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레 미제라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권종상 작성일 11-02-02 07:19 조회 3,235 댓글 1본문
가난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우리가 피해야 하는 상황인 듯 합니다. 비록 그 가난의 역경을 헤치고 태어나는 훌륭한 인물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정작 절대 가난에 몰려버리면, 그 사람에겐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도덕과 법률이 정해놓은 선을 넘기가 더 쉬워집니다. 또 이것이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상황이 되어버리면 이런 상황은 사회 자체의 붕괴도 불러올 수 있을 만큼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일입니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빵 한 개를 훔친 이유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출감하자마자 다시 절도죄를 저지르고 붙잡히지만, 그가 훔친 은촛대와 은식기는 자신이 그에게 주었다는 미리엘 주교의 말에 감화되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일은 현대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병환에 몸져 누운 아버지를 위해 설 상을 차려드리고 싶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힌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을 때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01&newsid=20110201165212178&p=kukminilbo) 레미제라블이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냥 가슴이 갑갑해져 왔습니다. 어디 이 여성 뿐이겠습니까. 실직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물가에 시달리고,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직장이 계속해 사라지면서 사회 불안은 가중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 상황은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체념하고 계속 살고 있다면, 레미제라블에서 보는 정말 '미저러블 miserable (비참한 사람, 극빈자)' 들은 계속 이 틀 안에서 양산될 거라는 것이 멀리서 조국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답답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계속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미저러블' 이 계속 양산되는 사회가 된다면 결국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되는 걸까요. 대답은 그 위대한 문호, 빅토르 위고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 써 놓지 않았던가요. 그것이 어떤 식으로 해결이 나게 될 지를... 그리고 그 상황은 현대에서 다시 되살아나지 않습니까. 튀니지, 이집트에서, 그리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불똥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복지는 거저 준다는 '시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을 사회가 보장해준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저 국민의 '가처분 소득'만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성장의 한 지지축이 될 수 있고, 사회안정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장발장처럼 '먹을 것을 훔쳐야 하는, 그래서 감옥에 가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 세상에 칠해진 어두운 색깔의 물감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 슬픕니다. 그리고 분노가 차오릅니다.
시애틀에서...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순하디 순한 민초들이
화난 군중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기심으로 그저 지키려고만 하는데 골몰하다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숱한 상황을 역사는 말해주지요.
권종상 님의 힘있는 글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