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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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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830회 작성일 22-02-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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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각이한 운명들


36


벼가을을 앞둔 시기의 어느날 저녁, 관리위원회의 생산부에서는 지도원들이 퇴근하고 강현이와 로정만 두사람이 남아 벼정당평균예상수확고 판정결과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현재까지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즉 허명숙이 새 관리위원장으로 부임한지 두번째 해에는 최고수확년도였던 1979년에 비해서 105프로 장성했다는것을 확고히 예상할수 있었다. 작년에 수행 못한것을 올해에는 수행하였다.

원인이 어디 있겠는가? 허명숙이 말한것처럼 잠재력이 발휘되였기때문이겠는가? 다시말해서 잠정농장이 안고있는 결함들이 퇴치되여가고있기때문이겠는가? 자체로 농사짓는 작업반들이 늘어나고있기때문이겠는가? 금년도총화가 래년초에 있게 될것이니 그때까지 원인을 분석해보아야 할것이다.

강현이는 젊고 얼굴에 생기가 돌고 눈이 반짝이였으며 농산지도원으로 한해동안 일한 경험에 토대하여 새해에는 본때있게 일해볼 열의로 피가 끓고있었을뿐아니라 먼 앞날까지도 내다보며 가슴을 울렁이고있었다. 젊었으니 앞날이 길다.

나이가 지숙한 로정만이는 여전히 위신있게 속심을 알수 없는 모호한 얼굴로 묵묵히 앉아있었다. 물론 그도 농장이 올해의 높이 설정된 계획을 수행한데 대해 긍지감을 가지고있으며 그것은 또한 어차피 자기의 장래문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져가지 않을수 없었다.

실지로 군경영위원회를 바라보고있었던 로정만이는 자기의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처신했고 올농사에 전심전력했다. 한광훈이한테 잠정리를 영원히 뜨지 않겠다고 격해서 선언했던 자신이 아닌가. 하지만 군경영위원회로 쏠리고있는 자신의 심정을 그자신은 속일수 없었다. 그래서 강현이와 같이 올해의 성과를 집계해보면서 문득 그 성과에 대한 긍지감이 자기의 장래문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져가고있는것을 발견하면서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있는 자신에게 화가 났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기사장동지, 나는 우리 농장의 전망을 머리속에 그려보게 됩니다.》 랑만적인 기분에 잠긴 강현이가 말했다.

《우리 농장은 알곡생산을 계속 늘일수 있는 예비를 많이 가지고있습니다. 우선 우리 농장 논의 특성에 맞는 벼종자를 옳게 선택하며 나아가서 더 좋게 연구해내는것입니다. 기사장동지도 알고계시겠지만 농산 5작업반과 6작업반의 토지는 해하성충적토로서 벼들의 초기생육은 좋으나 결실이 나쁩니다. 이러한 추락논에는 아지를 적게 치고 알수가 많이 달리는 벼종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로정만이 딱딱하게 대꾸했다.

《아지를 많이 치고 알수가 적게 달리는 벼종자를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소.》

농업과학기술적문제에 관심이 깊고 탐구심이 많은 강현이가 리해되였으나 벼종자연구에까지 파고드는것이 한 농장의 농산지도원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로정만이 훈시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은 추락논에 알맞는 리상적인 벼종자를 연구해내지 못했소. 농학자들이 앞으로야 연구해내겠지. 그러니 그런데까지 농산지도원이 머리쓸거야 있겠소?》

《저는 5작업반 기술원을 하면서 추락논에 적합한 벼종자를 연구해낼수 없겠는가 늘 생각했고 실험도 해보느라고 했습니다.》

《그런 연구는 과학원에 있는 연구사들도 쉽게 성취할수 없는 과제요. 10년, 20년이 걸릴수도 있지.》

강현은 미소를 지었다.

《옳습니다. 제가 벼생산자로서 주관적욕망과 희망을 말했을뿐입니다. 그렇지만 기사장동지, 논깊이갈이를 해야 하지 않을가요?》

이것도 현실성이 희박한것이여서 로정만은 흥심없이 대답하였다.

《깊이갈이를 하면 좋지. 그런데 우리 농장의 기계수단으로서는 어려워. 뜨락또르대수가 부족하단 말이요. 그러니 논갈이기일을 보장할수 없지.》

그는 훈시하듯 계속하였다.

《깊이갈이도 깊이갈이지만 근본 토지를 개량해야 하는데 그것이 간단치 않아.》

강현은 로정만이가 벼종자문제도, 깊이갈이와 토지개량문제도 다 현실적으로 어려운것으로 밀어치우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지개량은 본질상 흙깔이인데 이 작업은 할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정만은 잠자코 있었다. 그는 강현이 무리한 일감을 자꾸 꺼내는것에 정신적부담을 느꼈으며 피곤해하였다. 농산지도원으로서 시키는 일이나 착실하게 하면 좋지 않겠는가. 이전 농산지도원이라면 시끄럽게 자꾸 그러지 말라고 말했을것이다. 그에게는 말하기가 쉬웠고 마음대로 일을 시킬수 있었다. 그런데 관리위원장이 교체한 새 농산지도원 강현은 지향이 뚜렷하고 대바른 소리를 하기때문에 로정만은 그를 함부로 하대하지 못했다. 그는 과학지식면에서나 실천행동면에서 강현이의 우점을 인정하고있었으며 그로 하여 은근히 강현을 두려워하기까지 하였던것이다. 이것은 작업반기술원 강현을 눈아래로 굽어보며 그가 의견을 내고 지어 자기를 비판한데 대해 못마땅해하고 노하여 욕을 했던 로정만이 기존관념에서 양보하지 않을수 없게 한것으로서 속이 울컥해났으나 어쩌지 못했다.

흙깔이를 하면 좋은것이고 또 알곡수확고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찬 과제이며 앞날이 창창한 강현이로서는 멀리 내다보고 결심하고 장차로 해볼수 있겠지만 자기 로정만이로서는 당면한 문제가 급하다.

《강현이.》 이윽하여 로정만이 유연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농장은 최고수확년도에 비해 105프로 장성한 올해계획을 수행했다고 말할수 있고(아직 예상수확고니까) 따라서 새해에는 그 성과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해. 관리위원장은 래년부터는 온 농장이 자체로 농사짓는데로 결정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말했소. 이것만 해도 래년에 우리 농장이 힘겨운 전투를 해야 한다는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흙깔이는 전망적으로는 해야지.》

강현이는 실망한듯 눈길을 힘없이 떨구었다.

이러한 때에 관리위원장 허명숙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여적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무엇들 하세요?》

요새 얼굴이 별로 환해져있는 명숙이였다. 하긴 잠정리사람들모두가 싱글벙글 좋아하고있었다.

로정만이는 잠자코 있고 강현이가 앞질러 대답했다.

《올해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알곡생산을 더 늘이겠는가 하는것을 이야기하던중이였습니다.》

명숙은 방긋이 웃었다.

《어쩌면!… 저도 방금 그 생각에 고심하고있다가 옆방에서 두런두런하는 말소리가 들려 나와보는데 생각들이 같군요.》

로정만이는 강현이가 내놓은 제기가 전망적인것으로 인정하고있었으므로 별로 흥미가 없었고 또 어디까지나 관리위원회 지도원이지만 관리위원장의 구상은 구상으로 머무르는것이 아니기때문에 호기심이 갔고 긴장감을 느끼였다. 새해부터는 온 농장이 자체로 농사를 짓자고 선포한 관리위원장이 또 무슨 생각을 했을것인가?

《위원장동무의 구상을 들어봅시다. 우리가 이야기한것들은 장기적인것이여서…》 하고 로정만이 요청했다.

《새땅을 찾아내여 알곡생산면적을 늘이자는것입니다. 올해 벼가을이 끝나면 착수하자고 해요.》 하고 명숙이는 주저없이 자기의 구상을 전개하였다. 《다시말하여 마을과 잇닿아있는 뙈기논들과 밭들을 토지정리하여 규격포전으로 넓히면 뜨락또르들과 모내는기계들의 리용률을 높이게 되며 중요하게는 새땅을 더 얻어내게 됩니다. 당제6차대회에서 제시한 사회주의경제건설의 10대전망목표에는 나라의 알곡생산면적을 높일 과업이 제기되여있지요. 새땅을 얻어내는 문제는 현시기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아닙니까.》

잠정리는 넓은 대지에 속해있었으나 마을과 잇닿아있는 새로 푼 논들은 뙈기논이였다. 또 논으로 정리할 땅들도 있었다. 기사장과 강현이 커다란 흥미와 놀라움속에서 명숙이의 설명을 들었다.…

그들과 토론한 후 허명숙은 즉시 실천으로 넘어갔고 10일지령총화모임에서 그 계획을 통과시켰다.

《올해 벼가을이 끝난 다음부터 시작하여 한 2~3년어간에 끝내려 합니다. 벼가을이 끝난 후 땅이 얼기 전까지 그리고 땅이 녹으면 모내기전까지의 공간을 리용해서 하려 합니다. 군토지건설사업소와 토론이 있었고 그 사업소에서 기술자들이 왔다갔습니다. 불도젤 한대와 교대로 일할 운전수 2명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농장에 있는 불도젤까지 두대가 작업하게 됩니다. 책임은 부위원장동무가 맡고 우리 농장의 뜨락또르운전수 곽철수동무 외 1명이 동원됩니다. 이상 토지정리작업과 관련한 계획과 작업조직에 대해 말했는데 물어볼것이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특별히 물어볼것이 없는지 다들 입을 다물고있었는데 눈빛들은 좌우간 관리위원장의 일욕심이 끝이 없군 하고 감탄하는것 같았다.

《물을것이 없으면 다음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래년 봄부터 정확히는 3월 초하루부터 분조를 단위로 하는 사회주의경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물론 올해에도 경쟁을 했고 모든 분조들을 알곡생산고와 분배몫을 기준으로 하여 1등부터 마감까지 순위를 매기였습니다. 그런데 래년봄부터는 분조원전원이 년중 만가동을 하는 조건에서 사회주의경쟁대상에 참가시키려고 합니다. 다시말하여 분조가 만가동분조로 되여야 경쟁에서 순위권에 들어갈수 있다는것입니다. 만가동하여 순위권에 드는 분조는 정치적평가와 함께 분조원전원에게 상을 주게 됩니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싱글벙글했다.…

분배하는 마당에서 류순절분조가 농장적으로 3등을 했다. 큰 성과였고 발전이였다. 분조원들은 흥이 나서 둥 떠있었다.

알곡을 분배받고 현금봉투를 손에 쥐고 벙글거리는 분조원들앞에서 순절은 호소했다.

《래년에는 꼭 1등을 합시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만가동분조가 되여야 경쟁대상이 되니 각오를 단단히 가져야 할것입니다. 꼭 1등을 합시다.》

《해야지!》

《자신이 있네. 안종기령감이 앞장섰으니 됐다니.》

《젠장, 좀더 힘을 넣었더라면 올해에 1등을 했을건데. 아쉽게 됐군.》

《래년에는 만가동도 하고 1등도 하세. 가을에 심은 밀보리를 래년 봄에 내여 알곡을 얻고 거기다 벼와 강냉이를 심으면 또 알곡을 얻지 않나. 그러니 두벌농사가 은을 낼걸세.》

《그뿐인가. 강냉이밭고랑에 남새를 심었으니 세벌농사를 한셈이야.》분조원들이 떠들어댔다.

번대머리 안종기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는 사람이 아주 달라졌다. 개인터밭에 만들었던 비닐박막을 들어내고 분조에다가 온실을 만들었고 두벌농사, 세벌농사를 하는데 앞장섰다. 첫째가는 농사군으로서 동네에서 존경받았던 그가 지금 그 존경을 다시 회복했다.

《순절아, 너 시집을 천천히 가렴. 우리 분조가 더 잘사는 분조로 된 다음에 말이다.》

리세호가 눈이 맞붙게 웃으며 하는 소리다.

《아니, 순절이가 이자 열아홉살인데!》

《벌써 눈독을 들이는 녀석들이 있어서 그러는거야.》

《아 이제는 분조장보구 순절아, 순절아 하지 맙시다.》

순절이가 뿜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있는데 입에 담배를 물고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마장석반장이 다가왔다.

《여기선 왜들 법석 끓소?》

그가 물었다.

《래년에는 1등을 하자는 토론을 하구있수다.》

나이지숙한 녀인의 대답이였다.

《그런가. 그럼 내가 공연히 왔군, 내가 그걸 말하자구 왔는데.》

마장석은 기분이 좋았다. 류순절처녀분조장이 래년에는 1등을 하겠다니 얼마나 좋은가.

로정만은 자기가 신통치 않아했던 처녀분조장이 한해동안 이루어놓은 성과를 두고 생각에 잠겼다. 허명숙관리위원장이 옳았다. 류순절분조를 하나 놓고보아도 잠정농장의 새로운 변화가 뚜렷이 안겨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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