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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훈련, 그리고 물건너간 6자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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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6건 조회 24,096회 작성일 10-12-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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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 12월 20일 오후 1시면 이곳 시간으로는 19일 오후 여덟시였습니다. 이미 저녁 생각은 애시당초 없어진지 오래였습니다. 사격 훈련이 시작되면 북은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도발해 올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먼젓번보다 더 강도 높은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한 터여서 불안은 더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뉴스 화면엔 방공호로 대피해 들어가는 서해 5도 주민들의 불안한 표정들이 비쳐졌습니다. 전쟁은 이미 우리에게 가시적으로 들어온 것일까 하는 하는 불안감이 계속해 꼬리를 물고, 온갖 상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화면이 잡혔습니다. 뉴멕시코주의 주지사가 북한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한시름 놓았습니다. 아, 이게 뭔가 딜이 진행되는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6자 구도는 완전히 깨졌구나, 하는.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남북대화가 아닌 북미 직접대화를 원해왔고, 이것을 늘 6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로 가져가길 원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조금 허탈해졌습니다. 이 정부는 정말 여러가지로 글로벌 호구로 찍힐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아니나 다를까, 조롱하듯 흘러나오는 북한의 반응. "쓸데없는 불꽃놀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꼈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습니다. 정부가 남은 포탄으로 온갖 허세의 불꽃놀이를 벌이는 동안, '응징해야 할 적'과 '우리의 우방'은 뒤에서 열심히 뭔가 속닥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이들은 북미 양자간 접촉 강화라는 쪽의 모종의 딜을 했을 것입니다. 한국은 철저히 배제된 상황. 겉으로는 열심히 한국편을 들어주며 우리의 사격 훈련 정당성을 말하던 미국은 그 시간에 북에서 한국을 뒤로 제쳐 놓은 채 '당사자들끼리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한번 뒷통수를 맞은 건 한국 정부였습니다.

 

지난 1953년 정전 협정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었습니다. 북은 지금까지 그 사실을 들어 남북대화보다는 북미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우리나라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으로 6자의 틀을 나름 지키려고 해 왔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한반도의 국제적 역학 속에서의 위치가 늘 주변의 강국들의 관계 속에서 정립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만들려 했던 틀이었을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나온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남북간의 대화가 이뤄져야 했습니다. 그 틀을 만드려면 북의 연착륙 및 개방을 유도해야 했고, 서서히 남쪽의 우월한 체제를 북에 알리고, 또 평화공존을 통해 남북이 서로 적대적 의존관계라는, 희한한 존재방식을 택해 왔던 휴전 이후의 생존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방은 더욱 튼튼히 다졌습니다. 누구 말대로, 몽둥이는 큰 것을 들되, 말은 부드럽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방력의 실질적 차이는 두 차례에 걸친 남북간의 해상충돌을 통해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북은 아차 싶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도발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리고 나서 남북관계는 비교적 순조롭고 부드러웠습니다.

 

이 정권 들어서 그 '햇볕의 산물'을 단지 정치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고 그 흔적을 없애려 지금까지 애를 써 왔고, 극우적인 단순한 시각으로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북을 바라보고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이전 정권들에서 쌓아 온 평화의 기틀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연평도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우리를 우습게 보듯 우리 영토에 직접적으로 포격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의 우리 정부의 대처 방식은 무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어제 훈련까지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장성세를 보여주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북의 조롱이라는 치욕을 당했죠. 그들은 우리가 대포를 쏘고 난리를 치는 동안 빌 리처드슨과 머리를 맞대고 양자구도를 그려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정권에 그렇게 이뤄내려 했던 6자구도 속의 평화 정착은 확실히 물건너 갔습니다. 아마 평화롭게 이 일이 마무리지어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평화는 어디까지나 우리 정부가 배제된,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에서 얻어지는 평화일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일로 인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봐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미국의 의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외교의 총합은 결국 미국 주지사 한 사람보다도 못하다는 것. 그것이 캘리포니아 혹은 뉴욕처럼 확실히 미국의 정계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의 주지사도 아닌, 뉴 멕시코라는 변방의 주지사 하나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일로 그들이 나름 한반도 정세의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만, 아마 대차대조표로 볼때는 그저 약간의 이익만 봤을 겁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과 미국입니다. 북한은 그들의 권력승계를 이번 일로 더욱 공고히 하게 되는 내부적 이익과, 그들이 언제든지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는 면을 세계 만방에 과시해 버렸습니다. 그 초조했던 시간동안 뒤졌던 외신들은 모두 한국의 포격연습과 여기에 따를 수 있는 돌발상황을 톱기사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국제적인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될 수 있는 일을 감행하는 '미국의 돌쇠'정도로만 비쳐지고, 미국은 처음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밀어주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챙겨 먹을 실리는 다 챙겨먹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분명한 건, 이제 6자 구도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 일본마저도 배제하고(애초에 한국은 이명박 정권 이후 대화 대상에서 배제된 지 오래고) 양자 구도를 만들어 한반도 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그대로 성공한 셈입니다. 우리 정부는 말 그대로 찐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FTA까지 자기들의 의도대로 체결해 내는 데 성공한 미국은 우리는 겉으로만 고려하는 체 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바마 정권은 이것을 발판으로 해서 자기들의 '치적 생색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지요.

어째 하는 일마다 이리 자충수만 두는지. 이제 연평도에 가져다 박아 놓은 비싼 무기들과 레이다 같은 것부터 다시 본토로 철수하라 하고 싶습니다. 정말 저들의 도발이 걱정된다면, 그건 할 짓이 아닙니다. 섬이 아닌 육지에서도 얼마든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들을 그 비좁은 섬에 가둬 쳐넣고 적이 때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구는 거, 말도 안 됩니다. 그 훈련 혹시 왜 한건지 묻고 싶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에 관한 검찰의 엉터리 수사 감추기 위해서? 이런 국제적 망신을 각오하고? 여러가지로, 삽질의 진수를 보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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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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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갓더파워님의 댓글

유갓더파워 작성일

삽질

미국의 돌쇠...
.
.
.따순밥 먹고 나라와 국민들을 우,수.한.....이 아니라
.........................................우.습.게.....만들어 버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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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핵심 잘 짚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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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글로벌 호구..별명대로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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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soo님의 댓글

yusoo 작성일

빌 리차드슨이 북한에 갔다는 뉴스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람 단지 주지사가 아니라 2008년 대통령 후보고 외교 관계에 뛰어난 인재 중의 하나 입니다. 이 사람을 보낸 이유는 미국이 북한에 외교 정책이 강경책이 아닌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이번 회담이야 말로 북한이 외교에 관한 우리 보다 한수위이라는 건데,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라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비난 말고 대책, 방향 제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글 잘읽었습니다.  -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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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방법은 사실 햇볕정책에 다 있었습니다. 그대로만 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북쪽 매파들도 기가 많이 꺾였을 터입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사실 북한 내부에 친남파를 많이 만들어냄과 동시에 적대적 의존이라는 희한한 남북의 생존방식을 바꾸는 데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시기를 놓쳐 버렸으니, 지금 정권을 끝내던지 이정도 선에서 그냥 이렇게 가던지 해야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각성된 시민들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시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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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갓더파워님의 댓글의 댓글

유갓더파워 작성일

정신 차리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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