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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실화소설집 북부전역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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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641회 작성일 22-02-13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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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회

서포땅의 녀인들

최학명

3


서포땅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른아침부터 붉은 기발을 추켜든 녀맹원들이 각 동별로 질서정연하게 서포화물역앞으로 모여들었다.

구역출근길에 녀맹원들이 붉은 술을 단 북채를 맵시있게 휘두르며 역구내가 떠나갈듯 북소리를 꽝꽝 울려댔다.

출근길에 올랐던 철도사람들이 대형변화를 자유자재로 하며 우아한 률동을 재치있게 펼치는 녀인들을 황홀한 눈길로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어깨를 솟구며 춤가락에 맞추어 흥떡이였다.

이미 낯을 익힌 역장과 함께 서포청년역의 당위원장 황종은이 방송선전차옆에 있는 허정희를 찾아왔다.

《이거 듣던바 그대로 구역녀맹위원장동무가 보통이 아니군요. 정말 힘이 납니다.》

허정희는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웃었다.

《호호, 이게 어디 녀맹안의 한두일군의 공로겠나요. 우리 녀맹원들모두가 자각적으로 떨쳐나선걸요.》

황종은이 머리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옳습니다. 무엇이 요구됩니까? 녀맹에서 요구하는것이면 다 해결해주겠습니다.》

《일감을 주십시오.》

허정희는 기다렸다는듯 요구조건을 들이댔다.

역장이 딱한 안색을 짓고 당위원장을 바라보았다.

당위원장이 헌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줍시다. 이제 무엇을 더 못 믿고 무엇을 더 주저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허정희는 밝게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고맙다구요? 그건 바로 나나 이 역장동무가 할 소립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불깃해진 황종은의 말이였다.

허정희는 녀맹원들을 이끌고 화물장으로 달려갔다.

수백명이 와와 들끓는 화물역은 그야말로 전투장을 방불케 했다.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성, 중앙기관들에서 북부전역에 보내는 지원물자들과 건설자재들, 시안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에서 실려온 대상설비들을 비롯하여 많은 량의 물동량들을 화차들에 옮겨싣는 작업은 그 첫시작부터 눈에 띄우게 푹푹 일자리가 났다.

녀맹원들과 함께 맨 선참 무개화차우에 뛰여올라 물동량을 받아싣던 허정희는 부피 큰 마대 하나를 가운데 놓고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싱갱이질에 눈길을 돌리였다.

《챠, 이런. 아주머니, 글쎄 이건 안된다는데요. 공연히 허리상해서 세대주 일생 고생시키지 말고 물러서라요.》

《자네 내기하자나?》

《뭘요?》

《내가 이걸 메고 저 발판끝까지 오르면 자넨 어떻게 할텐가?》

《원, 어림도 없수다. 하라는대로 하지요.》

40대를 넘긴듯 나이들어보이는 녀인의 말에 청년이 코웃음을 쳤다.

《정말인가?》 따져묻는듯 한 녀인의 목소리.

《사내대장부 한입으로 두말하겠소.》 청년의 결기있는 대답.

허정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큰소리치며 장담하고 나서는 녀인은 젊어서 청년영웅도로돌격대에서 함마명수로 소문났던 서포1동의 녀맹위원장 안영옥이다.

아닌게아니라 녀인은 쉰kg은 넉근히 나갈듯싶은 마대를 한번 끙 소리를 내더니 가볍게 둘러멨다. 청년은 그만에야 입을 딱 벌렸다.

환하게 잘난 얼굴에 입만 남은듯 했다.

씨엉씨엉 발판을 짚고 올라간 안영옥은 화차안의 사람에게 마대를 넘겨주고나서 득의만면한 눈길로 청년을 내려다보았다.

《바지를 벗기라요.》

《치마를 주라요.》

녀인들이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떠들었다.

《저 친구 공연히 맞섰다가 코떼웠군.》

《허허, 불쌍하다구 해야 할지 측은하다고 해야 할지…》

남자들도 서로 옆구리를 찌르며 벌씬거렸다.

《노래를 부르라요. 음- 우리 녀성들에 대한 찬가! 그런데 꼭 련곡이여야 되고 모두 들을수 있게 큰소리로 불러야 해요.》

안영옥은 허공을 향해 쳐들었던 손을 홱 내리그으며 선언했다.

《좋습니다.》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청년은 예상외로 선선히 응했다.

호기심을 머금은 각이한 눈빛들이 무대의 조명처럼 청년을 둘러쌌다.

청년의 입에서 흘러나온것은 《녀성은 꽃이라네》의 경쾌한 곡조였다.


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가정 알뜰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명창이였다. 엷은 목화솜구름이 얼기설기 비껴간 담청색하늘가로 청년의 노래소리와 어우러진 맑은 웃음소리가 꾀꼴새마냥 날아올랐다. 노래는 련곡으로 계속 이어져갔다.

《녀성의 노래》, 《선군시대 녀성찬가》, 《우리 집사람》, 《사랑하시라》 …

사람들은 즐겁게 웃으며 걸싸게 일손을 다그쳤다.

자기 교대를 끝낸 철도종업원들이 달려와 상차작업에 합세해나섰다.

화물역이 더욱 흥성거리기 시작했다.

3번화물선에서는 순희가 중당동녀맹원들과 함께 짐을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음료수를 한통 길어온 안영옥이 그를 불렀다.

《순희부원, 물 마시라구.》

순희는 그가 부어주는 물고뿌를 나이많은 녀맹원들에게 먼저 돌리고나서 자기도 한고뿌 따랐다.

《에- 벌써 배가 고프다야. 점심 잘 싸왔지. 우리하구 같이 먹자. 왜 그렇게 봐? 때아닌 때 먹는 소릴 한다구. 아, 노래에도 있지 않아. 〈먹어야 힘난다네〉 하는…》

안영옥은 한바탕 일을 제껴서인지 몹시 시장기를 느낀듯 순희의 귀가에 대고 속살거렸다.

《사실은 말이야, 우리 세대주가 오늘 아침 내 밥곽을 싸주었단다.

거 뭐라더라, 녀자들의 몸보양에 특별히 좋은…》

안영옥이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얼굴이 활딱 붉어진 순희는 그만에야 입에 물었던 물을 그의 가슴팍에 콱 내쏟았다.

《에키-》 안영옥이 울상이 되여 순희를 혼내우려 달려들었다.

그때 별안간 허정희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희동무!》

순희는 어디 두고보자며 주먹을 흔들어보이는 안영옥에게 생긋 웃음을 남기고 구역녀맹위원장에게로 달려갔다.

《빨리 역구내안의 녀맹원들을 모이게 하세요.

철도국에서 련락이 왔는데 30분후에 북부전선으로 가는 렬차에 탄 인민군군인들이 우리 역을 통과한대요.…》

허정희는 순희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주는 그 짧은 시각에도 여러번이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들이 사라지자 안영옥은 방금전 허정희가 그러했던것처럼 자기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바늘은 정확히 열한시반을 가리키고있었다.

안영옥은 갈증이 난듯 들고있던 물통의 물을 부어 벌컥 소리가 나게 들이켰다.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는 한고뿌의 물로도 달래지 못한듯 목갈린 소리가 흘러나왔다.

《30분후라, 그러니 군대동무들의 식사는…》

작업장을 둘러보던 안영옥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밥곽을 담아둔 가방들쪽으로 돌렸다.

우리의 병사들이, 우리의 아들들이 지나간다. 그들의 점심식사는…

그가 밥곽이 들어있는 자기 가방을 안고 돌아섰을 때 동녀맹원들이 저저마다 그의 앞을 가로막아나섰다.

안영옥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가슴우로 쳐든 백여개의 점심구럭이 그의 눈앞을 가리웠던것이다. …

렬차는 서포청년역에 5분간 멎어섰다.

그 5분간에 눈물없이 차마 볼수 없는 뜨거운 화폭이 펼쳐졌다.

천여명이 넘는 녀맹원들이 자기들의 점심밥곽을 안고 병사들에게, 자기의 아들들에게로 달려갔다. 받으라거니, 못 받겠다거니 하는 싱갱이질도 잠간. 병사들의 얼굴에도, 군관들의 얼굴에도 그리고 허정희와 안영옥을 비롯한 녀맹원들의 얼굴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붕-》 발차를 알리는 기적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병사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 대지우에 떨어졌다.

북부전역에서 기적적승리를 안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렬차우에, 이 나라 병사들의 령장우에 무겁게 실리였다. …

렬차가 떠난 후 저마다 눈굽을 찍으며 다시금 화물장으로 돌아선 녀맹원들은 다시금 일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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