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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202회 작성일 22-04-0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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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 회


오산덕기슭의 녀인들

김 홍 균

2. 하나의 생각

허정숙은 큰물피해를 가시기 위한 조치가 이렇게도 빨리 취해질줄은 몰랐다.

인민들의 생활안정을 국사중의 제일국사로 여기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함북도 북부지역인민들이 입은 피해정형을 보고받으시고 그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하시며 시급한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온 나라에 호소문을 보내도록 하시고 200일전투의 주타격방향을 북부 피해복구에로 돌리시였다. 인민군대가 급파되고 나라의 방방곡곡 주요건설전구에서 수많은 건설력량이 북부전선에로 달려왔다.

보느니 듣느니 새라새로운 소식들이여서 사람들은 모여앉으면 흥에 겨워 이야기했다.

《에그, 건설자들만두 30만명이라지 않수.》

《추위가 오기 전에 무조건 입사를 시켜야 한다구 우리 원수님께서 북부피해복구를 전쟁으로 선포하셨다누만!》

사상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건설대전이였다. 인민사랑의 전쟁이 시작되였다.

바야흐로 인민사랑의 새 력사가 이 땅에 펼쳐지고있었다.

회령시에만도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수많은 인민군대가 천막을 치는것과 함께 벌써 건설전투에 진입했다.

며칠사이에 건설부지를 차지한 군인건설자들은 보란듯이 기초작업을 끝내여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엄청난 자연재해앞에 일시 주저앉았던 함북도 북부연선의 인민들은 사기충천하여 일떠섰다.

우리가 주인인데 군인건설자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다.

몇푼의 돈을 수해민들의 생활안정에 쓰라고 내놓은것으로 만족할수없었다. 당중앙의 절절한 호소에 화답을 해야 했다.

이것은 허정숙의 생각이기도 했고 온 나라 인민들의 한결같은 생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지역인민들에게 사소한 부담이라도 줄세라 물과 공기만 리용하라고 하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말씀을 심장에 새긴 군인건설자들은 인민들의 소박한 성의마저 사양하였다.

어느날 허정숙을 찾아온 김성숙이네가 속상한 소리를 했다.

군인건설자들을 위해 음식들을 해가지고 찾아갔다가 문전거절을 당했다는것이였다.

먼저번에 허정숙이한테 선코를 떼운 김성숙이네 가내작업반원들이 이번 지원을 잘해보자고 잡도리를 단단히 하고 접어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물과 공기만 리용한다고 해도 아무러면 가지고간 성의야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하는 배심에서 찾아갔었다고 한다.

이미 군인건설자들을 찾아갔다 뿌옇게 되돌아온 일이 있는 허정숙은 그들의 심정이 리해되여 웃을수 없었다. 그도 요즘 그때문에 방법을 모색하던중이였다.

《그렇다고 주저앉을수는 없어요. 우린 어머니들이예요. 자식들이 밤잠을 모르고 전투를 하는데 어머니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수야 없지 않아요. 열번 안되면 백번을 해서라도 우린 어머니구실을 해야 해요.》

허정숙은 자기의 의견을 내놓았다.

《래일은 일요일이예요. 래일 우리 함께 군인건설자들을 찾아가자요.》

《가야 되지도 않을 일을…》

누군가의 걱정에 허정숙은 생각했던바를 이야기했다.

모두 들어보고는 그게 좋겠다고 와짝 웃고 떠들었다.

이튿날 허정숙은 50리터 수지통 여러개에 콩물과 김치를 해넣었다.

부대에 찾아가서 선을 보일 통은 따로 표식을 해두었다.

려진숙녀맹부위원장과 지구반장 조창순이 함께 갔고 거기에 6인민반의 반장 천영숙이를 비롯해서 반원들이 따라섰다. 이날 김성숙이네 가내작업반원들도 따라섰다. 허정숙이 어떻게 하나 보겠다는것이였다.

아들 은철이가 차를 운전해가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어머니, 이걸 받아줄가요?》

허정숙도 은근히 걱정이 없지 않아 대답을 못했다.

과연 허정숙이네는 초소에서 발목을 잡혀 더 들어갈수가 없었다.

《음료수외엔 절대로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건 명령입니다.》

얼굴이 나부죽한 애어린 보초병이 딱딱하게 잘라 말했다.

겨우 설복해서 만난것이 직일군관이였다. 그 역시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였다.

물이면 반갑게 받겠노라며 도리질했다.

한시간 가까이 설복해봤지만 조금도 이가 들지 않았다.

떼질로는 명령체계가 선 군대에서 지휘관의 지시가 없이는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수 없노라 김성숙이와 조창순, 허원희, 안영히들이 일깨워주었다. 그들은 제대군인들이였다. 또 떼질을 써서 제일 높은 지휘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회령의 어머니들이 왔다고 해주시오. 우린 꼭 부대지휘관동지를 만나야겠수다.》

《이 어머니들이 무슨 일을 칠려구? 안됩니다.》

마침 저쪽에서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왕별을 단 장령이 내려서는게 보였다.

《무슨 일이요?》

아마 직일군관과 녀인들의 싱갱이질을 띄여본것 같았다.

《이 어머니들이 콩우유와 김치를 가지고와서 받아달라고 생떼를 쓰는데 야단입니다.》

허정숙은 마음이 급해 용기를 내여 장령의 앞에 나섰다.

《장령동지, 이건 음식이 아닙니다. 물입니다. 전번에 음식을 해가지고 왔다가 퇴를 맞았기에 이번엔 진짜루 물을 가지구 왔습니다. 콩물과 김치물입니다.》

서둘러 뚜껑을 열었다.

《보십시오.》

장령은 콩물과 김치가 담긴 수지통을 기웃하니 들여다보았다.

콩물도 물이요 김치라는것도 정말이지 잘게 썬 배추와 오이가 몇개 등등 떠다니는 물김치였다.

《이건 유치원에 보내야겠구만.》

허정숙은 이 순간을 놓치면 모처럼 계획한 일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다는 다급한 생각에 마구 둘러댔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이건 오늘 마시지 않으면 다 쉬여버립니다. 쉬는 시간에 땀을 들이며 훌훌 한바가지씩 퍼 마시면 되는 콩물두 안받다니요. 너무합니다. 이것두 김치가 아니라 말그대로 한바가지 마셔야 씹을게 하나없는 김치물입니다.》

《김치와 김치물은 다르던가.》

장령은 껄껄거렸다. 난감한 표정으로 한동안이나 박혀섰다가 마지못해 결론했다.

《물이란 말이지요. 이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니 받읍시다. 우리 동무들이 이 콩물과 김치물을 아마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더 달게 마실겁니다. 어머니들의 성의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모르지 않을겁니다.》

《장령동지, 고맙습니다. 우리가 어머니구실을 하게 해주셔서…》

허정숙은 정말로 고마와 눈굽이 찡해날 지경이였다.

녀인들도 성수가 나서 15통이나 되는 수지통들을 잠간새 보초막앞에 부리워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녀인들은 허정숙이를 입을 모아 개여올렸다.

《어떻게 그런 신통한 궁리를 다 했어요?》

《이제 다른 통의 김치를 보면 눈이 뒤집힐거예요.》

《어머니구실을 하자니 별수있나요.》

《아마 다음번엔 통하지 않을거예요.》

은철이가 혼잡을 이룬 도로로 천천히 차를 몰아가며 하는 소리였다.

허정숙은 아들의 소리에 심드렁해 가는숨을 내쉬였다.

도무지 성차지 않고 기쁘지 않았다. 아들의 걱정이자 그의 걱정이였던것이다.

보초막앞으로는 크고작은 물통을 든 사람들의 물결이 그칠새없이 오가고있었다. 군인건설자들을 위한 음료수를 보장한다고 시민들전체가 떨쳐나선것이다. 다른것을 받지 않겠다는데 물이야 보장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였던것이다.

코흘리개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이들도 있었다.

문득 요란스러운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올렸다. 건설자재를 한가득실은 차였다. 석줄배기 령장을 단 키가 껑충한 운전사가 뛰여내리더니 속상한듯 손을 홱 내저었다.

직일군관이 달려나와 소리를 쳤다.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건설에 지장을 준다는걸 왜 생각 못하나 말입니다. 물보장보다두 건설에 지장을 주는게 더 큰 문제란 말입니다.》

허정숙은 시민들의 자원적인 물보장이 긍정적임에도 한켠으로는 무질서한 래왕이 시간을 다투는 건설에 지장을 주고있다는것을 순간에 깨달았다.

《이게 물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하던 직일군관의 말이 되새겨졌다. 려단의 물보장을 위해 한개 소대가 동원되였다는 그의 말을 그때는 무심히 들어넘겼었다.

(뭐니뭐니해두 물이 중요하구나.)

허정숙이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결심을 못하고있는데 은철이가 들여다본듯이 자기 생각을 터놓았다.

《어머니, 우리가 물을 맡아 보장하면 어떻습니까?》

《나도 지금 그 생각을 했구나. 그런데 그 숱한 물을 우리가 어떻게?…》

《자동차가 있는데 뭘 걱정합니까? 자동차는 제가 어떻게든 보장하겠습니다.》

허정숙은 아들이 미더워 미소를 그렸다.

《아들같은 군인건설자들을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욕심이야 그것뿐이겠니. 네가 차를 보장한다면 난 절대찬성이다. 래일부터 당장 우리가 저 부대의 물보장을 맡아하자꾸나.》

《어쩜, 생각하는 품이 은철인 꼭 어머닐 닮았어요. 딸이라도 있었으면 사위를 삼고싶구만.》

려진숙이 감탄해서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녀인들이 또 입을 모아 은철이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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