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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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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31회 작성일 22-04-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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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 1 편 최 첨 단 목 표

1


주체96(2007)년 4월 3일~4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모스크바- 평양.

려객기가 착륙하자 항공역사 유리간막이가 열리였다.

려객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바퀴 달린 손짐을 끌며 남편이 나타났다. 두꺼운 안경알이 번뜩이였다.

기다리던 리란희의 갸름한 얼굴에 엷은 홍조가 떠올랐다.

《정임이 아버지…》 그는 서둘러 남편에게 다가갔다.

《응, 정임이, 정선이랑 다 잘있소?》

《예.…》

도이췰란드에서 4개월간 공동연구를 하고 돌아오는 진수현이였다. 나이 마흔일곱에 이른 사나이의 듬직한 체구에 자제하는듯 한 미소는 여전하였다. 도수높은 근시안경도 예전 그것이였다. 이번에 갔던 길에 눈치료를 받았을가?

리란희는 그것부터 묻고싶었지만 인차 말이 나가지 않았다.

곁에 있던 현대화연구소 부소장 리윤덕이 두팔을 벌리고 떠들썩하며 진수현을 맞이하였다.

두사람은 리과대학 동창이였다.

리윤덕은 진수현과 같이 실장을 하다가 얼마전에 부소장이 되였는데 이마가 훤하게 벗어져서인지 10년은 더 나이 들어보였다.

승용차 짐칸에 손짐들을 받아넣으면서 윤덕은 무슨 짐이 이렇게 무거운가고 물었다. 역시 과학기술자료들과 몇가지 실험설비들이였다.

《이건 거뿐하구만, 엉?》

리윤덕이 그의 려행가방을 쳐들어보며 슬쩍 리란희를 돌아보았다.

란희는 웃음을 지었다. 이젠 그러려니하였다.

승용차가 국가과학원쪽으로 달렸다.

뒤좌석에 안해와 나란히 앉은 진수현은 차창을 스치는 살구꽃가지들을 취한듯 내다보다가 윤덕에게 물었다.

《자네 실에선 요즘 뭘하고있나?》

《윤덕선생은 한달전부터 부소장이예요.》

란희가 남편에게 귀띔하였다.

《자네가?!…》

《오, 그렇게 됐네.》 리윤덕이 돌아보며 멋적게 웃었다.

진수현은 무슨 생각을 좇고있었다.

이런 침묵은 오래 끌수록 승급한 상대에게 실례가 된다고 리란희는 생각하였다.

《뜻밖이겠지. 나도 아직 어리뻥뻥하네. 하…》

리란희는 얼른 축하하네, 부소장으로서 한번 잘 해보게! 하고 남편이 그 순간을 넘겼으면 하였다.

진수현은 고개를 기웃하며 《짐작은 했댔지. 그럼 조종장치실은 누가 맡았나?》하고 물었다.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했네. 누구든 든든한 사람을 실장으로 앉혀야 겠는데…》

《그렇지, 연구소의 중심실이 아닌가.》

진수현이 중얼거렸다.

참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반응이 미미하고 침착한 사람이라고 리란희는 생각하였다. 그는 남편이 속이 깊고 친절하기도 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바로 그런 신중함과 겸손함이 지나쳐 때로는 대하기 어렵게 랭정해 보인다고 남의 오해를 사기도 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지금 남편의 심기는 그닥 좋은것 같지 않았다.

리란희는 까닭을 알수 없었다.

동창생이 같이 실장을 하다가 부소장이 되였다는데 무엇이 편안치 않아 저럴가?

리윤덕으로 말하면 연구소에서 제일 일러주는 조종장치연구실의 실장을 하면서 실적도 높고 수완도 보인 일군으로 이번에 승급한것은 누가 보아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물론 리란희는 자기 남편이 그보다 소문은 덜 났지만 사실 일은 그만 못지 않게 하였다고 믿고있었다.

승용차가 국가과학원 정문앞에서 멎었다.

리란희는 먼저 차에서 내려 남편의 려행가방을 들고 집으로 걸어갔다. 가방은 퍼그나 무거웠다. 리윤덕부소장이 아까 하던 소리와는 달리…

그의 집은 청년과학자아빠트 2호동에 있었다. 과학자들이 사는 이 은정구역은 평성시와 접하고있지만 평양시 중심구역의 하나로 되여있었고 창광거리 고층살림집들과 건축설계가 꼭같았다. 말그대로 우리 장군님의 은정이 깃든 구역이였다.

아빠트 정문으로 들어서는 란희를 보고 동리녀인들이 한마디씩 하였다.

《얼마나 좋을가!》

《정임이 엄만 요새 점점 젊어지는것 같애?》

《가방이 무거울텐데 맞들어줄가요?》

리란희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여 그저 웃을뿐 대꾸없이 계단으로 올라갔다.

3층 창문으로 내려다보던 정임이, 정선이가 계단으로 뛰여내려와 가방을 받아들었다. 중학교 졸업반에 올라간 정임이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데 동생 정선이는 약간 뚱보였다.

《얘, 아버지 들어오신담에 열어야 해!》 언니가 주의를 주었지만 정선이는 려행가방 쟈크를 빠금히 열고 들여다보았다.

《조금만 보자마. 저거 노트콤!》

《정말? 야, 어머니 좀 꺼내볼가요?》

리란희는 오늘은 떠들썩하는 딸들을 나무라고싶지않아 고개를 끄덕이였다.

노트콤은 최신형이였다. 두 딸은 싱갱이를 하며 파일들을 펼쳐보았다. 아버지가 외국출장지에서 작업의 쉴참에 듣던 음악파일인듯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똘 똘 똘똘이네 스물두형제

오롱조롱 떼지어서 어디로 가나

사양공 우리 누나 회의 가는데

똘똘이네 꼬마들이 앞장을 서네


정임이와 정선이가 따라불렀다.

리란희의 얼굴은 빛을 받은 꽃처럼 환해졌다.

스스로도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되는것이였다.

딸들은 명랑하고 이쁘게 자라고 남편은 과학자로서 오를수 있는데까지 다 올랐다고 할수 있었다. 교수, 박사에 공훈과학자이고 연구소에서도 손꼽히는 실장이였다. 피타는 노력의 열매였다. 남편을 위해 란희도 인민반청소는 물론 구멍탄까지 도맡아 빚었고 과학원도서관 현대화봉사실의 정보검색전문가로서 최신문헌자료들을 안받침해주면서 힘껏 뒤바라지를 해왔다.

이젠 남편도 집안일에 낯을 좀 돌릴 때가 되지 않았을가.…

려행가방속에는 푸른 비단댕기로 묶은 진주빛함이 들어있었다. 도이췰란드 문자들이 찍힌것이였다.

리란희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채웠다. 기쁜 순간은 미룰수록 좋다고 했지만 호기심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남편을 기다리는 리란희는 가슴이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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