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0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0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507회 작성일 21-11-05 01:40

본문

20211014170551_1ace4f78adda5469446d4c55e204e5a3_0n3b.jpg

제 1 편

20

 

김호성은 자기가 늙은이를 리해시켰는지 어쨌는지 알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하루밤 자고 평양으로 올라왔다.

그는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았으나 인차 일이 손에 걸리지 않았다. 귀전에는 함께 살자는 손녀의 말에 계집애가 그렇게도 철이 없느냐고 하던 로인의 말이 그냥 울리였다.

속이 편안치 않았다. 시험정보과가 정식으로 나오는 이번 기회에 강좌로 돌아가겠다고 다시 제기해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그러면 집에서 출근하며 로인의 건강도 돌봐드리고 딸애의 일에도 관심을 돌릴수 있을것이다.

그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어수선한 생각들에 스스로 화가 났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단 말인가! 조장이란 사람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고있는줄 알면 동무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나들문이 열리며 《뭘하오?》 하는 부국장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였다.

부국장이 언제나와 같이 서글서글한 인상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집에서는 다 잘있소? 로인은 건강이 어떻소?》

김호성이 집을 떠나있으면서 가시어머니의 심장병때문에 늘 걱정한다는것을 아는 부국장이였다.

《뭐 일없는것 같습니다. 일 긴장한 때 제가 공연히…》

《일없는것 같다는건 무슨 소리요?》

부국장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모양 김호성의 그닥 밝지 못한 얼굴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늙은이들이란 어린아이처럼 늘 관심을 돌려주지 않으면 안되오. 더구나 심장때문에 고생하는 로인이 아니요. 앞으로는 일이 아무리 바빠도 자주 내려가봐야겠소. 그리고…》 부국장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이었다. 《새 안해를 데려오오. 상급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요. 가정이 편안해야 일도 더 많이 하게 되는것이지만 그보다도 한창시절을 외롭게 보낼수야 없지 않소. 그것도 역시 랑비요. 생활을 랑비하는것이지.》

《…》

《어디 봐둔 좋은 녀자가 없소?》

《됐습니다.》 김호성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뇌이였다.

김광우는 가슴이 아리였다. 그는 자기가 상처한 젊은 사람의 아픈 곳을 다쳐놓았다고 후회하고있었다.

김호성이 흔연히 말머리를 돌리였다.

《어떻게 건너오셨습니까?》

《어디 맘편히 사무실에나 박혀있을수가 있소? 동무네가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지만 기일때문에 도무지 마음을 놓을수가 없소. 다음해에 시험단계를 거쳐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진행하자면 기일이 많은게 아니지 않소. 솔직히 말해보오. 조장선생은 이 부국장이란 사람이 주관적인 욕망만 앞세우면서 기일을 너무 앞당겨 잡았다는 생각은 없소? 한 이태쯤 기일을 더 늦추어서 준비를 착실히 해가지고 원격시험에 들어갈걸 그러지 않았는가 말이요.》

김호성은 《예에?!》 하고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질렀다.

《부국장동진 우리 동무들을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 일을 벌렸습니까?》

갑자기 푸르딩딩해지는 김호성의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광우는 허허 하고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아니, 이 부국장이 동무들을 믿지 못한다는건 무슨 소리요?》

《그럼 뭡니까? 부국장동진 나라의 진보를 위하는 일은 한시도 미루어서는 안되며 우리 시험연구조가 조국의 꿈을 싣고 미래에로 질주하는 급행렬차가 되여야 한다고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이태쯤 늦잡았을걸 하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그거야 우리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내가 동무들을 뭘 믿지 못한다고 자꾸 그러오? 동무두 참!》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한숨을 내쉬였다. 광우는 그 시각 새로운 시험체계로 넘어가는 문제를 두고 우려하던 대학일군들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린것이였다. 하지만 광우는 속에 연추처럼 무겁게 매달려 사라지지 않는 불안을 김호성에게 내놓고 말해줄수 없었다.

그런데 김호성은 《동무두 참!》하던 부국장의 애달픈 어조에서 그리고 까닭모를 한숨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모양 동정의 빛을 두눈에 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국장동지. 다음해 입학시험철전으로 죽으나사나 해내겠습니다. 지금 좀 지체되는거야 위원회에서 생각지 않던 시험문제자료기지를 혁신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것이지요. 장연화책임교학이 자주 건너와 봐주면서 좀 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 과목당 수만문제나 되는 자료기지를 다 들추면서 이미 작성한 프로그람을 갱신해야 하는 일이 어디 간단합니까? 사실 초인간적인 정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시험문제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수정작업이 제기되였을 때 더러 의견들은 있었지만 우리 동무들중 누구도 기일을 늦추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국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뇌이였다.

《초인간적인 정력이라…》

《부국장동지, 제가…》

《아니 아니, 동무 말이 옳소. 동무들이 정말 수고를 하지. 하지만 동무의 이자 그 표현을 빌면 정말이지 〈죽으나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소. 진보에로 가는 급행렬차가 늦어지면 안되지.》

부국장은 여기서 말을 끊고 무슨 생각엔가 잠기였다. 어쩐지 그의 얼굴에 한순간 침울한 기색이 어리는듯 했다.

부국장이 그 시각에 《차를 놓치면 안돼요!》하던 아득한 추억의 언덕너머에서 울려오는 애절한 목소리를, 눈보라 사나운 령길의 그밤을 생각했다는것을 김호성은 알수 없었다.

한순간이 지나자 부국장은 다시 거뭇한 얼굴에 례의 그 온화한 미소를 그리였다.

두사람은 프로그람 《미래》를 하루빨리 완성하는데서 나서는 문제를 놓고 장시간 토론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국장은 연구조성원들의 생활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돌리다가 라영국의 애인되는 처녀가 지금도 계속 찾아오는가고 물었다.

김호성은 이상한 눈으로 부국장을 바라보았다. 몇달째 원격시험 하나밖에 모르는 이 부국장이 젊은 사람들의 련애에 별스레 관심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국장이 라영국이네 일을 놓고 마음쓴다는것을 내놓고 표현한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혹시 두사람의 련애때문에 나도 모르는 무슨 여의치 못한 일이 그사이에 있은게 아닐가? 어쨌든 라영국의 애인이 부상의 딸이고보면 부국장이 그저 무심히 물어보는게 아닐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허허, 일은 무슨 일. 그저 물어보는것이지.》

《요즘은 그 처녀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것 같습니다. 영국동무가 두어번 일이 있다면서 외출은 했는데… 뭐 처녀를 만났는지 어쨌는지 알겠습니까?》

《책임자라는 사람이 참 한심도 하오. 이제부터는 일만 일이라고 내몰기만 하지 말고 아래사람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두오. 특히 그 라영국동무말이요. 처녀 만나러 갈 시간도 주오. 그것도 사람과의 사업이란 말이요. 아니, 왜 웃소?》

《어떻게 된겁니까?》

《어떻게 된거라는건?》

《부국장동지가 라영국동무네 일에 별스레 극성이시니 이상해서요.》

《이상할것도 있겠다. 그것도 사람과의 사업이라고 내 말하지 않던가? 말하자면 일을 위해서란 말이요.》

부국장은 허허 하고 제멋에 겨워 웃었다. 김호성은 머리를 기웃거려봤지만 부국장의 본심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이때 나들문이 열리면서 무슨 일때문인지 라영국이 들어왔다.

그 바람에 방안에 있던 두사람은 멍해있다가 약속이나 한듯이 웃었다. 과연 속담 그른데가 없구나 하고 두사람은 꼭같은 생각을 하고있었다.

《아니, 왜들 웃습니까?》

라영국이 영문을 몰라 어정쩡해서 물었다.

《어디서 뻐꾸기소리가 나서 그러오.》부국장이 의아해하는 라영국을 바라보며 껄껄거리였다. 《호성조장 만나자고 그러오?》

《시험연구조 책임자를 만나야 할 일이 있다면서 지방에서 웬 녀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라영국이 말하기 바쁘게 열려져있는 문가에 한 녀인이 서있었다.

인생의 한창계절을 맞이한 젊고 아련하게 생긴 녀인, 옷차림은 소박하고 어딘가 모르게 촌티가 나면서도 몸가짐에서는 깊은 지성과 고요한 사색이 느껴지는 녀인이였다. 대뜸 김광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버그러졌다. 은률에 나갔다오는 길에 서해갑문에서 만나 차를 태워주었던 그 인상깊은 녀교원이 아닌가!

《허, 이게 누구요?!》 반가운 소리가 광우의 입에서 튀여나왔다.

방안의 주인들을 가려볼사이 없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 녀교원이 그 소리에 놀라 머리를 들어 광우쪽을 바라보았다.

급기야 그 녀자의 입에서 《어마나!》 하는 소리가 튀여나왔다. 그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이였다.

《선생을 다시 만나고싶었는데 이렇게 제발로 찾아왔구만! 이런 반가울데라구야!》

광우는 그날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 들어가 초고전력전기로를 봤는가? 평양에 들어와 어디어디를 가봤는가를 련거퍼 물어보다가 김호성을 돌아보았다.

《이보오 호성조장, 내가 엊그제 말하던 그 녀선생이요. 수학수재를 데리고 평양에 올라왔다는 지방분교의 녀선생을 동무들이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했었지.》

광우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눈이 둥그래지며 입을 벌린채 굳어져버리였다.

녀자손님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꿈이 아닌가해서 멍해있던 김호성의 입에서 《아니, 오련희 아니야? !》하는 소리가 급기야 튀여나오는것이였다.

오련희 역시 그를 알아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마나! 호연이 오빠!》

두사람은 인차 방안의 년장자이며 상급인 김광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저들끼리 반갑다고 떠들어댔다.

《허허, 이건 또 무슨 일이요? 견우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건 아니요?》

어리둥절해진 김광우가 그렇게 말해서야 김호성이 그를 돌아보았다.

《견우직녀는 무슨 견우직녀입니까. 어렸을 때 제 누이동생하구 같이 오빠오빠 하며 따라다니던 고향동무입니다. 부국장동지, 제가 한창 군사복무를 할 때 이 오련희는 대학생이 되였으니 나이는 아래이지만 저보다 퍽 선배인셈입니다. 우리 부국장동지요, 련희동무.》

부국장이라는 소리에 오련희는 놀라서 눈이 둥그래졌다.

《전 그런것도 모르고… 전번에 정말 고마왔습니다. 부국장동지가 차를 태워주지 않았더라면 우린 그날 한지에서 밤을 보냈을지도 모르지요 뭐.》

《고맙기야 무얼. 그런데 련희선생이 우리 호성조장의 선배란 말이지?》

그 소리에 오련희는 얼굴을 붉히며 명랑하게 웃었다.

《아유! 호연이 오빤 중학교때 엉너리치기 잘하더니 그 성미 여전하구만요. 선배는 무슨 선배예요. 촌학교 선생인걸요. 호성동지에 비하면 까마득하게 떨어졌지요 뭐. 부국장동지, 호성동지를 통해서 아시겠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고향은 하늘아래 첫 동네입니다. 머리를 들어야 해를 봅니다. 사방 높은 산으로 둘러막혔으니까요. 호성동지가 리과대학에 갔다는 소리를 듣고 그 산골 림산동네에서 수재가 나왔다고 고향사람들모두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티없이 웃으며 말하는 그 녀인에게서는 향촌의 싱그러운 숲냄새며 찔레꽃향기같은것이 풍겨오는듯 했다.

오련희의 말에 김호성은 얼굴이 뻘개지며 싱글싱글 소리없이 웃기만 했다.

《얼마나 좋소! 고향사람들이 못 잊어하며 긍지로 여긴다면 호성동무는 참 행복한 사람이요. 그런데 련희선생이 시험연구조가 있다는건 어떻게 알고 무슨 일로 여길 찾아왔소?》

《평양에 오면서 기차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구만. 시험연구조가 있다는게 아직은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겠는데.》

《부국장동지, 제가 여기 찾아온건 사실 제자때문입니다. 전번에 부국장동지의 차를 함께 타고온 그 중학생말입니다. 여긴 실력있는 수학전문가선생들도 있겠는데 우리 금동학생을 한번 만나게 해주었으면 해서 그럽니다. 그러면 많은 도움이 될거란 말입니다.》

김광우는 대뜸 웃음집이 버그러졌다. 호박이 저절로 떨어지듯 일이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 아주 좋은 일이요. 그러지 않아도 내가 동무들이 들어있는 숙소도 알아보지 않은걸 그날 차를 타고 들어오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오? 지향이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다시 만나는걸 가지구. 그 수재학생은 어디에 있소?》

《정문에 떨어져있습니다.》

《원, 선생두! 아예 데리고 들어올것이지. 자, 오래간만에 만났겠는데 회포를 나누오.》

김광우는 그렇게 말하고 흡족해서 자리를 떴다.

김호성은 그제서야 생글거리는 오련희의 변모된 모습을 깊은 감회속에 여겨보았다.

세월은 얼마나 흘렀는가! 노래 잘하고 자그마한 덧이 하나가 웃을 때마다 유표하게 드러나던 소녀, 정갱이가 까맣게 타도록 숲속을 돌아치기 잘하던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있다면 웃을 때마다 드러나군 하는 자그마한 덧이 하나이다. 오련희의 눈귀에는 때이른 잔주름 몇오리가 생기였다. 그런데 그 녀자에게서 초여름의 숲처럼 생신하고 생활의 만족감에 넘쳐있는 사람들에게서만 찾아볼수 있는 희열이 느껴지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김호성은 그 녀자가 결코 범상하다고 볼수 없는 생활의 곡절을 겪었다는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있다.

《그래, 련희가 도소재지에 배치받았다가 고향의 림산분교로 자진하여 내려갔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는데 이렇게 생각지 않게 만나니 정말 반갑구만! 수재학생을 위해 평양에 일부러 올라왔다는 말은 우리 부국장동지한테서 들었소. 그런데 시험연구조가 여기 있다는건 어떻게 알고 찾아왔소?》

오련희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평양에 왔다가 우연히 교육위원회에 있는 정성금동지를 만났지요뭐.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성금동진 박사원생이였는데 우린 기숙사 한호실에서 생활했거던요.》

《오, 그런 사이였구만.》

《성금동지한테 우수한 실력가선생들이 위원회에 올라와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프로그람개발전투를 벌리고있다는데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어봤지요 뭐. 제꺽 말해주더구만요. 그 조장이 내가 아는 고향사람 김호성동지가 아닐가 하는 생각은 하고있었어요. 기차를 타고오다가 그럴만한 일이 있었거던요. 역시 호연이 오빤 고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큰일을 하는구만요. 대단해요!》

《큰일이라… 허허.》

《아니, 왜 웃어요?》

《다 달라졌는데 두가지는 아이적 그대로구만.》

오련희의 눈에선 호기심이 반짝이였다.

《그게 뭐예요?》

《웃을 때 보이는 그 덧이하고 무엇이나 과장하기 좋아하는 버릇.》

《어마나! 호호호.》

두사람은 아득히 흘러가버린 시절의 일들을 감회깊이 추억하며 즐겁게 웃었다.

《련희동무, 거기서 데리고왔다는 그 제자말이요, 이자 부국장동지가 말하는걸 보면 수학수재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소?》

《사실이예요. 수학두뇌인데 앞으로 잘 키우면 세계적인 유명한 수학자가 될수 있어요.》

《세계적인 수학자라…》

김호성은 또 얼굴에 웃음을 실었다.

오련희는 악의없는 힐난의 눈길로 김호성을 건너다보았다.

《음- 과장이 아니예요. 정말이란 말이예요.》

《허허, 말하오. 그래서 우리가 뭘 도와주어야 한다는거요?》

《어떤 때엔 선생인 내가 지식이 모자라 배워주기 힘들 정도예요. 그래서 수학참고서같은것도 필요하고 더구나 여기엔 실력있는 수학선생들도 있겠지요? 그런 선생님들한테서 좋은 말을 들으면 금동학생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게 아니예요.》

《동무 말대로 여긴 수학재사들이 있소. 더구나 다음해부터는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으로 넘어가는데 우리 사람들이 그 애한테 필요한 학습방조를 줄수 있소. 그리고 말이요, 사실 그 학생을 만나보는건 우리 사람들한테도 필요하오. 지방 분교생들의 중등교육실태도 다 알아야 하니까. 이자 부국장동지도 그래서 그렇게 말한거요.》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구만요!》

《참고서도 주면 되는거구. 그러니 이젠 동무이야기나 들어보자구.》

《제 이야기라는거야 들어볼것이 뭐가 있겠어요. 촌생활이라는거야 호성동지두 알지 않나요. 눈뜨면 보이는건 산, 나무, 토장, 산판의 기계톱소리… 사람들은 예나지금이나 더없이 좋아요. 그저 아이들하고 어울려서 살지요 뭐.》

《난 그 말 듣자는게 아니요. 동무가 자진해서 고향 분교로 내려간데는 실련을 당한것과 관련된다는 말을 들었소. 도대체 오련희의 인생을 그렇게 만든 그 사람은 어떻게 돼먹은 사내요?》

오련희의 얼굴에 샘물처럼 반짝이던 웃음은 닦아버린듯이 사라졌다.

그 녀자는 심란해졌다.

김호성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픈 추억을 건드려서 안됐소. 동무를 괴롭히자고 그런건 아니고 그저 분해서 그러는거요.》

오련희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며 살며시 웃었다.

《호성동지두 참! 내 인생이 어쨌다고 그래요. 호연이 오빠나 빨리 생활을 찾으라요. 상처를 한지도 몇해 됐다는데… 집에는 안사람이 있어야 해요.》

《동문 마치 가정생활을 해본 경험자처럼 말하는군.》

《호호…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그런데 음― 호성동진 나쁜 사람이예요. 아주 나쁜 사람.》 그렇게 말하는 오련희의 눈에선 웃음이 새물거리였다.

《정직한 사람을 보고 그건 무슨 소리요? 나서 처음 듣는데.》

《강수영이란 이름이 생각나지요?》

김호성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가 잘못 들은게 아닌가해서 귀를 의심하며 오련희의 장난기어린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동무가 그 녀자를 어떻게 아오?》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이 오련희하구 죽자살자하는 친구지간인걸요. 죽마고우.》 그 녀자는 그러고나서 김호성의 얼굴표정을 살짝 훔쳐보며 깔깔 웃었다.

김호성은 그 녀자가 계교를 꾸며대고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빙그레 웃었다.

오련희는 그제서야 강수영이와 한렬차를 타고오면서 알게 된 사연을 말했다.

《호성동진 그 녀자를 만나야 해요. 녀자의 마음은 녀자가 알아요. 그 동문 흔치 않은 녀성이예요. 진실하고 시대를 안고 사는 동무란 말이예요.》

김호성은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한순간 그의 얼굴에는 괴로움의 음영이 어려있었다. 눈앞에 안해의 얼굴이 그려지고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