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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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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42회 작성일 22-01-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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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농산 제5작업반


10


마장석은 관리위원장에게 공연히 안종기얘기를 해서 입덕을 보게 되였다고 속으로 쭝쭝댔다. 5작업반에서 남새반으로 빠져나간 안종기를 두고 그가 실농군이지만 리기주의가 심하다며 차라리 시원히 잘 가버렸다고 했었는데 관리위원회에서 농산작업반들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일부 로력자들을 조절하면서 그를 다시 돌려보냈던것이다. 그밖에도 몇사람이 더 왔다. 그런데 난사는 안종기를 분조장들이 자기 분조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것이였다. 마장석은 분조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1분조장에게 말했다.

《안종기는 1분조에 편입시키겠소.》

그러자 나이지숙한 분조장이 머리를 저었다.

《나는 안종기를 받지 않겠소.》

《그건 왜?》

마장석이 눈살을 찌프리였다.

《안종기는 터밭농사에만 열성이고 공동로동에는 흥미없어한다우.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나쁘단 말이요.》

마장석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한가지라두 장점이 있으니 됐구만. 일은 요령있게 잘하는 사람이요. 두말할것없이 받소. 그런 실농군을 싫다고 하다니?》

《아니, 싫소.》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떠맡길수 없어 다른 분조에 넣으려 하는데 순서대로 하면 2분조장에게 받으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2분조장은 류순절이다. 순절이가 안종기를 다루어내겠는가? 그래 건너뛰여 3분조장에게 받으라고 하니 그는 덮어놓고 싫다고 했다.

《아니, 1분조장이 싫다는 사람을 나한테 넘겨요? 난 싫수다. 1분조장아바이, 작업반에서 정해준대루 하는게 옳지 않소?》

《글쎄 나하군 더 말말게.》

1분조장이 딱 뻗치였다.

마장석이 화를 내며 들고있던 수첩을 탁 내려놓았다.

《이러면 안되지요. 그래 우리 마을에 사는 안종기를 남새작업반에 도루 보내야 옳겠소? 거기서도 도루 받지 않겠다면 종기동무는 어딜 가야 하겠소?》

《그건 내 알바가 아니요.》

1분조장이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그의 이마에 퍼런 피줄이 돋았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 젠장, 머리아프군. 4분조장생각은 어떤가?》

4분조장은 벌씬 웃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사람은 좋은 일이 생기면 시무룩해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스러운 일에 부닥치면 웃군 했다. 이런 이상한 성미를 잘 알고있는 마장석은 쓴입을 다시였다. 대답은 들으나마나하였다.

이때 2분조장 류순절이가 숙이고있던 머리를 들었다.

《우리 2분조에 보내주십시오.》

순절이가 안종기를 맡으면 애를 먹을것 같아서 2분조를 건너뛰였는데?… 마장석은 순절이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너 정말이냐?》

《정말 아니구요.》

《허참!》

《난 안종기아바이를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다들 싫다니 어찌겠어요? 어느 분조에든 속해야 하겠지요?》

마장석은 아무말없이 담배곽을 꺼내들었다.

부락당비서가 순절분조장이 받겠다는데 2분조에 편입시키자 했고 기술원 강현이도 지지했다. 다른 수가 없어 마장석이 동의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분조인원조절이 끝났다. 마장석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5작업반이 계속 본때를 보여야 하겠소. 우리 농산5작업반은 지금까지 영농준비와 모내기, 김매기에서 다른 작업반들의 앞장에서 제일먼저 결속하군 했소. 이 전통을 계속 살려나가도록 하자면 분조장들이 자기 분조원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잘해서 분발시켜야 하겠소.》

기술원 강현이 그를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마장석5작업반에 새로 편입된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마장석이 흡족해할줄 알았는데 의외에도 이마살을 찌프리였다.

《우리한테 오면 마장석이 거저 먹여준대? 이제 일을 세게 내몬다고 나를 욕이나 하지 말래.》

《허허…》

그들은 5작업반사람들이라는 긍지를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리였다.

이튿날 아침 새 5작업반원들이 모두 작업반사무실 앞마당인 탈곡장에 모였다. 마장석이 분조성원들을 발표했다.

《분조별로 모여 오늘 작업지시들을 하시오.》

마장석의 지시에 따라 2분조원들도 탈곡장 한쪽에 모였다.

류순절이는 수첩을 꺼내들고 한사람한사람 호명했다.

《리세호아버님.》

《예.》

《리춘녀동무.》

《예.》

리세호의 딸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교항동 5작업반마을에는 리씨들이 많았다. 서로 친척되는 사람들이 같은 분조, 같은 작업반에 적지 않았다.

《안종기아버님.》

순절이가 마지막으로 호명했다. 대답이 없다. 다시 불렀으나 여전히 응답이 없다. 분조원들이 사방을 두릿두릿 살폈다.

분조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리세호가 《아까 저쪽뒤에서 어물거리는것을 보았는데 분조모임에는 빠졌군.》 하고 중얼거리였다.

어디 갔을가? 류순절은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안종기는 그 시간에 마장석이한테 가있었다. 그는 농장관리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농산5작업반에 다시 온것을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였다. 물론 손탁이 세고 결백한 마장석의 밑에 들어오는것이 달갑지 않긴 했지만 내심으로는 관리위원회의 조치가 옳다고 인정하고있었다. 농장은 뭐니뭐니해도 알곡을 많이 생산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는 왜 남새반으로 갔는가? 남새반은 부수입이 괜찮았다. 또 터밭농사를 하는데도 유리했다. 그러니 그가 남새반으로 빠져나간것은 농장의 규률이 해이된 틈을 리용한 리기적인 행동이였다. 새 관리위원장이 와서 그런것들을 바로잡는것이니 령리한 안종기는 다른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처녀분조장밑에 속하는것은 질색이였다.

《마반장, 내가 철부지같은 처녀분조장한테 꼭 속해야 하겠소? 난 1분조에 가겠소.》

그는 가느다랗게 좁아든 눈으로 마장석을 살피였다. 마장석은 마뜩지 않게 피진 눈으로 그의 불그레한 얼굴을 피뜩 마주보고나서 갈리는 목소리로 쏘아주었다.

《이건 다 관리위원회와 리당위원회의 승인을 받은거요. 순절이 어쨌단 말이요? 그 애가 왜 철부지요?》

《글쎄 다시 제기해주우. 1분조로 가게 말이요.》

마장석은 바로 1분조에서 당신을 싫다고 했단 말이요 하고 쏘아줄가하다가 참았다.

《안된다질 않소. 동무처럼 제 마음대로 가고싶은데 가던걸 이번에 바로잡았단 말이요, 정신을 차리오.》

그는 안종기를 더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안종기는 의기소침해졌다. 류순절이 무엇을 알아서 제대로 농사를 짓겠는가. 더우기 고지식한 책상물림이니까 책대로 하자고만 할것이다. 아침에 출석을 부르고 신문독보를 하고 작업지시를 주고 저녁에 로력일평가를 하고… 남새작업반의 3분조에서는 분조장이 나이든 사람인데 두리뭉실하게 분조사람들을 이끌었다. 여유가 있었다.

안종기는 작업반사무실에서 침침한 얼굴로 나왔다. 할수없이 순절이네 분조에 가야 하는가?

탈곡장안을 두루 살피니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일을 나간 모양이다. 에라, 오늘은 집으로 들어가고말자. 첫날이니까 말을 좀 듣겠지만 이제 기신기신 순절이를 찾아가는것이 나살이나 먹은게 할 노릇인가.

집에 들어간 종기는 터밭일에 달라붙었다. 터밭에다가는 이 추운 날에도 비닐로 온실을 만들어놓고 오이를 자래우고있었다. 비닐은 물론 남새반에서 분조장과 사업하여 조절해온것이였다.

해가 지고 어슬어슬해 올무렵 갑자기 마당에서 개가 으르렁거리였다. 이 늙은 수개는 웬만해서는 짖지 않았으며 낯이 선 사람이 나타나면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대체 어떤 사람인가 가늠해보는것이였다. 그러는 사이면 주인이 문을 열고 내다본다.

자기 집의 늙은 수개의 성미를 알고있는 안종기는 자주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는것을 알아차리였다. 혹시 순절이가 아닐가? 이런 예감이 든것은 하루 집에 있으면서 터밭일을 슬금슬금 하기도 하고 방안에 드러누워있기도 하며 일을 나가지 않은것이 마음에 걸려 편안치 않았기때문이였다. 고지식한 처녀분조장이 찾아올수 있는것이다.

아니나다를가 《안종기아버님 계시나요?》 하고 찾는 젊은 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이 개가 물지 않나요?》 한다.

수개가 무서웠던 모양이다. 사실 그랬다. 늙은 그 수개는 누런 털에 검은 털이 섞여있는데 그 털들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몸뚱이가 훨씬 커보였다. 상판대기는 누르스름하고 코와 주둥이, 턱주가리만 검은데 그것이 마치 사람의 구레나룻처럼 보였고 게다가 엄청나게 커서 순절이는 그놈이 으르렁거리며 몸뚱이를 일으켜세우자 겁이 덜컥 났었다. 그러나 수개는 짖지도 않았고 달려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괴상하게 생긴 상판과 대가리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안종기가 문을 열고 내다보니 순절이는 더 들어오지 못하고 선채 개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지개!》 하고 안종기는 우선 개를 진정시키며 찾아온 이 처녀를 무섭게 대해서는 안된다는것을 개한테 신호하였다. 《곰이, 저리 가 있어라.》

수개는 꼬리를 늘어뜨리고 굴뚝쪽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어, 순절이 왔니? 저 늙은 개를 무서워할것 없다. 순해, 어서 오너라.》

토방에 나선 안종기가 순절이에게 손짓을 했다. 순절이는 터밭사이에 난 길로 그에게 다가갔다. 이 집마당은 터밭이 거의다 차지하고있어서 좁았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저는 아버님이 우리 2분조에 속했다는것을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순절이는 상냥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안종기는 왜 오늘 일 나오지 않았어요? 하는 책망이 나올가봐 걱정하고있었는데 순절이가 의외에도 친절하게 한 분조성원임을 알려주며 웃음까지 지으니 우선 마음이 확 풀리였다.

《오, 그래? 그거 잘됐구나.》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속에 없는 대답을 했다.

《잘됐지요?》

순절이가 좋아하며 다짐하듯 물었다.

《거럼!》

그는 어차피 이렇게 수긍하지 않을수 없었다.

《오늘은 어디 편치 않았댔나요?》

《어― 좀…》

《래일은 나오시겠어요?》

《나가지 않구.》

《그럼 전 가보겠어요.》

《음, 살펴가거라.》

안종기는 순절이를 대문까지 바래워주었다.

《녜, 편히 주무셔요.》

(생각던것과는 좀 다르구나.) 집안으로 들어가며 안종기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처녀애들은 기계처럼 시키는대루만 하고 직통배기인데?…)

하면서도 여전히 처녀분조장이 미덥지 않아 그는 장차 처녀의 지시를 받으며 그밑에서 어떻게 일해갈수 있겠는가 하는 실농군의 본능적인 걱정과 함께 분조일도 하면서 터밭농사도 잘해야 하겠는데 이에 대해 순절이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하는 우려심때문에 한동안 궁싯거리였다. 터밭농사때문에 리기주의를 한다고 말을 들었는데 학교에서 책대로만 배운 순절이가 더할것은 뻔했다. 집단주의와는 량립될수 없어요 하고 총알같이 쏘아줄것만 같았다.

이튿날 안종기는 일찌감치 분조에 나갔다. 순절분조장은 아닌게아니라 아침독보로 《로동신문》사설을 읽은 다음 작업배치를 했다.

《오늘은 강냉이영양단지찍기와 소석회살포를 하겠습니다.》

강냉이영양단지찍기는 두사람씩 짝을 무어 하게 하고 재료(부식토와 물)운반을 한사람이 달구지를 가지고 하도록 조직했다. 소석회는 달구지로 날라다가 몇명이 다래끼로 논에 살포하게 했다.

《안종기아버님은 소달구지로 강냉이영양단지 찍는데 쓸 부식토와 물을 보장하십시오.》

안종기는 오전내내 그 일을 했다. 재료보장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작업장이 몇군데 널려있는데다가 달구지가 경사지밭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영양단지를 찍는 조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자기네 조에 우선적으로 딸리지 않게 보장해달라고 안종기를 달구어댔다.

《분조장.》하고 점심먹으러 들어가며 안종기가 순절이한테 말했다. 《내가 맡은 일이 내 나이에는 헐치 않구만.》

순절이는 까다롭게 구는 성미가 아니여서 대뜸 대답을 주었다.

《아버님, 알았어요. 오후에는 창길동무한테 맡깁시다.》

창길이는 젊은 청년인데 오전에 소석회를 논에 살포하는 일을 했었다.

《그래주면 좋겠어. 창길이야 힘이 남아돌아가는 녀석이니…》

《그대신 아버님은 창길동무가 하던 소석회를 살포하시겠어요? 얼굴이 온통 허옇게 되는데?》 하며 순절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일을 하지, 내가 해. 그런데 지금 세명이 거기에 붙었는데 둘이서 하겠다.》

순절이는 가던 걸음을 멈추어서기까지 했다.

《셋이서도 힘들겠는데… 소석회는 빨리 뿌려야 합니다. 둘이 언제 해내겠습니까?》

《걱정 말아라. 내 혼자서라두 해낼수 있다. 하지만 잔심부름 시킬 사람이 하나 있어야 하겠기에 둘이서 하겠다는게다. 내가 해낸다니까.》

순절이는 잠시 생각하고나서 응했다.

《아버님을 믿고 그렇게 하기로 하자요.》 순절이는 마침 논에서 소달구지를 앞세우고 들어오는 세사람―중년남자와 청년과 처녀를 불러세웠다. 그들은 모두 얼굴들이 소석회가루가 묻어 뽀얬다. 다래끼로 소석회를 살포하느라니 어쩔수없이 소석회가루가 날려 얼굴에 묻게 되는것이였다. 《저, 오후에는 말이예요, 경섭아저씨하구 창길동무는 단지 찍는데 붙으세요. 창길동무는 안종기아버님이 하던 재료보장을 해요. 그리구 혜옥동무는 안종기아버님하구 소석회살포를 계속해요.》

혜옥이는 안종기를 힐끔 쳐다보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 젊은이들은 거의다 늙은이와 같이 일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잔소리가 많고 젊은이들을 부려먹는다는 편견때문이였다. 더구나 안종기는 분조원들속에서 그가 처녀분조장한테 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들이 벌써 돌아서 다 그를 싫어했다.

그런데 저녁 작업총화시간에 혜옥이는 너무 좋아서 생글거리기까지 했다.

안종기가 오후에 소석회뿌리기를 그것도 혼자서 할수 있다며 맡아나선데는 오랜 농사군으로서의 타산이 있었다. 이맘때면 오후에 바람이 인다. 그러므로 안종기는 이 바람을 리용하였다. 즉 달구지에서 다래끼에 소석회를 옮겨담는 노릇을 하지 않고 소달구지를 직접 논판으로 몰고가며 삽으로 떠서 바람을 리용하여 뿌렸다. 이렇게 하여 안종기는 오후에 둘이서 오전에 셋이 했던것보다 더 많이 뿌렸고 쉽게 했다.

류순절이는 그가 바람방향을 리용하여 삽으로 떠서 뿌리는것을 보고 과연 실농군이 다르구나, 반장이 안종기아버님은 일을 요령있게 잘한다고 한 말이 사실이였구나 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순절은 오전에도 수고하고 오후에는 계획보다 더 한 안종기에게 최고점수를 주었다.

집으로 가며 리세호가 중년남자에게 말했다.

《안종기야 꾀가 있고 낌새를 잘 보기루 유명하지. 그게 오후에 소석회살포를 하겠다구 했을 때 아마 순절이는 정말 단지 찍는 재료보장일이 딸리니 힘들어서 그러는거구나, 그런데 늙은이한테 소석회뿌리는 일이야 어떻게 시키겠는가 하구 동정했을게야. 한데 안종기는 오후에 바람이 인다는것을 알았구 다래끼에 소석회를 떠담아 걸어가며 뿌릴것이 아니라 달구지에서 직접 뿌리면 된다구 타산하구 공수를 많이 벌자고 그렇게 제기했지. 요령이 있구 똑똑한데 지내 구멍수만 본다니까. 그 사람한테는 당해내지 못해. 그 집 터밭을 가봤나?》

상대방이 대답했다.

《이랬든저랬든 일을 많이 하잖았어요?》

《그러니까 글쎄 내놓구 말하기 힘들다니까.》 하면서 리세호는 무엇인가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끙끙 갑자르는것이였다.

허명숙관리위원장에게 5작업반에서 안종기분조편입이 좀 복잡했었다고 마장석이 말했다. 그는 류순절에게 안종기를 맡긴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려있었던것이다.

《내가 순절분조장을 만나보겠어요. 안종기동무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구요.》

《그래서 순절이가 말째하면 안종기를 관리위원회에서 어디 맞춤한데 데려다 쓰시우.》

마장석의 대답이였다.

《그렇게는 못하지요. 농산작업반을 강화하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명숙은 마장석에게 이렇게 못박아 말하고 2분조 작업장으로 나갔다. 그는 모든 면에서 때묻지 않고 고지식하면서도 인정이 있는 류순절을 도와주어 5반 2분조를 분조관리제를 옳게 실시하는데서 모범단위로 내세울 결심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해서 순절이가 분조장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차지하도록 하려는것이였다.

순절이는 랭상모판을 만드느라고 말뚝을 박고 바람막이바자를 둘러치는 일을 두명의 분조원들과 같이 하고있었다.

《동무네 작업반장은 순절이를 생각해서 안종기동무를 어디 다른데로 뽑아갔으면 하는데 분조장의 생각은 어때요?》

명숙이가 물었다.

《제가 다들 싫다고 하는 안종기아버님을 우리 분조에 받을 때 그저 동정이나 해서 받은건 아닙니다. 끌끌한 장년로력 한사람이면 어딥니까? 더구나 안종기아버님은 일의 요령을 알고 마음만 먹으면 일을 제낍니다. 실농군이 아닙니까. 저는 다른데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순절이를 분조원들이 왜 따르지 않을수 있겠는가. 명숙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모두 그를 리기주의자라고 하나?》

순절은 소리없이 웃었다.

《리기주의가 있습니다. 요전날 강냉이영양단지도 찍고 논에 소석회도 쳤는데 종기아버님은 단지 찍는데 재료보장을 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소석회 뿌리는 작업을 하겠다기에 나이도 있고 작업이 험한데 일없겠느냐 했더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꿔주었는데 오전에는 달구지에 싣고간 소석회를 다래끼에 퍼담아 살포하느라 힘이 들었지만 오후에는 바람이 일어서 안종기아버님은 소달구지를 몰고가며 삽으로 퍼서 바람에 날려 살포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이 쉽고 능률도 내서 그날 로력점수를 최고로 받았는데 리세호아버님이 의견이 있어했습니다. 로력점수를 최고로 준데 대한것이 아니고 안종기아버님이 그 요령을 오전에 일한 사람들에게 대주지 않고 속으로 타산하고있다가 오후에 자기가 맡아한것이 괘씸하다는것입니다. 제 생각에도 로력공수를 더 벌자고 좋은 작업방법을 혼자 품고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은것은 분명 리기주의입니다. 집단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기 개인만을 먼저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어쨌든 일을 제끼고 많이 하니 분조의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터밭농사도 굉장하다면서?》

《겨울에도 오이를 심어 장마당에 내다 팝니다.》

《그것이 공동로동에는 방해로 되지 않나?》

《그런것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공동로동에서는 성실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부닥쳐보지 못했는데 어떨는지…》

명숙은 순절이가 안종기를 나쁘게만 평가하지 않는다는것을 명백히 알수 있었다.

《나는 분조장이 사람을 아끼는걸 좋게 평가해요. 앞으로 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은 조장시키고 나쁜 점은 비판을 주면서 공동로동에 마음과 힘을 쓰도록 이끌어줘야겠어요.》

《제가 뭐…》

순절은 수집어했다. 어린 처녀가 산전수전을 겪을대로 겪은 실농군을 공동로동에 충실하도록 이끌어준다는것이 격에 어울리는것 같지 않았던것이다.

명숙이는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것, 새 세대의 깨끗하고 사심없는 마음과 행동이 아무리 농사를 오래한 실농군이라 해도 감동을 주지 않을수 없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사람을 아끼는 순절이가 기특했다. 명숙은 류순절분조가 화목해질것이라고 믿었다.

허명숙은 그 길로 안종기가 일했던 남새반 3분조에 가보았다. 3분조에서는 크지 않는 비닐박막온실을 지어놓고 거기서 겨울에도 무우, 오이, 고추 같은것을 재배하여 현금수입을 높이고있었다. 이것은 다른 분조들에서 볼수 없는 류다른 풍경이였다. 명숙은 분조장을 칭찬했다.

《아니올시다.》 3분조장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건 안종기동무가 한것입니다.》

《그래요?!》

《나는 관리위원회결정을 옳다고 봅니다만 안종기는 우리 남새반에 있어야 할 사람입니다.》

분조장은 안종기를 농산5반에 보낸것을 몹시 아수해하고있었다.

명숙은 그것을 보며 안종기를 농산반에 넘긴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종기는 농산반에 가서도 여기 남새반에서 한것처럼 일할것이기때문이다. 그렇게 하도록 잘 이끌어주면 그는 류순절분조를 추켜세우고 모범단위로 만드는데서 큰 몫을 감당할것이 아니겠는가.

《안종기동무는 자기 집 터밭에도 비닐박막으로 온실을 만들었다지요?》

3분조장은 얼굴을 약간 붉혔다.

《그 사람이 자기 집 터밭농사도 잘합니다. 우리 분조에 온실을 만들어 현금수입을 높이는데 공로가 있기때문에 내가 허용했지요. 본인이 요구하는 비닐박막도 좀 조절을 해서 주었지요.》

명숙은 안종기가 리기주의를 해도 밉지 않게 한다고 생각했다. 집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터밭농사도 잘하지 않는가. 분조의 현금수입도 높이고 자기 집의 현금수입도 높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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