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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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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79회 작성일 21-11-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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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30

 

시험철이 다가오는것과 관련하여 부국장은 매일과 같이 시험연구조에 내려와 독촉인데 일은 뜻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우영심이 맡은 외국어과목시험문제작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량원일의 프로그람작업이 계획대로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라영국의 화학과목에서 또 문제가 제기되였다.

김호성은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는 아침식사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성원들을 다 모여놓고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

《우리는 나라의 교육발전에 꼭 필요한 고임돌이 되자는 하나의 지향속에 모였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명예나 표창을 바라고 이일을 시작한것은 아닙니다. 자기의 마음속에 자그마한 사심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동무들이 있으면 언젠가 제가 말한것처럼 시험정보과가 나오는 이 기회에 물러나도 좋습니다. 원격시험의 성공을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것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숙인채 침묵했다.

한참후에야 고개를 들며 우영심이 억울함을 토설했다.

《그건 뭐 이 우영심을 념두에 두고 하는 비판입니까?》

《진정하오, 영심선생.》 량원일이 말했다. 《조장선생이 뭘 영심선생을 념두에 두고 그랬겠소. 그러지 않아도 영심선생이 맡고있는 과제가 제일 아름찬것인데. 콤퓨터시험을 위한 외국어시험문제작성이랑 잘 하자면 연구를 많이 해야 하는데다가 음성재생프로그람도 있지. 영심선생이 그 모든걸 맡아안고 힘겨운 전투를 하는줄 누가 모르오?》

그것은 사실상 호성조장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나 같았다. 했건만 우영심은 새파래진 낯색이 풀리지 않았다.

《그럼 뭐 나를 비판하는겁니까? 에이!》

라영국이였다.

량원일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저 웃어버리였다. 그대신 최광남이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는 라영국이쪽에 대고 면박을 주었다.

《동문 왜 그래? 동무의 화학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어? 동문 요즘 달라진것 같애. 정신이 헤딴데 가있는게 아니요? 그렇지 않다면야 그런 일이 있겠는가?》

《광남동무, 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잠자코 있던 김승호가 참지 못하고 최광남에게 언짢은 소리를 했다. 최광남이 한 말이 라영국이 련애하는데 정신이 팔려 일을 쳤다고 하는 소리로 들렸기때문이였다.

실력이 있고 일에서 빈틈이 없는것으로 알려져있는 라영국이 작성한 화학시험문제의 풀이형식에서 창조적인 사색이 부족하여 어떤 문제들은 다시 해야겠다는 의견이 제기된것은 사실인데 최광남이 정신이 헤딴데 가있다고 말한것은 김승호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를 념두에 둔것이 아니였다.

무엇이나 참지 못하는 성미인 라영국의 입에서 또 《에이!》하는 소리가 튀여나왔다.

《라영국동무, 내가 너무했다면 리해하오. 잘못했소. 사실은 동무들이 사랑하는것을 념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요.》 최광남이 미안해하며 사죄조로 말했다.

《이거 오늘은 우리 일이 왜 이래?》 최광남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의 말속에는 분명 아침 첫 시간부터 사람들의 기분을 흐려놓은 조장에 대한 불만의 감정도 포함되여있었다.

하지만 최광남이 누구를 념두에 두었든지간에 그의 한마디는 이상하게도 방안에 어느 정도 따뜻한 공기를 채워놓았다.

이런 때 손전화기의 호출음이 울리였다.

누구에게나 아득히 흘러간 동요시절을 짧은 한순간이나마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다보게 하는 아동가요의 아름다운 선률은 우영심의 손전화기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였다.

이것이야말로 맞춤한 시각에 생활이 선사한 희석제라고 할수 있었다.

《사랑과다증》에 걸린 그 레스링선수가 고마울 지경이였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얼굴에 웃음이 피여나기 시작하였다. 다만 당자인 우영심만은 화가 꼭두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도그럴것이 방금전에 맡은 일에서 진척이 없다는 《부당한》 추궁을 조장한테서 들은것이였다.

《정말 신경나서 죽겠네!》

우영심은 화를 내며 복도로 나갔다.

그가 먼곳의 남편과 전화하는 소리가 방안의 사람들에게 다 들리였다.

《여보세요, 집에 무슨 일이 있어요?》

《여보세요, 보고싶어 전화한다는건 무슨 말씀이세요? 야, 정말!》

《난 지금 바쁜 사람이란 말이예요. 당신이 자꾸…》

《그런 걱정 말라는데 계속 그런담! 여긴 식사질도 높아요. … 밥도 많이 먹어요. 글쎄 내 걱정은 말라는데 그러시네. 뭐라구요?》

《여보, 당신 무슨 말씀을 해요? 롱담은 무슨 롱담. 아유, 당신이 안해를 믿지 못한다면 딴사내를 보고말겠어요! 이 안해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제발 두주일간만이라도 전화를 걸지 말아주세요. 알겠어요?》

《〈동의보감〉에선》 김승호가 전화내용을 귀동냥하다말며 왕청같은 소리를 했다. 《명랑한 기분은 몸의 보배라고 했네. 저 영심선생의 남편은 장수하겠어. 내 장담하노니 100살은 산다구. 항상 유쾌한 전화를 하거던. 게다가 운동선수겠다.》

방안의 분위기는 그 바람에 더 밝아졌다.

우영심이 들어오자 저마끔 한마디씩 했다. 세상에서 안해를 제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산매 아버지라느니, 그런 남편을 만난 영심선생이야말로 복이 넝쿨채로 떨어진 녀자라느니…

생긴것도 특별한데가 없고 직통배기로 말할줄밖에 모르는 최광남의 입에서까지 유모아의 색채가 다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내들이란 렴치가 없어. 고운 안해를 데리고 살면서도 가끔 딴녀자를 넘겨다보는치들이 있거던. 그런데 우리 저 영심선생은 한생 마음을 놓아도 되겠소.》

어쩌면 최광남자신의 체험이 아닌지 의심되는 롱말이였다. 당장 웃음사태가 났다.

단정하기 그지없는 우영심이만이 얼굴이 잉걸불처럼 달아올라 최광남에게 눈총을 쏘았다.

우영심은 속상해서 남편에게 엄포도 놓았지만 실은 그 남편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들 부부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금슬이 좋은 한쌍의 원앙이였다.

모임이 끝나고 모두들 자기 작업장소로 헤쳐갔을 때 량원일이 조용히 호성조장을 만났다.

《됐습니다, 량선생. 내가 잘못했습니다.》 량원일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김호성이 자기반성을 했다.

량원일은 사람좋은 미소를 얼굴에 담았다.

《조장선생두 참!》

《이 성격이 그렇게 돼먹은걸 어떻게 합니까? 나도 우리 동무들이 좋은건 압니다. 영심선생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 동무가 가정을 가진 녀성의 몸으로 과제를 잔뜩 맡아안고도 의견 한마디 없이 애쓰는것을 보면서도 어떻게 도와줄 생각은 못하고 신경질만 부렸거던요.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그 동무한테는 사실 과제가 아름차지. 그렇지만 우리 동무들중 누가 대신해줄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소. 외국어실력이 있고 열성도 높은 우영심선생이 조장선생한테 억울한 욕만 먹지. 허허.》

두사람은 마음이 풀리여 함께 웃었다.

《조장선생, 솔직히 말해주오. 전번에 집에 내려갔다온 다음 또 무슨 일이 있지 않았소? 》

《갑자기 그런건 왜 묻습니까? 우리 동무들속에 무슨 말이라도 돌아가는게 있습니까?》

《우리 동무들도 생각이야 하지. 내 생각도 그렇소. 우리가 뭐 조장선생을 모르오? 모든걸 다 미루고 일밖에 모르는 조장이 아니요. 그런데 요즘 조장선생한테서 이상한게 느껴지기에 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가 해서 내 물어보는거요.》

《일은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없다면 좋은거구. 조장선생, 거 앞으로는 너무 인상을 쓰지 말구려. 그러지 않아도 긴장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요. 대원들을 믿으라구요.》

김호성은 자기가 좋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일한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에 느닷없이 가슴이 쩌릿해왔다.

두사람은 웃으며 헤여졌다.

며칠후 어느날 뜻밖에도 시험연구조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우영심의 굉장한 애처가가 유명한 옥류관랭면을 한바께쯔나 받아가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난것이였다. 《프로전화》로 하여 시험연구조안의 모든 성원들에게 친근한 존재로 되여버린 레스링선수는 체통도 우람차지만 정력이 철철 넘쳐나는 사나이였다.

《당신 오늘 어떻게 된 일이예요?》

우영심이 눈이 둥그래서 놀라는것을 보니 그들 두사람이 애초에 무슨 의논이 있어 생겨난 국수같지는 않았다.

《당신 왜 그러오? 남편이란 사람이 안해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이 국수가 말해주지 않소? 아침일찍 집을 떠나 평양으로 올라오자바람으로 옥류관에 갔는데 시간이 조금 늦다나니 예정된 국수가 다 나갔다는거요. 그래서 정치사업을 들이댔단 말이요. 지금 내 안해를 비롯해서 재사들이 일요일 휴식조차 미루어가면서 어떤 전투를 벌리고있는지 당신들은 아는가? 우리 나라를 강국으로 우뚝 세우는데 지름길을 열어주게 될 하나의 재부를 창조한단 말이요. 그건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해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가장 고급한 지성의 결과물이란 말이요 하고 말했단 말이요. 말이야 잘했지. 그랬더니 두말없이 국수를 이렇게 곡상으로 주더란 말이요.》

이 쾌활무쌍한 레스링선수의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사설은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어디까지가 롱담인지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는 국수와 함께 시험연구조에 창조의 활력을 더해주는 유쾌한 웃음을 날라온것이였다.

즐거운 일요일이였다.

《산매 아버지는 아주 괜찮은 사나이요. 국수가 정말 맛있구만!》

듬뿍 차례진 국수를 맛스레 들며 량원일이 치사를 했다.

그 말에 사나이는 바빠하며 손을 내저었다.

《원,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야 그저 둘러메치는것밖에 모르는 사람인걸요. 진짜 큰일이야 동지들이 하는거지요.》

《허허, 둘러메친단 말이지.》 레스링선수의 말에 별난 의미를 부여하는것이 분명한 김승호가 싱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여기선 산매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소. 어쨌든 고맙소.》

《고맙기야 무얼. 그저 당에 기쁨만 드려주십시오.》

그는 안해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여보, 당신 잘해야겠소. 중요한 일에 당신이 뒤지면 안된단 말이요.》

《산매 아버지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오. 영심선생이 어떤 녀자라구.》

《그리고 말이요.》 떠나가면서 그 사람은 무슨 중요한 말이라도 하려는듯 안해를 돌아보았다. 《당신 밤에는 문을 꼭 걸고 자야겠소.》하고 또 롱말을 했다.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그 한마디 롱에 하하, 허허하고 또 한번 즐거운 웃음사태가 났다. 쾌활한 다변가는 시험연구조의 스트레스를 싹 날려보내고 떠나갔다.

다만 한사람, 시험연구조의 명절같은 분위기에 끌려들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라영국이였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이 며칠째 우울해서 혼자 무슨 생각에 잠기군 하는 인상이였다. 최광남이 그가 달라진것 같다고 한마디 한것은 그리 틀리는 말이 아니였다. 시험연구조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말은 하지 않지만 라영국이 요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를 슬그머니 주시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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