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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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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881회 작성일 22-01-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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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17년이 지나 새 고장에서


7


차거운 대기속에서 빛을 뿌리며 솟아오른 해가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겨울날의 아침이였다. 허명숙은 농산제5작업반으로 향했다.

5반 반장은 중키에 몸이 단단하고 세상만사를 자신만만하게 대하는 쉰살넘은 농사군이였다. 담배를 어떻게나 지독하게 피우는지 담배대진에 눈알이 누렇게 퇴색된듯 했다. 그의 몸에서는 담배냄새가 물씬물씬 풍겼고 담배불에 작업복이 여러군데 타서 구멍이 났다. 이름은 마장석이였다. 그는 명숙관리위원장을 매우 정중하고 그리고 따뜻하게 맞이했다. 2작업반장 윤구와는 달랐다.

《여기 따뜻한데 내려와앉으십시오. 가족들을 두고 혼자 와서 객지에서 고생많겠수다.》

《여기가 왜 객지겠습니까? 집도 있고 농장원들모두가 저의 식솔이나 같지요.》

《좌우간 앉으시오.》 마장석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녀성관리위원장을 피가 진 눈으로 얼핏 쳐다보고는 마주앉기 바쁘게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며 재털이를 끌어갔다. 《도착하신 날 우리 동네에 와보았다지요?》

그가 물었다.

《통보가 빠르군요, 호…》

명숙은 이 5반 반장과 대상하기가 왜 그런지 첫 순간부터 흥그러웠다.

《〈에라 만수〉령감이 그럽디다. 자기가 뭐 새 관리위원장한테서 인사를 받은 첫 인물이라고 자랑하면서 우쭐댑데다.》

《이름이 오만수라 하던데 〈에라 만수〉라는건 무슨 뜻입니까?》

마장석의 두툼한 입술이 벙글서해졌다. 그는 썩썩 갈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렇습니다. 령감의 이름이 만수인데다가 위에 술이 몇잔만 들어가면 흥타령인데 늘 〈에라 만수 풍년이로구나〉하는 노래로부터 시작하군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지요.》

《호호호…》

명숙은 배를 그러쥐고 웃어댔다. 워낙 웃음이 헤픈 명숙이긴 하지만 이렇게 통쾌하게 웃어보기가 잠정리에 온 후 처음이였다.

마장석은 별걸 가지고 다 바스러지게 웃는다는듯 우정 시쁘둥한 얼굴을 하고 한마디 더 했다.

《만수령감이 하는 소리가 관리위원장이 인사성밝구 인물도 환해서 대번에 마음에 들어 〈관리위원장동지〉라고 불렀더니 령감이 〈동지〉라고 부른다고 그러는지 관리위원장이 웃어대더라구 하면서 〈난 시원하게 잘 웃는 사람이 나쁜걸 못 봤어.〉합디다. 령감이 원래 제 자랑을 좋아하고 다사해서 나는 령감과 잘 마주서지를 않는데 그날두 어찌나 소란스럽게 떠들면서 관리위원장을 만난 자랑을 하는지 나는 도중에서 홱 돌아섰지요. 그랬더니 젊은 사람이 인사불성이라느니, 어떻다느니 하며 소리를 칩데다. 그래 내가 젊은 사람입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자 명숙이 또 웃음을 터치였다.

《아이 반장동무두, 왜 사람을 그렇게 웃깁니까?》

명숙은 허리를 펴며 눈시울을 적시였다.

《내가 웃겼습니까? 자기가 웃었지요. 그만 웃구 얘기나 합시다.》

두사람은 첫 대면에서 벌써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였다.

마장석은 명숙의 물음에 대답하며 작업반의 로력구성, 경작지, 기술수단, 분조들의 형편, 알곡생산정형, 축산 등등을 거침없이 이야기하였다. 모든것이 그의 머리속에 정확히 들어가있었다. 부잡스러운 겉모양새와는 달리 머리가 정돈된 정확한 사람이였다. 명숙은 문건과 장부들을 그의 말과 대조해보았다.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5작업반은 작년에 작업반알곡생산계획을 넘쳐했군요?》

《예, 넘쳐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작업반들은 왜 그렇지 못합니까?》

《글쎄요. 우리 작업반은 일을 세게 합니다. 건달군이 배겨내지 못해요. 우리 작업반기술원이 여간 세밀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다른 작업반들에서도 5작업반에서처럼 일을 빈틈없이 짜고들면 계획을 넘쳐할수 있겠지요? 나아가서 농장적으로도 계획을 할수 있구요?》

《그거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금년도계획이 작년에 비해 105프로 장성하는것으로 떨어진것을 알고있겠지요?》

《기사장은 그렇게 못한다고 경영위원회와 싸운다고 합데다.》

《105프로 장성이 힘들가요?》

《쉽지는 않지만 할수 있습니다.》

《할수 있단 말이지요.》

명숙은 생각에 잠겼다.

결국 조직사업을 어떻게 하고 생산을 어떻게 내미는가 하는데 달렸다. 계획이 높이 섰다고 경영위원회에 가서 싸울것이 아니라 생산을 더 높이기 위한 예비를 찾아야 할것이다. 군경영위원장도 말했지만 잠재력을 다 발휘하도록 해야 할것이다. 만족병과 싸워야 한다.

명숙이가 화제를 돌려 물었다.

《내가 마을들을 돌아보고 오만수로인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락단위로 조직된 작업반의 구성이 좀 얼럭덜럭해진것 같습니다. 다시말하여 농산에서 부차적인 남새, 공예, 축산 등 작업반으로 로력자이동이 좀 있은것 같습니다.》

마장석은 담배를 갈아대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관리위원장동무가 옳게 보았습니다. 로력이동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것인지 묘하게 농산반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우리 작업반에 안종기라는 실농군이 있었는데 그 사람도 남새반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아니, 어떻게 실농군이?…》

《리기주의기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은 우리 작업반에서 배겨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내보내면 되겠어요?》

《아니, 자기가 빠져나갔지요.》

《문제가 있구만요.》

마장석은 싱긋 웃었다.

《우리 작업반에는 안종기가 없어도 일없습니다. 안종기가 일을 묘리있게 잘하는 실농군이지만 말입니다.》

이것은 잘된 일같지 않았다. 이것 역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명숙은 선진적이고 조직능력이 있으며 연구가 깊은 마장석반장과 끝없이 이야기하고싶었다. 들을수록 느껴지는바가 많았다.

《하나 더 물읍시다.》

《어서 물어보시오.》

마장석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작업반들을 돌아보며 느낀건데 작업반들의 실태자료가 관리위원회에 종합된 자료와 잘 맞지 않는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관리위원회 농산지도원의 수준이 그게 답니다. 그래서 기사장은 농장전반적인 기술적자료의 종합분석은 우리 5반기술원한테 시킵니다.》

명숙은 생각이 착잡해졌다.

《5반기술원은 어떤 동뭅니까? 아까 여간 세밀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요?》

《예, 총명하고 연구심이 깊습니다. 수자에 밝지요. 내가 그 사람의 도움을 크게 받습니다.》

《그렇다면… 5반기술원은 이름이 뭔가요?》

《강현입니다.》

《강현동무를 농장관리위원회 농산지도원을 시키면 되지 않을가요? 지금의 농산지도원보다 더 실력이 있으니 기사장도 강현동무에게 종합분석을 시키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장석은 난처한듯 뻣뻣이 일어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였다.

《그런 론의도 좀 있었지요. 그런데… 하여간 위원장동무가 이제 알게 될겁니다. 기사장과 틀렸지요. 그래 위원장동무가 보았다는 관리위원회의 종합자료를 이번에는 강현이한테 시키지 않고 농산지도원한테 시킨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퇴비반출이 40프로라는 그 허위수자는 농산지도원이 종합한것이다.

강현과 기사장은 왜 틀렸는가? 무엇인가 심상치 않는 내용이 있는것 같다. 마장석과의 담화과정에 로정만기사장의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로정만은 장성하는 올해계획을 접수하기 힘들어하는것이고 마장석은 할수 있다고 말하는것이였다.

마장석작업반에서도 심하지는 않지만 퇴비장만과 반출정형을 분조들에서 적당히 보고하는 결함이 나타났다. 분조들을 돌아보는 과정에 명숙이가 알아냈다. 5작업반 2분조장은 처녀인데 이 처녀분조장만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해질무렵 허명숙은 관리위원회로 돌아왔다. 그는 래일 진행하게 되는 10일지령총화모임에서 강조해야 할것들과 제기할것들을 준비하면서 1970년대에 특히 작년도에 농사와 관련하여 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들을 다시 연구하였다.

1970년대는 세계적으로 이상기후현상으로 한랭전선의 영향을 받아 농업생산과 식량이 엄중한 위기를 겪은 년대이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것으로 전망되였다. 태풍, 무더기비, 무더위, 왕가물 등으로 하여 농업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알곡수확고는 감소되고 알곡값이 대폭 인상되였으며 지구상에서 매일 굶주리는 인구가 10억명이나 된다고 했다.

우리 나라의 농업생산에서도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였다. 이러한 때 수령님께서는 한랭전선의 영향을 이겨내고 나라의 농업생산을 새로운 앙양에로 이끌어갈 획기적인 방도를 제시하시였다. 몸소 농업전선의 사령관이 되시여 정초의 강추위를 무릅쓰고 숫눈길을 밟으시면서 때로는 논두렁에서, 때로는 밭머리에서 농민들과 무릎을 마주하시고 농사일을 의논하시였으며 찬바람과 눈비를 맞으시며 전국의 농촌들을 쉬임없이 찾아주시였다.

…두엄과 부식토를 많이 내여 땅을 걸구어야 한다.

…모를 튼튼하게 길러 모내기를 적기에 와닥닥 해제껴야 한다.

…농작물의 비배관리를 과학기술적리치에 맞게 하라.

…김을 잘 매야 한다.(지난 시기 농촌들에서는 모내기를 끝내면 한해농사가 다 된것처럼 여기면서 김매기철에 농장일군들을 회의에 불렀고 가방을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으며 논밭에서는 녀자들만이 남아서 김을 매고있었다. 이것이 큰 문제였다.)

…랭상모를 널리 받아들이라.

…문화주택을 많이 지으라.

낡은 집을 헐어버리고 문화주택을 지으면 질좋은 자급비료가 나온다. 수리반을 조직하고 살림집수리를 계획적으로 하라.

…종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한랭전선을 이겨내고 농사를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짓는데서 종자를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정미소를 잘 꾸려 거기서 나오는 미강을 사료로 하고 벼겨는 불을 때게 하라. 매 농가들에서 돼지를 두마리정도 길러 고기도 먹고 두엄도 해결하라.

…농사일을 기계화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라. 모내는기계가 다 들어갈수 있도록 포전정리를 하라. 랭습지를 없애기 위하여 도랑을 파고 거기에 돌을 넣어 물이 빠지도록 하라.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지키라.

수령님께서 농업발전을 위한 방도와 대책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심으로써 농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렇다. 다수확의 예비, 계속되는 알곡생산장성의 잠재력은 수령님의 교시를 제대로 관철하여 농사를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과학기술적으로 짓는데 있다. 이렇게 놓고보면 잠정리는 예비와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올해 우리가 잘 짜고들면 높아진 국가계획을 얼마든지 수행할수 있다.

결심을 확고히 가진 허명숙은 저녁때에 리당비서 차성재를 찾아갔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고 작업반들에 나갔던 관리일군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있었다.

《비서동무, 래일의 10일지령총화모임이 저로서는 잠정농장에 와서 처음 집행하는 모임인데 저는 그간 농장의 전반실태를 료해하는 과정에 느끼고 결심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다음 10일지령을 새롭게 제기하려 합니다. 기사장동무가 제출한 10일지령을 그대로 발표할수 없습니다.》

차성재는 명숙의 말을 심중하게 들었다.

《응당 관리위원장동무가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도에서 우리한테 파견했지요. 나는 기대를 가집니다. 그런데 기사장동무가 몇달동안 위원장대리사업을 했고 또 기사장이니까 함께 토의해보는것이 어떻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차성재가 전화로 로정만을 찾았다. 얼마후 그가 나타났는데 매우 여유있는 몸가짐이였다. 그가 앉자 차성재가 입을 열었다.

《관리위원장동무가 래일 지령총화모임에서 제기하려는 문제를 토론합시다. 관리위원장동무, 말하시오.》

명숙은 일단 결심이 서면 시원시원하고 대담하게 그 결심을 제기하고 그리고는 고집스럽다고 할 정도로 끈덕지게 내미는 성격이였다. 그렇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처신하지는 않았다. 녀성답게, 부드럽게 례의를 지켜가며 주장을 세웠다.

그는 먼저 분조와 작업반들에서 현행작업실적을 주먹구구식으로 관리위원회에 보고하는 현상이 있다는것을 지적하고 대표적으로 2작업반장 최윤구의 실례를 들었다.

《왜 분조장들과 작업반장들이 자급비료생산과 반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한것처럼 허위보고를 합니까? 말로는 땅의 주인이 되자고 하지만 행동에서는 주인구실을 제대로 못하고있습니다. 땅에 진심을 바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숙이가 하는 말들이 로정만이에게 좋게 들릴수 없었다. 이 고장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 무엇보다 자기의 성과를 부정하고있는것처럼 느껴졌기때문이다. 물론 허명숙의 비판적인 분석이 옳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들은 로정만이도 잘 알고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것들이다. 나이가 있는만큼 농사경험이 명숙이보다 더 풍부하다고 자부하고있는 로정만이는 명숙이가 자기도 다 아는 문제를 말하고있기때문에 입을 다물고있었다.

새로 온 사람에게 무슨 결함인들 보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결함을 이제부터 시정해나가야 할 당사자는 관리위원장이다.

허명숙은 분조나 작업반들에서 농사차비정형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그것을 밑에 내려가 따져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적당히 집계한 농산지도원이나 역시 그 집계된 수자를 검토하지 않는 기사장에게도 잘못이 있다는것을 까밝혀야 했으나 처음부터 지나친 언행을 삼가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 정도로 말해두고 다음문제로 넘어가 농산작업반들에서 로력자류동이 있은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는 농산작업반에서 빠져나간 사람들의 이름까지 지적하면서 이외에도 인원류동이 좀 있었기때문에 작업반로력을 일부 조절해야 할것이라고 하였다.

로정만이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을수 없기도 했거니와 자기로서도 걱정되는바가 있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면 작업반들에서 소란스러워질것이고 다시 농산반으로 가게 되는 사람들이 자기로서는 합당하다고 할 의견을 내면서 반발할수 있지 않을가요? 당장 영농기에 들어가겠는데 시간을 내서 교양도 하며 준비를 했다가 가을에 조절합시다.》

《아닙니다. 당장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것이 올해계획을 수행하는데서도 필요한 조치입니다. 옳다고 인정되면 즉시 실행해야지 무엇때문에 가을로 미루겠습니까?》

명숙은 자기가 흥분하고있다는것을 느끼였다. 무엇때문에 흥분하겠는가. 관리위원장으로 자기의 견해를 내놓는것은 응당한 처사이고 또 권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속심을 알수 없는 거의 무표정하고 나이도 많은 기사장을 대상하자니 자연히 긴장해지며 흥분이 되는것이였다.

명숙이가 강경하게 나오기때문에 더 말해야 소용없겠다고 생각했는지 로정만은 잠자코 있다가 한가지 문제를 불쑥 꺼냈다.

《이건 내가 5작업반에 있는 처녀분조장이 한해농사를 짓는걸 보고 깊이 생각한것인데 안될것 같습니다. 농사에 생둥이란 말입니다. 관리위원장동무가 일부 로력자들을 농산반으로 돌리도록 조절하자고 제기했는데 이 기회에 처녀분조장도 실농군과 교체합시다.》

그는 처녀분조장이 한해동안 분조장일을 서툴게 한 사실을 놓고 걱정은 했으나 교체하는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새로 온 관리위원장이 문제점들을 자꾸 끄집어내니 자기가 피동에 빠지고있는것 같아 그것을 들고나온것이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였다.

명숙은 5작업반 2분조장인 처녀를 이미 만나보았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체격이 녀성농민답게 든든한 그 처녀분조장은 퇴비장만과 반출정형을 명숙에게 솔직하게 말해 첫인상에 벌써 마음에 들었던 새 세대 농촌초급일군이다. 분조장으로 한해 처음으로 농사를 지었으니 부족점이 있을것이다. 《농사에 생둥이》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 하지만 첫걸음에 만리를 가랴, 첫술에 배부를가. 그 처녀분조장 류순절은 새 세대 청년들에게서 볼수 있는 때묻지 않은 순결한 마음을 간직하고있다. 이것이 귀중한것이 아닌가.

명숙이도 처녀로 관리위원장사업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생둥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작업반에 내려가 꾹 박혀 일만 했었다. 그런것을 당조직이 이끌어주었다. 리당위원장 라순돌이 명숙을 처녀관리위원장으로 내세워주시고 친히 가까이 부르시여 당에서 하라는대로 하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도 능히 관리위원장사업을 잘해나갈수 있다고 고무해주신 어버이수령님의 사랑과 믿음에 보답할수 있도록 깨우치고 이끌어주어 성장하게 되였다. 류순절이도 우리가 잘 도와주고 이끌어주면 훌륭한 농촌일군이 될수 있다.

허명숙은 처녀분조장을 교체하자고 하는 로정만에게 이와 같은 내용으로 대답을 주었다.

차성재도 오늘 녀성들을 농촌일군으로 많이 키워내는것이 당의 의도라고 말했다.

로정만이는 류순절과 같이 한해 일해본 기사장으로서 쉽게 접수되지 않았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말았다. 새 관리위원장과의 관계에서 아래위치에 있는 기사장인데도 자기가 피동에 빠지는것 같아 자존심을 누르기 힘들었던것이다.

허명숙은 다음으로 올해알곡생산계획에 대하여 말했다.

《올해계획에 대해서 말한다면 나는 군경영위원회가 옳게 설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로정만이 머리를 추켜들었다. 바로 그것을 명숙이와 진지하게 의논해보려 했는데 의논도 없이 결론부터 내리지 않는가.

《군경영위원장동지가 말한것처럼 우리 잠정리는 잠재력과 예비가 있습니다. 나는 작업반들을 료해하는 과정에 그것을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올해계획이 작년에 비해 105프로 장성이지만 능히 수행할수 있으며 또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정만은 이마살을 찡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잠재력이 어떤것인지 설명해줄수 있겠습니까?》

이 물음이 명숙이에게는 어쩐지 기분에 거슬렸으나 내색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하였다.

《그것은 다른것이 아니고 현재 우리 농장이 안고있는 결함을 고쳐나가는데 있습니다. 퇴비를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정확히 논밭에 내여 땅의 지력을 높이며 로력을 농사에 집중하며 로력일평가를 정확히 하여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을 높이며 바로 그렇게 하도록 관리일군들과 초급일군들이 조직정치사업을 짜고들면, 그리고 뜨락또르들의 가동일수와 작업능률을 보장하면 기계화수준이 비교적 높고 지금껏 농사를 잘 지은 전통과 경험이 있는 우리 농장이 능히 해낼것입니다. 중요한것은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이것이 잠재력이 아닐가요?》

로정만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였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가 했는데 결함을 퇴치하는데 잠재력이 있으며 중요한것은 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하니 이런 일반적인 소리를 누가 못하겠는가, 농장원들의 각오가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는가.

명숙이가 설명을 계속했다.

《나는 일부 작업반장들과 이야기해보았는데 그들은 우리가 능히 올해 장성하는 계획을 할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장석이가 그랬겠지요.》

로정만의 대답이다.

《마장석반장은 작년계획을 넘쳐했습니다.》

《글쎄 다 마장석이처럼 한다면야!…》

《다 그렇게 일하도록 해야지요.》

로정만의 입술에 웃음이 연하게 비끼였다.

《말은 쉽지만 최윤구가 마장석이처럼 될것 같습니까. 마장석은 어디까지나 마장석이고 최윤구는 어디까지나 최윤구지요. 그래두 최윤구만 한 반장도 찾기 힘듭니다. 관리위원장동무, 내딴에는 그래도 내가 우리 농장의 현실정을 잘 알고있다고 믿고있었는데… 내가 군경영위원회와 다시 토론하겠습니다. 관리위원장동무야 오자바람으로 계획을 낮추자고 할수 없지 않겠습니까.》

명숙은 기사장을 납득시키기가 헐치 않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해났다. 사실 명숙이로서도 특별한 묘안이 있는것은 아니였다. 묘안이 있다면 일군들과 농장원들의 사업의욕 즉 정신력을 더욱 발동시키는것이였다. 그들이 이전처럼 각오를 다지고 떨쳐나서면 될것이 아닌가.

《나는 군경영위원회에 가서 계획을 낮추어달라고 말하기가 딱해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명숙이가 말했다. 《실지 계획이 현실성없게 세워졌다면 론의를 하자는것입니다. 기사장동무, 중요한것은 군경영위원회를 납득시키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립장에 서며 어떤 결심을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물론 나는 무슨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실지 그런것이 하늘에서 떨어질수도 없습니다.》

《관리위원장동무,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나삐 생각마시오. 욕망을 앞세우지 맙시다. 관리위원장동무는 새로 온 농장에서 첫해부터 실적을 올리고싶을것입니다. 그건 누구나 다 같은 심정일것입니다. 하지만 첫해에 알곡생산계획을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관리위원장의 체면이 기본문제는 아닙니다. 일군들이 칭찬받을수도 있고 비판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허명숙관리위원장동무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가요?》

로정만이가 관리위원장을 생각하는듯이 너무 고집쓰지 말고 이 농장에서 오래 일한 기사장의 의견을 참작하는것이 어떤가고 권고하고있었지만 진속은 계획을 못하는 경우 자기의 발전에 저애가 될가봐 걱정하는것이였다.

물론 명숙은 그의 진속을 알수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그가 새 관리위원장을 위해 설복하는것이라고 고맙게 여기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내린 결심을 철회할 명숙이가 아니였다.

리당비서 차성재가 드디여 입을 열었다.

《올해는 여러 면에서 의의가 깊은 해입니다. 당에서는 천리마에 속도전을 가한 기세로 계속혁신, 계속전진할것을 호소하고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정신이 올해알곡생산계획에 반영되였습니다. 나는 관리위원장동무가 옳게 결심했다고 인정합니다. 래일 10일지령모임에서 군경영위원회에서 떨군 계획을 올해 우리 농장의 전투계획으로 확정하고 여기에 맞게 년간과 영농별계획들을 세워야 할것입니다. 기사장동무, 의견이 있습니까?》

《나는 이미 의견을 말했습니다. 기사장으로서의 의견 말입니다. 하지만 최종결심은 관리위원장이 하며 리당위원회가 하지요.》

로정만이는 자기 우월감을 감추지 않았고 얼굴표정이 흐릿했지만 기사장의 지위에 맞게 처신했다. 어쨌든 그는 기사장인것이다. 이제는 전력을 다해 높아진 올해계획을 수행하는 길밖에 없다. 로정만이 이전보다 더 열성을 내여 일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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