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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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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1건 조회 2,614회 작성일 11-02-0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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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우리가 피해야 하는 상황인 듯 합니다.  비록 그 가난의 역경을 헤치고 태어나는 훌륭한 인물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정작 절대 가난에 몰려버리면, 그 사람에겐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도덕과 법률이 정해놓은 선을 넘기가 더 쉬워집니다. 또 이것이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상황이 되어버리면 이런 상황은 사회 자체의 붕괴도 불러올 수 있을 만큼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일입니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빵 한 개를 훔친 이유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출감하자마자 다시 절도죄를 저지르고 붙잡히지만, 그가 훔친 은촛대와 은식기는 자신이 그에게 주었다는 미리엘 주교의 말에 감화되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일은 현대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병환에 몸져 누운 아버지를 위해 설 상을 차려드리고 싶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힌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을 때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01&newsid=20110201165212178&p=kukminilbo) 레미제라블이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냥 가슴이 갑갑해져 왔습니다. 어디 이 여성 뿐이겠습니까. 실직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물가에 시달리고,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직장이 계속해 사라지면서 사회 불안은 가중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 상황은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체념하고 계속 살고 있다면, 레미제라블에서 보는 정말 '미저러블 miserable (비참한 사람, 극빈자)' 들은 계속 이 틀 안에서 양산될 거라는 것이 멀리서 조국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답답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계속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미저러블' 이 계속 양산되는 사회가 된다면 결국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되는 걸까요. 대답은 그 위대한 문호, 빅토르 위고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 써 놓지 않았던가요. 그것이 어떤 식으로 해결이 나게 될 지를... 그리고 그 상황은 현대에서 다시 되살아나지 않습니까. 튀니지, 이집트에서, 그리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불똥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복지는 거저 준다는 '시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을 사회가 보장해준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저 국민의 '가처분 소득'만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성장의 한 지지축이 될 수 있고, 사회안정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장발장처럼 '먹을 것을 훔쳐야 하는, 그래서 감옥에 가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 세상에 칠해진 어두운 색깔의 물감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 슬픕니다. 그리고 분노가 차오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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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순하디 순한 민초들이
화난 군중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기심으로 그저 지키려고만 하는데 골몰하다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숱한 상황을 역사는 말해주지요.

권종상 님의 힘있는 글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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