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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망징패조가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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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722회 작성일 22-02-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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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15 해방 직후 상위 2.7%의 지주계급이 총경작지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대다수 소작농을 가혹하게 착취했는데, 오늘은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48.25%를 점유했으니, 현대판 지주계급이 출현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 총액은 무려 352.9조원이나 되며, 그 중에서 4분의 1은 서울의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시장을 장악한 현대판 지주계급이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이윤을 구조적으로, 집중적으로 수탈한 결과다. 망징패조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에서 남녘 자본주의 사회의 치명적인 결함을 한호석 박사는 망징패조로 지적하고 있다. [민족통신 강산 기자]


망징패조가 짙어지고 있다

한호석 (정치학 박사, 통일학연구소 소장)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라는 제목의 통계자료를 인용한 보도기사가 2022년 2월 1일 <연합뉴스>에 실렸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21년에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사회구성원들 가운데 91.1%가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중산층 이하로 여긴다는 것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이 통계자료는 중산층이 해체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보여준다.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지속되면, 중산층이 해체되면서 사회의 양극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보수언론매체들이 말하는 사회의 양극화현상이라는 것은 절대다수 노동계급과 극소수 자본가계급 사이의 계급적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현상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모든 불행과 고통과 비극의 근본원인으로 되는 사회계급문제를 은폐하려는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계급적 대립이라는 개념 대신에 사회의 양극화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불평등은 절대다수 노동계급과 극소수 자본계급 사이의 계급적 대립에 의해서 산생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불평등은 곧 사회계급적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사회계급적 불평등이 만연된 자본주의사회를 자유민주주의사회로 여기는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지만, 사회계급적 불평등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상극이므로, 사회계급적 불평등이 만연된 사회는 반민주적인 사회다. 자본주의사회야말로 민중을 억누르는 사회계급적 불평등이 만연된 반민주적인 사회인데도,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자본주의사회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위장용어로 미화, 분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는 열악한 노동과 실업, 무주택과 빈궁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라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우리가 학생시절 수업시간에 무슨 뜻인지 모르고 외웠던 다당제(multi-party system), 삼권분립, 자유선거 따위는 민주사회의 징표들이 아니며, 사회계급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화려한 정치적 포장지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적 포장지를 찢어버리고, 그 속에 들어있는 실체, 다시 말해서 반민주적인 사회계급적 불평등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계급의식을 획득할 수 있고, 계급의식을 획득할 때, 비로소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길이 열린다.

우리의 시야에서 반민주적인 사회계급적 불평등을 은폐시키는 인식의 장애물은 중산층이라는 개념이다.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중산층의 성장과 확대가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특징이라고 떠들어댄다. 그런 주장에 귀가 솔깃해지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사회가 절대다수 노동계급과 극소수 자본가계급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중산층과 자본가계급으로 삼분되어 사회계급적 불평등이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반민주적인 사회계급적 불평등을 은폐하려는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현실을 부정해보려고 애쓴다.

그렇다면,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이 말하는 중산층은 구체적으로 어느 사회집단을 지칭하는 개념인가? 중산층은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없을 만큼 아리송한 개념이다. 역사적 사례를 보면, 1913년 영국 중앙호적등기소의 보고서에서 당시 영국 사회의 전문직 종사자, 관리자, 고위공무원을 중산층이라고 규정했었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영국 사회에 전문직 종사자, 관리자, 고위공무원은 소수였으며,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자본가계급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대동소이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직 종사자, 관리자, 고위공무원이 자본가계급에 버금가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그들은 엄연히 노동계급 상층부에 속한다. 그런데도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절대다수 노동계급과 극소수 자본가계급의 계급적 대립을 은폐하기 위해 노동계급 상층부를 중산층이라고 부른다.

미국이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전 세계적 범위에서 공고히 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산층의 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그들의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은 중위가구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집단이다. 다시 말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상위 부유층과 최하위 극빈층 사이의 사회구성원 전체를 중산층으로 분류해버린 것이다. 이런 이상한 기준에 따르면, 인구의 약60% 정도가 중산층이다.

하지만 중산층은 사회계급관계를 기준으로 설정된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설정된 비과학적인 통념에 불과하다. 사회계급관계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노동계급에 속하는 사회구성원이 분명한데도, 보수언론매체들과 우익선동가들은 어떤 노동자가 중위수준의 소득과 자산을 점유하는 경우 노동계급에서 떼어내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위수준의 소득과 자산을 점유한 노동자는 자신이 계급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계급의식을 갖지 못하고, 노동계급이 아닌 중산층이라는 허위의식을 갖게 된다. 중산층의 허위의식은 노동계급의 계급의식을 삭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중위수준의 소득과 자산을 점유한 것으로 하여 계급의식을 삭제당한 노동자들은 누구인가? 2015년에 사무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중위수준의 소득과 자산을 점유한 것으로 하여 자신이 노동계급에 속하지 않고, 중산층에 속한다는 허위의식을 지닌 노동자들의 경제생활특징은 다음과 같다.

- 99평방미터(30평) 이상 크기의 아파트에 산다.

- 가계부채가 없다.

-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다.

- 은행예금잔고가 1억원 이상이다.

- 2,000cc급 중형 자동차를 탄다.

위에 열거한 경제생활기준에 해당하는 중산층이라면, 요즈음 사용되는 말로 '은수저'들이 분명한데,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은수저'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의해 '은수저'의 증감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테면, 1989년 사회의식조사에서는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가진 사회구성원이 75%에 이르렀는데, 2009년에는 54.9%로 줄었고, 2019년에는 34.6%로 급감했다. 이러한 감소추세는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내부모순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은수저'들이 실종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중산층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이 해체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원인은 중산층의 소득증가가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거비, 자녀교육비, 이동통신비, 외식비, 교통비의 지출비중이 급상승했고, 원리금 상환비(가계부채)가 급상승하면서, 빚더미에 짓눌렸고, 이제는 빚을 갚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둘째 원인은 실업의 급증이다. 2021년 5월 7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3월 기간에 실업자는 월평균 116만2,000명이었는데, 2021년 1~3월 기간에는 월평균 138만명으로 늘었고, 구직을 포기한 실업자는 1,655만6,000명에서 1,700만명 이상으로 늘었으며, 직장폐쇄 또는 명예퇴직을 당한 실업자는 38만6,000명에서 73만7,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M. Okun)은 실업률(unemployment rate)과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을 더한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라는 것을 만들었다. 경제고통지수는 수치가 낮을 수록 경제생활의 고통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미 카터(Jimmy E. Carter)가 집권했던 1977년부터 1980년 기간이었는데, 그 기간에 미국 사회의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16.26을 기록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미국 사회의 경제고통지수는 9.77이다.

그런데 2022년 1월 1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경제고통지수는 2017년 13.5, 2019년 12.0, 2020년 14.0, 2021년 16.5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의 경제고통지수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2021년 4월 15일 <동아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출한 2020년 청년층의 경제고통지수는 무려 113.36을 기록했다. 경제고통이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춘의 기백과 열정으로 살며 일해야 할 청년들이 엄혹한 경제고통 속에 짓눌렸으니,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망징패조다.

망징패조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 더 짙어졌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4년 경제성과를 평가한다'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과 2016년의 연평균 소득을 비교했을 때 빈곤층과 부유층의 소득격차는 9.2배로 나타났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과 2020년의 연평균 소득을 비교했더니 빈곤층과 부유층의 소득격차가 무려 22.3배로 엄청나게 벌어졌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2021년 12월에 발표한 '세계 불평등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1년에 우리 사회에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6.5%를 점유했고,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점유했다고 한다. 상위 10%의 1인당 소득은 하위 50%의 1인당 소득보다 14배나 많았다. 거기에 더하여 자산격차를 살펴보면, 상위 10%는 전체 자산의 58.5%를 점유했고, 하위 50%는 전체 자산의 5.6%를 점유했는데, 이것은 상위 10%가 하위 50%보다 52배나 더 많은 자산을 점유한 것이다. 자산격차는 프랑스에서 7배, 영국에서 9배, 도이췰란드에서 10배로 벌어졌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무려 52배로 벌어졌다.

자산 중에서도 금융자산을 제외하고 부동산자산을 살펴보면, 실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48.25%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약 절반을 점유한 것이야말로 망징패조가 아닐 수 없다.

1945년 8.15 해방 직후 상위 2.7%의 지주계급이 총경작지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대다수 소작농을 가혹하게 착취했는데, 오늘은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48.25%를 점유했으니, 현대판 지주계급이 출현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 총액은 무려 352.9조원이나 되며, 그 중에서 4분의 1은 서울의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시장을 장악한 현대판 지주계급이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이윤을 구조적으로, 집중적으로 수탈한 결과다. 망징패조가 아닐 수 없다.

현대판 지주계급이 부동산시장을 장악하고 노동자, 농민, 서민을 구조적으로 수탈하고 있을 때, 전세금을 올려줄 돈마저 없는 민중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비극적 종말로 내몰렸고, 도시에서 반지하, 옥탑방, 쪽방, 고시원으로 내몰린 무주택 민중들과 농촌에서 채소온실로 내몰린 무주택 민중들은 절망과 고통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망징패조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사회를 건설하려면, 현대판 지주계급부터 제거해야 한다.


2022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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