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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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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360회 작성일 21-11-1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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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27

 

위원회안의 정무원들이 오늘은 모두 교외에 금요로동을 나왔다. 오래간만에 시원한 들바람을 맞으니 모두들 기분이 좋았다.

로동이란 얼마나 좋은가!

김광우가 자기의 맞들이에 흙을 담아주는 정성금에게 《책임부원, 그렇게 곡상으로 담으면 〈차바퀴〉가 터지겠소. 이거 사정을 좀 봐주구려.》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유, 부국장동지 우는소리 하시네. 부국장동지야 무쇠바퀴인데 터질 걱정이 있어요? 그런데 부국장동지의 〈급행렬차〉는 언제 출발을 합니까?》

광우는 짐짓 놀라는척 했다.

《어― 무슨 소릴 하는거요? 렬차가 떠난게 언제라고 그러오?》

정성금이 역시 일부러스럽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렬차는 손님도 한명 안 태우고 그냥 간단 말입니까?》

《이건 그믐밤인가? 남들이 들으면 정말인가 하겠소. 미래로 가는 차에 늦지 않겠다고 자진해서 오른 손님도 있소.》

《누굽니까?》

《정성금이라는 정보귀신이지 누군 누구겠소.》

두사람이 마치 무슨 은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듯 한 이상한 대화를 가까이에서 듣고있던 전학선부상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껴들었다.

《아니, 두사람이 련애를 하는게 아니요? 급행렬차요 손님이요 하는건 도대체 무슨 소리요? 혹시 정찰병식련애가 아니요?》

그 소리에 광우는 싱글거리며 《그럴수 있지요.》하고 엉큼하게 한수 더 뜨고 정성금은 좋아라 깔깔거리였다.

부상은 그렇게 말하고나서 다른 작업장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정성금이 멀어져가는 그를 눈짓하며 김광우에게 남들이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한마디 했다.

《저 부상동지는 〈불패의 보루〉인게지요? 광우부국장동지같은 〈땅크〉도 어쩌지 못하니 말이예요.》

《흠, 성금동무는 군대생활을 못해봤으니 우회공격이라는 말뜻을 잘 모르는것 같군.》

광우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마디 하고 스스로 자기 말에 흡족하여 싱긋이 웃었다.

광우는 사흘전에 우연히 하나의 《정보》를 《입수》했는데 내용인즉 전학선부상이 어느 대학일군과 전화를 하면서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을 화제에 올리더라는것이였다.

그것은 모집국의 나이지숙한 년장자인 책임부원이 무슨 일이 있어 어쩌다 전학선부상의 방에 들어갔다가 전화내용을 듣고 나와서 말해준것이였다.

《허, 이건 정말 특종기사감인데요! 전부상동지가 우리 국에서 준비하는 콤퓨터에 의한 시험을 그닥 탐탁치 않게 여기는줄로 알고있었는데 글쎄 전화를 하면서 〈거 너무 신중하게만 생각하면서 그러지 마시오, 학장선생. 나도 그 사람들이 개발하는 시험프로그람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생각외로 훌륭하더란 말이요. 학장선생이 신중론만 앞세우다가 학계의 중진답지 않게 보수분자라는 말을 들을가봐 내 걱정돼서 그러는거요. 〉 하면서 껄껄 웃질 않겠습니까. 허허.》

《그럴겝니다.》

광우는 흡족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김광우는 부상이라는 큰 바위를 움직이기 위해 사랑하는 두 젊은이들에게 어떤 불을 지피고있는중이며 그리하여 전학선부상의 외동딸이 요즘 매일과 같이 아버지를 만나 어떻게《개명공작》을 들이대고있는가에 대해서 말이 나가려는것을 꾹 참았다. …

그런것을 알리없는 정성금이 《우회공격》이라는 김광우의 말에 의심쩍어하며 고개를 기웃거리였다.

《모르겠어요. 부국장동진 아닌척 하면서 엉큼하다니까요. 장연화동무에게 그런것처럼 부상동지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려고 무슨 수를 쓰는게 아닙니까?》

《아니, 갑자기 장연화동무소리는 뭐요? 내가 그 동무를 어떻게 했다는거요?》

《제가 모를줄 알구요?》 정성금은 새물새물 웃으며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장연화동무를 아예 시험연구조성원으로 눌러앉히자는거지요? 부국장동지.》

이 녀자가 자기 부서 상급도 아닌 김광우의 《전략적인 의도》까지도 다 알고있다는것은 깜짝 놀랄 일이 아닐수 없었다.

광우는 짐짓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러는가고 천연스레 물었다.

《장연화동무가 그러던데요 뭐. 위원회에 제기할 때에는 책임교학이 시험연구조일을 조금 도와만 주게 해달라고 그러더니 이제와선 아예 자기네 사람처럼 여기면서 일을 시킨다구 말입니다. 요즘은 무슨 강연에 출연할 준비를 하란다고 해서 걱정하더군요.》

광우는 그 말에 흐뭇하여 얼굴이 환해졌다.

《걱정을 한단 말이지? 그건 아주 좋은거요. 걱정을 하는 사람은 일을 하지. 강연소리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성금책임부원도 강연에 출연할 준비를 해야겠소. 콤퓨터시험을 위한 강연인데 정보화국 책임부원이 출연 안하면 되겠소?》광우는 아연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 정성금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안되지.》하고는 제꺽 자리를 떴다.

한편 그날 점심참이였다.

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마당에 내려가 배구경기를 하느라고 땀을 한동이씩 흘린 시험연구조성원들이 세면장에 몰려가며 김광우부국장을 화제에 올렸다. 말꼭지를 뗀 사람은 해학이 많은 김승호였다.

《우리 부국장동지가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라영국이네 련애에 특별히 관심이 많단 말이야. 시험연구조가 긴장하게 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면서도 라영국이 시간을 달라면 어서 가보오 하는데 그게 처녀총각련애와 관련되는것 같단 말이야.》

《그것도 사람과의 사업에 들어가는 항목이겠지.》량원일이 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벅벅 닦아내며 슬그머니 한마디 비치였다. 무얼 좀 아는지 싱긋이 웃으며 하는 소리였다.

라영국이 없는 자리였다.

온몸에 찬물을 쫙쫙 끼얹으며 어! 어! 하고 유쾌한 비명을 질러대던 최광남이 덩달아 껴들었다.

《라영국의 가시아버지될 전부상이 우리 라영국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것 같더구만 뭐.》

《아니, 동문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군대때 통신병출신이여서 안테나가 높소. 우리 라영국이 다 좋은데 키가 조금 작아서 부상동지가 미인딸을 주기가 아수해한다던지. 그래서 말이요, 그 처녀가 요즘 아버지를 설복중에 있다나. 아마 라영국의 장점만을 굉장히 불어넣는 모양이요. 우리 라영국이 수가 있단 말이야. 역시 수재머리니까.》

《아니, 이거 별나구만. 우리 라영국이 어쨌단 말이야? 똑똑하고 머리좋지, 성격좋지, 그만한 총각 어디가서 찾아보래. 그 부상동지한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처녀의 눈이 꼭뒤에 가붙은건 아니야?》

《자자, 부상동지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런다지 않아, 키 작다구.》

《그 안테나 잘은 높다.》량원일이 또 히죽이 웃으며 껴들었다.

《아니, 그럼 내 말이 틀린단 말입니까?》

《온통 잡음이지.》

량원일은 여기서 자기와 호성조장만이 아는 비밀을 조금 꺼내놓았다. 광우부국장이 자기만 나선게 아니라 호성조장에게 두사람의 련애와 관련한 특별임무를 주었다는것, 처녀총각의 련애가 요즘에 와서 일정한 곡절을 겪은것도 사실인데 실은 처녀의 사랑이 식은것이 아니라 라영국이쪽에서 대를 세우는중이라는것, 그건 전부상동지의 원격시험에 대한 관점과 관계되는 일인데 말하자면 전부상동지가 원격시험을 실현가능성이 없는 막연한 일로 생각한다는것, 그래서 처녀가 아버지의 힘을 빌어 애인을 전망이 없는 시험연구조에서 빼내려고 했는데 그때문에 그들 두사람의 관계가 결렬직전에 이르기까지 했다는것 등…

소문이란 한입두입 건느는 과정에 추리와 상상의 과정을 거쳐 조금씩 보태지면서 들을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윤색되기마련이다. 하여 나중에는 본질이 외곡된 내용이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또 듣는 사람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기마련이다.

그런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조금 과장된 량원일의 그 《통보》는 어지간히 충격적이였다. 시험연구조 남자들은 모두 몸들을 씻다말고 의아해졌다.

최광남의 입에서 《하.》 하고 어이없어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무슨 소리야? 전부상동지는 왜 원격시험을 믿지 않는대? 글쎄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는것때문에 뭐라고 한다기에 그게 무슨 소린가했더니 이제보니 그래서 그랬댔구만. 부상동지의 관점이 그러하니까 그딸도 아버지의 말을 듣고 시험연구조일이 전망이 없다고 생각할건 뻔할거구 그런즉 총각을 우리한테서 빼내가자고 할만도 하구만 뭐.》

김승호가 《모를 일인데…》하고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라영국이 무엇을 하다가 늦었는지 세수수건을 목에 걸고 목욕실로 들어왔다.

그 바람에 김승호는 입이 굳어져버리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히죽히죽 웃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라영국이 웬일인가 해서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김승호가 그 우스운 유모아를 낳은 번대이마를 수건으로 문지르며 천연스레 말했다.

《여, 라영국이, 동무 정말 대를 똑바로 세워야겠어!》

라영국이 뻥해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김승호에게 눈길을 못박았다.

《왜 그래요? 승호선생.》

《처녀가 곱다고 해서 무턱대고 처녀장단에 놀아나지 말라는거야. 사내라면 뼈대야 있어야지. 내 말뜻을 알겠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동무 가시아버지 될분이 우리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아가는데 그렇다고 해서 처녀말만 듣고 시험연구조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거야. 이젠 알겠나?》

얼굴이 뻘개서 바빠할줄 알았던 라영국이 뜻밖에 싱글싱글 웃었다. 그는 옆에서 몸을 문지르고있으면서 여태껏 말판에 끼여들지 않는 김호성조장을 돌아보며 싱겁게 히쭉 웃었다.

《아하- 그 소리예요? 처녀가 그럴수 있는거지 뭘 그래요? 그건 처녀가 이 라영국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것을 말해주니까요. 처녀의 아버지도 뭐 우리 일이 잘되기를 바라겠지 그렇게 나쁜 사람이겠어요?》

천연덕스러운 그 말에 김승호의 입이 벌어진채 아연해서 굳어져버린것은 물론이고 곁에서 듣고있던 다른 사람들까지도 놀라며 눈들이 퀭해졌다. 모두 라영국을 바라보았다.

《아아…》아연해진 김승호의 입에서 외마디소리가 흘러나오다가 끊어졌다.

최광남이 어이없어 허 하고 속이 빈 소리를 질렀다.

《여, 라영국동무, 어제저녁두 동문 늦도록 처녀를 만나고 오지 않았나. 동무가 대를 세우는중이라더니 그런게 아니구 반대로 처녀한테 설복을 당하느라고 늦도록 있었나?》

《우리 수재총각 처녀한테 녹았구나!》 김승호였다.

그래도 희떠운 소리를 하는 라영국의 거동을 유심히 바라보던 량원일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지 고개를 기웃거리며 《모를 일이군.》하고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라영국동무를 리해할만 한건데 뭘.》 김호성이 별로 흥심없이 한마디 껴들었다. 색시가 고우면 가시집말뚝까지도 고와보인다는데 뭣들 그러오 하는 말이였다.

모두들 이상한 눈길로 조장을 바라보았다.

그가 《사랑의 호수》에 풍덩 빠져버려 자기의 명분까지도 잃어버린것이 분명한 라영국을 두둔한다는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론리에 어긋나는것이였다. 기일보장때문에 신경이 살아서 어쩌다 잠시 일손을 놓고 머리휴식을 하는 사람을 봐도 언제 그럴새 있느냐고 걱정많은 로인처럼 잔소리를 하는 조장이 아닌가.

사람들이 이상해하는것은 그때문만이 아니였다. 조장이 말은 분명 롱말의 색채로 했지만 곁에서 듣는 사람들에게는 까닭모를 신경질과 우수가 감촉되였기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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