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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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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73회 작성일 22-01-12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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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16


명숙은 강현이를 만나 그가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자체로 농사를 지으면 모내기를 더 질적으로 빨리 할수 있다고 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토의해보려고 5작업반으로 갔다. 로정만은 강현의 주장을 두고 사람들이 그가 머리가 돈게 아닌가 아연해한다고 했지만 명숙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명숙은 강현이를 만나지 못하고 마장석과 맞다들었다. 마장석은 비여있던 작업반사무실에 언제 들어와 앉았는지 입술을 우물거리며 장부에 무엇을 기록하고있었다.

《안녕하세요, 반장동무?》

《어서 오시우.》

《아까는 비여있던데 언제 들어왔습니까? 나는 강현동무를 찾아 사무실에도 종자싹틔우기장에도 분조들에도 가보았지만 종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예, 그럴 사정이 있습니다. 기사장한테 욕을 먹고 분조들을 돌고있으니까 아마 길이 어긋났겠지요.》

명숙은 자리에 앉아 마장석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강현동무는 문건이나 잘 만들고 말은 잘하지만 집행력이 부족하다는데 어때요?》

1분조모판에서의《물사건》을 놓고 로정만이 그날 저녁에 관리위원회의 총화모임에서 강현이를 비판하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담배를 풀썩풀썩 피우며 마장석은 썩썩 갈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가 그럽디까?》

《강현동무가 지도능력이 딸리지 않아요? 그래서 농산지도원으로 제발시키려다 그만두었다던데요?》

《누가 그래요?》

반박심리가 비낀것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마장석의 피가 진 눈이 사납게 번뜩이였다. 명숙이가 잠자코 있자 마장석이 말했다.

《기사장이 그랬겠지요. 내 사실 이 말을 하지 않자고 했는데 합시다. 관리위원장동무, 강현이 왜 발전 못하고있는지 내가 진실을 말하겠소. 언젠가 강현이 년간총화에서 기사장을 비판한적이 있었소. 옳은 비판이였지요. 그런데 기사장의 기분이 편안치 않더구만. 강현이 기사장의 눈밖에 난 결정적인 계기는 벼정당평균예상수확고판정을 할 때 기사장의 요구를 듣지 않은것입니다. 기사장은 농장적인 예상수확고가 얼마라고 했는데 강현이는 그렇지 않다, 그보다 낮다 하고 우겼지요. 우리 농장이 계속 상승해야 하겠는데 그해 벼수확고가 전해와 같았지요. 농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높은 수자를 보고하는데 잠정리가 떨어지면 되겠는가, 그래 안달이 난 기사장이 작업반들에 판정을 다시 하라고 내리먹이였지요. 다시 하니까 쑥 올라갔습니다. 기사장이 왜 다시 판정하라고 하는지 그 의도를 알았으니까… 기사장이 강현이 보고 〈자, 이래도 우기겠소?〉하고 들이댔지요. 강현이는 머리를 저었습니다.〈아닙니다. 기사장동지, 저는 억지로 올린 거짓수자를 군에 보고하는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을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기사장이 천둥같이 화를 냈습니다. 〈누가 속였어? 어느것이 거짓수자야? 다들 예상수확고가 높아져 칭찬을 받고 평가를 받기를 바라고있는데 우리 잠정리만 답보를 하고있다고 군에서 비판하기를 바라는가? 동무의 심보가 어떻게 돼먹었어, 엉?〉 이렇게 욕을 퍼부었고 강현이를 더 밉게 보게 되였습니다. 내 언젠가 강현이가 관리위원회 농산지도원보다 똑똑하지만 기사장과 틀려서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한적이 있지요? 그게 이런 사연입니다. 이게 진상이요! 지도능력이 딸리고 집행력이 부족하다? 집행이야 작업반장들이 하지 기사가 하는가. 지도능력이 강현이만큼 높은 사람을 나는 못 봤소.》

그가 어찌도 소리를 치는지 사무실 창문이 드릉드릉 울리기까지 하였다. 마장석이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다. 기사장에 대해 품고있던 불만을 터뜨린것이다. 그가 왜 기사장을 좋게 보지 않는지 알수 있었다.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기사장 로정만은 진실하지 못한 위선적인 일군이다. 명숙은 로정만이 도당책임비서앞에서 농사차비가 원만하게 진행되고있다고 당당하게 대답하던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것과 논벼정당예상수확고판정과정에 강현이가 사실대로 수자를 장악해야 한다고 한데 대해 오히려 천둥같이 화를 냈다고 한것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명숙은 화를 내며 떠들썩하는 마장석과는 반대로 온화해진듯 한 얼굴로 조용히 앉아있었으나 마음속은 몹시 괴로왔다. 마장석이 말한것이 사실이라면 강현이의 의견제기와 비판은 다 정당하다.

로정만은 로동지도원이 말한것처럼 확실히 코대가 높다. 공연히《정코대》라 하겠는가. 그가 3대혁명소조 책임자가 랭상모판 만드는데서와 씨뿌리기준비에서의 부족점을 지적했을 때 공손히 받아들인것이 아니라 농산지도원에게 되받아 욕설을 퍼붓는것을 보며 명숙은 그것을 느꼈다. 방금 마장석이는 로정만이 강현의 원칙적인 비판에 반발했고 그와 틀려서 강현이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기사장의 위치가 큰것은 아니지만 아무개가 같이 일할 대상이 못된다고 하면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명숙은 로정만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강현이 벼정당예상수확고판정을 원칙적으로 하자고 한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로정만은 자기의 공적을 평가받기 위해 허풍을 치고도 오히려 진실한 사람을 억눌렀다. 명숙은 그가 강현이에 대하여 한 부정적인 평가밑에는 지난날의 그러한 관계에서 빚어진 감정이 깔려있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반장동무가 한 말이 다 사실입니까?》

명숙이가 마장석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강현이를 두둔하고 로정만을 비난하는 내용이 충격적이여서 묻는것이였다.

《글쎄 관리위원장동무가 어떻게 듣고 판단하겠는지는 내가 상관할바가 아니지요.》

마장석은 담배연기를 날리며 대답했다.

《참고해도 좋고 안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나는 하고싶었던 말을 좀더 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어쩐지 로정만기사장의 열성이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전 관리위원장이 해임된 이후 요새와선 더 그런것 같습니다. 사실 기사장이 일은 제끼는 사람이지요. 일욕심도 있구 능력도 있는데 그 일욕심과 능력이 자기의 낯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좋겠다는것입니다.》

마장석은 군경영위원회에서 로정만이를 끌어올리려는 론의를 했었다는 말을 귀동냥해 들었었다. 그렇지만 정확한 소식이 아니여서 입을 다물고있었으며 지금도 명숙관리위원장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허명숙은 마장석이 짐작으로 하는 소리여서 그저 들어넘기였으나 그 말이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날이 어두워지자 하루총화에 참가하려고 분조장들이 들어왔고 강현이도 나타났다. 하루작업과정을 총화지으며 강현은 분조들에서 기술지표들과 작업조작규정을 어긴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비판하였다.

《어제 저녁에도 기술원이 얘기했고 소조원도 강조했는데 이건 소귀에 대고 경 읽기야!》

마장석이 고함을 쳤다.

《1분조장, 아직 정신이 덜 들었소? 왜, 분조장하기 싫은가!》

명숙은 작업총화과정을 목격하면서 이렇게 비판의 분위기속에서 총화를 지으니 5작업반은 늘 앞서나가며 씨뿌리기에서도 현재 첫자리를 차지하고있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총화후에 명숙과 마장석, 강현 이렇게 셋이 남았다. 명숙은 강현을 새롭게 다시 보며 그에 대한 기사장의 평가와 마장석이 한 말을 생각했다. 마장석과 강현은 관리위원장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고 기다렸다. 아마도 기사장이 와보고 올라가서 이야기했을것이니 그것을 꺼내려는지, 아니면 오늘 저녁의 작업반총화에 참가해서 느낀바를 말하려는지 또는 관리위원회의 무슨 새 지시를 전달하려는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관리위원장은 전혀 예상밖의 문제를 꺼냈다.

《강현동무는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농장자체로 하면 모내기를 더 질적으로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끝낼수 있다고 나한테 말했어요. 관리위원회에도 그런 론거를 내놓은적이 있대요. 그래 일부 사람들이 머리가 돌지 않았는가고 하며 반박했다더군요. 그랬지요?》

《예, 그랬습니다.》

《그러나 나는 동무의 론거에 일리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작년초부터 원화리를 비롯한 협동농장들을 현지지도하시면서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짓는데서 모를 튼튼하게 키워 잘 자란 모를 논에 내야 하며 모내기날자를 바로 정하고 빠른 시일내에 와닥닥 끝내는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느 군에서는 작년에 군당위원회와 군경영위원회가 모든 농장들을 적극 불러일으켜 모내기를 군적으로 20일동안에 끝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풍작을 마련하였습니다. 나는 강현동무가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자체로 모내기를 하는것이 오히려 모내기기일을 앞당기게 된다고 하는 주장에 그래서 더욱 흥미를 가지는거예요. 말해봐요. 한번 들어봅시다.》

강현은 오래전부터 연구해오던 문제여서 그런지 즉시에 대답하였다.

《그것은 주인된 립장을 지키는것과 관련됩니다. 농장의 주인은 농장원입니다. 지원로력은 어디까지나 도와주려고 온 손님격입니다. 물론 지원자들이 주인인 농장원처럼 하면 되겠지만 우선 그들은 농사에 익숙되지 못했고 과학기술지표들을 잘 모르며 정신적으로 〈도와주러왔다〉는, 보조적인 또 보충적인 역할을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능률을 내지 못합니다. 한편 주인인 농장원들은 어떤가? 지원로력 즉 손이 많아졌다는데로부터 탕개를 늦추며 지원자들에게 의거하려 합니다. 어떤 분조장들은 자기들의 기본로력을 떼내여 다른 작업에 돌리기도 합니다. 또 지원자들의 숙식을 보장하고 그들을 인솔하고 작업을 시키느라 적지 않은 인원이 일을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주인들이 자기의 능력과 마력을 다 내지 못합니다. 이것은 우리모두가 실지 체험해본 내용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내기를 한달이나 40일동안 질질 끌게 되였습니다. 두번째로 이야기하게 되는것은 조직동원사업입니다. 이것이 사활적입니다. 이것을 하지 못해 지원자들을 받습니다. 조직사업에서는 선행공정들을 늦추지 말며 모락종과 모판관리를 잘해서 튼튼한 모를 키우며 모내기에 들어가서는 모뜨기를 새벽부터 시작하여 논판에서 모가 떨어져 공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면서 농장원들이 모내기하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며 기본로력자와 부대로력자를 100프로 인입하는것입니다. 내가 계산해보니 이렇게 하면 농장원들자체로 열흘 내지 보름이면 모내기를 끝낼수 있습니다. 힘이 듭니다. 조직사업도 빈틈없이 하자니 힘이 들고 새벽부터 일어나 모판과 논판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야 하니 육체적으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은 정신육체적으로 보름동안 돌격작업을 할수 있습니다. 지원자들이 없이 자체로 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주인으로서의 책임성을 가지고 달라붙으면 오히려 한달이상 질질 끄는것보다 힘이 덜 들고 피로도 덜할것입니다. 모내기를 자체로 짧은 시간에 하면 지원자들에게 주던 로력공수를 농장원들이 가지니 분배몫이 많아질것이고 김이 얼마 자라지 않아 다음공정인 김매기는 쉽고 흥겨웁게 하게 됩니다. 이 훌륭한 전투조직을 왜 두려워하며 지원로력을 내라고 군에 손을 내밀어야 하겠습니까.》

마장석은 연방 담배연기를 뿜어댔고 명숙은 마치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강현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명심하며 머리에 새겨넣었다.

《우리 잠정리사람들이》 하고 명숙이 말했다. 《우에다 손을 내미는 나쁜 습성이 있는데 자체로 모내기를 하고 농사를 짓는것은 그런 나쁜 습성을 버리고 주인답게 일하도록 하는데서도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리라고 봅니다, 국가에 리익을 주는것은 더 말할것 없고. 어떻습니까. 반장동무, 강현동무의 설명에 납득이 갑니까?》

마장석은 담배연기에 퇴색한듯 한 눈을 껌벅이며 《글쎄 리론적으로는 옳은데 실천적으로 가능하겠는지?…》 하고 미타해하였다.

《실천적으로 가능합니다.》

강현이 확신성있게 말했다.

《그러면 올해 모내기를 5반에서 시범적으로 자체로 해볼가요?》

명숙이가 제기했다.

《나는 마장석반장의 조직력과 실천력을 잘 압니다. 이제부터 분조장들과 작업반원들에 대한 사상사업과 해설사업을 하고 준비를 잘 갖추면 우리 반장은 능히 해냅니다. 우리 반장동무의 통솔력이 어떤지 관리위원장동지는 아직 다 모릅니다.》

강현이가 이렇게 말하자 마장석은 흐뭇해하면서도 근심이 되여 눈살을 찌프렸다.

《기술원, 자기 얘기나 하라구. 자기가 자신있다면 책임적인 대답을 하는것이지 내 얘기는 왜 자꾸 하나?》

강현이는 싱글거리였다.

《어쨌든 실천은 반장동무가 해야 하니까요. 관리위원장동지, 우리 마반장의 별명이 뭔지 압니까? 〈마대장〉입니다.》

《호호호…》

명숙은 주먹으로 입을 가리우며 웃음을 터뜨리였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장석당자도 허허 웃었다.

결국 농장원들이 주인구실을 하는것이며 그러자면 땅에 진심을 바쳐야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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