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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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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87회 작성일 21-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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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전선동부 102련대에 이어 전선중부 418련대관하 구분대들까지 다 돌아보고난 박진건대장은 스스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부대, 구분대 군인들의 사상정신상태는 좋다. 당이 제시한 고난의 행군정신, 붉은기정신으로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벌려나가고있다. 그러나 이 운동이 이러저러하게 애로를 겪고있는데는 사단이나 군단지휘부 일군들한테도 책임이 있지만 보다 심화시키면 인민무력부안의 일부 국, 부서일군들의 무관심한 처사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

원인은 두가지, 첫째로는 새형의 대중운동에 대한 인식문제이다. 그전까지만 하여도 대중운동이라면 조직사상사업의 한고리로, 정치사업의 형식과 방법으로만 흘러왔다. 한마디로 군사정치사업의 총적방향으로까지는 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은 정치사상적준비뿐아니라 강력한 군사적준비를 갖추기 위한 부대안의 모든 부문, 매 병종들의 실전능력을 요구한다. 때문에 인민무력부안의 국, 부서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없이는 부대와 그 관하구분대들의 싸움준비를 최단기간내에 완성할수 없다.

간단한 실례로 포병싸움준비를 들수 있었다. 일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는 땅크나 포견인차, 포들은 련대는 물론이고 사단이나 군단수리소에서도 대책할수 없는것들이였다.

후방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응당 후방총국이 책임져야 할 문제들이 나라의 사정을 빗대고 부대, 구분대들의 어깨우에 메워지고있었다.

두번째 원인은 인식으로부터 오는 관점문제였다. 오중흡동지와 항일의 7련대로 준비되는 사업이 부대, 구분대 장병들에게 한한 문제로만 되겠는가! 이 운동을 통하여 사단, 군단은 물론이고 인민무력부안의 모든 장령, 군관들까지 오중흡7련대정신과 기질로 준비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오늘의 시대정신을 따를수 있고 부대, 구분대를 지도할수 있단 말인가.

418련대를 떠나 장시간 중부내륙지대를 달려온 야전차는 어느덧 신성천역에 들어서고있었다.

박진건대장이 평양으로 향하던 걸음을 이쪽으로 돌린데는 식량수송이 지연되고있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이번 료해과정에 받아안은 충격이 컸던것이다.

승용차가 역사가까이 이르자 박진건은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렬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역사마당은 그 어디나 빈자리없이 꽉 차있었다. 서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그사이를 부단히 비집고 오가는 사람… 한마디로 사람천지였다. 야전승용차는 그 앞도로를 지나 열려진 철대문을 거쳐 역홈에 들어가 멈춰섰다.

박진건대장은 승용차에서 내려서다말고 다시한번 놀랐다. 구내선 역시 어디라 할곳없이 량곡을 가득 실은 화차들로 꽉 차있었던것이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느라니 역건물의 한 출입문으로 부지런히 사람들이 드나드는것이 보였다.

박진건은 천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엇때문인지 안에서 왁짝 다투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다.

그는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철도제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그사이로 처음 보이는것이 사무탁의 중심자리에 앉아있는 철도장령이였다. 다음 보이는것이 그 맞은켠에 서있는 경무관 완장을 낀 군관이였다.

철도장령이 경무관에게 열을 올리고있다.

《물론 지시가 있었소. 그러나 철도규정이야 어길수 없지 않소. 려객렬차를 먼저 뽑게 된것은 철도규정이란 말이요. 규정은 그렇다치고 동무 눈에는 며칠째 저 역밖에서 렬차를 기다리고있는 녀인들과 아이들의 정상은 보이지 않소?

그래, 우리에게는 웃단위가 없고 거기에서 하달되는 지시가 없는줄 아오?》

아마도 철도경무부의 경무관인듯싶은 그 군관은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부국장동지, 나도 목석이 아닙니다. 하지만 식량사정은 부국장동지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특히 이제 곧 출발시켜야 할 군용렬차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는것을 알아두십시오.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이 철도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부국장이 갑자기 책상을 탕 쳤다.

《날 위협하자는거요?》

《됐습니다! …》

박진건대장은 비로소 사람들뒤에 선채로 나직이 그들을 제지시켰다.

모두들 등뒤로 고개를 돌렸다. 난데없는 인민군대장이 나타난데 깜짝 놀라며 저저마다 길을 비켜주었다.

부국장도 어느 사이에 의자에서 일어섰다. 인민군지휘성원인 그를 몰라볼리 없었던것이다.

경무관 역시 황급히 거수경례를 붙였다.

누군가 서둘러 사무탁앞에 빈자리를 마련해놓고 박진건을 쳐다보았다.

박진건은 천천히 그 자리에 가앉으며 철도국 장령을 바라보았다.

《부국장동무, 철도규정은 지켜야 합니다. 려객렬차를 먼저 떠나보내시오. …》

부국장은 대장이 나타난것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동무들은 다 나가시오. 역장동무만 남고. …》

모두가 나가자 부국장은 몸가짐을 바로했다.

《대장동지, 저는 식량수송을 포함한 모든 렬차의 운행 그리고 특수성을 가지는 긴급물자수송을 수습할 지시를 받고 이 역에 나온 철도국 부국장입니다.

제가 받은 지시는 어느 한가지라도 차요시해서는 안될 수송과제입니다. 그런데 이 경무관동문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을 두고 저를 위협합니다! …》

박진건대장은 별로 애젊어보이는 경무관 상위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경무관동무, 식량보장과 관련한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이 하달된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철도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그걸 요구할 권리는 동무에게 없습니다. …》

상위는 종전과 달리 기가 질려 고개를 숙였다.

부국장은 이때를 기다린듯 재차 말했다.

《철도는 제2의 군대라고 저도 한개 철도국의 장령인데 어쩌면 그런 위협을 할수 있단 말입니까. 이 동무가 이렇게 행동할수 있은것은 역에 나와있는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부총국장동무의 처사와도 관련되여있습니다. 그 동무한테서 실지로 난 그런 모욕을 받았습니다!》

《후방총국 부총국장?! …》

《그렇습니다. 전 이미 군사재판을 받을 각오까지 하고있었습니다. 저 하나를 군법에 걸어 수송문제가 풀릴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말입니다!》

박진건은 그만 소리내여 웃고말았다.

《부국장동무, 부총국장이 동물 군법에 넘기는건 아니요. 그러니 안심하고 동무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동무는 언제까지면 이 역의 식량을 다 뽑아낼수 있겠습니까?》

《대장동지, 그 기일은 저도 이 자리에서 찍지 못합니다. …》

《? …》

부국장이 그 리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철도국안의 실태를 놓고봐도 그렇습니다. 견인기의 실동대수는 급격히 줄어들어 그 보유량은 허용한계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다니고있는 견인기도 그전과 같은 기술검사의 요구를 다 갖추지 못한것들입니다.

화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가지 실례로 제동구두를 들수 있는데 그 생산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역마다 화차들이 서있습니다.

철도는 기관차와 화차만 있으면 되는것도 아닙니다. 로반보수와 자갈보충, 침목과 불량레루교체, 구조물보강공사, 옹벽공사… 이 모든것은 막대한 자재와 건설비용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자금은 나올데가 없습니다. 더 심각한것은 전기사정입니다. 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렬차는 오도가도 못합니다.

대장동지, 실태는 바로 이렇습니다!》

부국장의 말을 마지막까지 인내성있게 듣고있던 박진건대장은 다시금 소리내여 웃었다.

《동무의 철도강의를 듣고있느라면 안된다는 결론밖에 나올게 없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거요?

철도의 현실태와 함께 동무도 그렇게 주저앉고마는것이 아니요?》

부국장은 당황히 고개를 쳐들었다.

《대장동지,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적들의 제재와 봉쇄속에서 공장들은 서있지만 그래도 철도는 아직 살아숨쉬고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 박진건대장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지금 할바를 다 하고있다 그 소리겠지. 그래도 나는 동무의 입에서 한번 해보겠다는 배심있는 소리라도 나올줄 알았소. 그런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아직 살아 숨쉰다? 하긴 동무한테만 책임이 있다고 볼수야 없지. …》

박진건은 움썩 의자에서 일어서며 경무관에게 물었다.

《부총국장이 지금 어디에 있소?》

장령의 성난듯 한 목소리에 경무관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철도경무부에 있습니다. …》

《날 안내하오.》

박진건은 경무관과 함께 방을 나섰다.

밖에서 기다리고있던 운전사가 승용차발동을 걸었으나 그는 그옆을 그냥 지나 경무관을 따라 역구내를 나섰다.

철도경무부는 역곁에 있었다.

송수화기를 들고서 어딘가에 대고 목청을 돋구어 전화를 하던 부총국장이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박진건대장은 무뚝뚝히 물었다.

《동문 지금 여기서 무슨 대책을 세우고있소?》

부총국장은 열려진 목단추를 채우며 옷매무시를 바로하였다.

《철도부에 전화를 걸고있었습니다. …》

박진건은 별로 몸이 체소한 부총국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피곤이 잔뜩 실린 그의 눈에는 피발이 서있었다. 수염도 미처 깎지 못한 상태였다. 박진건은 자기도 모르게 부총국장에게 쏠리는 동정심을 눌러버리며 다시 물었다.

《여기서 전화나 해서 문제가 풀릴것 같소?》

《오늘도 기관차대와 객화차대에 갔다왔습니다. 모두 하는 소리가…》

박진건은 아까 철도국 부국장이 하던 《철도강의》가 생각나 얼른 그의 말을 밀막았다.

《현존 수송능력을 가지고는 단시일내에 량곡렬차를 뽑을수 없다 이거겠지?》

부총국장은 그 말을 기다린듯 제꺽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책임을 따지고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

《동무는 이에 대해 로명욱부부장동무에게 보고했습니까?》

《보고했습니다. …》

《뭐라고 합니까?》

부총국장이 갑자기 침묵하였다.

박진건대장은 다시 따져물었다.

《그래, 어떤 문제를 토의했습니까?》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 우리에게 이 권한이 쥐여져있다는데 대하여 충고를 받았습니다.》

박진건대장은 더 말할 흥심을 잃고말았다.

박진건대장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로명욱은 저으기 놀란 자세였다. 이런 일은 드물었던것이다.

그는 로명욱이 권하는 의자에 앉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로명욱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의 사업권내에서 혹시 무슨 문제가…》

박진건대장은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껐다.

《부부장동무는 량곡수송문제가 심각해진 현실태를 알고있습니까?》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긴급회의에서 토의하기로 하고 이미 포치사업을 했습니다.》

박진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이번 출장길에 책상주의란 다른데 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나한테도 있고 부부장동무한테도 있습니다. …》

로명욱은 놀란듯 눈길을 들었다.

박진건은 그를 마주보며 말을 계속했다.

《식량확보와 수송은 최고사령관동지로부터 부부장동무가 직접 받은 임무입니다. 그런데 실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부부장동무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있었습니까. 물론 병사들의 솜옷때문에 피복공장문제를 풀기 위해 뛰여다녔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식량문제는 후방총국 부총국장에게 방임해두고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있습니다.

우리의 직무가 무엇때문에 필요합니까. 정무원 해당 부들과 그 산하단위들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정신에 맞게 발동시킬 권능은 부부장동무에게 쥐여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권능이 람발되다나니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을 턱대고 군법까지 내흔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권한이상의 권한을 쓰고있단 말입니다.

부부장동무는 필요하다면 정무원뿐아니라 수송과 련결된 산하단위 공장, 기업소까지 나가보았어야 했을것입니다.》

로명욱은 사무탁우의 담배갑을 집으려다 손을 거두고있었다. 얼굴에는 고뇌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박진건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부부장동무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사령관동지앞에 사죄하고 새롭게 분발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건은 곧 로명욱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날 저녁 박진건은 102련대와 418련대에 대한 실태료해보고서와 함께 총정치국과 자기 사업에서 나타난 결함 그리고 대책적문제를 반영한 문건을 당중앙위원회에 보고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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