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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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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823회 작성일 22-01-2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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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생활은 앞으로


33


형식상 곽기춘이의 상급인 기계화작업반장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가지고 마침 그곳에 나타난 기사장 로정만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기사장동지, 연유취급자는 누구에게 종속된 사람입니까? 누구의 지시를 받습니까?》

로정만은 그의 애타하는 얼굴을 피하여 다른 곳을 보며 오히려 반문했다.

《왜 그러나?》

《복잡해서 그럽니다. 뜨락또르와 자동차가 다 기계화반에 배속되여있으니까 반장인 나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데 연유는 나에게 권한이 없습니다. 곽령감이 개별적인 운전수들을 대상합니다.》

《그럼 반장은 뭘해?》

《작업증과 운행증을 떼주고 그걸 보고 곽령감이 기름을 직접 내줍니다. 기름의 대부분을 기계화반이 쓰는데 문서놀음을 하니까 기동성을 보장할수 없습니다. 어제 화물자동차가 사리원에 갔다오던중 휘발유가 떨어져 도중에서 섰습니다.》

로정만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운행증을 잘못 떼주었구만.》

《곽령감이 지내 깍쟁이를 부렸지요.》

《아바이를 불러오게.》

봄갈이를 앞두고 일체 정비에 들어간 뜨락또르들의 상태를 직접 알아보려고 로정만이는 기술원과 함께 기계화반구내를 돌고있었다. 곽기춘이가 왔다.

《불렀습네까?》

《군에서 기름을 제대로 타오우?》

로정만이 철수의 뜨락또르기관부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물었다.

《기름은 3월달에 가서나 제대루 줄것 같소. 지금은 쥐오줌만큼밖에 주지 않소.》

로정만이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제 사리원에 갔던 화물자동차가 도중에서 왜 섰소?》

《그야 내가 모르지요.》

《휘발유를 제대로 줬소?》

《줬지요.》 곽기춘이 대답했다. 《반장이 뗀 지령대루 주었소. 한데 아마 자유주의를 했겠지요.》

《그건 무슨 소리요?》

《지령에 없는 무슨 개인용무를 보았든가 했겠지요.》

그러자 옆에서 반장이 곽기춘의 메마르고 좁은 얼굴과 구붓하고 꽛꽛한 어깨를 밉살스럽게 쏘아보며 화를 냈다.

《운전수가 개인용무도 좀 볼수 있지 않습니까?》

곽기춘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볼수 있지. 그러나 개인용무를 보라고 휘발유를 출고할수는 없소. 그런걸 막으라구 반장이 있지 않겠나?》

반장이 화끈했다.

《이거야 어디! 난 반장 못해먹겠소!》

로정만이는 아무 소리없이 다시 뜨락또르의 기관부에로 눈길을 돌렸다.

《이건 누구의 뜨락또르요?》

그가 물었다.

《곽철수와 태호의 뜨락또르입니다.》

기술원이 대답했다.

로정만은 아무 소리없이 다음뜨락또르로 향했다. 기술원은 잔소리 한마디없는 그를 의아해서 쳐다보았다.

로정만은 머리가 어질어질해났다. 경애와 관련되여있는 철수의 뜨락또르, 그 철수의 아버지인 인정사정이라고는 전혀 통할것 같지 않는 곽기춘이 한꺼번에 겹쳐들었다. 가뜩이나 한해총화를 지으며 한광훈이한테서 불쾌한 소리를 들었고 농장원총회에서 마장석의 비판으로 해서 머리가 무거워진데다가 경애문제로 처까지 입원하여 골머리를 앓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기계화반장이 제기한 의견따위에까지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연유취급자를 불러 알아보는것으로 그쳤다. 현재로서는 그러한 질서를 세운 관리위원장이나 그 질서대로 일하는 곽기춘이가 옳다. 그래 더욱 아무말없이 자리를 뜬것이다.

철수의 뜨락또르에 대한 정비정형검열도 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인 곽기춘이앞에서 정비를 제대로 못했다느니 어쨌다느니 하고 말하면 경애문제와 결부시켜 곡해할수도 있지 않겠는가. 로정만이로 말하면 딸의 장래문제는 자기가 장차 해결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는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경애 어머니가 자꾸 들고다니였고 지금은 입원한 상태이니 더 복잡해져서 그도 머리가 아파난것이다.

그렇다고 사업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될것이다. 로정만은 철수와 태호의 뜨락또르는 그냥 지나쳤지만 다른 뜨락또르와 농기계들의 정비상태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검열하며 잔소리를 하였다.

저녁총화모임에서 벼모판씨뿌리기가 박두한데 맞게 그 준비사업을 다그칠데 대하여 명숙이가 기사장, 농산지도원에게 강조하고 다른 지도원들도 담당한 작업반들에 내려가 장악통제를 잘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할말을 기본적으로 다 한것 같은데 로정만이 불쑥 입을 열었다.

《작년에 바람막이바자를 형식적으로 해서 바람피해를 본 분조의 모판들에서 올해는 특별히 각성해야 하겠습니다.》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명숙이가 기사장의 말을 받았다.

《분조장들과 모판관리공들의 책임성이 중요해요. 작년에 바람이 심할 때 5반 2분조장 류순절동무는 모판관리공들을 데리고 나가 장밤 책임적으로 모판을 보호했어요.》

로정만이 실농군과 교체하자고 제기했던 처녀분조장이래서 허명숙이 의도적으로 칭찬하는것은 아니였다. 류순절이 처녀분조장으로서 사업을 시작하여 첫해는 말할것도 없고 작년에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했다. 미숙한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류순절은 심각한 교훈을 찾았다. 분조관리제를 옳게 실시하여 자기 분조를 추켜세울 방도를 찾았으며 실천에 옮기고있었다. 그가 하는 일들이 볼수록 기특했다. 로정만이가 지금에 와서 순절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물론 알수 없었다. 명숙은 로정만에 대해서는 그가 농장원총회가 있은 후 될수록 자신을 자제하면서 기사장사업을 알심있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좋게 보고있었다.

기사장은 관리위원장과도 사업토의를 진지하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정만에 대해서 대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속심을 얼굴에 표현하지 않는 그를 이전보다 더 어렵게 대하였다. 로정만이 왜 속이 편안하겠는가. 그렇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는것은 그만큼 당원으로서 수양되였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 아닐가.

농장원총회후에 리당비서방에 로정만이 나타나지 않고 집으로 가버린 일이 있지만 그것은 리해된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하게 나타나면 위선적인 행동으로 보일수도 있었다.

한해총화이후의 로정만이를 명숙은 더 믿으려 했고 좋게 평가하였다. 딸 경애문제로 집안이 좀 복잡했지만 그것도 일체 입밖에 내지 않는것을 보면서 명숙은 생각이 많았다. 단지 새 농산지도원 강현과의 관계에서 지내 공식적인감이 나는데 이것은 두사람이 인간적으로 호흡이 잘되지 않는다는것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것이다.

《이것은 다른 얘긴데, 올해에는 5작업반에서 자체로 농사짓도록 하는것은 물론이고 다른 2개 작업반도 동시에 자체로 모내기를 하게 하려는 생각인데 어떻겠어요?》

명숙이가 이렇게 문제를 꺼냈다.

모두들 생각하느라고 입들을 다물었다. 작년에 5작업반에서 곡절을 좀 겪었으니 심사숙고하는것이다. 이윽하여 강현이 먼저 말을 했다.

《나는 농산 5작업반과 함께 2개의 작업반에서 동시에 자체로 모내기를 하게 하자는 위원장동지의 제기를 지지합니다. 5작업반은 작년도에 경험을 쌓았으니 금년에는 틀림없이 됩니다. 5반에는 1분조장이나 4분조장이 능력이 좀 딸리는데 도와주면 될것입니다. 처녀분조장이 이끄는 2분조는 작년에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해냈습니다. 안개틀논의 랭기를 뽑는 공사를 인민군대의 지원을 받아 끝내고 지금 기세가 충천해있습니다. 순절분조장에게 돼지를 기르지 못하겠다고 그의 집에 가져갔던 혜옥이 어머니는 잘못을 깨닫고 돼지새끼를 다시 가져다 먹이고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5작업반은 한해동안에 큰 전진을 했습니다. 다른 작업반들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강현의 말이 끝나자 로동지도원이 우스개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강현동무가 작업반을 떴으니 마장석반장이 혼자 해낼수 있을가.》

대답은 명숙이가 했다.

《새 작업반기술원동무가 있잖아요.》

이번에는 계획지도원이 《한개 작업반만 더 해보는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조절안을 냈다.

《아니, 2개 작업반을 더 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온 농장이 하고.》

명숙은 이미 결심되여있었다. 그가 일단 결심하면 양보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고있는 모임참가자들은 그이상 더 의견을 내려 하지 않았다. 명숙이가 내놓은대로 모두 3개 작업반이 자체로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로정만은 처음부터 침묵을 지키고있는데 바로 자체로 농사짓는 문제를 두고 마장석이 비판했기때문이였다.

《기사장동무는 다른 의견이 없어요?》

명숙이가 마지막으로 로정만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로정만은 단마디로 대답했다. 그는 명숙이가 이에 앞서 리당비서와 합의했을것이라고 짐작하고있었기때문에 다른 의견을 내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고있었다.

《강현동무, 그러면 그 2개 작업반을 어느 작업반으로 하는것이 좋겠어요?》

명숙이 물었다. 그는 벌써 실무적인데서 강현이에게 의거하고싶어지는것이였다.

《그건 관리위원장동지가 더잘 알수 있습니다.》

강현은 역시 령리한 사람이였다. 한개 작업반에 파묻혀있던 그는 아직 농장전반에 대한 파악이 부족했다. 작업반장들에 대해 대체로는 알고있었으나 농산지도원의 눈으로 재평가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그는 농산지도원사업을 방금 시작했다.

《나는 농산1반과 2반에서 시도해봤으면 하는데요.》

이때 비로소 로정만이가 입을 열었다.

《2반장 윤구는 덜렁거리는 성격에 조직력이 약하고 타산이 세밀하지 못하지요. 2반대신 다른 작업반을 선정하는것이 어떻겠는지.》

로정만이가 가만 앉아있었다 하여 농장일을 무관하게 대하고있은것은 아니였다. 두개의 작업반을 더 자체로 모내기를 하도록 하자는 명숙의 제기에는 어차피 명숙이가 결심대로 할것이기때문에 잠자코 있었지만 구체적인 작업반을 선정하는데서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가 편협한 사람은 아니였다.

명숙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건 옳습니다. 그러나 바로 윤구반장이 그런 결함이 있고 또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어떻게 농사를 짓겠느냐 하는 낡은 관념에 깊이 빠져있기때문에 그를 우리가 잘 도와주어 5반에서처럼 성공하면 다른 작업반장들과 전체 농장원들에게 주는 영향이 좋을것입니다.》했는데 이번에는 강현이까지 우려를 나타냈다.

《윤구반장이 좀 미타한것은 사실입니다.》

그 어떤 편견이나 개인감정에 빠지지 않고 실무적으로 사업을 대하는 강현이였다. 그는 로정만이 윤구반장을 우려한것이 정확하다고 보았던것이다.

강현이까지 머리를 기웃거리였지만 명숙은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2작업반을 전적으로 맡겠어요.》

고맙게도 모임에 참가한 3대혁명소조책임자가 명숙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는것이 공격정신입니다. 저는 그것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 소조에서 1반과 2반을 분조에까지 내려가 적극 협조하겠습니다.》명숙은 그의 말에서 힘을 얻었다.

《소조원동무들의 특징은 이신작칙하는것인데 그렇게 분조에까지 내려가 이끌어주면 문제없을것입니다.》

날과 달이 가면서 명숙은 더욱 자신심있게 주동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내밀었으며 잠정농장은 그에 따라 전진해갈것이다. 로정만이 농장일을 좌지우지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로정만자신이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 작업반이 올해에 자체로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기로 결정했다는것을 알게 된 윤구가 기사장 로정만을 찾아와 다시 토론해달라고 제기했다.

《나는 자신없습니다.》

《동무가 자신없어한다 해서 이미 결정된것이 달라질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오? 관리위원장의 성미를 모르오? 정 못하겠으면 내게가 아니라 관리위원장한테 직접 제기하오.》 하고 로정만이 딱딱한 얼굴로 퉁을 놓았다.

윤구는 두덜대며 물러갔다. 그는 관리위원장에게 직접 제기할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관리위원장이 그를 찾아 작업반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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