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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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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311회 작성일 22-01-0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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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13


농산5작업반 기술원 강현에게 기사장이 농장전반에 대한 기술적자료를 종합분석하는 사업을 시킨다고 한 마장석의 말이 명숙의 머리속에 박혀있었다. 명숙이가 그렇다면 강현이를 농산지도원 시키면 되지 않는가고 한데 대해 마장석은 그가 기사장과 틀렸다고만 대답했다.

어느날 명숙은 5작업반에 나갔다가 그를 종자처리장에서 보았다. 그곳은 후끈하게 더웠고 김이 서리여 돌았다. 바닥은 물이 질쩍질쩍한데 고무장화를 신은 녀자 둘이 물바께쯔를 들고 왔다갔다했고 남자 한사람은 가마옆에서 어물거리고있었다.

《수고합니다.》 명숙이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작업반기술원동무가 여기 있어요?》

삽을 쥐고 가마옆에 서있던 젊은 남자가 대답했다.

《예, 제가 기술원입니다.》

《지금 바쁜가요?》

《준비작업중이니 바쁘지는 않습니다.》

《작업반실로 갑시다.》

기술원은 명숙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서른두셋 되였을가? 눈에 총기가 흐르고 키가 후리후리했다. 명숙은 물론 그가 초면이 아니였다. 지령총화모임에서 자주 보았고 이름도 알고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했을뿐이다.

《강현동무, 작업반기술원을 몇년째 합니까?》

명숙이가 물었다.

《3년째 합니다.》

《작업반장은 무슨 일을 하고 기술원은 무엇을 해요?》

《작업반장은 로력, 농산 그리고 전반적인 작업반살림살이를 봅니다. 기술원은 비료, 종자, 농약을 관리하는데 모든 작업반농사는 기술원이 기술지표를 작성합니다. 이에 따라 작업반장이 결심을 채택하고 작업조직을 합니다.》

《그래서 여기 5반에서는 동무가 세운 기술지표대로 충분히 작업이 진행되는가요?》

《기술원이 작성한 기술지표가 다 충족될수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그건 왜 그래요?》

《로력, 자재, 시간이 따르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작업반장이 유능하면 중심고리에 힘을 집중하여 력량을 돌리고 또 어떤 기술공정들은 건너뛰기도 합니다. 우리 마장석반장이 그렇게 하고있습니다.》

명숙은 만족스러워 머리를 끄덕이였다.

《현대농사는 과학농사이지요?》

명숙은 강현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어 이렇게 문제를 던졌다.

《그렇습니다. 농사가 공장에서 벽돌이나 기계를 생산해내는것처럼 그시그시 생산품이 나오는것이 아니고 또 치차처럼 맞물려 규모있게 진행되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치차처럼 맞물려돌아가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례를 들어 종자처리장에서 3일이면 종자싹이 틉니다. 그것을 그날로 모판에 내고 기일이 되여 아지를 친 모를 논에 냅니다. 모내기를 하루이틀에 못하니까 모내는 전기간에 맞추어 모를 계단별로 길러야 합니다. 즉 종자싹트이기를 날자를 잘 타산해서 시작해야 하고 모내기기간을 짧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는것이 과학적으로 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옳아요. 그런데 지금 아까 말한 로력, 자재, 시간의 부족외에도 적당히 하려는 낡은 타성이 농사를 과학적으로 짓는데서 큰 장애로 되고있지요.》

《농사란 그저 땅에 씨앗을 심고 김을 매고 거두어들이는것이라는 오랜 기간 인습된 타성이 문젭니다. 기술원은 그것과 투쟁합니다.》

사고가 정확하고 깨끗한 사람이였다.

주체농법은 그가 말한것처럼 과학적으로 타산을 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것이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것은 모내는 기일을 앞당기는것이다. 보름내에 하는것이 리상적이다. 수령님께서 모내기를 와닥닥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의 의미가 그것이다.

《강현동무 생각에는 모내기를 어떻게 하면 빠른 시일내에 와닥닥 해제낄수 있을것 같아요?》

강현이는 잠시 생각하고나서 대답했다.

《그 문제는 간단한것이 아닙니다. 저두 그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았는데 결국은 아까 제가 말한것처럼 종자싹트이기와 씨앗뿌리기로부터 시작하여 모내기를 끝낼 때까지 전과정을 치차가 맞물려돌아가듯이 하면 되지 않겠는가, 다시말하여 과학기술적요구를 엄격히 지키며 공업제품생산과 같은 엄밀한 타산과 조직동원을 하며 중요하게는 관리일군들, 작업반장들, 분조장들, 모든 농장원들이 사상적으로 동원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명숙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강현동무, 한번 구체적인 안을 세워보지 않겠어요?》

《제가 좀 짜보겠습니다.》하며 강현은 명숙을 떠보는듯 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관리위원장동지, 관리위원장동지가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모르겠는데 모내기기일을 앞당기는데서 매우 중요한 요소는 지원로력을 받지 않는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의 의도대로 농장자체로 농사를 지으면 모내기기일도 앞당겨진다는 뜻이겠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농장자체로 하면 모내기를 오히려 빨리 할수 있습니다. 물론 지원로력을 받지 않으니 몇곱절 힘이 듭니다. 그래 저도 이 문제를 꺼내기 주저했습니다.》

명숙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후에 더 연구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명숙은 화제를 돌렸다.

《영농일지가 있으면 좀 볼가요?》

강현은 두말없이 자기의 서류장을 열고 뒤적이더니 여러권으로 된 영농일지를 꺼내였다.

《작업반기술원을 하면서 쓰기 시작한겁니다.》 강현이 말했다. 《매일 쓰지는 못했습니다.》

명숙은 첫권을 번지였다.

△3월 22일

날씨. 오전 11시 30분까지 높은 구름으로 흐려졌다가 개임.

최고기온 16~18도씨, 최저기온 4도씨

바람 남서방향 3~7메터/초

작업명. 모락종

기술적내용. 1분조 모판 120평 락종함.

※모판 20평에 한하여서는 3월 20일에 출고한 싹튼 종자를 락종함. 같은것을 3분조에서는 50평. 싹의 길이 2. 5미리메터(1~1.5가 되여야 함). 모판이 반듯하지 못한데다가 나무다짐로라로 다지기작업을 했는데 잘되지 않음.

△3월 24일

날씨. 23일부터 흐려서 약간의 눈이 내렸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찬 날씨로서 오전 9시경부터 눈가루가 날리기 시작하여 9시 30분부터 북서풍이 세게 불면서(하늘이 컴컴해오고) 함박눈이 내렸다. 땅이 3센치메터정도 얼었다.

최고기온 2도씨, 최저기온 ―4도씨~-6도씨

바람 북서방향 712메터/초

작업명. 모판만들기

기술적내용. 불리한 기후로 락종을 못함.

※4분조에서 23일에 받은 벼종자 12키로그람정도 락종하지 못함.

△5월 11일

※바람이 심해서 모내기를 중지하자고 제기했으나 작업반장은 관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듣지 않음. 모들이 마르고 모내기한 모들이 바람질에 떴다. 기사장에게 제기함. 기사장은 모내기 하루 중지하는것을 우리 마음대로 하는가, 군경영위원회의 승인 받아야 하는데 누가 승인하겠는가고 하며 받아들이지 않음.

명숙은 영농일지를 이 정도만 보아도 그의 성실성과 탐구심, 책임성을 잘 알수 있었다. 이처럼 영농일지를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적으로 쓰는 기술원이 쉽지 않다.

《잘 봤어요. 참 훌륭합니다.》

명숙이가 이렇게 치하하자 강현은 얼굴을 약간 붉혔다.

《부족점이 많습니다.》

《이런 영농일지는 이듬해 농사에서 좋은 참고가 될거예요. 그래서 그후부터 바람질이 심한 날에 모내기하는 현상이 근절됐어요?》

강현은 머리를 세게 저었다.

《근절되는게 다 뭡니까? 어느날 몇정보 모내기를 했다는 수자가 매일 보고되여야 하는데 바람때문에 그날이 령(0)을 기록했다면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형식주의군요.》

명숙이 탄식조로 말했다.

명숙은 시간이 갈수록 그가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똑똑하니 기사장이 기술자료들을 종합분석하는 일을 그에게 시키군 했을것이다. 그런데 기사장과 틀렸다는것은 무슨 소리인가, 왜 기사장과 틀렸을가.… 여러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강현동무, 하나 물읍시다.》

《이제까지 묻지 않았습니까? 저는 대답을 하고… 무엇이든 더 물으십시오.》

《여기 영농일지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모내기를 중지하자고 기사장에게 제기했다가 거부당한 내용이 있는데 이때문에 기사장동지와 다투었는가요?》

강현은 관리위원장이 왜 이런 물음을 하는지 알수 없다는듯 명숙의 얼굴을 의혹이 실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르게 생각할건 없습니다.》 명숙이가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한 형식주의는 모내기전투뿐아니라 다른 영농공정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더러 생깁니다. 일군들이 결심하기 힘든 경우지요. 내가 묻는것은 그 일로 강현동무가 기사장과 다툰적이 있는가 하는것입니다.》

강현은 눈을 내리깔았다.

《없었습니다.》

그의 풀기없는 대답이였다.

(거짓말을 하는구나. 기사장을 두려워하고있어.)

명숙은 더 묻지 않았다.

밑의 일군들을 엄하게 다루는 기사장, 로동지도원이 코대가 높다고 《정코대》라 한다던 말이 떠올랐다. 로정만기사장이 요구성이 높은것은 좋은 일이다. 해놓은 일도 있고 실력자로 알려지고있으니 코대가 높을수 있다. 강현이가 이러한 기사장에게 경솔하게 항의하는 행동을 한것은 아닌지.

허명숙은 5작업반에서 종자처리문제와 모판만들기상태를 돌아보고 분조에 나가 일을 하다가 해질녘에 관리위원회로 들어갔다.

그는 관리위원회청사 복도에서 뜨락또르운전수 곽철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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