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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대지의 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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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278회 작성일 22-01-2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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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한 해 총 화


24


분조장은 분조장대로, 작업반장은 작업반장대로 그리고 관리위원장은 관리위원장대로 벼정당평균예상수확고판정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대했다. 관리위원장의 경우는 특히 올해 국가알곡계획을 수행하게 되느냐, 못하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판정결과에서 초보적으로 결정되므로 초조감을 가지고 기다렸다.

농장적인 판정결과는 작업반들의것을 종합하면 된다. 5작업반이 제일먼저 판정했는데 2분조가 다른 분조들에 비해 뒤떨어지긴 했어도 작업반적으로는 계획을 수행하였다.

마침내 농장적인 판정결과가 집계되였다. 결과는 시원치 못했다. 계획을 미달하였다.…

집계된 자료를 적은 종이장을 앞에 놓고 기사장은 오래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바로 이렇게 될것 같아서 올해 알곡생산계획을 가지고 군경영위원회와 다투었으며 새로 온 관리위원장에게도 접수하면 안된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명숙은 부임되여오자 곧 계획수자를 가지고 말하기 싫어서인지 당조직의 신임에 보답하려는 명예심때문인지 군에서 떨군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수행할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우겼다.

로정만은 그때 농장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명숙이를 제지시키지 못한것이 후회되였다. 가을에 있을 일, 즉 오늘과 같이 계획을 수행 못한 결과가 빚어질것을 내다보면서 걱정에 잠겼고 심히 우려했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누구를 탓하랴! 그래도 잠정리에서 뼈가 굳어졌고 기사장을 10년가까이 한 자기가 명숙관리위원장을 설복시키지 못한데 잘못이 있다.

그렇다고 앞이 콱 막힌것은 아니다. 출로는 있다. 로정만은 종이장을 들고 관리위원장방으로 찾아들어갔다.

허명숙이도 기사장에게 제출된 집계자료를 동시에 받았는지 무엇인가를 들여다보며 심중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로정만은 눈길을 들고 자기를 쳐다보는 명숙에게 전제없이 이렇게 말했다.

《예상수확고판정을 다시 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것이 로정만이 생각해낸 출로였다.

《그건 왜요?》

명숙이 의아해하였다.

작업반별 판정을 앞두고 명숙은 작업반에 파견되는 지도원들에게 판정성원들을 량심적이고 경험있는 농장원과 기술원을 망라하되 판정에 들어가서는 벼가 잘된 포전, 보통으로 된 포전, 잘되지 못한 포전 이렇게 상중하로 논을 선정하여 평균수치를 낼데 대하여 엄격히 지시하였다. 잘못 판정하여 예상수확고가 떨어지면 국가계획을 수행 못한것으로 평가되고 예상수확고가 올라가면 계획을 수행했거나 초과수행한것으로 평가되는데 두 경우 다 량심을 속이는것으로 된다.

《이것 보시오. 2작업반은 다른 작업반에 비해 훨씬 앞섰지요? 그런데 2작업반이 이렇게 특별히 두드러지게 농사를 잘 지은것은 아닙니다. 다른 작업반들에서 판정을 다시 합시다.》

로정만은 수자를 짚어가며 태연히 제기했다. 그런데 2작업반의 판정사업은 로정만이 전적으로 주관했다. 반장 윤구는 관리위원회의 지시대로 포전을 상중하로 선정하기는 했으나 매 포전에서 잘된것의 벼를 털어 평당수확고를 내고 그것을 3천으로 곱하여 정당평균수확고를 냈다. 수분함유량도 적당히 유리하게 잡았다. 다시말하여 기사장의 의도에 맞추었다.

명숙은 다른 작업반들의 판정사업에는 관심을 돌려 정확히 하도록 했으나 2작업반만은 기사장이 거기 나가있으니 관심밖에 두었었다. 명숙이 지금 그것을 후회하고있었다.

그리하여 명숙은 기사장의 제기에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

《그렇다면 기사장동무, 2작업반만을 다시 판정합시다.》

로정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명숙을 건너다보며 놀랍게 물었다.

《아니, 그건 어떻게 하는 말이요?》

《기사장동무가 말했지요? 2작업반이 특별히 두드러지게 농사를 잘 지은것은 아니지만 다른 작업반에 비해 훨씬 앞섰다고, 그러니까 2작업반의 판정이 잘못됐겠지요.》

로정만의 그 태연자약한 얼굴에 경련의 파도가 스쳐지나갔다.

《난 리해할수 없구만요. 관리위원장동무는 왜 자기 농장의 성과를 제대로 장악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깎으려 합니까?》

명숙은 로정만의 속심을 알고도 남았다. 로정만이 2작업반에서처럼 다른 작업반들도 다시 판정하면 국가계획을 수행한것으로 예비수자가 나올것이라고 타산하고 재판정을 제기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내놓고 찍어말하지 않고 성과를 제대로 장악하려 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표현하는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기사장동무, 우리는 이번에 판정을 량심적으로, 과학적으로 했습니다. 우리는 국가알곡생산계획을 미달했습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군에 보고해야 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예상수확고를 실지보다 높게 잡아서 계획을 수행한것으로 군에 보고를 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관리위원장이나 기사장은 평가를 받고 칭찬을 받고 훈장도 타겠지요. 그러나 탈곡이 끝나 실지 생산량이 떨어지면 부득불 농장원들의 분배몫에서 떼내여 높게 잡은 예상수확고에 맞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것은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위반하는것으로 되며 더우기는… 땅을 속이고 당을 속이는것으로 됩니다.》

흥분이 절정에 달한 로정만의 머리가 떨리였다.

《만약에… 만약에 탈곡이 끝나 실지 생산량이 높아진다면… 그건 뭐요?》

로정만이 말을 더듬을 정도로 격동을 겉에 표현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명숙이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것은 좋은 일이예요.》

《농장원들의 분배몫이 많아져서?… 그것은 속이는것이 아니요? 적게 보고하고 많이 먹는 리기주의가 아닐가요?》

로정만의 주먹이 꽉 쥐여졌다.

명숙이는 당황해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소를 짓는것이였다.

《적게 보고하고 많이 먹는다면 리기주의일뿐아니라 범죄지요. 많이 생산했다고 허위보고를 하는것처럼 말입니다. 때문에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로정만이 손으로 이마를 고이며 중얼거리였다.

《내 더 할말이 없습니다. 계획을 수행 못했다고 보고합시다. 재판정을 그만둡시다.》 하며 로정만은 명숙이가 《그렇게 하는것이 량심적입니다.》 하고 응할줄 알았다. 아니였다. 명숙은 언젠가 예상수확고판정을 량심적으로 정확히 하지 못한 로정만에게 항의했던 강현이가 그로부터 되게 면박을 받았고 그때부터 강현이를 더 나쁘게 보고 농산지도원으로서 제발되는것도 반대했다고 한 마장석의 말이 다시 상기되였다.

명숙은 저력있게 그러나 힘들게 말했다.

《아닙니다. 2작업반만은 재판정해야 합니다.》

그렇다. 명숙은 힘들게 말했다.

명숙은 로정만에게서 인간적으로 좋은 면모를 적지 않게 보면서 존경심을 품고있었다. 로정만은 명숙이를 농장에 맞이하는 날 따뜻하고 성의있게 대해주었고 그후에도 여러가지로 생활적으로 보살펴주었다. 로정만이에게 미안한 일도 있었다. 경애의 혼사문제에 서뿔리 끼여들어 비록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경애 어머니의 노염을 자아내게 했다. 로정만은 일체 그런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명숙은 로정만과 일해오며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사업면에서 부당하다고 보는것을 받아들여야 할가.

로정만은 얼이 나간듯 명숙을 쳐다보기만 했다. … 어느날 예고없이 도당책임비서 석영진이 잠정리에 들리였다. 평양으로 가는 도중이였다.

탈곡장에서 일하던 명숙이가 큰길로 나가니 석영진이 차성재와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석영진은 여전히 혈색이 좋고 우람찬 몸에서 열정이 넘치는듯 해보였다. 여름에도 그는 평양으로 가는 길에 잠정리에 잠간 들려 명숙이를 만나 어떤가고 물어본적이 있었다. 명숙은 새로운 눈으로 본 잠정리의 실정을 말할수도 있었으나 다른것이 없다고, 제대로 되여가고있다고만 대답했었다.

이 가을날에 다시 찾아온 석영진이 한해농사정형에 대해 물을것은 뻔했다. 비록 높아진 계획이라 해도 첫해부터 계획을 수행 못한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명숙은 머리를 들지 못했다.

석영진이 시원스럽게 말했다.

《명숙동무, 한해동안 수고많았소.》

석영진은 명숙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얼굴이 많이 축갔구만.》

《책임비서동지, 면목이 없습니다. 부임되여온 첫해부터 계획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명숙은 머리를 더욱 숙이였다.

《아, 내 얘기를 다 들었소. 어떻게 첫술에 배가 부르겠소. 올해 잠정리 알곡생산계획으로 말하면 지난해에 비해 105프로 장성하는 계획으로서 여기 기사장동무가 너무 높이 설정되였다고 제기하였던것이 아니요. 잠정리에 와서 첫해농사를 짓게 되는 명숙동무에게는 사실상 아름찬 과제였지. 그렇지만 동무는 그것을 접수했고 한해동안 아글타글 애썼소. 그래 작년에 비해 상당히 전진했소. 물론 계획을 미달한데서 교훈을 찾고 분발해야지. 중요한것은 전진했다는거요. 나는 래년에도 계속 전진하리라고 기대하오.》

명숙은 눈굽이 뜨거워났다. 그는 얼굴을 들고 대답했다.

《책임비서동지, 분발하겠습니다.》

사실 명숙은 석영진이 이와 같이 고무적인 말을 해주리라고 생각 못했다. 오히려 계획을 못했다고 섭섭해할줄 알았다. 그렇기때문에 석영진에게 분발하겠다고 한 말의 밑에는 당조직에 대한 고마움의 심정이 깔려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명숙이 위안을 찾았거나 안심한것은 아니였다. 도당책임비서의 평가를 그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였다. 계획을 수행하고 이 가을에 석영진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래 더 분발하자. 우리 기사장이 다시는 그런 딱한 제기를, 예상수확고판정을 다시 하자는것과 같은 제기를 하지 않게 하자.)

명숙은 기사장의 제기를 부당하게 여기고 일축하였으나 마음은 무거웠었다. 지어 괴롭기까지 했다. 계획을 높이 받아놓고 수행할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장담한 사람이 자기가 아닌가.

한해를 돌이켜보니 국가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한것외에도 적지 않은 결함들이 나타났다.

류순절이네 분조의 일도 그렇다. 분조의 계획을 수행 못해 의기소침해있는 순절이를 안개틀논에서 만나 그 논을 개량하여 수확고를 높이는것을 비롯하여 분조가 해야 할 일, 발전전망들을 토론하고 사기를 북돋아주었는데 그후 랭습지개량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있다.

류순절이가 분조모임을 열고 분조원들에게 암거를 만들어 랭습지를 개량하며 돼지를 모든 세대들에서 길러 두엄을 많이 내자고 호소했을 때 반응은 미미했다. 순절이를 미타하게 여기는것이였다.

순절이는 열정적으로 호소했다.

《여러분, 올해는 제가 일을 잘 못해서 수확고가 높지 못했어요. 그러나 한해 경험을 쌓았고 방도도 명백히 섰습니다. 저를 한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래년에는 우리 분조가 농장적으로 알곡수확고가 제일 높은 분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것을 맹세합니다.》

분조원들은 그의 호소에 응해나서긴 했지만 암거를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농장에서 뜨락또르를 한대 붙여주어 돌을 날라오고 작업반에서도 인원을 좀 보충해주었으나 가을이 끝난 논판에서의 도랑파기는 수월하지 않았다. 힘들게들 곡괭이질과 삽질을 했다. 작업능률이 나지 않았다. 저녁총화모임에서 리세호로인이 제기했다.

《분조장동무, 로력점수평가에 의견이 있소.》

《녜.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저 안종기동무는 혜옥이와 같은 한공수를 주었는데 난 그게 의견이요. 내 보기에는 혜옥이가 훨씬 일을 잘했소. 나는 안종기의 로력공수를 0.8로 삭감할것을 제기하오.》

안종기가 화끈해서 맞불질을 했다.

《아니, 내가 그래 처녀애보다 일을 적게 했단 말이요?》

《난 그렇게 보았소. 공동로동이니까 손이 시려서 어물어물했소. 혼자 하는 일을 시켰더라면 아마 밑구멍이 빠지게 삽질을 했을거요.》

《그래, 령감은 한공수 받을만큼 했소?》

《그건 글쎄 대중이 평가할 일이요.》

《내 로력공수도 대중이 평가했소. 너무 전체 하지 마오! 대체 령감이 뭐길래 중뿔나게 나서서 이 야단이요?》

《난 의견을 제기했소, 분조원으로서.》

분조성원들의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리세호의 딸이 울상을 하며 아버지를 탓했다.

《아버지, 야참! 그만해요.》

순절이도 속상해하였다.

《의견들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단합의 원칙에서 정정당당하게 점잖게 의견을 내야 하고 또 받는 사람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가요? 도랑을 파고 돌을 채워넣는 일이 농사일과는 달라서 손에 익지 못해 힘이 들고 능률이 나지 않으니 신경이 예민해질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사는 꼭 해야 합니다.》

어느 녀인이 걱정했다.

《지금 같아선 백날해두 소용없을것 같애! 탈곡두 빨리 해야지요?》

순절이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하긴 지금 탈곡이 급선무이다. 탈곡을 집중해서 끝내고 다시 력량을 총동원해서 암거를 만들자. 탈곡도 하고 도랑도 파자니 력량이 분산되였다. 탈곡이 끝났을 때는 모진 추위가 닥쳐와 암거작업을 할수 없었다. 래년봄에 땅이 녹는 때에 가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류순절분조외에 다른 작업반과 분조들에서도 크건작건 문제거리들이 생겨났었고 지금도 해결짓지 못하는것이 적지 않다.

(올해를 비판적으로 총화짓고 래년에는 더욱 뛰고 뛰여야 해. 어버이수령님의 신임과 사랑을 받아안은 녀성관리위원장으로서 크나큰 신임에 보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계획을 미달한 락오자가 되였으니 아, 정말이지 얼굴이 뜨거워 견딜수 없구나.)

이날 밤 명숙은 제대로 잘수 없었다. 지나간 영광스러웁고 자랑찼던 나날들이 눈앞으로 흘러지나가며 자책의 감정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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