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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899회 작성일 22-02-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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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회

전선에서 만나자

백 상 균

1


북부피해복구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싣고 청진에 갔다가 돌아온 대형짐배 《송평7》호 선장이 전해준 동생소식은 가뜩이나 불화로를 안은듯 한 리효영의 마음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되였다.

동생이 볼이 부어 다른 배들은 사흘이 멀다하게 건설자재들을 실어나르는데 유독 《홍원88》호만이 나타날줄 모른다면서 형님을 전선에서 만날줄 알았는데 대체 뭘하고있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부렸다던지.

《송평7》호 선장의 말에 의하면 초소를 지키던 인민군군인들이 북부피해복구전선으로 부른 최고사령관 명령에 따라 달려왔는데 그들속에 대대장을 하는 리효영의 동생도 있더라는것이였다.

제길, 이게 무슨 꼴이람.

당중앙이 그어준 진군의 화살표따라 하늘과 땅, 바다초소에서 조국방선을 철벽으로 지키던 인민군장병들과 려명거리건설장과 세포등판, 백두전구를 비롯하여 온 나라가 북부전선으로 폭풍치며 달려갔는데 나는 이렇게 후방에서 빈둥거리고있으니… 동생이 불평을 부릴만도 하지.

언제부터 다른 배들처럼 건설자재를 싣고 북부전선으로 가겠다고 원산항전투지휘부에 제기를 했었지만 배의 기술적상태를 믿을수 없다고 딱 잘라매는 바람에 소박맞은 며느리꼴이 되여 벙어리 랭가슴앓듯 하는데 동생소식까지 받고보니 속이 치받쳐 참을수가 없었다.

리효영이 선장인 2만t급대형짐배 《홍원88》호는 배가 낡은것으로 하여 얼마전에 성으로부터 항행을 중지하고 배수리공장에 가서 대수리를 하라는 지령을 받게 되였다.

하지만 그 지령은 선원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지금 온 나라가 200일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되자고 밤낮이 없이 전투를 벌리고있는데 한가하게 배수리공장에 가서 남의 손을 빌릴게 있는가. 하루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손으로 하자고 윽윽했다.

선원들의 기세에 공감한 리효영은 밤낮없는 전투를 벌려 와닥닥 배수리를 끝냈다. 그때가 북부피해지역복구에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될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호소문이 발표되기 하루전이였다.

그 소식에 리효영은 물론 배성원들모두 환성을 올리였다.

배수리공장에 갔더라면 어쩔번 하였는가.

당중앙의 호소에 제때에 화답을 못한 죄책에 가슴을 쥐여뜯을번 하지 않았는가.

어서빨리 북부전선으로 달려가자.

그런데 웬걸… 하늘을 찌를듯 한 그들의 기세가 서리맞은 떡잎처럼 될줄 어찌 알았으랴.

항전투지휘부에서는 전문수리공들의 손을 거치지 않았기때문에 배의 기술적성능을 믿을수가 없다면서 북부전선에로의 진출에 차단봉을 내렸던것이다.

그것때문에 항전투지휘부에 불이 나도록 드나들며 엇드레질을 했지만 번마다 주먹맞은 감투격이 되였다.

오늘은 항전투지휘부에 가서 결판을 짓고말리라 윽 속다짐을 한 리효영은 누군가를 찾듯 갑판을 휘둘러보았다.

마침 저앞 선수갑판에 갑판장이 서있는것이 눈에 뜨이였다.

《갑판장, 단정을 내리라구.》

누군가와 한창 손전화를 하고있던 갑판장이 선장의 소리에 그냥 전화를 하면서 슬금슬금 다가왔다.

《알겠다. 알겠다니까.》

서둘러 전화를 끊은 갑판장이 언짢은 눈길로 치떠보는 리효영에게 면구한 표정을 지으며 기여드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합니다. 북부전선에 간 아들녀석한테서 온 전화를 받느라고…》

《북부전선에?》

그 말에 리효영은 금시에 낯빛을 달리하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들이 세포등판에 나가있다고 하지 않았소?》

《예, 그런데 어느새 벌써 북부전선으로 달려갔군요. 온성에서 전화한다면서 아버지배는 무슨 자재를 실어나르는가고 묻길래… 주저앉아있다는 말을 하기가 창피해서 세멘트를 실어나른다고 했더니… 글쎄 그 녀석이 기뻐서 하는 말이 우리 부자는 한 전호에 선 전우라나요. 그 말을 들으니 자식앞에 죄를 지은것 같은게 어찌나 얼굴이 뜨겁던지.》

《…》

리효영은 마음이 아릿해났다.

성격이 활달하여 언제한번 얼굴에 그늘이 지는것을 본적이 없는 갑판장이였는데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것이 얼마나 죄스러웠으면 이렇게 시르죽은 상이 되였겠는가.

리효영은 자신이 선장구실을 못해 이 순박한 갑판장이 아들한테 본의아닌 거짓말을 하게 한것 같아 그를 마주보기가 죄스러웠다.

무슨 말인가 위로의 말을 하려다 그만두고 단호히 돌아섰다.

하늘이 무너져도 북부전선으로 가야 한다.

총포성없는 오늘의 전쟁에는 락오자, 도피분자가 있을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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