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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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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120회 작성일 21-09-2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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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전선중부 근위 418련대에 대한 판정도 102련대와 꼭같은 날자, 꼭같은 시간에 시작되였다.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위한 부대당정치사업정형으로부터 시작하여 싸움준비와 전연경계근무, 후방사업에 대한 판정도 끝나고 종합적이면서도 최종적인 부대의 전투력을 평가할 기동을 동반한 련대공격전술훈련만 남았다. 그동안 판정을 받는 부대군인들은 물론이고 판정성원들도 다같이 땀을 흘렸다. 싸움준비만 놓고 보더라도 행군, 사격, 지형학을 비롯하여 그 판정조항이 헤아릴수 없이 많았다.

경계근무상태를 판정하기 위한 조항도 간단치 않았다.

후방사업에 대한 판정은 더 세밀하였다. 군인생활과 관련되여있는것은 다 들어있었다.

전반적인 판정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그냥 스쳐보낼수 없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군중문화사업이였다. 중대예술소조공연판정은 다른 판정의 휴식짬에 오락회형식으로 진행되였다.

박진건대장은 련대공격전술훈련을 래일로 앞둔 이 저녁 모든 판정성원들을 데리고 군인회관에서 련대장, 련대정치위원까지 참가하는 지휘부군관들의 공연과 련대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보았다.

련대장이 시를 읊고 정치위원이 노래선창을 하는 지휘부군관들의 공연도 대단하였지만 련대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수준이 그처럼 높은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외진 전연초소마을에서 일밖에 모르는 우리 군인가족들이 언제 그런 예술적소질을 지닐수 있었단 말인가!

공연이 끝난 후 휴계실에서 박진건은 련대정치위원에게 물었다.

《련대에 대단한 인재가 있는게지? 누가 지도했소?》

김윤범은 그 질문이 곧 공연에 대한 평가라 생각했는지 은근히 기쁨을 금치 못해하였다.

《새로 시집온 1대대 3중대장동무의 안해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보내주신 잔치상을 받은…》

《아, 그렇지! …》

박진건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지시에 따라 신랑신부의 첫날옷감과 결혼식상을 내려보내주는 사업을 그가 직접 주관하였던것이다.

《그 녀인도 공연에 참가했소?》

《참가했습니다. 독창을 한 녀인입니다. 련대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뿐만아니라 여러 대대, 중대들의 공연지도도 맡아보았습니다.》

박진건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가 알기엔 그 녀인이 음악밖에 모르는 자기가 이 전연마을에 시집와 무슨 할일이 있겠는가고 주저했다는데 오늘은 얼마나 큰일을 했소.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이 그 녀인을 보배덩이로 만들어놓았소!》

박진건은 공연을 보고난 거뜬한 기분을 안고 군인회관을 나섰다.

어스름이 깃든 밖에서는 주먹같은 흰눈이 펑펑 쏟아져내리고있었다.

박진건은 불안한 눈길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정말 백년래의 폭설로 되는게 아닐가? … 판정자의 립장에서도 래일 있게 될 기동을 동반한 련대공격전술훈련이 우려됨을 어쩔수 없었다.

아닐세라 그가 침실로 돌아온 얼마후 총정치국 판정일군이 찾아왔다.

《대장동지, 래일 훈련판정과 관련하여 말씀드릴 문제가 있습니다. …》

《그러지 않아 동무를 만나려던 참이였습니다. …》

박진건대장은 서둘러 탁자를 사이에 두고 그와 나란히 앉았다.

《어서 이야기하시오. …》

《년초부터 계속된 폭설이 포병의 기동로와 보병의 진출경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실행하려는 훈련방안은 여기로 떠나오기 일주일전에 세워진것이였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폭설은 예견 못했습니다. …》

대좌는 서류가방에서 군용지도를 꺼내여 탁자우에 펼쳐놓고 설명을 계속하였다.

《포병기동로에 대한 지형정찰을 위해 몇동무를 떠나보냈댔는데 군용승용차로써는 더 전진할수 없어 되돌아왔습니다. 그 일대의 고지에 올라 전경으로 료해한데 의하면 눈사태구역도 있다고 했습니다. 기동로가 이 정도이면 보병의 진출경로도 문제로 됩니다. 결전진입계선까지 진출하자면 여기 천운산과 강봉산을 돌파해야 하는데 지도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 지형이 간단치 않습니다. 험한 계곡과 벼랑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곳에도 보름째 폭설이 계속되고있습니다.

사실 전 이미전부터 이 일대의 지형을 잘 알고있습니다. …》

《만약에…》

박진건대장은 잠시 생각을 깊이 해보다가 심중히 말을 이었다.

《전쟁이라면 그땐 동무는 어떻게 결심했겠습니까?》

대좌는 침착히 대답했다.

《만약 전쟁이라면 적에 대한 최종소멸구역인 옥평계선으로 부디 418련대를 기동시킬 근거가 없어집니다. 그 계선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련대를 출동시켰을것입니다.

하지만 418련대밖에 없다면…》

박진건은 대좌를 향하여 너그럽게 웃었다.

《폭설로 조성된 정황이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동무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생각했던바 그대로 말해보시오.》

대좌는 군용지도우에서 보병진출경로인 강봉산과 함께 포병기동로의 한 구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일대의 기동경로를 현정황에 맞게 다시 정하자는겁니다.

이렇게 하는건 실지 전쟁이라 해도 필요한것입니다!》

박진건대장은 묵묵히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대좌의 제의가 리해 안되는건 아니였다. 그가 말하다싶이 훈련방안은 떠나오기 일주일전에 작성된것이였다. 이런 지속적인 폭설은 예견 못했다. 또 전쟁이라 해도 정황에 따라 기동경로를 선택하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전쟁의 극악한 정황으로 하여 지금과 같은 기동경로를 선택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훈련마다에서 우정 극악한 조건을 조성하는것도 그때문이 아닌가! …

이때였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이번 판정과 관련하여 련대에 내려와있는 최홍훈군단정치위원이 들어섰다. 그러나 방안의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던지 곧 되돌아나갈 차비를 하였다.

《가만…》

박진건은 조용히 그를 불러세웠다.

최홍훈은 주춤 서더니 박진건을 향해 돌아섰다.

박진건은 우정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래일 훈련판정과 관련하여 군인들의 사기는 어떻습니까?》

최홍훈은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는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방금전 련대관하 모든 구분대들에서 기동을 동반한 련대공격전술훈련을 성과적으로 치르기 위한 공개당총회가 진행되였습니다.

회의과정을 알아본데 의하면 례년에 없는 폭설로 하여 래일 훈련이 상상외로 간고하리라는것을 누구나 다 알고있었습니다. 그러나 군인들은 30년대의 고난의 행군과 오늘의 행군길을 이어보고있습니다. 기성관념과 관례를 가지고서는 도저히 단행할수 없는 행군이지만 항일유격대원들은 어버이수령님을 결사옹위하며 기어이 북대정자에 도달했다, 그 정신, 그 투지면 우리가 헤치지 못할 길이 어디에 있겠는가고 하면서 군인들은 그날에 발휘했던 오중흡7련대의 정신으로 래일의 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고 기어이 오늘의 첫 오중흡7련대가 되겠다는것을 맹세했습니다.》

《옳습니다. 기성관념과 관례를 가지고서는! 바로 그겁니다. 병사들은 자기들이 이어가야 할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정확히 인식하고있습니다!》

박진건의 눈길은 어느사이엔가 대좌에게로 향하였다.

대좌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

새벽 5시, 418련대와 그 뒤계선을 차지한 련대에 《폭풍》신호가 하달되였다. 418련대가 기동을 목적으로 전연에서 철수하는것과 관련하여 그것을 넘겨받기 위한 불의적인 교방이 시작되였던것이다.

련대의 인원을 실은 대렬차들이 물밀듯이 전연을 향해 진출하였다.

적들속에서 일대혼란이 일어났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기라도 한듯 밤새 나불거리던 방송원계집년이 황황히 입을 다물고 콩크리트장벽우의 대형장식등이며 전광막이 동시에 꺼졌다. 대신 탐조등이 여기저기로 눈을 밝히고 희붐히 밝아오는 새벽하늘에는 여러대의 정찰기들이 기겁을 하여 돌아쳤다.

진지를 넘겨주고 넘겨받는것도 하나의 판정이였다. 교방은 즉시적이면서도 순조롭게 진행되였다.

련대장 황명걸은 련대지휘부갱도안에서 판정일군으로부터 기동을 동반한 련대공격전술훈련을 진행할데 대한 명령을 받았다. 명령서에는 옥평계선을 최종포위소멸구역으로 한 각 병종 구분대들의 기동경로가 밝혀져있었다.

대좌는 명령을 하달하면서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년초부터 내린 폭설로 하여 결전진입계선까지의 기동로가 동무들이 생각하는것보다 더 극악한 조건에 처해있다는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미리 알려주지만 현재 포병기동로의 일부 구간은 눈사태로 막혀버린 상태입니다. 모든것은 동무들의 정신력과 정황처리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작전회의가 진행되였다. 회의에서 황명걸은 먼저 눈사태로 막혀버린 포병기동로를 열기 위해 두대의 리대식제설차와 함께 공병전진보장대를 출발시킬것을 지시하였다. 이어 관하구분대들의 기동성격, 결전진입계선에서의 병종별 전개위치, 도착시간을 확정하고 각 대대들에 파견될 지휘성원들을 선정하였다.

김윤범은 자기를 포병행군종대에 포함시켜줄것을 제의하였다.

황명걸은 즉시 기동명령을 하달하였다.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황명걸은 참모부성원들을 이끌고 감시소로 올랐다. 여전히 그칠줄 모르는 눈보라속에서 보병행군종대며 포병행군종대들이 각이한 진출경로를 따라 계획대로 움직이고있는것이 바라보였다.

어느사이인가 뒤계선련대장이 감시소로 들어서며 껄껄 웃었다.

《이제부터 우리한테 전연을 영 넘겨주는건 아닌가?》

황명걸은 코웃음을 쳤다.

《흥, 말타면 견마잡히고싶다더니! 하지만 주의하게, 근위 제418련대가 잠간 자리를 뜬걸 알면 적들이 동무넬 얕잡아보고 달려들수 있어. 안 그런가?》

《그까짓! 그러면 밀고나갈판이지!》

그들은 마주보며 소리내여 웃었다.

황명걸은 정말 진지를 뒤계선련대에 완전히 넘겨주기라도 한듯 한동안 허전한 마음으로 경계지대를 둘러보다가 감시소를 나섰다.

그가 차에 오르자 야전차는 급히 감시소를 내렸다. 꽁꽁 다져진 눈길로 보병행군종대가 가고있었다. 군인가족들이 길 좌우에 늘어서서 군인들을 환송하고있었다. 그속에서 황명걸은 두툼한 머리수건을 쓴 자기 안해의 창백한 얼굴을 알아보았다. 고질적인 산후탈로 어제밤에도 몹시 앓는 몸이였는데 그냥 누워있을수가 없었던것 같았다. 보병행군종대를 앞질러 얼마쯤 달리자 포병행군종대가 나타났다.

황명걸은 선두견인차운전칸에 앉아있는 정치위원 김윤범의 눈길과 마주쳤다.

김윤범은 걱정말라는듯 거수경례를 하며 빙그레 웃었다.

황명걸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거수경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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