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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방송엔 미래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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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3,119회 작성일 10-12-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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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에서는 이미 새해의 아침을 맞았겠지요.
열 일곱시간의 차이. 그것이 말해주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참 무게감 있게 느껴집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가까워진 셈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지인들과 실시간 안부를 나누고, 예전보다 훨씬 쉬워지고 저렴해진 국제전화로 목소리들을 듣고, 그러다보니 이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태평양의 넓이가 별로 실감이 안 될 정도입니다. 과거의 이민이 내가 조국에 남기고 온 모든 것들과의 단절을 의미했다면, 지금은 단지 생활 공간만 옮겨 놓은 것일 뿐, 그것이 절대로 단절을 의미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흐름이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은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 처음에 이민 왔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 전화를 건다는 것은 꽤 많은 돈이 깨지는 것을 의미했으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이런 저런 전화 장거리 플랜을 들어 놓고 우리나라에 전화하곤 했는데, 지금은 손전화를 가지고 다니며 우리나라에서 오는 전화를 시도때도 없이 받게 됐고, 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지인들에게 어디서든 전화할 수 있게 됐으니, 세상은 참 편리해진듯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뻔히 바라볼 수 있게 됐으니, 그것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발전된 기술의 편의를 그대로 느끼며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지요. 과거 이렇게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없었을 때엔 주어진 정보에만 의존하고 지내야 했었습니다. 이곳의 매스미디어에서 선별해서 가끔씩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은 그 속사정을 아는 이들에겐 분통터질 정도로 편향적이었고 - 제가 미국에 온 게 노태우 대통령 때이니 - 여기서 발행되는 국내 뉴스는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틀 늦은 구문이었습니다. 신문사에 일하면서도 본국지와 미국 소식을 번역하거나 이곳 동포사회의 뉴스를 전하더라도 '신문'이 아닌 '구문'을 내보내야 하는 마음은 답답할 때가 많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 소식, 미국 소식 뿐 아니라 동포사회 소식조차도 이곳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금방금방 알게 됐으니 이제 시공의 차이 같은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도 한국에 있는 이들이 금방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게 됐으니까요. 또 양방향의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특정 사안들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들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고 또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것들인가를 알게 된 것도 이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새해 첫날, 그리고 이곳에서의 12월의 마지막 날, 본국에서 조중동 방송이 뜨게 됐다는 뉴스를 읽고서 역시 '실시간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신문방송학도였던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주요한 무기로 삼고 있는 케이블 TV의 의미가 무시된 종합편성 케이블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인가가 눈에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고, 또 방송의 내용을 결정하는 '게이트키퍼'가 '조중동'인 방송이 출범한다는 것에 대해 그 편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TV 광고를 통해 지금의 종이신문의 한계를 극복해 보겠다는 것이 그들의 실제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무려 네 개의 새로운 종편을 출범시킨다는 이 황당함은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이것은 결국 케이블 방송 광고 시장을 무너뜨리게 될 지도 모르는데, '조중동'이란 이름만으로도(매일경제도 포함해서) 광고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그들의 발 밑을 스스로 파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 정부의 방송장악의 의도가 분명히 비치는 것은 현재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일반 공중파 방송국들이 채널을 확산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인데, 종편도 늘어난 상황에서 일반 공중파 방송의 채널도 늘려 놓는다면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늘어난다는 잇점은 있겠지만 그로 인해 광고 단가는 현격히 떨어질수도 있겠지요. 이것은 결국 '돈 많은 쪽이 이기는' 치킨 게임으로 갈 것이고, 그 게임에서 이기는 기준은 '시청률'이 될 것이며, 당연히 그 '시청률'을 잡기 위해 이 신규 방송들이 갈 길은 시청자를 바보로 만드는 것 밖에는 없겠지요. 고로 저질적, 선정적 프로그램이 판치게 될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결정이, 그것도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고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짚을 필요도 없겠지요. 그것은 어쩌면 레임덕을 향해 치닫고 있는(어쩌면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는) 이 정권이 어떻게든 생존해야겠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겨집니다만, 어디 지금까지 이뤄졌던 탈법 불법적 결정들이 한두가지여야 말이지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언제나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고를 권리는 시청자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기를 쓰고 애를 써도 이를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동시에 몇 개의 채널을 틀어놓고 본다면 모르거니와, 이미 다양한 방송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종편방송 몇개 더해진다고 해서 크게 내용이 달라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프로그램들이 어떤 것인가를 놓고 본다면 이는 더욱 명백해집니다. 그 때문에 이번 선정의 적법성을 따진다던지 하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들이 방송을 시작한다는 그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시민들만 각성하고 또 연대하고 있다면, 이 방송 역시 언론소비자로서의 개개 시청자들이 결정하고 판단하고, 때로는 연대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테니까요. 정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늘 이렇게 생각이 단순한 정부가 올해 한 해도 국정을 이끌어나가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머리를 참 아프게 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건 희망이지요.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의 각성과 연대에서 올 것입니다.

다시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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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지난 한해동안 수많은 좋은 글로써 우리를 깨우치고 자각할수있게 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권종상님의 글 자주 접하며 사람사는세상을 위한길에 동참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묘년 새해에 권종상님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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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예, 감사합니다. 제이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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