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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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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1건 조회 5,607회 작성일 10-09-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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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정치포털 서프라이즈에 게재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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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란 무엇인가

보통, 진보라는 말은 좌파라는 말처럼 상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상대적이라고 하는 것에도 기준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우리는 진보를 이룰 수 있을까?


1. 가치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진보에 대한 이야기는 ‘가치상대주의’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잠시만 이야기해본다면 이렇다.

가치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관점’을 전제한 것이다. 따라서 시각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이기도 하다(인간은 “인식과 의사의 독립성, 행위의 독립성, 이익의 주체성”을 가진다). 그러니까, 가치상대주의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 즉, ‘다른 인간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치상대주의인 것이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치’를 실현한다고 할 때, 그 상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사회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지속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민주주의가 발생한 서구 유럽이나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을 보면, 민주주의의 발전이 가치상대주의의 확대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즉, 가치상대주의는 다른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를 고루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조건

<아래 내용은 이미 나의 다른 글에 정리해 두었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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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회적 생존

인간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적 생존’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적 생존이란 “식료품, 의복, 거주 등 기초적 보건환경,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 생물학적 생존과 건강이 보장되고, 사회적 활동의 기초인 통신과 교통권이 확보된 상태”를 말한다.

※ 가치 형성
인간의 가치는 사회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강화되는데,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교육’ 등 광범위한 범위를 포괄하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의 상당 부분은 ‘특유한 사회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지만, 매우 핵심적인 부분은 ‘공적 교육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그것은 공적 교육과정이 특유한 사회관계에서는 제공되기 어려운 수준 높은 지식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사회의 전 영역에 대한 심오한 지식과 이에 대한 성찰은, ‘고급한 가치’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② 가치 형성의 자유

인간은 생물학적 차별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특유한 사회관계(가족관계 및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하면서 ‘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이 과정은 ‘가치의 차별화 과정’의 핵심단계로서, 이 과정의 평온이 보장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출생은 그 자체가 인간의 ‘가치실현의 결과’이며, 출생한 사람의 양육과정 역시 그렇기 때문에, 출생과 양육의 평온을 보장하는 것은 선 세대의 가치실현에 대한 보장을 의미함과 동시에, 후세대의 가치 형성을 보장하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③ 가치 형성의 기회

이것은 ‘교육을 받을 기회’에 대한 것으로서 ‘공적 교육과정’을 통한 고급한 가치 형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함으로써, 가치실현의 기회의 평등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 교육의 경제성 문제
고급 교육과정은 제한된 교육자원을 이용하여, 사회에 더 유익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의 경제성’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인재가 더 경제성이 높은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실상은 경제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다만, 가치의 차별성이 높은 인재를 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경제성은 ‘선발과정의 경쟁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뿐,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인가를 설명할 수는 없다.

- 교육의 평등성 문제
여기에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는 동일한 수준의 인재라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교육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특유한 사회관계에 의한 선재교육의 불평등성’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근원적 불평등상태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부인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가치’는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재의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 즉, ‘가치평가의 방법’에 있다. 대부분의 ‘특유한 사회관계’(부모 자식관계 등의 인간관계)는 공적 교육과정을 통해 각인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혜택을 받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고, 공적 교육과정의 수료자 선발 과정에 개입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것이다(인간의 가치를 차지하는 여러 영역 중에서 ‘지적 영역’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은 ‘각인의 가치평가’ 자체를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많은 공적 교육과정의 수료자 선발 방식이 사실상 ‘지식의 양에 대한 테스트’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즉, ‘지식의 양의 차이’ 역시 인간의 가치의 한 부분을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과 그 지식의 차이가 ‘특유한 사회관계’에 기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치 형성 기회의 불평등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적 교육과정의 수료자 선발은, ‘특유한 사회관계의 반영에 의한 가치의 차이’보다는 각인의 근본적 가치의 차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④ 가치 실현의 기회

공적 교육과정의 수료 기회는 ‘가치 형성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가치 실현의 기회’의 전제가 되며, 공적 교육과정의 수료 자체가 사회적 판단의 대상이 됨으로써, 가치실현의 기회와 관련된다. 이런 측면에서, 공적 교육과정의 평등성은 중요하다. 또한, 사회가 부당한 이유로 구성원의 가치실현 기회를 박탈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⑤ 가치실현에 대한 공정한 평가

-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방법으로서의 시장
가치 실현의 평가는 ‘사회적 평가’와 ‘경제적 평가’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회적 평가와 경제적 평가 모두, 인간의 가치실현을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파악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사회적 평가를 말하는 ‘평판’ 역시 사실상 ‘사용가치’의 다른 말인 ‘사회적 유용성’을 근거로 이루어진다). 다만, ‘사용가치’는 시간, 장소,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파악되는데, 특히 ‘사용의 주체’인 사람마다 ‘사용가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가치실현의 경제적 평가는 ‘사용을 원하는 사람’에 의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평가’와는 달리, ‘경제적 평가’는 ‘자유시장’(수요와 공급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 시장의 기능
인간의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가 자유시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런데 만일 자유시장이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올바른 방법이라면, 자유시장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제와 모순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의 가치 실현’으로서의 재화, 서비스 : 인간의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상품시장’에서의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평가에는 어떤 한 사람의 ‘가치의 실현’에 대한 평가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물적 요소’와 그것의 창출에 참여한 다른 참여자들의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천연자원의 문제 : 천연자원은 본질적으로 제한성을 가진다. ‘토지, 천연의 수목, 천연 광물’ 등은 그 공급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사용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시장가치가 높게 마련이다. 개발되지 않은 석유나 광물에 대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인간의 가치 실현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서, ‘사용가치가 큰 천연자원의 희소성’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천연자원에 대한 시장에서의 가치평가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가치실현에 대한 평가를 부당하게 침해한다. 즉, 천연자원의 지배를 이유로 어떠한 가치의 실현 없이 가치 실현의 결과물을 분배받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천연자원에 인간의 가치 실현이 결합된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생기는데, 천연자원은 그 사용가치 대비 희소성 때문에, 인간의 가치 실현과 독립되어 평가를 받게 되므로, 그만큼 부당한 이익의 분배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로지 ‘인간의 가치 실현’만이 시장의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생산의 수단이 되는 재화 : 재화는 인간의 가치 실현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천연자원과는 다르다. 특히, 생산의 수단이 되는 재화의 경우에 이를 공유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거 사회주의 혁명이론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가치 실현의 결과’를 공유화하는 것으로서 ‘강탈’에 다름 아니다(자유시장을 통한 공유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독점의 문제 : 독점과 카르텔은 통제되어야 한다. 인간의 사회적 생존과 관련된 필수재(시대에 따라 변화함 - 식료품, 전기, 통신, 연료, 의약품 등) 등에 대한 독점과 카르텔에 의한 인위적 공급과 가격 조절행위는, 그 행위 자체가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독점은 시장의 원리인 선택을 배제하므로 당연히 통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독점이 선택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인간의 가치실현에 대한 평가과정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즉, 정당한 가격에 비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시장의 공정성 문제 : 시장의 거래 기준은 모든 참여 주체에 대하여 공정하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문제 : ‘노동시장’은 ‘인간의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와 인간을 분리한다. 노동시장은 인간의 가치 실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가치 실현의 잠재가치’를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므로, 임금은 가치 실현의 가능성에 대한 보상이지 가치 실현의 보상이 아니다. 또한, 노동시장은 ‘가치 실현의 잠재가치’와 무관한 시장 자체의 경쟁적 요소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된다. 따라서, 현실적 가치실현의 평가와 임금과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가치 실현의 참여자들에 대한 평가 : 이것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한 평가’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가치실현 과정과 내용이 매우 복잡하게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동일 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가치 실현 참여자 간의 이해와 합의’가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합리적인 평가 및 분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 실현의 평가와 소득분배 : 가치 실현의 경제적 평가는 소득의 분배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한편으로는 시장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근거로서의 ‘구매력’을 의미하지만, ‘가치 실현의 경제적 토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소득 분배의 최소한은 ‘구성원의 가치 실현의 경제적 토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업관료주의 문제 : 기업관료는 기업의 구성원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기업의 운영은 기업과 공동체 구성원의 가치 실현에 저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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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진보라는 것이 ‘그냥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실현의 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진보’는 인간의 가치 실현의 다섯 가지 조건인 “사회적 생존, 가치 형성의 자유, 가치 형성의 기회, 가치 실현의 기회, 가치 실현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며,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청인 것이다.


3. 진보를 위한 길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진보’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민주정치체제하에서도 ‘보편적 가치 실현’이 심각한 난항을 겪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① 의사의 왜곡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의 왜곡에 있다. 이것은 국민들의 생각이 왜곡된다는 것인데, ‘여론화 과정’에서 ‘사실과 이해관계가 왜곡’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국민들이 ‘사실과 이해관계’를 잘못 파악하기 때문에, 의사가 왜곡되고,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다.

② 의사 집행에서의 소외

국민의 의사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정치가나 관료들과 같은 일부 엘리트들의 손을 통해서만 실행되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는 언제나 왜곡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국민이 아무리 좋은 생각으로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한다고 해도, 선출한 정치인이 부패하거나, 그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이 부패한다면, 국민의 의사가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한다. ‘진보의 가장 큰 적’인 셈이다.

민주정치체제하에서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그 이기심을 통제하려는 모든 기도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엘리트주의자들의 반민주적 경향과의 투쟁은 그들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 구성원의 이해관계의 반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한 명의 엘리트를 제거한다면, 다른 한 명의 엘리트가 새롭게 채워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싸움은 불가피한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했던 사람들 처럼, 엘리트들을 사회에서 축출하려는 기도는 아닐지라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욕구를 억제하고, 그들이 행사해 왔던 부당한 권력을 회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어찌, 싸움 없는 평온 속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전쟁과 같은 싸움은 아니지만, 사실은 전쟁과 같은 싸움일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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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님의 댓글

한결 작성일

참 정리가 잘된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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