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38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38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848회 작성일 22-06-05 04:49

본문

20220424070724_5f8697c66badc93f78b5269922e37c6b_kdhi.jpg

제38회

제 4 편 새세대들

6

《주는건 되는데 받기가 또 안되는군. 애를 먹이는걸…》

최일이 송춘도를 데리고 현장의 수자조종장치화면앞에서 통신프로그람시험을 하고있었다. 이 조종장치와 저쪽 중앙조종실의 주콤퓨터사이에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중이였다.

공장에 늦어온 최일은 힘겨워하는 동무들의 프로그람작업을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리정철의 작업량이 곱절이나 많았다. 그는 방대한 체계관리프로그람을 개발했을뿐아니라 제일 골치거리인 송춘도의 통신프로그람중에서 주콤퓨터와 대차들, 로보트들사이의 통신프로그람부분을 제가 맡아서 다시 짜나갔다. 요즘 밤을 꼬박 밝힐 때가 드문하였다. 실로 무쇠같은 청년이였다. 제대군인출신이 다르다고 동무들이 혀를 찼지만 그도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지고있었다. 그는 아예 반쪽이 되였다.

최일은 오자마자 그가 통신프로그람을 마무리하는것을 도와주고 이번에는 송춘도의 통신프로그람에 달라붙었다. 춘도는 주콤퓨터와 공작기계들과의 통신만 맡고도 매재기를 치고있었다. 이 프로그람을 짜기는 어렵지 않은데 그 신뢰도를 보장하기가 말째였다. 기계적인 쓸림과 진동, 전자기적장애가 심한 현장조건에서 통신이 되도록 하자니 마감까지 말썽을 부렸다.

최일은 송춘도를 도와주면서도 줄창 그를 책망하였다.

《애초에 론리를 잘 세웠어야지! 이건 완전히 주먹구구식이야. 수공업자시절에 때고 붙이고 하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것 같애. 보라구, 이게 신호를 다시 받는걸 자꾸 잊어먹잖나!…》

최일은 화가 나서 시험을 중지하고 다시 프로그람들을 훑어보았다.

그곁에서 송춘도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서있었다. 프로그람이 실행이 안되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리정철이 중앙조종실에서 이들과 신호를 주고받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두 좀 볼가?》

《됐어. 정철동문 가서 제일이나 하라구! 그러다가 쓰러지겠어.》

최일이 성가시다는듯이 그를 쫓아버렸다.

최일도 요즘 바빴다. 춘도와 프로그람작업을 함께 하다가도 론문때문에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였다. 론문에 첨부할 문건들도 경유를 받아야 했다. 그가 이제 외국에 공동연구를 떠나기 전에 학위론문공개심의를 앞당겨 받게 하려고 수현실장도 한편으로 뛰고있었다. 최일이 이따금 자리를 뜨면 정철이 춘도를 도와주었다. 낮에 이어 밤에도…

송춘도가 그만 지쳐서 끄덕끄덕 조는 밤에는 최일이 프로그람들을 후열하였다. 그마저 졸기 시작하면 밤 12시전에는 자지 않는 정철이 곁에 의자를 놓고 앉아 콤퓨터화면을 자기쪽으로 돌려놓고 마우스와 건반을 슬그머니 끌어당겨 통신프로그람을 마저 후열하였다.

졸다가 깨여난 최일이 그에게서 마우스와 건반을 빼앗으려 하면 그 다음에는 싱갱이가 벌어진다.

정철은 제가 짜는게 낫다고 한사코 우겼다. 통신프로그람은 원래 관리체계에도 속한다는것이 그 리유였다.

승벽이 센 최일이 양보할리가 없었다.

그러면 정철은 최일을 보고 현장에 그 처녀가 아직 남아있는것 같은데 이제 집에까지 바래주어야 할게 아니냐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이렇게 품을 들인 송춘도의 통신프로그람이 드디여 마감시험을 치르는 날이 왔다.

《주고받기 다 좋다! 잡음도 없다! 자, 다시한번―》

최일이가 성수가 나서 송춘도와 함께 종합가공반의 수자조종장치화면 앞에서 통신시험을 하였다. 이 조종장치와 중앙조종실의 주콤퓨터사이에 신호들이 원활하게 오갔다. 그쪽에서는 정철이 긴장해서 주콤퓨터화면을 주시하고있었다.

시험은 점심때까지 계속되였다.

《감도 좋다! 그래!… 그렇지! 파스(통과)! 만점이다!》

최일은 유쾌하게 소리치고 유리간막이를 한 중앙조종실의 리정철에게 시험을 이것으로 끝내자는 신호로 두손을 ㅅ자모양으로 쳐들어보였다.

흥분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마주 흔들어보일줄 알았던 정철이 주콤퓨터에 가리워 보이지 않았다.

《저 친구 긴장이 풀려서 건반에 머리를 박구 자는게 아니야?》

최일이 동정하듯 중얼거렸다.

《아함―》 송춘도가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오늘 저녁엔 밥숟갈 빼자마자 취침이다!―》

《송동무, 수고했어!》

최일이 진심으로 말했다. 송춘도는 도리여 면구해하였다.

《날 도와주군 뭘 그래.》

《난 도움은 적게 주고 지청구만 많이 했어. 정철동무가 많이 도와주었지. 자, 어서 식사하구 정철동무 밥이나 날라오라구. 모처럼 잠이 들었는데 깨울거야 없지. 내가 이제 바로 눕혀주겠어.》

《이 친군 밥보다 잠이 더 그리울거야.》

송춘도는 밖으로 나가다가 기술과사무실쪽에서 나오는 남웅이, 학준이를 만났다.

《왜 혼자 오나?》 남웅이 춘도에게 물었다.

《오, 최동문 또 정든 님 기다리고 정철동문 탁상에 엎드려서 자고있어.》

《깨워야 하지 않을가? 합숙에 데려다 편안히 재우는게 낫지.》

《그 친굴 몰라서 그래? 일단 깨면 또 자겠다고 할게 뭐야.》

송춘도의 말에 남웅이와 학준이도 합숙으로 발길을 돌렸다. 합숙에 들어간 그들은 공장의 기술협의회에 참가했던 진수현실장이 돌아오자 크고 둥근 식탁에 둘러앉았다.

리남웅이 별로 겸손해진 송춘도를 대신하여 통신프로그람시험이 잘 됐다고 알려주자 진수현은 저으기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였다.

그는 수저를 들다가 《정철동무가 안 보인다?》고 중얼거렸다.

《통신프로그람시험을 끝내구 그 자리에서 잠들었답니다.》

남웅이 대답하였다.

《잠들었다?…》 수현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였다.

송춘도가 그를 납득시키려 하였다.

《지내 피곤할 땐 서서두 잡니다. 나두 한번 그런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수저를 놀리며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잠이란게 이상하다구. 어떤 나라의 죄수는 글쎄 94일간이나 단식을 했는데두 멀쩡하드라잖아. 한데 잠은 며칠만 번져도 목숨이 위태로우니 이게 조화 아니야?》

《검증된 결론이야요?》

식탁에 나앉으면 지금도 막냉이취급을 받는 지학준이가 기탄없이 송춘도에게 까박을 붙였다.

《잠 못 자는거 말이야요.》

《그럼. 잠 못 자면 나중에 어떻게 된다는거야 우리가 요즘 노상 체험하는바이지.》

《우리들중에서 제일 잠꾸러기가 누구던가요?》

《거야 물론 막냉이겠지.》

《흥!》

진수현은 저으기 근심스러웠다. 어제도 자정이 넘도록 작업한 정철이였다. 진수현이 그곁에 앉아 관리체계프로그람의 오유를 시정시켜주었는데 두눈이 쓰려서 아예 감고있었다. 그래도 정철의 정열에 끌려 작업을 계속하였다.

여전히 운반대차들의 동시병렬운전이 잘되지 않았다. 여러가지로 시도해보았다.

《동기가 또 안 맞습니다.》

정철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진수현은 안경을 벗고 두눈을 비비며 일러주었다.

《그럼 보간완충기를 털어주라구.》

초기화시키라는 소리였다.

《보간완충기… 되나?》

《예?!》

리정철은 졸다가 흠칫 놀라 깨여났다. 채머리를 흔들더니 비칠거리며 밖에 나갔다가 머리를 찬물에 흠뻑 적시고 들어와 콤퓨터앞에 다시 앉았다.

《안되겠소. 이젠 자야겠소.》

진수현이 보다못해 말했다.

정철은 듣지 않았다.

《난 괜찮습니다.》

엊저녁의 일을 돌이켜보던 진수현은 심상치 않은 예감에 슬그머니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천천히들 하라구.》

《정철동무한테 가십니까?》

남웅이가 따라일어서며 만류했다.

《내가 가보겠습니다.》

《내가 먼저 가볼래요!》

학준이 먼저 일어나 급히 밖으로 나갔다.

송춘도가 그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여 학준이, 밥 가지구 같이 가자구―》

그러더니 모두가 반달음쳐 나가는것을 보고는 밥이고 뭐고 무작정 뒤따라 달려갔다.

그들이 숨이 턱에 닿아 현장의 중앙조종실에 들어가보니 리정철은 온데간데 없었다. 점심시간이라 도입현장은 조용하였다.

경비원이 뒤미처 따라들어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정철을 최일이 업고 공장병원으로 뛰여갔다는것이였다.

…방금전에 최일은 정철이 탁상에 엎드려 곤히 자는줄만 알고 중앙조종실의 의자들을 모아서 침대를 만들었다.

이때 은경이가 그곳으로 조심히 들어섰다.

《정철선생이 어디 불편한 모양이지요?》

《잠이 들었소. 너무 피곤해서…》

최일은 정철을 부축해다 《침대》에 눕히려고 그의 량쪽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아니, 낯색이 왜 이래?!》

《어마, 정신을 잃지 않았어요?》

《엉?!》

최일은 와뜰 놀라서 정철을 거듭 부르며 흔들다가 가벼이 뺨까지 쳐보았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낯이 백지장처럼 해쓱해지고 입술이 퍼렇게 죽었는데 숨결은 금시 끊어질듯 가늘었다!

최일은 그를 둘쳐업고 밖으로 뛰여나갔다. 오은경이 뒤에서 환자를 받쳐주기도 하고 병원쪽을 손짓하기도 하면서 함께 달려갔다.

구내길에서 오가던 로동자들이 최일이네를 도와나섰다.…

진수현과 젊은 연구사들이 구급과에 들어섰을 때는 환자가 이미 의식을 회복하고 혼곤히 잠들어있었다. 두볼에 약간 피기가 돌았다.

침대머리에 앉아 그를 지키던 최일과 오은경이 일어서며 진수현에게 경과를 알려주었다.

수현은 자책이 너무 커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침통한 눈으로 환자를 지켜볼뿐이였다.

최일도 리남웅도 그리고 송춘도도 정철을 과로하게 한건 자기탓이라고 여기고 저저마다 자기를 탓하였다.

그런가 하면 12시간을 내처 자고 깨여난 정철은 이런 소동을 빚어낸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공장 정양소에 들어가게 되자 몹시 불편스러워하였다.

그뒤에 집에까지 다녀온 그는 실장앞에 나타나 이젠 회복되였으니 자기 일과를 더는 통제하지 말아달라면서 절충안을 내놓았다.

《내가 며칠밤을 새우다가 이번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계산이 틀렸습니다. 역시 자야겠습니다. 이제는 매일 4시간씩 꼭 자려고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