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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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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182회 작성일 22-01-0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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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12


열세살난 아들과 그 아래나이의 딸들이 뻐스에서 내리기 바쁘게 엄마를 부르며 달려와 안기였다. 명숙은 막내딸 보은이를 닁큼 들어올리고 오동통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아이들이 저마끔 이사짐을 실은 자동차앞에서 뻐스를 타고온 감상을 이야기하느라 덤벼쳤다.

《엄마, 난 사과 세알 먹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몸이 실한 보은이는 먹성이 좋았다. 태여나면서 벌써 어버이수령님께서 특별히 보내주신 영양제와 보약을 먹기 시작한 보은이는 한번도 크게 앓지 않고 무럭무럭 커서 얼굴, 어깨, 가슴, 팔, 다리가 다 포동포동했으며 복스러웠다.

《그래!》

《저 아저씨가 사준거야.》

아들이 자동차옆에서 기사장에게 갔다온 이야기를 하고있는 로동지도원 준식이를 가리켰다.

《그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니?》

《보은이는 안했어. 내가 했어.》

아들이 대신 대답했다.

《보은이는 어리구 너는 학생이니까 네가 인사하는게 옳지.》

보은이는 보동보동한 손으로 엄마의 뺨을 어루만지며 해해 웃었다.

명숙은 보은이를 안은채로 준식이한테로 가서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그사이 남편 신호석이가 다가와 먼저 기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안해와는 눈길을 다정히 주고받는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명숙은 왜그런지 남편이 수척해진것 같았다. 그들은 남들이 보는 앞이여서 언행을 삼가했다.

《짐들은 우리가 다 부리우겠으니 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들어가시오.》

기사장 로정만이 년장자로서 권위있게 지시 비슷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이번 이사는 로정만이가 다 주관하고있었다.

《신동무도 들어가오. 짐을 부릴 사람들이 옵니다.》

기사장이 신호석에게 말했다.

《저야 같이 부리워야지요.》

호석이가 대답했다.

《아니, 어서 들어가 식사부터 해야지, 지금이 몇시요?》

《식사를 준비하자면 시간이 걸릴텐데요.》

《허, 식사는 다 준비되여있을거요.》 하며 로정만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럼 기사장동무도 같이 식사를 해야지요?》

《예, 이사짐 부리우는 조직사업을 해놓고 인차 따라들어갑니다.》하며 로정만이는 사람들을 데려오려고 관리위원회쪽으로 향해갔다.

명숙이가 부엌을 들여다보니 옆집할머니가 점심준비를 다 해놓았다. 할머니는 기사장이 식사준비를 잘해놓으라고 하며 리합숙식당에서 필요한것들을 가져다 쓰라고 했다며 기사장이 인정이 있다느니, 아무러면 관리위원장네 식솔이 오는데 한다하는 농장이 소홀히 대하겠느냐고 한바탕 떠들었다.

기사장 로정만이 이처럼 다심한 사람이였던가, 명숙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처음에 기사장과 인사를 나누며 대상하기 어렵겠다고 느꼈고 그후 지내보니 실지로 사근사근하지 못했으며 관리위원장이나 리당비서는 물론 군경영위원장앞에서도 웬만해서는 머리를 숙이지 않는 로정만이였으며 지도원들을 엄하게 다루는것을 보면 인정사정이 있어보이지 않던 로정만이였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끓지는 않지만 속으로 뜨거운 사람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짐들을 날라들이기 시작했다. 명숙은 남편과 같이 일군들을 거들어주며 짐들을 방안으로 대충 들여놓았다. 가구배치와 정리는 후에 하기로 하였다.

이사짐은 로동지도원이 책임지고 대여섯명의 장정들이 날라들이였다.

《얼마나 시장들 하겠어요. 어서 상을 놓고 음식들을 차리자요.》

명숙이가 부엌에 대고 말했다.

밥상들을 다리펴놓고 음식들을 들여왔다. 그사이에 일군들은 자질구레한 세간들을 마저 날라들이고 세면들을 했다.

《기사장동무는 안 오오?》

같이 짐을 나른 신호석이 로동지도원에게 물었다.

《저녁에 비서동지랑 같이 인사하러 오겠다더구만. 그 사람은 경우가 밝은 사람이여서 아무데나 끼여앉지 않소.》

《그럼 점심식사는…》

《집으로 갑디다.》

《그것 참, 하긴 어른은 어른이군. 자, 들어들 갑시다.》

로동지도원은 평시에 말이 적고 온순하며 간부들이 비판을 하면 공손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술에만 취하면 아주 딴 사람이 된다. 비서건 관리위원장이건 기사장이건 가리지 않고 야, 자, 아무개 하고 불러대며 별소리를 다 한다. 그래서 술마시는데 그가 끼이는것을 다 싫어했다.

오늘도 이사짐을 나르는 로동을 했으니 점심시간이지만 술을 좀 마셨는데 그 악습이 살아났다.

《처녀관리위원장! 어, 처녀가 아니지. 이제말이요, 잠정리에 3대 명물이 있는거 아오?》

옆에서들 그를 쥐여박으며 불평들을 했다.

《또 시작하는군.》

《우정 그러는거야,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버릇이 고약하단 말이야.》

《좀 조용하라구, 준식이!》

《놔두세요, 뭐랍니까.》

명숙은 흰이를 반짝하고 웃으며 재미나하였다.

《보란 말이야, 왜들 때리면서 그래. 어깨죽지가 아파 죽겠구나.》 로동지도원이 더 떠들어댔다. 《내 입 가지구 내 말하는데 상관 말라구. 에― 그래서 말이요, 관리위원장! 3대명물이 누군고 하니 첫째가 기사장 로정만이요. 〈코대〉라 하지, 〈정코대〉. 성을 따서 〈로코대〉라 하지 않고 〈정코대〉라 하지. 코가 이만큼 높거던. 둘째는 2농산반에 있는 곽기춘이요. 〈꽉쇠〉라고 하지. 고집이 하늘소 뒤발통이요. 셋째는 5농산반장 마장석이요. 그치는 지휘하기를 좋아하지. 그래서 〈마대장〉이라 하지, 하…》

명숙은 참다못해 호호하고 웃음을 터뜨리였다. 얼마나 재미난 사람인가. 본인도 웃고 관리위원장도 웃으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이 3대명물이 없으면 잠정리가 쓸쓸할거야. 아참, 하나 더 있어.〈에라 만수〉령감.》

《하―하―하―》

《그러니까 4대명물이지.》

신호석이도 껄껄 웃음을 터치였다.

《하나 더 있는것 같소.》

《뭐, 하나 더 있다? 방금 온게 그걸 알아? 누구야?》

《동무요, 동무까지 해서 5대명물이요.》

또 웃음이 터졌다.

《에이, 난 아니야. 어림두 없지. 내가 어떻게 명물이 되는가, 아니야!》

로동지도원이 떠들어대는 속에서 모두들 얼른 점심식사를 끝내고는 그를 끌고 물러들 갔다.

《참 재미난 사람들이군. 기사장도 속이 깊소. 사람이 점잖더군. 당신이 사람들을 잘 만난것 같소.》

둘이 남자 신호석이 안해에게 말했다.

《난 오늘 3대명물얘기는 처음 들어요. 호호…》

명숙은 로동지도원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웃음을 터뜨리였다. 술만 마시지 않으면 세상 온순한 사람이라고 한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이사온것이 좋고 엄마를 만난것이 기뻐서 노래까지 불렀다. 보은이가 손벽을 쳐가며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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