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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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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025회 작성일 21-09-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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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오전 8시경, 전선동부에 대한 적정찰기의 공중정찰이 있은지 한시간후 102련대지휘부에 사단장이 도착하였다. 련대장 조무진과 정치위원 양영식은 갑자기 나타난 사단장앞에서 깜짝 놀랐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사단위수구역을 통과하여 준공을 앞둔 월내산발전소로 떠나시였다는것이다! …

사단장은 그들에게 긴급지시를 주었다.

적들의 공중정찰을 더욱 예리하게 대하고 대처해나갈것.

전연경계근무에서 바늘끝만 한 틈도 허용하지 말것.

적들의 의도적인 도발에 주동적으로 대처할것.

비정상적인 전연정황에 대해서는 즉시 사단에 보고할것. …

사단장이 돌아간 후 조무진은 정치위원을 351고지로 떠나보내고 자기는 해맞이초소로 나갔다. 초소에 도착하자마자 조무진은 곧 준비해가지고간 병사복을 갈아입었다. 적들의 주의를 끌지 말자는 의도도 있었지만 보다는 병사의 자세로 감시초소에 서고싶었던것이다.

초소장과 병사들은 여느때없이 병사복차림으로 감시소에 나타난 련대장을 알아보며 긴장감을 금치 못했다.

적정찰기의 비행이 있은 후 적《헌병》초소쪽에서는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이 벌어지고있는듯싶었다. 얼럭덜럭한 옷차림에 등산모를 쓴 남녀어중이떠중이들이 장교놈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른바 통일전망대로 밀려나와 저저마다 쌍안경으로 해금강쪽을 보려고 싱갱이질을 하고있었다.

《관광객들의 움직임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건 없나?》

감시병이 보고했다.

《지금 불교석탑쪽에서 사진을 찍고있는 두명의 관광객이 수상합니다. 저자들에게는 해금강이 관심에 없는것 같습니다.》

조무진은 쌍안경을 받아들고 불교석탑쪽을 주시하였다.

흰 잠바에 같은 색의 등산모를 쓴 두 사나이가 번갈아 우리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있었다. 그러나 곧 우리의 감시를 포착하기라도 한듯 유유히 다른 관광객들과 어울려 이쪽저쪽을 오가기 시작했다.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웠으나 걸음걸이에 시선이 쏠렸다. 처음 분계선에 나온 관광객들과 달리 《헌병》초소일대에 익숙된 걸음이였다. 어딘가 걸음걸이에서 사민이라는 인상이 오지 않았다.

조무진은 동행한 초소장에게 지시했다.

《경험있는 군인들로 감시근무를 증강하고 저 수상한 두 관광객에 대해서는 다음근무성원들에게도 인계하도록 하시오.》

조무진은 감시소를 나섰다.

방탄벽을 옆에 낀 소로길을 지나 초소마당으로 내려서다말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한 병사가 철봉우에서 솜씨있게 대차동작을 수행하고있었던것이다. 철봉이 춤추듯 휘청이고 병사의 몸에서는 바람이 이는듯싶었다. 병사가 멋지게 착지동작까지 하였을 때 조무진은 놀랐다.

그는 다름아닌 남용일이였던것이다.

용일은 련대장이 지켜보는줄도 모르고 함마로 철봉대밑에 돌쐐기를 박아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두팔꺾기로 철봉에 올라서는 자유자재로 여러가지 동작을 수행하면서 철봉대밑둥에 흘끔흘끔 눈길을 준다. 아마 철봉대가 흔들리지 않게 할데 대한 임무를 받은것 같았다.

그가 날렵하게 땅에 내려서는 때를 같이하여 조무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곁으로 다가갔다.

《용일이가 이젠 제법인걸!》

용일은 처음 병사복을 입은 조무진을 어리둥절 바라보다가 황급히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아니? 련대장동지! …》

《놀라긴! …》

조무진은 그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고나서 철봉대가까이 야외휴식장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난 처음에 누군가 했어. 동작이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야!》

용일은 싱긋 웃었다.

《분대장동지한테서 임무를 받고 철봉대를 든든히 고정시키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난 련대장동질 웬 사관인가 했습니다.》

《웬 사관? 거 아주 반가운 소리군! 한데 철봉대우에서 그렇게 날다가 수술자리가 도지지 않을가?》

《련대장동지, 이젠 아무 일 없습니다.》

용일은 갑자기 눈길을 들었다.

《나야 장군님의 보살핌속에서 몸을 회복한 병사가 아닙니까!》

《그래! …》

조무진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이 세상에 나라마다 군대가 있어 병사도 수없이 많겠지만 용일동무만치 복받은 병사가 있을가. 어느 나라 군령장이 한 병사를 위해 권위있는 로박사와 함께 사랑의 보약까지 보내주신 그런 실례가 있겠나?

이건 용일동무만이 아닌 우리 련대 모든 군인들이 받아안은 사랑이지!

우리 꼭 보답하자구.》

《련대장동지, 알겠습니다.》

용일은 힘있게 대답하고나서 다시 조무진을 바라보았다.

《련대장동지, 또 전사생활을 나왔습니까?》

조무진은 짐짓 한쪽눈을 끔벅했다.

《나야 항상 전사지. 오늘 저녁에는 용일이와 함께 경계근무도 설 작정이야. 지금은 이렇게 용일동무와 함께 휴식장에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참, 련대장동지! …》

용일의 얼굴에는 무엇인가 말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그런 자랑이 비껴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언제설계를 성공시켰답니다!》

조무진은 저으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올해 봄에는 조정지언제를 설계했다고 했지?》

용일이의 얼굴에는 아버지에 대한 긍지가 넘쳐있었다.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위대한 장군님께서 설계를 지지해주셨답니다!》

조무진은 기뻐하며 용일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런 경사라구야. 그러고보면 용일동무네는 정말 복받은 가정이요!》

《하지만 련대장동지, 난 아직 아버지를 따라가자면…》

《용일동무가 어째서? 병사의 위훈이 그 어떤 눈부신 창안이나 발명에만 있는건 아니지.》

용일은 갑자기 조무진에게 달라붙었다.

《련대장동지, 병사시절에 있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병사시절? …》

조무진은 용일을 넌지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병사시절이야 다 같지. 나라고 뭐 용일이의 지금 병사생활하고 특별히 달랐을가. …》

《간첩들도 여러놈 잡고 위훈을 세웠다던데 그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조무진은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용일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참, 그보다 그때 있은 적들의 비렬한 책동에 대해 말해줄가? …》

《?! …》

조무진은 잠시 생각을 더듬다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한번은 적들이 우리 초소를 습격해왔는데 그중 한놈을 사로잡게 되였어. 그래서 그놈을 통해 적들이 받은 임무를 알아보니 우리 귀를 잘라오라고 했다는거야. …》

남용일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슨 귀 말입니까?》

조무진은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우리 민경군인들의 귀였지. 우리를 살해하고 귀를 잘라오면 그 개수만치 상금을 준다는거였어. …》

《아니, 제깟놈들이? …》

《그러게 말이지. 우리 초병들의 눈과 귀는 조국의 눈과 귀인데 그걸 잘리우면 되나. 포로된 놈의 말을 들어보니 가관이였어. 요행 살아돌아가는 놈들은 우리 총에 맞아죽은 제놈 동료들의 귀를 잘라다 바친다는거야!》

남용일은 그만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조무진은 짐짓 두눈을 흡떴다.

《웃을 일이 아니야. 우리와 맞선 적들의 수법이 그렇게 비렬하고 추악하다는거야. 문제는 적들의 목적이 달라졌다는데 있어. 그러니 이 련대장이 병사로 있을 때보다 용일이의 어깨가 얼마나 더 무거워졌어?!

이걸 느껴야 해.》

용일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련대장동지, 오중흡7련대 대원들이 지녔던 성새, 방패정신으로 여기 최전연을 물샐틈없이 지켜나가겠습니다! …》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겠나?》

용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경계근무에서 나서는 각종 정황들을 자립적으로 처리할수 있는 능력과 기질을 갖추는겁니다! …》

조무진은 저으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거야. 우리 해맞이초소는 륙지와 해상을 다 끼고있기때문에 감시대상물식별에서 만능박사가 되여야 해. 기여들어오는 감시대상이 간첩인가, 노루인가, 〈머구리〉간첩인가, 물개인가?

용일인 바위우에 기여오르는 물개를 여러번 보았지?》

용일은 제꺽 고개를 끄덕이였다.

《련대장동지, 물개의 특성을 깊이 관찰해보았습니다. 〈머구리〉가 아무리 물개처럼 움직여도 그 기본특성만은 흉내내지 못합니다.》

조무진은 그 대답에 다시금 주의를 주었다.

《물개처럼 흉내를 내든 노루처럼 기척을 내든 일단 간첩이라고 단정된 다음에는 즉시적인 병사의 림기응변한 대응이 필요해. 여러가지 정황이 조성될수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도망치게 해서는 안된다는거야. 용일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용일은 싱긋 웃었다.

《련대장동지, 알고있습니다! …》

《아무렴, 우리 용일이가 어떤 병사라구!》

조무진은 용일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밤이였다.

조무진은 전사복을 입은 그대로 정식 경계근무에 망라되였다.

부소대장이 초소장에게 근무준비검열을 받기 위하여 정렬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초소장이 전연경계근무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정을 알려주었다.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다시 나타난 두명의 수상한 관광객에 대하여 통보해주는것을 잊지 않고있었다.

조무진은 남용일과 한조에 망라되여 참호를 차지하였다.

밤하늘에는 초생달이 떠있었다.

이밤따라 적들의 심리전이 더 광란적으로 벌어지고있는듯싶었다. 전광판에서는 반라체의 계집년이 마이크를 입에 대고 석쉼하고도 음탕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조무진은 문뜩 병사시절 경계근무를 서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밤은 이밤과 달리 비가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조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그는 자동보총을 좌지우에 놓은채 철갑모를 벗어 참호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기 시작하였다. 바로 그 시각, 번개가 번쩍 새파란 불줄기를 그으며 좌지우의 무기를 면바로 내리쳤다.

순간 그는 온몸이 쩌릿해나는 충격을 느낀 후 그 다음일은 생각나지 않았다. 근무조전원이 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것도 알수 없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조장이 한명한명 흔들어깨워서야 모두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각기 아무 일도 없은듯 다시금 묵묵히 근무위치를 차지하였다. 누구도 온몸을 가늠하기 힘들었으나 참호를 리탈하지 않았다.

경계근무란 그랬다. 겨울에는 폭설과 추위를 이겨내야 했고 여름에는 폭우와 모기성화를 견디여내야 했다. 그런 속에서 수시로 계속되는 적간첩놈들의 침입과 습격에 맞서 싸워야 했다.

갑자기 남용일의 나직하고도 긴장한 속삭임소리가 조무진의 귀가에 들려왔다.

《암초구역에 무엇이 나타났습니다! …》

조무진은 재빨리 기슭과 50메터가량 거리를 둔 암초구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엔 희미한 달빛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차 평평하게 생긴 물에 잠길듯말듯 한 암초뒤에서 번들거리는 거밋한 대가리를 알아보았다. 그놈은 조심히 이쪽저쪽을 기웃거린다. 물개? … 그는 우선 이렇게 의문점을 던졌다. 비무장수역으로 되는 선조암앞바다에는 다른 곳과 달리 물개들이 많이 서식하고있었던것이다. 물개와 비슷한 그것이 대가리를 든채 서서히 암초뒤로 사라져버렸다. 물개치고는 너무도 조심스럽고 은밀한 움직임이였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듯 초조하고도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용일의 속삭임소리가 들려왔다.

《물개가 아닙니다! …》

그때를 같이하여 다시 암초뒤에서 물개대가리가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진짜 물개처럼 느릿느릿 몸통을 절반쯤 암초우에 올려놓았다. 어둠때문에 그 륜곽만 알릴뿐 세세한 움직임은 알아볼수 없었다.

조무진은 불쑥 쌍안경을 찾아 용일이쪽으로 손을 내밀다말고 그만두었다. 용일이가 쌍안경을 눈가에 대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물개를 주시하고있었던것이다.

근 10분이 지나 물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순간, 조무진은 약속이나 한듯 용일의 눈길과 마주쳤다. 자동보총의 안전장치를 내리우는 소리가 가볍게 들렸다. 물개가 미끄러져내릴듯 암초뒤로 사라지려는 바로 그 찰나, 요란한 련발사격소리가 터져오르며 시뻘건 불줄기들이 암초우에 쏟아져내렸다. 암초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날밝을무렵, 해안순찰조는 파도에 밀려나온 시체를 발견하였다. 정확한 련발사격에 《머구리》간첩의 머리는 거의나 날아나버렸다.

더욱 놀라운것은 《머구리》간첩이 올랐던 암초우에서 바위와 한색갈로 부착되여있는 소형자동감시기재를 발견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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