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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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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800회 작성일 21-11-2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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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4

 

최윤호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위원회의 계획에 따라 도에서 당장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을 치르어야 하는것이였다.

오늘 아침 평양에서 광우부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원격시험을 앞두고 위원회에서 며칠후에 사람들이 내려가니 미리 준비를 하고있으라는것이였다.

《아니, 콤퓨터시험을 정말 칩니까?》 하는 얼뜬한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최윤호의 입에서 불쑥 나갔다.

광우부국장의 질책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여보, 정말 치는가 하는건 무슨 소리요? 급행렬차의 지각생이 될 생각은 하지도 마오. 나도 내려가겠소.》

최윤호는 입에서 시범적으로 하는 첫 시험이라면 조건이 좋은 다른 도에서부터 먼저 하고 우리 도는 다음기회로 미루어주면 안되겠느냐는 말이 나오려는것을 참았다.

평양에 올라갔을 때 광우부국장이 원격시험소리를 하기에 《좋구만요, 합시다!》 하고 새것에 민감한 선진분자라도 되는듯이 기꺼이 말한데다가 전학선부상이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아들문제로 엄한 비판을 하면서 《원격시험때문에 사람들이 내려갈수 있으니 잘해보오.》 하던 말이 생각나는것이였다.

이제 당장 위원회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면 그동안 원격시험준비를 어떻게 했는지부터 보자고 하겠는데 야단이 아닐수 없었다. 더구나 광우부국장이 직접 내려오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동안 준비를 했다는게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위원회에서 책임부원이 실정을 료해하러 내려왔다간 후 겨우 해놓았다는것이 시험장소를 공업대학의 지석영교무부학장과 토론하여 그곳 도서관열람실로 정해놓고 그옆의 자그마한 관리원방을 봉사기실로 낸것이였다.

열람실에는 수험생들을 위한 말단콤퓨터들을 절반밖에 들여놓지 못했는데 그나마도 원래 있던것들이였다. 그러니 어떻게 이제 며칠안으로 거의 200대나 되는 콤퓨터대수를 다 채워놓겠는가! 콤퓨터는 이렇게저렇게 맞춰놓는다쳐도 봉사기실에 필요한 그 숱한 설비와 자재들은 또 어디 가서 구해들인단 말인가!

(호박 쓰고 돼지굴에 들어가는 일을 한셈이지!)

광우부국장이 원격시험소리를 할 때 체면을 무릅쓰고 우리 도는 형편이 이러구저러구하니 못합니다 하고 딱 잡아뗐을걸 그랬다. 그런데 그때에는 신소문제로 광우부국장과의 관계에서 낯뜨거운 일이 있었던지라 조금이라도 자기 체면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부터 하면서 희떱게 장담해버린것이였다.

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시작한 일이니 이제 와서 피할수도 없었다.

최윤호는 공업대학 교무부학장 지석영을 속으로 욕했다. 그 사람이 자기의 머리속에 콤퓨터시험을 회의적으로 대하는 좋지 않은 소리만 불어넣지 않았더라도 자기는 시험준비에 그렇게까지 방심하지 않았을것이였다.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최윤호는 시험장소문제와 관련하여 토론할것이 있어 지석영교무부학장을 찾아가 만났다.

그는 지석영을 만나 한숨섞인 소리부터 했다.

《이것 참 야단났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전환하는것과 관련하여 위원회에서 우리 도를 1차로 진행하는 시범단위로 정했다질 않습니까. 시범적으로 하자면 조건이 좋은 평양에서부터 하면 되겠는데 무엇때문에 조건이 제일 불리한 우리 도에서부터 하겠다는지 모르겠거던요. 이 최윤호를 꼭 골탕먹이자고 그러는것 같은게…》

《뭘 최동무를 골탕먹이자고 그러기야 했겠소. 우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야 아래실정을 잘 몰라서 그럴수 있는게지.》

지석영은 벙글거리며 마음편한 소리만 했다. 그러고나서 방금 어디를 분주스레 나가다니다가 들어온 모양 선풍기옆에 앉아 목덜미에 질펀한 땀을 벅벅 닦아내며 날씨타령을 했다.

이건 건너편집 대사에 내야 무슨 상관이람 하는 식인가? 최윤호는 슬그머니 약이 올랐다.

그러는데 지석영이 이번에는 선풍기에서 물러나며 《되지도 않을 일!》하고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분명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시험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최윤호는 그 말에 아연해서 지석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부학장선생, 그건 무슨 소린가요? 되지도 않을 일이라니? …》

지석영은 경솔하게 한마디 하여 자기 속을 드러냈다고 후회하는 모양 바삐 손을 홰홰 내저었다.

《이보오 최동무, 어디 가서 내가 그러더라는 말 하지 마오. 그러다가 대학부학장이란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 한다는 말 듣겠소.》

《허허, 부학장선생두. 제가 뭘 그러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게 가망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최동무가 그러니 솔직히 말해야겠구만. 동무두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인데 그런 소릴 하오? 교육을 어떻게 혁신하겠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적인 타산과 현실적가능성에 기초하되 철저한 시험단계를 거쳐야 하는거요.

이건 내 주관적인 견해가 아니요. 세계교육계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요. 대학때 난 콤퓨터프로그람경연에 나가 1등을 한적도 있소. 그때까지만 해도 콤퓨터가 오늘처럼 흔하지 않을 때이지. 난 콤퓨터를 아는 사람이요.

그런데 여보, 생각해보오. 인간이 만들어낸 콤퓨터가 어떻게 인간의 지능을 정확히 판정한다는거요? 그걸 하자고 나선 광우부국장이야 군대에 있었으니 결심만 하고 달라붙으면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수 있지. 물론 그 정신이야 이를데 없이 좋지만… 음―》

그는 말대신 머리를 흔들며 손을 홰홰 내저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정색해서 말했다.

《물론 실현된다면야 로력도 절약하고 좋지. 해보다가 그만두지 말아야겠는데… 하긴 결심해서 못할 일이 있겠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리숭한 말에 최윤호는 어리벙벙해졌다. 그는 한쪽 벽을 거의 채운 번쩍이는 책장안의 빈자리 없이 차곡차곡 꽂혀있는 외국원서들이며 호화판 과학기술도서들을 경탄에 가까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허, 부학장선생의 견해가 그렇다면야 공연한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게 아닙니까?》

그 말에 지석영이 화를 냈다.

《여보 최동무, 제발 그러지 마오. 이건 그저 콤퓨터를 모르지 않는 내 개인적인 견해가 그렇다는것이요. 뭐 그렇다고 해서 반대를 하자는건 아니란 말이요.》

《허허허…》

《왜 웃소?》

《아니, 그저…》

지석영은 자기로서도 속이 빤드름히 들여다보이는 실언을 했다는 멋적은 생각이 들었던지 헌헌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위원회의 결정인데 어찌겠소. 더구나 최동무야 제낄 손이 있는 사람이 아니요. 이번 기회에 한번 잘해보오.》

최윤호는 그 소리에 당신은 뭐 손님이요 하는 말이 나가려는것을 꾹 참고 시험장소로 대학종합강의실을 내야겠다고 했다.

지석영은 대뜸 고개를 저었다.

《하, 그건 좀 곤난할것 같소.

우리 대학 수험생들만을 위한 서지시험이라면야 무슨 큰 문제겠소. 교실에서 치면 되오. 원격시험이라면 도내에서 추천되여오는 평양과 지방대학에 갈 숱한 수험생들을 다 치르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요. 그러자면 종합강의실을 내야겠는데 수업에 지장이 될거란 말이요. 강의실 하나만이면 또 모르겠는데 콤퓨터시험이라면 봉사기를 들여놓을 콤퓨터실도 따로 있어야 할것이고 또…》

지석영은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듯 고개를 끄떡했다.

《아, 그럴것없이 시당과 토론해서 시도서관열람실을 내는게 좋겠구만. 거기야 널직한 대중열람실도 있지 않소. 그게 좋겠소.》

최윤호는 그의 속이 다 들여다보이여 웃음이 나오려는것을 참았다. 좋은 인상을 보이며 하는 말이지만 실은 성가신 일에서 몸을 사리려는게 아니면 뭔가.

지석영부학장이 싫어하든 어드랬든 그를 원격시험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시험장소를 대학으로 정해야겠다는 자기나름의 속타산을 하며 최윤호는 싱글싱글 웃었다.

《부학장선생, 이런 우화를 들어본적이 있습니까?》

지석영은 난데없는 우화소리에 어리벙벙해졌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그러거나말거나 최윤호는 여전히 웃음을 띄우고 이야기를 폈다.

《어느 고망년에 있은 일인데 한사람이 기둥감으로 쓸 통나무를 무겁게 메고 간신히 고개를 오르고있었지요. 고개마루에서는 한 사나이가 그늘밑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보게, 빨리 올라오라구 뭘 꾸물거리나? 집이 무너지네.〉 하고 소리치지요. 고개아래의 사나이가 메고오르는 그 통나무가 바로 고개마루에서 소리치는 사나이의 집 기둥을 교체하는데 쓸 재목이였단 말입니다. 고개마루의 사나이가 집이 무너진다고 소리만 지르고 고개아래의 사나이가 혼자서 무거운 기둥감을 메고 헐떡거리며 오르다가는 쉬고 또 오르다가는 쉬고 하는 사이에 세월은 다 갔지요. 그러니 집이 어떻게 되였겠습니까?》

지석영은 그제서야 최윤호가 무슨 말을 하자고 일부러 우화를 꾸며냈는지 깨도가 되여 대틀의 사나이답게 우렁차게 웃었다.

《그러니 최동무는 무거운 짐을 혼자 메고가는 일군이고 이 지석영은 그늘밑에 앉아 호령질만 하는 구경군이란 말이요? 에이, 사람두!》

《부학장선생은 원격시험이 공업대학 하나만을 위한 시험이 아니고 중앙대학이나 지방대학 수험생들을 다 포괄하는 시험이라고 해서 대학본위주의를 하자는것 같은데 그러지 마십시오. 어드랬든 입학시험이야 대학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까.》

지석영은 그러지 않아도 혈색이 좋은 얼굴이 더욱 뻘개지며 손을 홰홰 내저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오. 본위주의는 무슨 본위주의요? 국가적인 사업인데 네일내일 가려서야 안되지. 난 대학의 교수사업에 지장이 되면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요.》

이렇게 되여 시험장소는 결국 공업대학도서관열람실로 정해지게 되였는데 최윤호는 콤퓨터에 의한 시험을 믿지 않는 지석영의 말을 듣고 이 일에 대한 관점부터가 똑똑치 않은데다가 그밖의 원인으로 해서 시험준비를 위한 사업에 뼈심을 들이지 않았다.

그 원인이란 도모집처의 힘으로 그 적지 않은 설비며 자재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것이고 위원회에서 끝까지 내밀 사업이라면 내려와서 보고 도와주겠지 하는것이였다.

그런데다가 최윤호는 이 몇개월사이에 이래저래 편안치 않은 일들만 생겨 일이 손에 걸리지 않았다. 한해전에 있은 신소문제가 다시 제기되면서 당조직으로부터 엄한 지적의 말을 들은것은 내놓고서라도 요즘에는 또 학교보수공사와 관련한 일이 제기되면서 여차직하면 그 불찌가 자기의 발등에 떨어질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학교후원단체이며 보수공사를 직접 맡은 건설사업소의 지배인이 해임될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아가는데 최윤호 역시 후에 돌려줄것을 전제로 했지만 어쨌든 거기 세멘트를 적지 않게 당겨썼으니 사실 그 일에 무관하다고는 볼수 없었다.

하여 최윤호는 이즈음 집에 들어오면 애꿎은 안해에게만 짜증을 내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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