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대지의 딸 16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대지의 딸 16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419회 작성일 22-01-11 04:04

본문

20211226105043_dbe9fb380a435b79b32ecd7692e28320_v9j3.jpg

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15


분망한 영농기가 도래하였다. 잠정농장에서는 벼랭상모판만들기가 마지막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서 관심사는 과학기술적요구를 철저히 지키는것이다. 그래야 벼모가 튼튼히 자라며 모내기를 성과있게 보장할수 있는것이다. 명숙은 새해 영농사업의 첫 공정부터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과학기술적으로 추진하는데 힘을 넣었다. 이 사업은 기사장과 농산지도원 그리고 각 작업반의 기술원들이 책임적으로 해야 할 몫이였다.

명숙이가 매일 강조하고있기때문이기도 했지만 로정만자신도 요구성이 강한 녀성관리위원장과의 첫해농사에서 과학기술적요구를 엄격히 지켜 풍작을 마련하고 계획을 해야 한다는 각오가 서있었으므로 잠정농장에서는 이 문제에서 불이 붙었다고 말할수 있었다. 하루사업을 총화하는 관리일군들의 모임에서 기사장 로정만의 목소리가 특별히 크게 울리였다.

그렇지만 계절과 들판이라는 자연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농촌에서 공장에서처럼 되기는 어려웠다. 요구성을 부단히 높여야 했다. 3대혁명소조원들이 종합된 의견을 자주 제기했다. 하루를 총화하는 자리에서 명숙은 3대혁명소조 책임자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잠정리에 나와있는 3대혁명소조책임자는 농업대학을 졸업한 사람인데 제대군인으로서 원칙이 강했다.

《두가지를 말하겠습니다.》

말을 간단명료하고 조리있게 하는 소조책임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 분조들에서 랭상모판을 만들며 과학기술적요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되는대로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농산 2작업반의 실례를 들겠습니다. 3분조에서 경사지와 토심이 얕은 땅, 물조건이 나쁜 곳에 500평가량 랭상모판을 정했습니다. 담당소조원이 문제를 세우자 분조장은 작년가을에 판상을 다 골랐다, 비료에 오염되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조원동무는 논판에다가 하되 암거를 파라고 했습니다. 3분조장은 대답을 했을뿐 집행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작업반, 분조들에 락종기가 부족합니다. 락종기가 없으면 손으로 씨앗을 뿌리게 됩니다. 저는 시급히 부족한 락종기 15대를 생산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사장 로정만이 지도원들을 둘러보며 엄하게 말했다.

《소조책임자동무가 옳은 문제를 제때에 제기했습니다. 10일지령총화에서 그만큼 강조했고 또 작업반에 내려가서도 지적해주며 바로잡도록 했는데 왜 고치지 않고 아직도 되는대로 모판자리를 만들고있는가! 규철동무, 2반 3분조에 나가보았소?》

규철이란 농산지도원의 이름이다. 농장의 기술문제를 총적으로 맡아안고있는 기사장 로정만이는 3대혁명소조책임자의 지적이 곧 자기에 대한 경고로 되기때문에 대뜸 열을 올려 밑에 있는 농산지도원을 다불러대는것이였다.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규철이가 기여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로정만은 그를 한동안 지켜보다가 타협조로 말했다.

《하긴 동무 혼자 온 벌판을 돌아볼수야 없지. 그렇기때문에 작업반기술원들을 잘 틀어쥐여야 한단 말이요. 2반 3분조 모판자리를 래일 당장 바로잡도록 하오.》

《예.》

《아침일찌기 집에서 직접 3분조로 나가오.》

《예!》

그런데 소조책임자가 로정만을 돌아보며《2작업반을 담당한 소조원이 하고있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래도 동무가 나가보란 말이요.》

《예.》

농산지도원은 거듭 예, 예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구》 기사장이 계속했다. 《랭상모판씨뿌리기 시범상학준비를 잘하오. 어느 작업반에서 하겠소?》

《소조책임자와 토론해서 정하겠습니다.》

그러자 로정만이 화를 벌컥 냈다.

《동무는 주인이요, 손님이요? 5작업반에 준비시키오, 기술원 강현이한테 과업을 주오.》

그는 소조책임자로부터 비판이라고도 할수 있는 의견을 들은것이 내려가지 않아서 이처럼 어성을 높여 규철이에게 화를 내는것이였다.

명숙은 그가 자존심이 상해 그런다는것을 간파하고 그것을 좋게 평가했다. 비판이나 지적을 받으면 반응이 강렬할수록 좋은것이 아니겠는가.

명숙은 또한 로정만이가 강현이를 중시하고있는것에 주의가 갔다. 로정만과 강현이와의 사이가 어째서인지 버그러진것 같은데 그렇지만 기사장은 랭상모판씨뿌리기 시범상학 같은 중요한 사업을 그에게 맡기는것이였다. 개인감정과 사업을 갈라보는것 같다. 명숙은 강현에 대한 로정만의 견해를 알고싶어 모임이 끝난 후 그를 남으라고 했다.

《기사장동무, 하나 물읍시다. 5작업반 기술원 강현동무가 실력이 있습니까?》

로정만은 왜 관리위원장이 그것을 묻는지 갑자기 부닥친 정황앞에서 얼른 대답을 찾지 못한듯 무표정한 얼굴로 잠자코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시범상학을 5반에서 하도록 했지요.》

이렇게 대답하며 로정만은 명숙이가 5반에 나가서 강현이를 이미 만나 료해를 했고 마장석의 의견도 들었으리라는것과 강현이가 능력이 있고 똑똑하다고 인정했으리라는것, 그래서 그에 대해 묻는것이라는것을 간파하였다. 명숙이에게 강현에 대한 옳은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명숙관리위원장이 아직 사람들을 깊이 파악 못했을것은 명백했고 따라서 일면적인 견해를 가질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말입니다.》

로정만이 계속 말했다.

《능력이 있고 똑똑한데 그에게는 소총명이 있습니다. 뭐든지 자기가 다 옳다고 하며 이 로정만이도 현대농업과학에서는 뒤떨어졌다고 내놓고 말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내놓고 말하는것을 나는 탓하지 않습니다. 솔직하니까요. 그런데 위원장동무, 솔직히 말해서 농사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것과 같습니까? 자연을 대상으로 하니까 가령 랭상모판을 만들 때 류안이 150그람 들어가야 한다면 농장원들이 그것을 일일이 저울에 달굽니까? 처음엔 달구겠지만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짐작하여 섞지요. 싹이 튼 씨앗도 종자처리장에서 내오는 날 심어야 하는데 갑자기 눈이 오면 뿌릴수 있습니까? 농사란 가을에 가서 수확을 해놓은 다음에야 〈제품〉이 어떻고 얼마 나왔다는것을 알며 진짜평가도 받는게 아니겠소? 그렇지요? 그런데 강현이는 농사도 공장에서처럼 치차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기술공정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철이 없다는 의견들이 제기됐지요.》

하지만 기술공정에 대한 강한 요구자체야 옳지 않겠는가. 명숙은 5반에 가서 강현과 담화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어처구니가 없는것은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농장자체로 모내기를 해야 질도 보장되고 기일도 앞당겨진다는 그의 주장입니다. 관리일군들은 이 사람이 머리가 돈게 아닌가 하고 아연해하였습니다.》명숙이도 강현이로부터 그러한 소리를 들었었다.

《강현이를 관리위원회 농산지도원으로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있었고 론의가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강현이는 작업반규모에서 기술지도사업이나 할 인물입니다. 똑똑하고 머리가 좋으나 똑똑한것이 넘치면 모자라는것이나 같지 않습니까. 물론 똑똑하고 머리가 좋기때문에 내가 더러 데려다 일을 시키는데 기술실력이 있고 분석능력이 있다 해서 지도능력이 있는것은 아니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명숙은 로정만이가 솔직한 심정을 터놓았다고 생각했다. 명숙이가 알고싶어했지만 꼭 짚어 물어보기 따분했던 내용들을 그는 다 털어놓은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강현이 농사도 공장에서처럼 치차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기술공정을 지켜야 한다고 한 주장이 틀렸을가? 지원로력을 받지 않고 자체로 모내기를 해야 기일이 앞당겨진다는 강현의 주장도 과연 어처구니없는것일가? 강현에 대한 로정만의 견해는 다분히 부정적이였고 그밑에는 어떤 감정이 깔려있는듯 했다. 하긴 5작업반장 마장석이도 기사장에 대해 무슨 불만이 있는것 같다. 그런데 명숙은 차츰 마장석이와 강현에게 정이 쏠리고 믿음이 갔으며 로정만에 대해서는 초기의 좋은 감정이 흐려지는것이였다. 무엇때문일가? 그것은 올해농사차비에서 나타난 허위보고를 알게 된 때부터 기사장의 사업에서 심중한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때문일것이며 또한 아래사람들을 거칠게 대하며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욕설이 많은 그의 사업작풍을 보았기때문일것이다.…

5작업반에서의 랭상모판씨뿌리기 시범상학은 3대혁명소조원들의 방조와 강현의 책임적인 노력에 의해 잘 진행되였다. 명숙이가 강현의 3년전 영농일지에서 본것과 같은 기술적정확성을 가지고 진행되였다. 거기에 참가한 모든 작업반장, 기술원, 분조장들은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범단위에서 일이 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사장 로정만은 씨뿌리기가 시작되여 며칠이 지나 다른 작업반을 거쳐 5작업반에 이르렀다. 종자처리장에서 그는 싹틔운 종자를 내주고 받아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야 영복이, 네 몸무게부터 달아보자.》

종자가 든 마대를 큰 저울에 올려놓기 전에 젊은 녀석이 종자를 타려고 온 처녀에게 하는 소리였다. 처녀는 몸매가 둥실둥실하고 얼굴이 넙적했으며 눈두덩이가 불룩했다. 처녀는 두눈이 맞붙게 웃으며 《어디 달아봐요.》 하며 큰저울에 올라섰다.

《에키, 수매하게 됐구나.》

젊은 녀석의 소리에 처녀는 손벽을 마주치며 깔깔 웃어댔다. 그러다가 그들은 엄하게 서서 지켜보는 기사장을 발견하고 와뜰 놀라며 부랴부랴 가져갈 종자를 저울에 달구었다.

《너 몇분조야?》

로정만이 턱으로 처녀를 가리켰다.

《4분좁니다.》

처녀는 겁을 내며 공손히 대답했다.

《언제 장난질할새가 있는가? 기술원이 어데 갔어?》

이번에는 청년에게 물었다.

《2분조에 간다고 했는데…》

2분조면 류순절분조다.

그사이에 처녀는 종자가 든 마대를 둘러메고 도망치듯 멀어져갔다.

기사장은 1분조로 갔다. 아직 씨뿌리기를 하지 않고 모판준비를 하는 곳에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한것은 거기서 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들려왔기때문이다. 가까이 가보니 뜨락또르가 양수기를 돌려 물을 퍼올리고있는데 그렇게 퍼올린 물을 고무호스로 모판에 뿌리고있었다.

《중지하라!》 하고 로정만이 소리쳤다. 분조원들이 어리둥절해서 기사장을 쳐다보는 속에서 분조장이 뜨락또르와 련결된 피대를 벗겨 양수기를 멈추어세웠다.

《동무가 분조장이지?》

로정만이 나이지숙한 1분조장을 손가락으로 찌를듯이 가리키며 물었다. 분조장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누가 모판에 물을 이렇게 주라고 했소? 기술원이 지시했소?》

《아닙니다.》

《기술원이 어떻게 지시했소?》

《…》

《왜 말 못해? 랭상모판에 물을 이렇게 주면 모판에 들어간 퇴비가 씻겨 내려갈수 있기때문에 가마니를 펴고 물을 뿌리든가 아니면 초롱으로 퍼서 물을 주게 되여있다는걸 동무는 모르오?》

《…》

《모르는가?》

기사장이 꽥 소리쳤다.

《압니다.》

《그런데 왜 호스로 쏘아대는거요, 엉?》

《시정하겠습니다.》

《어떻게?》

《이자 기사장동지가 말한대루…》

《아니야, 모판을 다시 만들어야겠소. 보란 말이요. … 됐소, 동무같은 분조장하구 더 말해야 입이나 아프지.》

로정만은 기술원이나 작업반장을 당장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강현이가 왔다.

《모판에 이런 식으로 물을 주라고 동무가 지시하지는 않았겠지?》

얼굴이 시퍼래서 쏘아보는 로정만의 눈길을 피하여 강현이 머뭇거리였다.

《동무를 믿고 씨뿌리기 시범상학을 조직했는데 모두 이런식으로 망탕하지 않겠는지 근심이 돼!》

강현은 머리를 들지 못했고 분조장과 분조원들은 사색이 되여 서있었다.

《말은 잘하는데 집행에서는 왜 이 모양인가, 작업반장도 책임이 있소. 잘한다잘한다 하니까… 문제를 단단히 세우시오.》

《제 잘못입니다.》

강현이 꺼져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야 옳게 지시를 주었겠지. 그런데 분조장들이 망탕 일하니 책임은 져야 해. 기술원이 아닌가.》

《알았습니다.》

로정만이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작업반 저녁총화모임에서 마장석이 1분조장을 어떻게 닦아세웠는가 하는것은 후에 농장원들속에서《1분조장이 학춤을 췄대.》하는 말이 돌아간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분조장들이 기술규정과 작업조작규정을 어기는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 기술원들과 기사장이 목이 아프게 강조하고 요구하며 3대혁명소조원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시정시켜주군 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규정대로 하지 않고 숙련으로 하는 분조장이 있다. 가령 작업조작규정에는 씨를 뿌릴 때 골고루 그리고 정확히 뿌려지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락종기를 쓰게 되여있는데 그 락종기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에 되박에 씨앗을 담아가지고 손으로 뿌린다. 그런데 숙련된 농장원은 잘 가동하는 락종기조차도 무색해할 정도로 골고루, 정확히 뿌린다. 그렇게 하는것을 보고 기술원이나 소조원은 웃어넘기고 만다. 농산작업에서 기술적요구를 관철하며 작업을 기계화하는 사업은 이렇듯 여러가지 요인, 즉 분조장들의 경험주의, 무책임성, 농기계들의 결함, 자연을 대상하는 환경 등등에 의하여 쉽게 되지 않는다. 5반 1분조장이 학춤을 추었다 해도 별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강현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이날이후로 자개바람이 일게 분조들을 돌아다니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