. TF 16의 이날 공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10시 19분경, 히류의 관측병 요시다는 4,000m 고도에서 쏜살같이 항모 가가를

향해 내려오고 있는 일단의 급강하 폭격기들을 발견하고 즉시 함교에 보고했다.

야마구치 제 2항공전대장은 가가의 대공포 사격각도를 묻고 저공에 맞춰져 있음을

알고 서둘러 발광신호로 가가에게 급강하 폭격의 위험을 알렸다. 가가는 경고 수신

후 즉시 5인치 대공포를 곧추세우고 대응사격에 들어갔으나 너무 늦었다. 이번에

접근하고 있는 SBD 던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은 오전 8시 헨더슨 소령의 해병대 SBD

던틀리스와는 숙련도에서 차원이 다른 미해군의 정예였고 그런 만큼 접근방식에서부

터 달랐다. 완만한 각을 형성해 좋은 대공포 표적이 되었던 해병대 폭격기들과는

달리 이들은 매우 가파른 급강하 각을 유지하면서 가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가가의 함장 오카다 대좌가 할 수 있는 일은 회피기동뿐, 그러나 4만

2천톤의 거함 가가가 24노트의 속도로 피하는 동안 상공에서 가가를 향해 내리꽂히

는 미 급강하 폭격기들은 수도 없이 많아 보였고 여전히 많은 수가 여전히 급강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간신히 첫 번째 250kg 폭탄을 회피하고 2,3번째 역시 근처 지근

탄에 그쳤다. 그러나 네 번째 공격기였던 갤러허 편대장이 투하한 폭탄은 가가의 후

부갑판 엘리베이터 근처를 강타하고 승무원 거주구역을 관통해 상부격납고에서 폭발

했다. 다시 7번째 던틀리스가 정확하게 전부갑판 엘리베이터에 폭탄을 명중시켰고

그 아래쪽 전투기 격납고를 날려버렸다. 가가에 떨어진 세 번째 폭탄은 함교를 직격

했고 그 바람에 함장 오카다 대좌를 비롯해 부함장과 항해사, 포술장과 통신참모를

비롯한 가가호의 주요간부들이 전원 전사했다. 4번째 명중탄은 중앙부 좌현 근처에

떨어져 갑판을 꿰뚫고 대폭발. 이것으로 미 항모 급강하 폭격기의 공격을 나구모 기

동부대의 항모 중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던 가가의 운명은 끝장이 났다.

4만 2천톤이나 되는 거함이 어뢰도 아닌 겨우 폭탄 4발에 이토록 순식간에 기능을

멈추고 대화재를 일으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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