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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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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656회 작성일 21-12-1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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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20

 

차가 도시교외의 푸릿해오는 한적한 농촌지구를 달릴 때 눈송이들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도시어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늘을 꽉 메우며 함박눈이 내렸다.

아직은 출근시간전이였다. 도시는 고요속에 잠겨있었다.

광우는 온밤을 꼬박 새운 피로가 삽시에 몰려드는 가운데 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 자욱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저 조금 내리다가 인차 멎을 눈이 아니다. 하나의 일이 걱정되였다. 이 눈을 맞으면서 도내 각지의 수험생들이 오겠구나!

이제 1차로 진행하는 이번의 원격시험이 성과적으로 끝나면 다음해부터는 평양과 지방의 각 도소재지들에서 대학시험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넘어가게 될것이다. 그다음엔 지방의 각 시, 군들에까지 원격시험체계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그러면 시, 군들에 있는 수험생들도 도소재지에 올라오지 않고 자기 고장에 앉아서 시험에 응시하게 될것이 아닌가.

잠간사이에 차는 온통 눈을 뒤집어썼다.

김광우가 수험생들 생각을 하며 마음을 놓지 못하고있을 때 멀리 앞에서 역시 눈을 뒤집어쓴 소형반짐차 한대가 뽀얀 눈발속으로 천천히 굴러오고있었다.

광우네 소형뻐스는 도로중심에서 벗어나 한옆으로 길을 내주었다. 마주오던 차는 길을 어기다가 멎어서며 《뿌웅―》 경적을 울리였다. 이상하게도 세번이나 련이어 울리는 경적이였다. 광우네 소형뻐스의 운전사가 길을 내주었는데 갈것이지 경적만 울린다고 서있는 소형반짐차를 향해 투덜거리다가 반색의 소리를 질렀다.

《전학선부상동지입니다, 부국장동지.》

소형뻐스운전사는 경적을 울리여 신호를 보내는 반짐차운전실안에 앉아있는 전학선을 알아본것이였다. 소형뻐스가 반짐차옆에 다가가 멎어섰다.

광우는 그제서야 생각에서 깨여나며 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무슨 소리요? 학선부상동지가 어떻게…》

그가 차창유리를 제끼며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옆에 서있는 반짐차의 운전실문이 열리면서 부상의 상반신이 나타났다.

광우는 바삐 문을 열었다.

《아니, 부상동지…》

《내리지 마오.》 부상이 소리쳤다.

《어떻게 내려오셨습니까?》

《갑자기 볼 일이 있어서 내려왔다 이 차편을 리용해서 올라가는 길이요. 원, 사람두! 벌써 오는걸 보니 가서 일을 보자마자 돌아선게로구만. 빨리 가서 눈부터 좀 붙이오. 사람들이 걱정하고있소.》

그는 반짐차운전사를 돌아보며 뭐라고 했다.

광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반짐차는 벌써 떠났다.

광우는 말 한마디 변변히 나누어볼 사이없이 가버리는 그를 돌아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원, 부상동지두! 그렇게 일이 바쁜가? 그런데 귀전에선 《사람들이 걱정하고있소.》 하던 그의 말이 그냥 울리였다.

따뜻한 정이 실려있는 한마디였다. 그는 불시에 가슴이 쩌릿해지면서 눈굽이 축축해왔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부상이 탄 차는 벌써 눈발속으로 사라져가고있었다.

눈이 내리면서부터 걱정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이 숙소앞마당으로 들어서는 소형뻐스를 보자 마당으로 달려나왔다.

《아니, 벌써 오십니까?》

정성금이 녹초가 되여 차에서 내리는 부국장을 보고 수고했다는 말보다도 놀라서 소리쳤다.

《왜들 놀라서 그러는거요?》

《놀라지 않게 됐습니까? 우린 잘해야 지금쯤 부국장동지가 떠났을거라고 생각하고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도중에 고생하지 않겠나 걱정을 하던중이란 말입니다.》 유선일이였다.

《자, 이렇게 눈을 맞으며 밖에 서있을거야 있소? 안에 들어가서 말하기요. 원, 걱정은 무슨 걱정이요. 저 운전사동무가 수고했지.》

사람들을 현관쪽으로 떠밀며 광우가 말했다.

모두들 현관을 향해 들어갈 때 김호성이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김광우를 바라보았다. 광우는 그와 눈길이 마주치자 멈춰섰다.

김호성의 눈에는 기대와 불안과 초조감 그리고 무엇이라 이름할수 없는것이 진하게 타고있었다.

광우는 그의 마음이 리해되였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밝고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누구도 들을수 없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문 참 좋은 사내요!》

방에 들어와서야 모두들 수술이 어떻게 되였는가고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소. 로인이 년로한 몸으로 용케 견디여내더구만. 마취에서 깨여나는것까지 보고 떠났으니 그사이에 다른 일은 없을거요. 거기 의사선생들과 간호원들이 특별히 관심을 돌리고있으니까. 그리고…》

광우는 강수영이란 처녀에 대해서도 말했다.

《고맙습니다, 부국장동지.》

말없이 초조해서 부국장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가 해서 지켜보기만하던 김호성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을 했다. 그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고맙긴 무얼, 사실이야 호성동무가 갔어야 로인한테 더 힘이 되였겠는데 어찌겠소. 》

《부국장동지두! 아마 부국장동지가 가신게 우리 가시어머니한테는 더 힘이 됐을겁니다.》

《그럴가? 하긴 우리모두가 돌봐주어야 할 가시어머니이지. 혁명선배가 아니요. 그런데 수험생들은 오기 시작했소?》

《어제 저녁까지 절반이상이 왔습니다.》 정성금이였다.

《대체로 멀리 외진 곳에서 오게 되는 수험생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저 호성동무가 수고를 합니다. 어제 저녁부터 먼저 도착한 수험생들을 모여놓고 늦도록 콤퓨터시험방법을 배워주느라고요.》

《정말 수고했소. 호성동무도 수고했고 성금동무나 유선일동무도 다 수고했소. 그렇게 합심하면야 일이 안될수가 없지.》

《이렇게 빨리 오신걸 보니 거기 갔던길에 부국장동지 집에는 들려보지 못했겠구만요.》

사려깊은 녀인 정성금이 신통히 평양에서 장연화가 전화로 하던 말과 꼭같은 소리를 했다.

어쩔수없이 안해의 얼굴이 다시금 눈앞에 그려진다. 잠간이라도 들렸다왔으면 안해는 무척 기뻐했을것이다. 천성이 조용하고 소박한 안해는 요란한것을 바랄줄 모른다. 진정 하나면 그것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안해이다.

광우는 언뜻 떠오른 상념에서 벗어나 창문너머를 내다보았다.

눈은 여전히 온 하늘을 꽉 메우며 쏟아져내리고있다. 례년에 없던 폭설이다. 벌써 마당에는 눈이 발목을 넘게 내려와 쌓이였다. 마당건너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어깨며 머리우에도 눈이 쌓이였다. 어디선가 동네아이들의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광우의 머리속에는 다시금 근심이 들어찬다.

눈이 이렇게 계속 내리면 멀리 외진 산골군들에서 떠나오는 학생들이 제때에 와닿을가?

광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어디선가 퉁퉁퉁 하는 발동소리가 들리였다. 그것은 멀지 않은 앞도로우를 지나가는 뜨락또르의 발동기소리였다.

유선일이 그 소리를 듣자 잊고있던것이 떠오른 모양 말했다.

《참 부국장동지, 최윤호처장이 오늘 발동발전기를 다른걸루 실어왔습니다.》

《뭐라구? 최윤호동무가 발동발전기를 교체했단 말이요?》

최윤호가 발동발전기를 하루사이에 교체해놓았다는것이 사뭇 놀라왔다.

유선일이 싱긋이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침에 나갔다가 한나절이 지나서야 눈이 들어가가지고 나타났더구만요. 시내 판매기관들을 다 돌아보고 다른 도에까지 넘어갔다 왔다나봅니다. 제가 〈이거 용량도 크고 신품이구만요.〉 했더니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시험이야 앞으로도 해마다 있겠는데 아예 좋은걸루 가져다놓아야 할게 아니겠소. 먼저번것은 아무리 타산해봐야 콤퓨터 200대쯤 걸자면 용량이 딸릴것 같더란 말이요.〉하던데요.》

엉큼한 유선일이 그렇게 말하고나서 또 능청스럽게 싱글거리는것을 보면 이틀전에 최윤호의 사무실에서 그와 김광우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슷이 알고있는것 같았다.

광우는 절로 입가에 웃음이 실리였다.

《최윤호처장이 그렇게 말하더란 말이요? 콤퓨터에 의한 시험이 앞으로도 해마다 있게 된단 말이지. 그런데 그 사람이…》

광우는 《아무리 타산해봐도 용량이 딸릴것 같다고 했단 말이지?》하려던 말을 단념했다.

그는 밤새우며 먼길을 왔는데 좀 쉬라는 사람들의 말을 흘려보내며 밖을 나섰다. 그는 곧장 콤퓨터시험장이 있는 공업대학도서관쪽으로 향했다.

발이 푹푹 빠져들어가는 눈우로 걸어가며 광우는 목이 꽉 메여왔다.

눈물이 나오려는것을 참았다.

이게 웬일인가? 그 발동발전기가 이 김광우를 이리도 격하게 만든단 말인가? 아니, 광우는 그 감정이 어데서 오는것인가를 안다.

그것은 최윤호때문에 별안간 생겨난 감정이였다. 최윤호에게 가슴아픈 말을 해주고 온 하루 마음이 무거웠던 광우였다. 그를 원망하면서도 가슴이 쓰리였던 그였다. 사람의 감정이란 불가사의한것인가? 그 최윤호가 하루사이에 새 발동발전기를 가져온것이 그렇게도 기쁘고 눈물이 나오는 일이란 말인가!

발동발전기를 들여놓았을 야외건물에는 쇠를 잠그어놓았다. 하긴 시운전이나 해보는데 시간 걸릴것이 없으니 사람이 붙어있을리 없다는 생각이 뒤늦게야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럴줄 알았으면 최윤호의 사무실에 들렸을걸. 여기 왔던김에 시험장이나 돌아보자는 생각을 하며 도서관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최윤호를 만났다.

최윤호는 콤퓨터들을 빈자리없이 들여앉힌 널다란 시험장 한구석자리에 혼자 앉아 무슨 생각에 잠겨있다가 들어오는 김광우를 보자 황급히 일어났다. 유선일이 하루사이에 최윤호의 눈이 쑥 들어갔다고 하더니 정말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축갔다는것이 알리였다. 하지만 그게 발동발전기때문만이랴. 그의 얼굴에는 고뇌의 흔적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소.》 광우는 시험장안을 둘러보았다. 이제 당장이라도 콤퓨터시험에 들어갈수 있게 준비가 그쯘하게 갖추어진 시험장이였다.

《좋구만! 얼마나 좋소!》

《발동발전기를 교체했습니다. 유선일동무랑 련동시험도 해보았는데 콤퓨터 200대는 걸수 있습니다.》

《유선일동무한테서 다 들었소. 최동무가 하루사이에 새 발동발전기를 가져다놓느라 수고했을거요.》

《부국장동지…》

《됐다니까. 동무가 무슨 말을 하자는것인지 알겠소. 그리고 내가 동무의 가슴에 한생 걸려서 내려가지 않을 아픈 말을 해주었을수도 있소. 이 김광우란 인간을 원망할수도 있을거요. 이 김광우란 인간은 그저 그런 인간이요. 하지만 내가 해준 말을 두고 생각은 해보오. 자신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참된 인간성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오.》

광우는 리성을 회복하고 그와 마주선 지금이야말로 하고싶은 말이 많았으나 한마디를 되뇌이였다.

《사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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