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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통해 바라보는 통제력 잃은 늙은 제국, 당뇨병 걸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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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112회 작성일 11-02-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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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계속 진보의 방향으로 전진해 왔습니다. 때로는 그 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움직임들이 물론 있어 왔지만, 그래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모든 나라들의 역사는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그 처지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전진해 왔습니다. 이 역사의 전진을 원하는 이들이 탄압받고 때로는 목숨을 잃고, 그것이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들로 점철돼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전진하는 역사 안에서, 인간들은 교훈을 얻고 그것을 문헌으로 남겨 놓곤 했습니다. 또 이런 인간의 '깨우침'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은 그것을 예술 작품의 형태로 남겨 놓아 후손들에게 전해주곤 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나 피카소의 '게르니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같은 작품들은 그 체제를 막론하고 '인권의 보편적 전진'이라는 우리 역사 안에서의 진보적 발자취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역사 안에서 마찬가지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부르지만, 실상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야만은 우리 곁에 찾아와 인간이 얼마나 과거를 잘 잊는 존재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다피의 리비아에선 지금 우리의 광주를 능가하는 학살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전투기와 헬기까지 동원해 민주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압살하고 있습니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비록 그 실상은 항상 장막에 가려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북에서도 반체제 반혁명분자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통째로 유린당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인간의 해방'을 꿈꾸며 나라를 세우고 독립시켰다는 정권들이 결국 그들 내부의 관료주의와 압제 체제 때문에 체제 존재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권력이라는 달콤한 사탕 앞에서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요즘 중동에서의 문제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편적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중동 민중들의 자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체제에 대한 의문을 넘어서 불만으로 변했고, 그것은 시민들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부터 지금 21세기까지 종교의 체제를 빌린 억압의 체제 하에서 눌려있던 민중의 분노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것은 조금 더 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을 때, 과거의 미국 같았으면 벌써 이런 것을 꼬투리 삼아 눈엣가시같았던 리비아의 카다피 제거에 나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리비아는 2차 걸프전 발발 이후 미국에 꼬리를 내렸고, 이후 미국에 과거와는 달리 협력적인 자세로 나섰던 전력이 있습니다. 한때 트리폴리에 공습을 서슴치 않았던 미국이 이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우리 안에 다시 찾아온 역사의 수레바퀴는 아닌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의 제국이라는 점에서 혹자는 미국의 쇠퇴를 로마와 비교하곤 합니다만, 저는 이것을 오히려 나폴레옹의 절정기와 그 쇠락에 비교하고 싶어집니다. 오히려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이, 자신들도 모르게 정복 과정에서 퍼뜨렸던 헬레니즘 문화와 '자유, 평등, 박애'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근대 인권 이념이 그들 자신을 몰락하게 만든 부메랑으로 작용했듯, 미국 역시 그들의 민주주의 체제를 세계에 퍼뜨리고 이를 통해 인권의 향상에 기여했으나 그들 자신이 민주화를 원하는 약소국 민중의 반대편에 섬으로서 지금의 쇠락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세계의 절대강자로서 홀로 군림해왔으나, 중동에서의 지나친 무력의 사용과 더불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되풀이되는 베트남의 비극은 미국의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위치조차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내부 경제적 상황 역시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발호는 과거 로마를 흔들었던 훈 족의 아틸라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내우와 외환에 겹친 미국이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엔 힘든 상황이 된 것이죠.

 

아무튼, 미국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스스로 판 무덤, 즉 레이거노믹스와 신자유주의 발호를 통한, 미국의 거대한 소비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산층의 붕괴와 부시 시대의 과도한 무력 사용, 그리고 아직도 이것을 군산복합체의 요구에 묶여 철군시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쇠락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지금의 미국이 다시 살아나려면 정치인들이 내치에만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정부의 힘을 넘어서버린 자본의 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국의 모습은 정말 쓰러진 거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항상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었던' 미국, 전 세계를 일곱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그곳에 항공모함을 보내어 항상 세계의 경찰임을 자임하던 그 국력의 미국도, 이제 그들 내부의 분열 - 심지어는 국내의 복지정책에 대한 이견조차도 통합하지 못하는- 과 외부의 충격 - 중국이라는 거대세력의 발호 - 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합니다만, 미국이 지금이라도 우선 스스로를 강화시키려는 노력과 다이어트를 할 마음이 없다면, 아마 당뇨병에 걸려 허덕거리는 중증 비만환자처럼 결국은 쓰러져 갈 것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챙겨야 하기에 더욱 힘든 이 나라가, 앞으로 과거처럼 세계 패권을 쥐고 흔들기엔, 이제 이 늙은 거인은 너무 쇠락해 보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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