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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승우
댓글 0건 조회 3,206회 작성일 10-11-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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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청와대’ 이러고도 법치국가?
[칼럼] 법무장관도 시인한 사안 “모르는 일” 잡아떼면 감춰지나

(미디어오늘 / 고승우 / 2010-11-02)


한국은 희한한 법치국가다.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관이 충격적인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도 조용하다. 정당, 언론 다 그렇다.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해서인가?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통령이 이 범죄 사건에 대해 즉각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표를 얻어서 집권하려는 의지가 있는 정당이라면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만약 대통령의 책임이 확실할 경우 탄핵을 요구할 것이라는 식의 성명이 나와야 한다.

언론은 사건의 심각성에 비춰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등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에게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 싶다. 참으로 기이한 나라이고, 이상한 언론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법치를 외치고 전 정부 차원에서의 법치 캠페인이 요란했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용하다. 외국에서 이런 광경을 어떤 식으로 볼까 생각하면 낯이 뜨겁다. 한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도대체 어떤 의식의 소유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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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범죄에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무총리실 조직 속에서 암약하던 민간인 불법 사찰 범죄단에게 청와대가 범죄조직이 악용하는 ‘대포폰’을 제공하는 등 대통령 비서관이 직접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나라가 발칵 뒤집힐만한 대사건이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에 청와대, 국무총리실이 연루되었다는 것은 정부 차원의 조직형 범죄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일이다. 이 사건은 정부 조직과 그 업무 등을 엄격히 규정한 정부조직법을 전면 위배한 것이다.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등이 직접 개입, 방조하지 않고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범죄행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민의 혈세가 청와대의 대포폰 구입 등에 불법 사용되고, 국무총리실 불법 조직 가동의 자금으로 악용된 점이다. 정부 최고 기관이 개입된 권력형 범죄에 국민의 혈세가 이용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범죄에 대한 권력기관들의 은폐 의혹이다. 이귀남 법무장관의 국회 답변에서 검찰을 포함한 사법기관들이 충격적인 권력형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도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귀남 장관은 대포폰과 관련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아무개 행정관을 조사했다는 보고를 받았느냐’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그런 사실을) 안다. 조사 당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것은 법정에서 다 이야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국의 법무장관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검찰의 그동안의 행태에 비춰보자면 더 그렇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갈 만큼 피의사실 공표를 일삼지 않았던가. 검찰이 그래도 되느냐는 힐난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던 검찰이 아니던가. 그런 검찰이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까지 주어가면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감쪽같이 감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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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1월2일자 1면

정상적인 국가조직이라면 이 같은 ‘범죄 사실’은 속속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적인 청와대의 ‘대포폰’ 구입과 지급을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가려 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한 이귀남 장관의 말이 걸작이다. “법정에서 다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니 굳이 검찰이 미리 알리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는 투다. 국민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이귀남 법무장관의 국회 답변 이후 청와대가 보인 반응 또한 충격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포폰과 관련해 “현재로선 파악된 게 없다. 검찰에서 수사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포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최아무개 행정관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대포폰은 청와대 행정관이 공기업 임원 명의를 도용해 만들었으며 비밀통화를 위해 (총리실) 지원관실에 준 것”이라는 이석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 법무장은 “그렇다”고 시인한 바 있다. 법무장관과 청와대가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법치를 강조했던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가? 이런 상태의 청와대 조직이라면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버금가는 일이다. 앞으로 더 진실이 드러나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측근과 그 충성파들이 권력의 그늘에 숨어 벌인 갖가지 불법행위가 들통나면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사퇴한 사건이다.

이귀남 법무장관의 국회 답변으로 현 정권의 치명적인 범법행위가 드러난 날 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묵과 못할 망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해바라기 언론은 이를 크게 부각시켰다. 대신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범죄 행각은 깔아뭉개거나 축소 보도했다. 이런 모습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겠다는 볼썽사나운 모습일 뿐이다. 지금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청와대와 권력기관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정권의 말로가 어떨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승우 / 전문위원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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