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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생각해보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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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3,360회 작성일 10-12-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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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머니께서는 올해도 찹쌀 옹심이를 빚어 팥죽을 끓여 주시겠지요. 동지면 꼭 해주시는 별식. 어렸을 때는 설탕을 넣어 단팥죽을 먹었지만, 지금은 소금 약간 쳐서는 살살 떠먹습니다. 원체 뜨거운 걸 못 먹어서, 불고 불고 또 불어야 하겠지요. 아마 제 식성이 와인에 적응된 것도 뜨거운 것을 잘 못먹는 탓일 겁니다. 뜨거운 탕 같은 안주 놓고선 소주가 제격이죠.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그리웠던 것이 소주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소주를 팔긴 팔더군요. 이른바 '관광소주'라고 부르는 사각형 각진 병에 들었던 소주. 이곳에선 그걸 16달러엔가 팔았는데, 고향이 그리울 때는 별 수 없더군요. 그 돈을 지불하면서도 사 마셨던 걸 보면.

 

이야기가 샜지만, 동지입니다. 일년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때. 원체 이곳은 여름과 겨울의 낮의 길이가 큰 탓에 그 차이도 금방 드러납니다. 여름이면 서머타임의 탓도 있지만 밤 열시까지도 해거름이 조금 남아 있고, 겨울엔 오후 네 시면 깜깜해지는 곳이 이곳입니다. 북위 47도. 중강진보다도 북쪽에 위치한 시애틀의 겨울 낮, 만일 해라도 뜨면 해가 정오 중천에 떴을 때의 그림자조차 제 몸길이보다도 훨씬 길게 느껴지는 곳이라 그런지, 밤의 길이도 그만큼 깁니다.

 

2010년. 참 많은 일들로 기억될 듯 합니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고국에서의 일들도 그렇고. 천안함, 연평도, 두 번의 선거, 그리고 올해가 거의 다 가도록 그 역동성은 시간의 흐름을 미친 것으로 만들어 놓는 듯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그 역사의 파동 속에서 숨을 거칠게 쉴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기록할 줄 아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인 동시에 고통입니다. 그 기록된 역사 안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 인간들을 보는 것은 고통인 동시에 저주입니다. 그것은 자학의 채찍인 동시에 체념의 독약을 강요하는 사형집행관과도 같습니다.

 

가장 어둡고 긴 밤이 계속 되던 오늘 새벽, 문득 바깥공기가 쐬고 싶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겨울 새벽의 공기가 가슴 속에 싸하게 밀려들었습니다. 폐부를 한껏 채우는 그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보았을 때, 계명성, 그러니까 금성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참 밝은 별이었고, 이제 서서히 떠오르려 하는 태양의 빛을 미리 품고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별은 정말 환한 빛을 비추었습니다. 그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어둠도 지나리라고. 이제 그 어둠의 정점인 동지가 지나고 나면, 정말 햇살은 쥐꼬리만큼이라도 길어질 거라고. 저 별과 같은 희망을 가지고만 있다면, 그 햇살이 떠오를 것을 가슴에만 기억하고 있다면, 분명히 어둠은 물러갈 것이고, 언젠가는 이 긴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희망이라는 이름들이 모인 깨인 우리들이 진정한 세상의 주인이 될 거라고.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란 이름의 운동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함께 뜻을 모으는 이들이 힘을 합쳐 돕자 하고 있습니다. 그 어둠속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에 띄지 않던 별들까지도 어느새인가 나타나 함께 군무를 춥니다. 꽤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사실 그만한 별들이 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의 이름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눈길을 주고, 연대의 이름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가 눈길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서로의 눈빛이 별빛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모여 다가오는 아침의 햇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이 가장 짙어지는 순간이야말로, 이제부터 낮이 길어질 거라는 신호이기도 하며, 또한 새벽이 다가온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서로에게 눈길을 주고, 관심을 주어야겠습니다. 저기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희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비록 지금이 가장 어두운 암흑이 지배하고 있는 때일지라도, 희망만큼은 그 어둠속에서 새벽이 샛별처럼 반짝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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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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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어젯밤 10시엔 월식이 일어났습니다.

환하던 보름달이 서서히 어두워졌고 결국 달은 완전히 사라졌더랬지요.
달이 사라진 밤이 제세상인 듯 날뛰는 쥐떼들..
그러나 그들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제 싸그리 몰아낼 때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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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해야죠. 뭐라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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