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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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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308회 작성일 21-10-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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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8

 

해가 서해너머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무렵이였다.

락조에 물든 서해갑문다리목에 두사람이 초조해서 앉아있었다. 오련희와 최금동학생이였다. 그들은 평양으로 들어가는 자동차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런데 늦은저녁이라 평양에서 나왔던 차들은 이미 다 들어가버렸는지 지나가는 화물자동차 한대 보이지 않았다.

오련희는 은근히 걱정이 되여 고요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련희는 오전에 만경대를 참관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서해갑문을 거쳐 은률쪽으로 간다는 뻐스를 만나 사정을 하고 무작정 올랐는데 그러지 않아도 늦어 나온데다가 금동학생과 함께 웅장한 갑문을 돌아보느라 시간가는줄 모르다나니 난처한 처지에 떨어진것이였다. 친척집에 나들이라도 온 걸음이라면 갑문주변의 어느 기관이나 려관같은데 찾아들어가 편히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평양에 들어가도 별일이 없겠지만 그들은 그럴 형편이 아니였다. 평양에 묵어있는 기간의 일정을 치차처럼 맞물려놓고있는 련희네였다.

오련희가 자동차를 잡지 못하면 어쩌랴 하는 생각을 하고있을 때 그의 손전화기에서 신호가 울리였다.

멀리 고향 림산마을에서 남편이 걸어오는 전화일것이다.

작업소에서 대형림산차운전사로 일하는 남편은 한달동안 평양에 가있게 될 오련희에게 필요없다는데도 굳이 반짝이는 새 손전화기를 쥐여주면서 《평양가서 하루에 한번씩 꼭꼭 나한테 전화하오. 알겠소?》하고 다짐을 놓아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해가 다 가도록 련희쪽에서 기척이 없으니 참지 못하고 제가 먼저 전화를 걸고있을것이였다.

오련희에게는 결코 평탄하다고 볼수 없는 인생체험을 한 끝에 늦어서 만난 귀중한 사람이였다.

통화건을 누르자 아닌게아니라 초인간의 성대같은 귀에 익은 정다운 사람의 목소리가 왕왕 울려나왔다.

《련희, 왜 전화를 하지 않소? 지금 어데 있소? 무얼 하는가 말이요?》

《여보, 미안해요. 일이 좀 딱하게 되여 제가 전화를 한다는게 그만 잊고있었어요.》

남편은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해서 성급하게 부르짖었다.

《왜 그러오? 평양에 갔다는 사람이 일이 생겼다는건 무슨 소리요?》

오련희는 그제서야 멀리 있는 사람을 공연히 놀라게 했다는 생각에 호호 하고 웃으며 맘 편한 소리를 했다.

《꼭 철부지어린애를 길거리에 내놓은 사람같이 그러네.》

그는 옆에 붙어서 소리없이 웃고있는 제자에게 눈을 끔뻑해보이면서 명랑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겠어요. 우린 지금 평양에 있지 않아요. 서해갑문에 나와있어요.》

대뜸 남편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평양에 도착한지 사흘밖에 안되는데 서해갑문에 나가있다는건 무슨 소리요?》

《그렇게 됐어요. 아유! 그 사연까지 전화로 어떻게 다 보고한담. 당신도 군대때 서해갑문에 한번 와봤다고 했지요? 금동학생을 데리고 갑문에 나오기를 참 잘했어요. 야, 정말 굉장하구만요!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이렇게 거대한 창조물을 일떠세울수 있다는건 정말 놀라운거예요! 그런데다가 지금은 저녁이 아니예요. 거기 우리 고향 연두봉마루에도 아름다운 노을이 비꼈겠지요? 여기도 온통 노을이 불타요! 노을빛에 물든 바다! 노을이 비낀 거대한 갑문! 한폭의 그림같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황홀하고 장엄해요!》 오련희는 조금전까지만 하여도 갑문다리우에서 밤을 보내는게 아닌가 하고 속에 걱정이 가득 들어찼던 사람같지 않게 서해갑문의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을 두고 시를 읊듯이 하다가 은률방향을 보면서 눈이 덩그래졌다. 그는 손전화기에 대고 갑자기 다급한 소리를 질러댔다. 《가만, 여보. 그만하자요. 내가 다시 전화할게요. 지금 차가 와요!》

오련희는 남편이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어 속상해하며 화를 내리라는 생각은 못하고 서둘러 전화를 껐다. 다행스럽게도 속을 바질바질 태우면서 기다리던 차가 나타난것이였다.

소형뻐스 한대가 은률쪽에서부터 갑문다리를 건너오고있었다.

련희는 어쩌면 이 저녁의 마지막차일수도 있는 그 차를 놓치면 정말로 제자와 함께 갑문우에서 하루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서서 손을 들었다.

달려오던 소형뻐스가 고적이 깃들기 시작하는 갑문다리우에 함께 돋아난 두송이의 버섯처럼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드는 녀인과 중학생의 딱한 사연을 리해한듯 옆에 와서 스르르 멎어섰다.

소형뻐스의 문이 열리며 뒤좌석에 앉아오던 나이지숙한 사나이가 차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김광우였다. 그는 황해남북도를 돌아보는 길에 은률군에 들렸다가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이였다.

《어데까지 가려는 사람들이요?》

퍼그나 지쳐보이는 두사람의 행색을 여겨보며 광우는 친절한 어조로 물었다.

그가 별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을 건넨것은 차를 세운 당사자들이 어지간히 지친 행색인데다가 몹시 미안해하며 바빠하기때문이였다.

소형뻐스는 그들을 태우고 인차 떠났다.

오련희는 차에 올랐으니 이젠 평양에 들어가게 됐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부터 나갔다. 마음이 편해지자 바쁜목에 들면 부처님다리라도 붙잡는다더니 하고 어느 고망년적 말이 떠올라 속에서 웃음이 요글거리였다. 사실 오련희로서 손을 들어 차를 세울만 한 대담성을 발휘한다는것은 다른 때라면 엄두도 못 냈을것이였다.

《허, 동무넨 이 차에 귀잡고 절을 해야겠구만. 평양차를 못 만났으면 어쩔번 했소?》

옹색해하는 련희네를 바라보며 롱말을 하던 김광우는 아무래도 평양사람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어디서 사는가고 물었다.

오련희는 자기들을 위해 차를 세워준 이 사람이 무척 인정이 많고 틀도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차츰 어려움을 잊게 되였다.

그는 꿈많고 수학골이 비상한 제자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방학기간을 평양에서 보내려고 먼 북방에서 함께 견학을 왔다는것과 오늘 낮에 우연히 뻐스가 생겨 갑문에 나왔다가 늦어진 사연을 말했다.

《우리 금동학생은 인차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지만 세상에 소문난 서해갑문을 아직 한번도 못 봤단 말입니다. 서해갑문뿐이 아닙니다. 우리 로동계급이 만들어낸 강선의 초고전력전기로도 책을 통해서만 봤습니다. 이제 평양에 들어가면 주체사상탑이랑 이름난 거리들과 인민대학습당도 다 데리고가서 보여주겠습니다.》

먼 산촌의 다감한 녀교원이 중학생인 자기의 제자를 위해 평양에 와서 길지 않은 방학기간을 보람있게 보내려고 세워놓은 아름찬 계획에 대하여 말할 때 광우는 그만에야 감동되였다.

《선생은 좋은 일을 하고있구만. 옳소, 학생들이 조국의 자랑찬 현실을 알게 하는건 중요한거요. 열렬한 조국애를 심어주어야 제자들이 학문을 배우고 과학자가 되여도 나라를 위하는 참다운 인재가 될수 있는게 아니겠소. 그런데 점심식사는 했소?》

《했습니다.》

광우는 그 말이 못미더워 뒤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사람을 돌아보았다.

《오전에 만경대참관을 나왔다가 예견치 않게 은률차를 탔다니 뭘 했겠소?》

김광우가 봉지에 몇개 남아있는 빵을 꺼내놓아서야 오련희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아이, 정말입니다. 우린 점심밥을 먹었습니다.》

《허허, 그러지 말고 드오. 이 미래의 수학자가 배를 곯아서야 안되지.》

광우는 오늘 좋은 녀선생을 알게 되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저녁어스름이 사위에 깃들무렵 대동강을 끼고 달리던 소형뻐스는 강선땅에 들어섰다. 차창너머로는 공업지구의 웅자가 지나가고있었다.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강철의 둔중한 음향이 들려왔다. 이제 좀더 어두워지면 저녁노을이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일것이다.

차가 천리마구역을 거의 지나가고있을 때 초조해하는 인상을 보이던 오련희가 무척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내리겠노라고 했다.

광우는 의아해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아니, 왜 여기서 내리겠다는거요? 평양에 들어가자면 좀더 있어야 하오.》

《여기 왔던김에 아예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 들려 초고전력전기로까지 보고 래일 평양에 들어가겠습니다.》

거센 숨결이 느껴지는 공업지구의 웅자가 눈앞에 안겨오자 녀교원의 머리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른것이였다.

《허, 그렇단 말이지? 이 늦은저녁에 떨어졌다가 고생하지 않겠소? 차를 탄바에 평양까지 들어갔다가 편안하게 시간을 잡아가지고 다시 나와도 되겠는데…》 김광우가 차를 세워놓고도 두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였다.

녀교원은 미안해하면서 자기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차는 두사람을 내려놓고 다시 떠났다.

한참 가서야 광우는 《아차!》 하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그 녀교원의 제자가 중학교졸업을 앞두고있으며 북방의 외진 산골학교 학생이지만 비상한 수학골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시험연구조에 한번 오라고 초청을 했을걸! 그랬더라면 그 학생에게도 유익한 체험이 될수 있고 새로운 시험체계를 개발하고있는 우리 연구사들이 지방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할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수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들이 평양의 어디에 자리를 잡았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헤여졌으니 이런 한심한 일이라구야!

광우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져간 공업지구쪽을 아쉬운 눈길로 돌아보며 한숨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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