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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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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186회 작성일 22-05-12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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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 2 편 청 년 조

8

장마철이지만 며칠째 날씨가 개였다. 하늘에서 불볕이 쏟아져내렸다.

최일이네는 실험실에서 줄땀을 흘리며 기판과 씨름을 했다.

오늘 조장인 임창만은 온종일 실장방에 가있었다. 래일 김책공업종합대학 청사에 가서 학위론문을 변론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는 지금 연기를 앞둔 배우처럼 론문지도교원과 함께 자기의 초과제를 다시 확정하고 세부적인것들을 놓친게 없는가 검토해보고있을것이다.

최일이 보기에 요즘 임창만은 별나게 일이 잘된다. 며칠전에는 외국어경연상을 탔지, 래일은 또 론문변론을 하지, 조장으로서 조원들을 발동시켜 기판제작을 상당히 진척시켰지.…

최일은 퇴근시간이 되자 공원입구에서 집으로 가는 임창만을 우정 기다렸다.

임창만이 옆구리에 직관물퉁구리를 끼고 다른 손엔 가방을 들고 지친 기색으로 걸어왔다.

《변론준비는 다 됐나?》 최일이 여느때없이 정중하게 물었다.

《응, 그럭저럭 하느라고는 했는데…》

《래일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싶었소.》

《고맙소! 한데 미끄러질가봐 걱정이야, 하하.》

《실장선생이 지도교원인데 잘되겠지.》

최일은 자기 말에 스스로 놀랐다. 그러니 나도 이젠 실장을 인정하게 되였다는게 아닌가?

《그래, 우리 실장선생님은 참 흔치 않은분이지. 소문은 크게 나지 않았지만… 최동무, 앞으로도 실장선생님을 잘 도와드리라구. 그러잖아두 따로 만나서 당부하려던 참이요.》

《아니, 당장 어딜 가나?》

《아직은 미정이지만 어쩐지 그렇게 될것 같구만.》

《그래?!》

최일은 그와 헤여진다는 예감에 더욱 태도가 신중해졌다.

《임동무한테 하나 묻고싶은게 있었는데 실례되는 질문이 아니라면…》

《뭔데?…》

《과학의 열쇠는 의문부호라고 했지. 난 요즘에는 자연현상뿐아니라 사람들과 생활에 대해서도 알고싶어지누만. 임동무는 이전에 어떻게 자습을 했나?》

《나? 뭐 특별한건 없어. 그래두 얘기할가.…》


임창만의 아버지는 도당학교의 철학교수였다. 교육자인 그는 자기 아들에게만은 더 요구성을 높였고 또 그만큼 성급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열살이 되기 전에 물리, 화학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물리학의 기본과업은 자연을 이루는 물질과 그 물질들을 지배하는 법칙을 연구하는것이다. 그럼 물질이란 무엇인가-이 본질은 바로 고대로부터 오늘까지 자연과학적인 문제인 동시에 철학적인 문제였다. 물질에 대하여 말하기 위해서는 그의 운동과 성질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들뿐아니라 그것이 결국 무엇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가정도 알아야 하는것이다. 철학사를 소급해보면…》 강의는 계속되였다.

아버지는 처음에 물리학의 기초를 쌓아주려고 노력하면서도 바로 그 물질에 대해서는 빙빙 에돌기만 하면서 똑똑한 정의를 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곁에서 보다 못해 참견하였다.

《당신은 뻔한걸 가지구 괜히 복잡하게 가르치면서 그래요. 창만아, 이 밥주걱을 봐라. 이게 물질이다. 이 칼도마두 물질이구, 소래도 물질이다. 말하자믄 이 세상 모든게 물질이야. 이 머리속에 있는 의식이란걸 내놓고는…》

《판매원인 당신의 조리없는 설명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물질의 본질을 해명하지도 못하거니와 도리여 혼돈을 초래하게 할뿐이라는걸 알아야 할거요.…》

그런데 아버지자신도 물질이란 무엇인가 하는것을 잘 모르고있다는것이 곧 드러났다. 그는 이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바로 물질이란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하여 B.C. 6세기에 탈레스로부터 시작된 물리학의 행군은 오늘도 계속되고있다고 하였다.

아버지의 물리학은 너무 높았다. 그의 한탄과 꾸중, 과도한 통제는 아들에게 거꾸로 작용하여 물리에 대한 염증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힘겨운 노력끝에 수업을 중지하고말았다.

창만은 중학교에 올라가서 물리라는 과목과 정식 맞다들었다. 처녀교원의 설명 역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물론 창만이도 노력하였다. 노력끝에 물리학은 기초가 분명치 않은 공중루각이라고 단정하고말았다.

화학도 마찬가지였다.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있고 원자는 핵과 전자로, 그보다 더 작은 소립자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고 또 어떻게 호상 작용하며 어떻게 되여 전기를 띠는가 하는 설명은 불충분할뿐아니라 지어 모순되기까지 하였다.

수학성적은 괜찮았다. 그것은 기초가 명백하였다.

다행히도 창만은 어머니를 닮아 목청이 좋았고 물리학 같은 구속을 안받을 때면 동무들을 곧잘 웃기는 희극쟁이였다.

그는 연극영화대학 배우과 입학시험을 쳤다.

키가 작아 문턱에서 미끄러지고말았다. 그 시험장에 인물심사를 나온 영화배우들을 보니 화면에서 보던것보다도 엄청나게 장대하고 우람한 체격들이였다. 창만이는 기가 꺾이고말았다.

그후 그는 리윤덕실장밑에서 실험공을 하게 되였다.

리윤덕은 그에게 인차 실망하였다.

《아니, 전압이 뭔지도 몰라?》

《저- 전위차라는건 배웠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공학은 실천의 학문이야. 자, 여기 와서 테스타를 이렇게 갖다대구 바늘과 눈금을 보라구. 5볼트지? 이게 전압이야.》

리윤덕은 그에게 납땜과 권선감기, 소자를 가려보는 법들을 배워주었다.

복잡한 회로를 분석하는 일은 잘 시키지 않았는데 대신 도색을 하거나 연마하는 일 같은건 마음놓고 맡겼다. 그리고 사회동원로력으로 많이 돌렸다.

쾌활하던 창만은 우울하게 변했다.

날이 가고 해가 바뀌였다.

그와 같은 나이 청년들이 버젓이 대학을 마치고 조종장치실에 들어와 키가 작은 창만을 동생취급하였다. 연구사와 실험공의 관계였다.

창만은 이제라도 짬짬이 배우리라 마음먹었다.

그 열성이 말썽으로 될줄이야!

그는 시키지도 않은 조작을 해보다가 재구를 치군 하였다.

나중에 리윤덕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또 구워먹었구나! 창만이, 이 소자값이 얼만줄 알아? 자그만치 색텔레비 한대값이야. 모르면 제발 시키는 일이나 하라구, 응?》

창만이도 더는 참을수 없었다.

그는 다시는 이 문턱을 넘어서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조종장치실에서 뛰쳐나오고말았다. 어느 공장이나 건설장에 나갈 작정이였다.

아버지는 그를 무섭게 꾸짖고나서 다시 소장에게 데리고 갔다.

소장은 이번에는 수행장치실 실장인 진수현에게 임창만을 맡겼다.

이리하여 임창만은 진수현과 마주서게 되였다.

임창만은 그를 외면하였다. 이제는 연구기관에 미련이 없었다. 이 실장은 두터운 안경을 꼈는데 말수가 적고 어딘가 랭정해보였다.

어쨌든 또 뛰쳐나가서 떳떳한 일자리를 찾아볼테다!

《조종장치실에서 동원로력으로 자주… 좀 낮다는겁니다.》 곁에 있던 한 연구사가 실장에게 귀띔하는 소리였다. 《…나이까지 먹어놔서… 지능적인 나이는 보통 18살까지 증가한다는데…》

《지능지수가 머리를 평가하는데서 확정적인 지표로는 될수 없지.》 실장이 태연히 하는 소리는 그야말로 지식인답게 점잖은것이였다. 지어 능청스러운것 같기도 하였다.

진수현은 창만을 곁에 앉히더니 이것저것 물어보는것이였다. 시험인 모양이였다.

몇마디 문답이 오가자 임창만이 론리회로는 물론 전자요소들의 작용원리도, 그 기초개념조차 희박하다는것이 말짱 드러났다.

《전기는 잘 모른다치고, 중학교때 력학을 배운 생각은 나오?》

《배우긴 배웠는데…》

임창만은 이렇게 얼버무리며 뒤통수를 만졌다. 제길할, 또 물어볼 작정인가?

《지구와 사과가 서로 당긴다는 이야긴 들어봤나?》

그의 물음에 임창만은 이젠 될대로 돼라 하고 꿰여진 소리를 했다.

《팔도 없는데 어떻게 당긴단 말입니까?》

이쯤하면 화를 내고 단념할줄 알았던 진수현실장이 허공에 지시손가락으로 큰 동그라미를 그려보였다.

《둘 다 중력마당에 있다는걸 생각해야지.》

《그 마당에 대체 뭐가 있습니까?》

《아직 연구중이요. 하지만 뭔가 분명 있다구.》

《그러기에 엉터리라는겁니다. 물리라는게…》

창만이 볼이 부어 내뱉는 소리에 곁에 있던 연구사들이 킥킥 웃어댔다.

진수현은 사뭇 정색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

《역시 철학교수의 아들답군.》

순간 창만은 속이 울컥하였다.

(누굴 놀리는가? 이건 윤덕실장보다 더 고약한 사람이군. 윤덕실장은 욕설은 자주 해도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은근히 비웃는 버릇은 없었는데.)

《좋소. 함께 일해보자구.》 진수현실장이 말했다.

《난 중간시험공장건설장으로 나가겠습니다.》

《아니, 여기로 출근하오. 알겠소?》

《…》

창만은 이튿날 아침에 중간시험공장의 벽체를 쌓아올리는 일터로 찾아갔다. 그곳에선 일손이 하나 늘었다고 그를 반기였다.

창만은 큰 지게에 벽돌장들을 그득 지고 경사진 발판으로 올라갔다. 어깨가 쑤셨지만 마음은 마냥 가벼웠다. 여기선 연구사와 실험공이라는 차이도 구별도 없고 모두가 벽돌을 지고 벽돌을 쌓는 사람들이다. 여기선 누가 나를 보고 무식하다고 깔보지 않는다! 그는 담배를 나눠 피우면서 사람들과 낯을 익혔다. 해가 비치고 바람결은 맑았다. 고민도 위축감도 없었다. 이런 로동은 몸과 마음을 거뜬하게 해주었다. 11시가 되니 배까지 출출해났다.

흥타령을 부르며 발판을 내려오던 창만은 현장책임자와 나란히 자기한테로 다가오는 진수현실장을 보게 되였다. 두려울건 없었다.

《창만동무, 연구실로 가야겠소.》 수현실장이 말했다.

《안 가겠습니다.》

창만은 어제 그앞에서 시험을 치르고 은근히 놀림을 당한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아가 났다.

뭐, 철학교수의 아들답다구?!

《우뚤대지 말구 실장선생을 따라가라구. 엉?》

현장책임자가 꽥 소리를 쳤다. 창만은 지게를 진채로 느럭느럭 진수현을 따라갔다. 그는 상대가 더는 흐지부지 못하고 물러나도록 맵짜게 쏘아주고 돌아설 잡도리였다.

정원수들이 우거진 호젓한 곳에 놓인 의자앞에서 진수현이 멈춰섰다.

《그 지게는 벗어놓고 오지.》 진수현이 넌지시 말했다.

《이게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가요? 하긴 연구사들은 이런 로동도구가 우습게 보일수도 있지요.》

《지게야 뒤떨어진 도구지.》

《흥,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내놓고 로동하는 사람을 깔보는구만요?》

《로동자의 위신을 떨구는건 임동무같은데?》

진수현의 침착한 지적에 창만이는 더 약이 올랐다.

《내가요?…》

《과학부문에서 도피한 사람이 대뜸 로동자로 자처하니 말이요.》

《내가 도피했어요? 내가 헐한 곳으로 달아났다면 도망쳤다고도 할수 있겠지만 난 보다싶이 어렵고 힘든 일터로 왔단 말입니다!》

《세상에 배우는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는것 같은데?》

《하, 그런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동무자신이 힘들다고 달아나지 않았소?》

《달아난게 아니라 적재적소로 자진해갔지요. 난 육체로동이 알맞는단 말입니다.》

《앞으론 다 지능로동을 하게 되오. 수자조종기대들을 감시해야 하니까.》

《그런 날이 언제 오겠습니까?》

《임동문 젊은 사람인데 우리의 장래를 믿지 않구있소. 한마디로 신념이 없단 말이요.》

《신념이요?!…》

창만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실장은 이때라는듯 거듭 공격을 가했다. 여간 묘한 사람이 아니였다.

《임동문 지금 자기가 얼마나 나라앞에 부끄러운 사람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게 좋겠소. 동무는 과학을 할 대신에…》

《이보십시오. 제발 무슨 딱지같은걸 붙이면서 그러지 말구 좀 솔직히 말해달라요. 누구한테나 다 과학을 하라구 무리하게 요구할수 있는가요? 있는가 말입니다, 예?》

《창만동문 과학을 할수 있소.》

《이거 사람을 자꾸 놀리겠시요?》 창만은 버럭 소리를 쳤다.

《동문 어제 내 질문에 대답하면서 의문을 품었지, 지구와 사과가 〈팔〉도 없는데 어떻게 서로 당기는가구. 이렇게 파고드는 사람은 흔치 않소.》

《흥, 나야 흔치 않은 머저리지요!》

《뉴톤도 나무에 열렸던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걸 보고 의문을 품었소. 누구나 과일이 익으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심상하게 여겼지만 그는 인차 리해를 할수 없었거던. 만일 지구와 서로 당기는 힘때문에 사과가 떨어진다면 하늘에 뜬 저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뉴톤의 의문은 끝이 없었소. 과학자의 탐구는 이렇게 시작되는거요.》

《그러니 나같은것도… 과학을 할수 있다는겁니까?!》

임창만은 반신반의하였다.

진수현실장의 말을 들어보면 세상에 인력이나 전기, 빛과 같은 존재의 내막을 확실히 아는 학자는 하나도 없다는것이였다.

그게 무슨 소린가?! 똑똑한 기초-개념도 없이 어떻게 력학, 전기학, 광학과 같은 물리라는 큰 집을 지을수 있겠는가?

창만은 지게를 진채 론쟁을 계속하였다.

《물리도 수학처럼 기초개념이 명백해야 할게 아닙니까.》

《수학자들도 고충을 겪고있소. 그들은 수학의 기초적인 개념인 〈같다〉, 〈크다〉, 〈작다〉, 〈더하다〉와 같은 말을 만족스럽게 정의하지 못하여 수학의 모든 분야가 위태롭게 서있다고 우려하고있소. 아직도 완전한 해결은 보지 못하고있소. 물리학이야 더 말할게 없지. 례하면 사람들은 전기적인 현상을 제나름으로 해석하고 리용할수는 있지만 그것이 구경 무엇인가 하는 본질은 아직 해명하지 못했소. 그래 학자들은 지금도 계속 탐구하고있지.…》

그날 진수현이 한 이야기를 임창만은 다 리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과학을 해보겠다는 결심이 차츰 서기 시작하였다.

애매한 물리학과 자기의 돌같은 머리만을 원망하던 임창만은 다시 기초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진수현은 그에게 전기현상을 하나 설명해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대전체로부터 시작하여 라이덴병, 볼타전지, 전자기감응현상 등 기나긴 전기의 력사를 과학자들의 사생활까지 흥미있게 곁들어가면서 품을 넣군 하였다. 전자기감응현상을 발견한 대학자 파라데이가 청소년시절에 데비선생을 찾아와 자기를 실험공으로 받아달라면서 《선생님! 저는 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과학을 탐구하는 길만 열렸으면 합니다.》 하고 울먹이며 애원하였다는 이야기는 창만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수현은 임창만이 IC소자를 그만 거꾸로 련결하여 태워먹었을 때에도(창만은 발끝까지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것 같았다.) 먼저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하고 물어보고 리치를 설명해주었다.

임창만은 대학통신을 다니게 되였다.

진수현은 그에게 외국어학습요령도 대주었고 물리학보충강의도 계속 하였다.

《창만동무, 생각나오? 우리가 처음 만나서 중력을 론하던 일 말이요.》

《생각나다뿐입니까!》

창만은 진수현에게 볼부은 소리를 하던 일을 돌이켜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갔다. 그렇다, 이제는 웃을수 있었다.

마침내 임창만은 중력이란 힘이라기보다는 공간의 곡률을 의미한다는것을 리해하였다.

이전에 아버지가 물질이라는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한 까닭도 비로소 알게 되였다.

그후 어느날 임재천교수가 아들을 데리고 진수현실장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진수현의 술잔에 술을 부으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앞에서 진수현은 간단히 말했다.

《저는 겨우 중학교 물리과목을 가르친셈입니다.》

《참으로 뜻이 깊은 말씀이올시다. 암, 그렇지요. 제일 어려운게 소학교, 중학교 교원이지요. 엄밀히 따져보면 유치원교양원이 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직책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그러자 진수현의 맏딸 정임이가 어릴 때부터 자기는 이담에 커서 유치원선생님이 되겠다고 외우던 일이 화제에 올라 모두 즐겁게 웃었다.

늘 낯이 찌뿌둥해서 다니던 창만은 웃음많고 노래많던 어릴적의 기질을 되찾았다. 그는 주요 명절때마다 연구소 예술소조공연을 지휘하게 되였다.

실험공 임창만은 실장을 따라다니면서 연구사가 되였다. 더우기 박사가 된 후에도 이웃 연구실들을 걱정하면서 그 부분의 전문가들을 지도할수 있는 수준에 오르기 위해 자습을 계속하는 실장의 태도는 창만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임창만은 지난해 남산공작기계공장에 나가서 이번 론문의 주제를 잡게 되였다.…

임창만은 추억담끝에 말을 이었다.

《…이렇게 이끌어준 청년들이 나뿐이 아니지. 과학자후비 한사람을 키운다는게 어떤 의미에서는 과학상의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것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일거야. 더구나 인간의 정신적성장과정은 산에 나무가 자라는것처럼 눈에 잘 띄우지도 않고 거기에 기울인 노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도 힘든 일이지. 이런 일엔 숨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해.…》

최일은 그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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