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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실화소설집 북부전역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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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8,200회 작성일 22-02-2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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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회

전선에서 만나자

백 상 균

9

꿈속에서 헤매는 리효영의 귀전에 누군가가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였다.

《선장동지가 이렇게 된것은 동무탓이란 말이요. 뭐, 기관실은 정상이라고… 선원들이 모여앉아 밤참을 하고있더라고… 어쩌면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할수가 있소?》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가.

누가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걸가.

욕을 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욕을 먹는 사람은 누구일가?

비몽사몽간에서 헤매던 리효영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순간 자기 눈을 의심하였다.

선장실을 꽉 메운 사람들이 자기를 내려다보고있었던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들인가? 이들은 왜 여기에 왔을가?

머리속을 휘젓는 의문부호를 풀어보려고 모지름을 쓰던 리효영은 낯선 사람들속에서 처녀의사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제서야자신이 의식을 잃었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알만 하다. 이들은 북부전선으로 가는 탄원자들이다.

그러니 욕을 먹은 당자가 처녀의사였다고 생각하니 자기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아까 사다리를 오르며 자기에게 성을 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앉은 리효영이 어줍은 웃음을 지었다.

《방금 듣자니까 누군가가 의사선생을 원망한것 같은데 사실 그건 내 잘못이요. 아까는 안됐소, 거짓말을 해서…》

그 말에 한 청년이 격한 소리를 했다.

《그만하십시오. 우린 결코 선장동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섭섭한것은 왜 그처럼 간고한 격전을 자기들끼리만 치르었는가 하는것입니다. 우리들중에는 별의별 재간둥이들이 다 있습니다. 용접공, 배관공, 기계수리공…저도 한다하는 고급용접공입니다.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우리와 힘을 합쳤더라면 선장동지랑 그렇게 고생을 안했을게 아닙니까.》

그의 진정이 어린 《화풀이》에 리효영은 뜨거운것을 삼킬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였다.


사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리효영은 그걸 생각 못한것이 아니였다.

온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수백명의 사람들중 무슨 재간둥이인들 없겠는가. 용접공도 있을것이고 배관공도 있고 연공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들앞에 나서서 도움을 호소하기가 서슴어졌다.

북부전선에 탄원한 열혈의 마음들에 한순간이라도 동요가 일어나는것을 원치 않았던것이다.

그때 모든것이 한순간의 꿈처럼 지나갔다고, 어서빨리 전투원들이 기다리는 북부전선으로 달려가자고 재촉하듯 배고동소리가 이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붕!》

기운차게 울리는 배고동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얼굴마다에 환회가 어리였다. …

당중앙의 호소에 심장을 내대고 지어는 생명까지도 서슴없이 바칠 불타는 충정을 안고 주해수뽐프의 랭각관이 파괴된지 1시간동안 분분초초를 다투는 수리전투를 벌린 끝에 승전의 배고동소리를 다시금 높이 울린 《홍원88》호는 드디여 청진항부두에 닻을 내리였다.

그날 리효영은 항부두에서 동생과 감격적인 상봉을 하였다.

여기 북부전선에서 형을 만난 기쁨에 들떠있던 리효영의 동생은 상글상글 웃으며 다가서는 처녀의사를 보고 환성을 터뜨리였다.

《군의동무가 끝내 왔구만.》

《대대장동지, 우리야 전선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약속을 했지.》

얼굴에 활짝 피웠던 웃음을 거둔 처녀의사가 허리를 꼿꼿이 펴더니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거수경례를 하였다.

동생도 답례로 거수경례를 하였다.

그것은 전선에서 만난 전우들의 뜨거운 상봉의 인사였다.

얼결에 손을 올리는 리효영의 얼굴에는 기쁨의 웃음이 사라질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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