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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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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490회 작성일 22-01-0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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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17년이 지나 새 고장에서


6


이튿날 아침, 작업복을 가뜬하게 입은 명숙은 일찌기 관리위원회로 나갔다. 관리위원장사무실에서 부기원(당시)아주머니가 청소를 방금 끝내고있었다. 그는 명숙에게 인사를 하며 반기였다.

《제 방 청소야 제가 해야지요. 래일부터는 이러지 마세요.》

명숙이가 말했다.

《아닙니다. 관리위원장사무실관리는 제가 맡았습니다. 방열쇠를 제가 하나 가지고있습니다. 그새 이 방이 비여있었지만 드문드문 청소를 했는데 이제는 주인이 왔으니 매일 해야지요.》

《그럼 여기 이 꽃병에 꽂은 꽃과 물병의 물도 부기원동무가…》

《그게 제가 받은 분공입니다.》

《겨울에 이 꽃은 어디서 났어요?》

《온실에서 가져왔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관리는 하되 청소는 내가 하겠으니 래일 아침부터는 수고를 하지 마세요.》

《안됩니다. 기사장동지가 나한테 직접 과업을 주었습니다. 기사장동지는 과업을 집행하지 않는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허명숙은 자기가 그보다 일찌기 나와 청소를 하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더 말하지 않고 책상에 가앉았다. 기사장에 대해 생각하는데 그 기사장 로정만이 들어오며 밤새 안녕했느냐고 인사를 했다. 명숙은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아, 앉아계십시오.》

로정만이 손짓으로 명숙이를 제지시켰다. 그리고 먼저 앉으며 말했다.

《관리일군들의 아침모임을 이제는 위원장동무방에서 해야지요?》아마 관리위원장의 부재중에 모임을 기사장이 있는 생산부사무실에서 한것 같다.

《제가 아직 사업에 착수하지 않았는데 생산부에서 기사장동무가 당분간 그대로 집행합시다.》

기사장이 나이가 많아서인지 혹은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 속심을 알수 없는 그 표정때문인지 명숙은 이 아침에도 여전히 그를 어렵게 대했으며 존경을 나타내였다.

《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관리위원장동무는 오늘부터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당분간 작업반들에 내려가 료해를 하는것도 사업입니다.》

명숙이도 웬만해서는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고집스럽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 왜 그런지 기사장 로정만의 의견을 따라야 할것 같은 생각이 지배했다. 그래서 모임은 이 사무실에서 하되 집행은 당분간 기사장이 한다는 조건으로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계획, 농산, 축산 등의 지도원(당시)들, 지어는 부기장까지 들어왔다.

기사장은 관리위원장가까이에 앉아있었는데 로동지도원 아무개는 안 오는가고 물었다.

《이제 옵니다.》

누군가 대답했다.

《기다립시다.》

기사장이 랭정하게 말했다.

로동지도원은 한 5분 늦어 미안해하며 방에 들어와 앉았다.

《준식동무, 왜 늦었소?》

로정만이 따졌다. 로동지도원은 기사장의 직속이 아니지만 기사장이 그간 위원장대리를 하였으니 아직 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잘못했습니다.》

로동지도원이 일어서서 대답했다.

《앉소.》 로정만이 엄하게 말하고 명숙이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럼 내가 말을 할가요?》

《예, 어서!》

《오늘 아침에 관리일군들을 다 모이라고 한것은 오늘부터 동무들이 작업반들을 하나씩 담당해가지고 나가서 퇴비생산과 반출을 직접 장악하도록 분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작업반들에서는 퇴비반출작업을 뜨락또르가 해줄것만을 바라면서 팔짱을 끼고있단 말이요. 축력과 인력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지도원동무들이 내가 이제 분공하는대로 작업반들에 내려가서 냅다 몰아야 하겠소. 작업반에 내려가 점심대접이나 잘 받을 생각부터 하지 말란 말이요. 알았소, 준식동무?》

로동지도원은 늦은것때문에 기사장이 자기 이름을 우정 불렀다고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히며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작업반에 내려가》 하고 로정만이 계속하였다. 《자급비료생산 및 반출과 함께 모판자리를 준비하고 나래, 지주목, 활창대, 새끼줄, 비닐박막을 확보하는 정형도 장악해가지고 저녁에 매일매일 총화를 짓도록 합시다.》

이어 그는 지도원들에게 작업반들을 담당시키는 조직을 하였다. 그들은 의견 한마디 제기하지 않고 분공하는대로 따랐다. 기사장은 시종 엄한 표정이였고 지도원들은 그를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관리위원장동무, 할말이 없습니까?》

모임 전과정에 말 한마디없이 앉아있기만 한 명숙에게 마지막에 가서 물었다.

《다른건 없고, 저녁마다 총화를 한다니 그때에 다음날사업을 포치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침에 이처럼 모이는것을 그만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숙은 로동지도원이 늦어서 추궁을 받을 때부터 생각했던바를 말했다. 연백벌에서 바로 그렇게 아침마다 모이는것을 피했었다. 《농촌은 아침시간이 귀중한데 공연히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가자들은 기사장의 얼굴만을 쳐다보았다.

로정만은 한동안 무표정으로 있다가 마침내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렇게 해봅시다.》

해보자는 대답이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또 다른 편향이 생길수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관리위원장이 내놓은 첫 의견인데 받아들여야 했다.

모임이 끝난 후 허명숙은 부기실(당시)을 찾아들어갔다. 아까 위원장사무실청소를 했던 부기원과 늙수그레한 부기장이 앉아있는데 부기장은 돋보기를 끼고 장부를 들여다보며 수판알을 튕기고있었다.

고향에서 부기원을 해본 경험이 있으며 농장관리위원회사업에서 부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있는 명숙은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장부들도 들여다보는것이 농장사업을 파악하는데 매우 필요한것임을 인정하고 몇가지 물었다. 그리고 장부도 보면서 의견을 냈다. 부기장은 점차 긴장해졌다. 그들은 관리위원장이 부기실무에 밝은데 놀랐다.

부기장과 부기원이 마음을 조이고있었지만 명숙은 장부책을 돌려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런 문제점도 찾아쥐지 못한것은 아니였다. 입고와 출고간의 불일치, 애매하거나 합당치 못한 지출 등을 밝혀냈다. 하지만 첫날인데 콩이야 팥이야 하고 캐겠는가. 관리위원장이 부기에 밝으며 관심이 크다는것만 깨닫도록 충격을 주면 될것이다.

《부기원동무, 나하고 바람을 좀 쏘이지 않겠어요?》

명숙이 웃으며 말했다.

《어디 가보시렵니까?》

《기계화작업반에 가보려는데 같이 가보자요.》

명숙은 부기원과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기계화작업반에 이르렀다. 작업반장은 어디 갔는지 없고 마당과 차고에 정비중이거나 고장난 뜨락또르들, 화물자동차 그리고 무슨 골격을 이룬 쇠붙이들, 련결차들이 가득차있었다. 발동을 건채로인 빨간 《천리마》호가 퉁탕거리며 창고앞에 서있고 운전수인듯 한 청년이 무슨 기름통인지 들고 움직이고있었다. 명숙은 청년을 향해 갔다.

그곳은 연유창고앞이였다. 청년이 기름을 타느라고 기름통을 들고 창고안으로 들어갔다가 얼마후 나왔다. 그는 명숙을 호기심에 끌려 쳐다보며 기름통을 무겁게 들고갔다.

《철수동무, 새로 오신 관리위원장동지예요.》

부기원이 소리쳤다.

철수는 기름통을 내려놓고 머리에 쓴 모자에 손을 눌러대며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고합니다.》 명숙이가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을 해요?》

철색의 얼굴에서 눈이 유난히 영채도는 철수가 대답했다.

《퇴비반출을 하게 되여있었는데 갑자기 변경이 돼서 화물역에 가서 화물을 실어오랍니다. 작업반기술원이 기름을 타가지고 빨리 갔다오라구 재촉입니다.》

《무슨 화물인가요?》

《목재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답한 철수는 그때 창고문을 닫고 이쪽으로 오는 중년의 남자에게 《통계원동무, 새로 오신 관리위원장동지요.》 하고 알려주었다.

명숙은 기계화작업반 통계원과 인사를 나누고 그와 한동안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연유를 받아오고 내주는 일을 겸해서 하고있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왜 그런가요?》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로 온 관리위원장을 만나자마자 좋지 못한 소리를 하는것이 경솔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명숙은 더 캐묻지 않고 이렇게 요구했다.

《올해에 들어와 오늘현재까지 뜨락또르들의 가동정형을 집계할수 있겠지요?》

통계원이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명숙이가 기계화반의 차고, 창고, 마당, 고장난 차들, 수리기재들을 다 돌아보고 사무실에 들리니 마침 통계원이 1월 23일 현재까지의 자료집계를 끝냈다.

뜨락또르 43대중 현재 10대가 퇴비반출에 참가하고있었다. 나머지는 수리, 정비, 다이야부족, 부속부족 등으로 서있고 목재수송, 밭관개동원 등으로 나가있었다. 잠정리가 기계화수준이 높은 단위인것만큼 명숙은 오래동안 검토하였다.

허명숙은 오후에 농산2작업반을 찾아갔다. 마을의 행길에 뜨락또르가 발동을 건채로 몸체를 부들부들 떨며 서있고 농장원들 대여섯명이 걸이대로 련결차에 두엄을 싣고있었다.

운전수가 뜨락또르기관부를 걸레로 닦고있는데 가보니 기계화반에서 만났던 그 고수머리였다.

《오후에는 퇴비운반을 하는가요?》

명숙이가 인사를 하는 그에게 상냥하게 물었다. 명숙이에게는 그가 자기의 뜨락또르를 아끼는 성실한 청년으로 보였다.

《예, 목재를 다 실어왔으니까요.》 철수라고 하는 운전수의 대답이였다. 《기사장이 퇴비운반에 집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응당 그래야지요.》

명숙이는 련결차옆에서 걸이대질을 하고있는 농장원들쪽으로 다가갔다. 농장원들이 그에게 알은체를 하며 인사를 하는데 혀아래소리로 수군거리는것이 아마 새로 온 관리위원장이라고 서로 말하는듯 했다.

명숙은 털모자귀덮개를 올리고 걸이대질을 하고있는 나이든 농장원의 손에 쥐여져있는 걸이대를 잡았다.

《제가 좀 해볼가요?》

볕에 탄 얼굴에 땀이 질벅한 농장원은 얼결에 걸이대를 빼앗기고 이게 웬일이냐는듯 명숙을 의아쩍게 쳐다보았다.

《담배를 태우며 좀 쉬십시오.》

명숙은 걸이대창날을 두엄무지에 쿡 박아떠서는 련결차우에 휙― 올리던지였다. 풀과 돼지똥을 섞어 썩인 질좋은 두엄이였다. 속에서 흰 김이 피여나고 두엄냄새가 확―확― 풍기였다.

《거 걸이대질을 괜찮게 하는구만.》

농장원이 입을 하 벌리였다.

명숙은 방싯 웃어보이며 말했다.

《두엄이 괜찮습니다.》

담배곽을 꺼내며 농장원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는 관리위원장의 칭찬에 흡족해하는것 같았다.

《여기는 2작업반 몇분조입니까?》

《1분조외다.》 하며 그는 두엄무지 저쪽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분조장이지요.》

젊은 사람이 명숙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재차 인사를 했다.

명숙은 땀을 흘리며 한동안 일했다. 나이든 농장원은 옆에 쭈그리고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명숙을 바라보다가 담배를 한대 다 태우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걸이대를 쥐며 말했다.

《그만큼 했으면 됐소. 어서 가보시오.》

명숙은 의아해서 물었다.

《가보다니요? 저는 2작업반에 왔는데요.》

《작업반에 막일하러 왔겠소? 간부들이야 몇삽 떠보면 되는거지요. 간부들이 할일이 따로 있으니까. 자, 이걸 놓소. 원, 벌써 얼굴에 땀이 질벅했군.》

《호호… 그 말씀이 옳습니다. 관리위원장이야 할일이 따로 있지요. 그렇지만 관리위원장도 의무가동을 해야 합니다.》

명숙은 걸이대질을 계속했다. 오래간만에 육체적로동을 하니 몸이 거뿐해지는것 같았다.

처녀와 아주머니, 분조장과 늙은이, 또 한명의 젊은 사람으로 구성된 작업조성원들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재미나하였다.

뜨락또르를 떠나보내고 분조원들과 같이 휴식하며 통성을 했다. 농장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녀성관리위원장을 대했다.

《이 두엄무지가 몇톤이나 나갑니까?》

분조장에게 물었다. 대답은 열댓톤 나갈것 같다는것이다.

《정확히 몇톤 나갑니까?》

명숙이 다시 물었다.

《정확히야 어떻게 압니까? 저울로 달아보겠나요?》

명숙은 그 눈짐작이라는것이 언제나 실지량보다 많이 계산하는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논밭에 두엄을 어느 정도 냈어요?》

분조장은 힘들지 않게 대답했다.

《한 절반 냈지요.》

《이 추운 때에 많이 했군요.》

이때 작업반장을 데려오라고 보냈던 처녀가 나타났는데 그뒤로 키가 크고 눈이 시꺼먼 쉰살쯤 되여보이는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명숙이가 일어서자 그는 털모자에 손을 눌러대고 머리를 끄떡했다.

《작업반장이올시다.》

《예, 낯이 익습니다. 요전모임에서 키가 제일 큰 사람이 2작업반장이구나 하고 머리에 새겨넣었댔습니다.》

작업반장은 굳어진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큰 입을 꾹 다물고 관리위원장이 무슨 말을 또 하겠는지 기다리는것 같았다.

《작업반실에 갈가요?》

명숙은 이렇게 말하고 1분조를 떴다.

2작업반장의 이름은 최윤구이다. 보통 그저 윤구라 부른다.

같이 걸어가면서 따분한감을 메꾸려고 명숙은 반장동무는 어디 태생인가고 물었다.

《잠정리태생이웨다.》

《여기서 태여나 여태 농사를 짓고있구만요.》

《그럼 뭐 갈데 있겠소?》

이 사람과는 이야기할 재미가 없었다. 원래 이렇게 뻣뻣하고 무뚝뚝한 사람일가? 내가 녀성이라고 그럴가? 지금까지 오만수할아버지나 로정만기사장, 부기원아주머니처럼 새로 온 녀성관리위원장이라고 따뜻이 대해주고 생활에서 불편할세라 성의를 다해 보살펴준 농장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말아야 할가, 사람마다 성격이 각이하고 사람을 대상하는 례절도 나름대로이다.

두사람은 작업반사무실까지 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걸어갔다. 바람이 심했다. 쌀쌀한 바람이였다. 명숙은 윤구와 같이 걷는것이 따분한데다 바람마저 쌀쌀하여 어쩔수없이 기분이 저하되였으나 표정을 밝게 하려고 애썼다.

작업반사무실은 탈곡장울타리안에 있었다. 추운 날씨여서 별로 썰렁해보이는 탈곡장이였다.

사무실은 뜨뜻했다. 명숙은 최윤구에게 작업반의 문서들을 보자고 하였다. 아직 그 누구도 이런 요구를 한적이 없었기때문에 윤구는 의아해하였고 난처해하였다. 작업일지를 비롯한 문서들이 제대로 정리되여있지 않았으며 무슨 소린지 알수 없게 적어놓기도 했다. 명숙은 그에게 몇가지 물었다. 윤구는 꽛꽛하고 숱이 많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작업반의 로력구성과 논밭상태 등에 대해 마지못해 적당히 대답하며 몹시 지루해하였다.

《1분조는 퇴비반출을 얼마나 했어요?》

《한 절반 했지요.》

그는 깊이 생각지도 않고 작업일지를 뒤적이며 대답했다. 분조장과 같은 대답이다.

《1분조논에 나가볼가요?》

명숙이가 요구하자 최윤구는 눈을 껌뻑이며 의아해하였다.

《거긴 왜요?》

《두엄을 어떻게 냈는지 보려구 합니다.》

그러자 윤구는 불쾌해하였다.

《확인해보자는건가요?》

《확인이라기보다…》 명숙은 옹색해졌다. 사실 자기가 마치도 《한 절반 냈지요.》 하는 그의 대답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확인해보려고 그러는것으로 인식할수 있었다. 《나는 말입니다. 농장의 모든 포전들을 다 돌아보려 합니다. 혼자 돌아보는것도 좋겠지만 작업반장들과 같이 돌아보면 더 좋겠지요.》 명숙은 이렇게 자기의 의도를 밝혔다.

《그럼 뭐 1분조논부터 나가봅세다.》

윤구는 여전히 찌뿌둥해가지고 대답했다.

넓은 들에는 바람이 세찼고 눈가루가 날리였다. 바람은 맵짰고 솜옷자락과 머리수건이 세차게 나붓기였다. 윤구는 추위에 얼굴이 퍼렇게 되여가지고 2작업반에 속한 포전들을 명숙에게 손으로 가리켜 알려주고 1분조논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여기가 1분조논이요.》

그는 관리위원장이 드문드문 두엄무지들이 쌓여있을뿐 땅이 꽁꽁 얼어붙고 희슥한 눈가루들이 날리는 황량한 논벌을 이 추운 날에 무엇때문에 돌아보려 하는지 알수 없었다.

허명숙은 논에 낸 두엄무지들을 돌아보고 윤구에게 물었다.

《정보당 퇴비를 얼마나 냈어요?》

《한 스무톤 냈지요.》 퉁명스러운 대답이다.

《스무톤이요?》 명숙은 두엄무지들을 가리켰다. 《내가 보기에는 열톤도 못되는것 같은데요?》

《열댓톤은 됩네다.》 윤구가 조금 낮추었다. 그러면서 관리위원장을 힐끔 바라보았다. 《우리 농장은 퇴비원천이 문제지요. 벌방이 아닙니까. 그러니 군에서 화학비료를 우선공급해줍니다.》

윤구는 두엄을 한 절반 냈으며 정보당 한 스무톤정도씩 냈다고 적당히 대답한것이 실지로 사실과는 맞지 않게 과장되였음을 인정하며 면구스러워하는지 이와 같이 변명을 했다.

《2분조논에 가보자요.》

명숙은 그의 구차한 변명에는 상관하지 않고 그를 데리고 다음분조포전으로 갔다.

2분조의 퇴비반출형편도 비슷했다. 명숙은 푸접없고 거친 최윤구반장이 어지간히 당황해하는것을 보았다. 2작업반을 더 돌아볼 필요가 있을가?

《2작업반의 포전은 그만 돌아보겠어요. 추운데 수고했습니다.》

명숙은 그와 헤여져 3작업반으로 향했다.

3작업반도 크게 다를바 없었다. 자급비료생산과 반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장악이 없이 적당히 불쿠어서 보고를 하고있었다. 이렇게 종합된 수자를 기사장 로정만이 수첩에도 적었고 머리속에도 기억하고있으며 군에도 보고했을가? 석영진책임비서에게 퇴비반출을 40프로정도 했다고 한 로정만의 대답이 진실인가, 허위인가? 작업반들에서 올라온 수자들을 따져보고 확인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종합한것일가, 그렇다면 실속없는 수자를 보고한것이다.

(실력자라고 한 기사장이?…)

명숙은 의문스러웠으나 기사장이 그처럼 사실과 맞지 않는 수자를 쥐고 만족해하고있을 사람이라고 인정하고싶지 않았다. 더 알아보아야 하며 시간이 지나가야 안다.

아래지도원이 장악을 허술하게 적당히 했을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책임일군은 분조들에 내려가 직접 따져보아야 하는데…

의혹이 구름처럼 밀려들어 명숙은 머리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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