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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의 페르샤 문화유산 답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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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프
댓글 0건 조회 11,061회 작성일 10-08-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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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 선생님의 [페르샤 문화유적 답사기] 첫 회를 올리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중동을 휩싸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코너에 몰린 세력들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음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연이어 터지는 국내 대형 악재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MB정권이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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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는 현재의 국제정세 상황 속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중동에서의 평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만약 중동이 다시 화약고가 된다면 세계의 정치·경제·인문·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인류사적으로 퇴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물론 유구한 역사와 함께 찬란했던 페르시아 문화 또한 훼손 멸실되는 중대한 손실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서프라이즈는 지난 주 예고 드렸던 바와 같이, 중동에서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부터 김제영 선생님의 [페르샤 문화유적 답사기]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참 고운 여성 소설가이신 김제영 선생님은 팔순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여러매체에 예술평론 뿐만아니라 시국컬럼도 쓰시는 '영원한 현역’이십니다. 앞으로 김제영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찬란한 페르샤 문화 그리고 그 후예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서프라이즈]


김제영의 '페르샤 문화유적 답사기' (1)


(서프라이즈 / 김제영 /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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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가협회(회장 정을병)에서 8일간(1999.9.30 - 10.7)의 이란 페르샤 문화유적지 탐방이 있었다. 외교나 기업가의 개별 왕래는 있었지만 단체는 이번이 첫 시도로 이란항공(IRANAIR)이 주선을 했단다. 내 귀가 번쩍 뜨였었다.

경제학교수로 현재 미국 대학에 있는 내 맏사위가 이란 출신이다. 한때 그는 팔레비 축출에 열을 올렸었다. 호메이니가 입성하자 환호했으나 호메이니의 종파적 제정일치(祭政一致)의 극단적인 폐쇄정책을 우려했고 호메이니 사후에도 그의 뜻을 이어받은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들이 모하메드 하타미 현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꺾고 있다며 한탄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아왔기에 이란항공의 관광유치가 이란 정국의 변화의 조짐으로 여겨져 반가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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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14시에 중국항공은 김포공항을 이륙, 15시 기내식 제공, 16시에 북경공항에 착륙했다.

넓고 우중충한 공항청사 창유리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릇거린다. 동양권 단체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출입국 사정대의 외국인 줄은 굼뱅이 걸음인데 내국인을 담당했던 사정관들은 스스럼없이 자리에서 나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친다.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비쳐졌음은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부자유’라는 그릇된 선입견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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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이 경유지인 이란항공은 19시에 이륙했다. 승객 절반 이상이 이란인들이다. 검은 차도(Chador)가 발끝까지 덮은 스튜어디스의 자태가 감질이 나게 요염하다. 스튜어디스들의 외모 또한 아마샤리프에 버금가게 출중나다.
 
“내 비엔나 유학 때에는 이란학생이 나타났다 하면 남자건 여자건 애인을 다 빼앗겼으니까요.”

맏이가 이란 청년을 맞았다고 했을 때 맏이의 스승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정진우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나 웃움이 나왔다. 여인들의 차도로 하여 기내는 검은 색 일색이다. 우리에게도 스카프를 쓰라는 명이 내려졌다.

고도 10800m 그라운드 스피드 km/H 990 바깥기온은 섭씨 47℃를 오르내리다가 테헤란이 가까워지자 30℃로 떨어진다. 북경과의 시차는 5시간이란다.

테헤란공항에는 현지 시각으로 22시 30분,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 한국대사관의 영사와 현지 가이드가 민첩한 서비스로 안내를 한다. 누구를 마중 나왔는지 빽빽이 서 있던 앳된 여인들이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하는데도 사요나라(안녕히 계세요), 오하요 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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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adi Grand Hotel로 가는 길목에 Azadi 광장이 있고 거기에 AZADI(자유)탑이 서 있다. 유연하고 아름답다. 누구의 작품일까, 최첨단 감각으로 도시의 기능을 표출했으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우아하면서도 오만하지 않다. Azadi탑으로 하여 이란에 대한 인식에 반란이 일어났다. 도시의 예술적 구조물 한 점의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이야. 세계의 호텔이 다 비슷비슷 하지만 이란 호텔의 특이점은 방마다 천정 한 구석에 이슬람의 메카를 향한 화살표가 그려져 있음이다. 해가 뜨기 전, 점심, 오후, 그리고 해가 진 후, 이렇게 하루에 4회 화살표 방향에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단다. 직경 3cm의 둥근 돌은 기도 시 이마에, 포는 깔개로 방마다 비치되어 있다. 이마 돌은 물론 메카의 것이라야 한단다. 그들은 그 돌을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호텔에 당도한 즉시 사돈집(사위의 동생)에 전화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호텔 안내 테이블로 가 외부전화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머뭇거리고 있는데 아리따운 두 여인이 “도와드릴까요?”한다. 그녀가 직접 전화를 걸어주어 내 맏이의 시동생과 통화가 되었다. 까만 차도가 치렁치렁하기에 호텔의 투숙객인 줄 알았다. 호텔 종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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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맏이의 시동생이 아들을 데리고 호텔로 왔다. 아들은 고 3인데 의대를 지망하고 있고 테헤란의 의과대학을 보내야 할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평이 좋은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는다. 테헤란이라고 자녀들의 교육문제에서 부모들이 자유롭겠는가.

맏사위의 맨 누이와, 바로 아래(내가 만나고 있는)동생은 이란 국민으로 테헤란에 거주하고 있고, 바로 위 누이와 맏사위는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 막내 동생은 캐나다, 그리고 사돈어른(사부인은 사망)은 일년의 반은 미국에 반은 이란에서 지내는 미국의 준 시민(미국 영주권)이다.
 
“엄마, 싸구려는 안돼요. 구절판이 좋겠어요. 이란에는 열매가 많거든요. 고루고루 담아놓고 먹을 수 있게요. 그리고 아버님께서 테헤란에 5일 도착하실 거예요. 엄마가 이란에 오신다는데 이란에서 뵈어야 하신다구요. 30명이든 40명이든 무관하니까 초대에 응해 드리세요. 엄마 좋아하시지 않아요. 여행지 주민의 가정방문... 이란 사람들 사는 모습 보시고 싶다고 하셨지요? 엄마가 언제 또 이란에 가시겠어요. 현재 관리인에게 맡겨놓고 있는 아버님 집으로든 직장(은행)에 계실 때 이용하신 근사한 클럽이 있으시다니까 그리로든 어쨌든 일행과 상의하셔서 꼭 초대에 응해드리세요. 아버님 파티 좋아하시는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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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긴 국제통화 끝에 마련한 구절판 세 개(사돈어른, 누이, 동생)를 전하고 나니 날아갈 듯 홀가분하다.
 
“제 아내의 신신당부입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내주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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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내 사돈어른의 단체초대에도, 맏이 시동생의 개별초대에는 응하지 못했다. 스케줄이 그렇게 빡빡하여 도저히 틈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2일(한국은 1일) 오전 테헤란의 국립고고학박물관 탐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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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潮水)가 밀리고 들어오고 하듯 외침과 내분이 거듭되면서 형성된 이란 페르샤 문화를 보여주는 고증물(조각회화, 타일공예, 주물공예, 도자기, 자수, 벽의 부조 등)과 이슬람의 성전에 관한자료가 정연하게 정돈되어있다. 그 많은 자료를 어찌 다 소개할 수 있겠는가. 몇 점을 뽑아 박물관 소장품의 설명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면의 한계이겠지만, 앞으로 찬찬히 소개하려 한다.


김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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