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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씨가 도지사로 부적격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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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0건 조회 2,114회 작성일 11-03-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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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엄기영 MBC 사장이 전격 사퇴할 때 우리는 ‘방송장악의 완결판이라고 보면 오산이다’란 사설을 통해 그의 사퇴가 방송장악을 노리는 집요한 기획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정권이 진작부터 MBC를 손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친여인사들로 물갈이되면서 엄 사장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사장 사퇴는 MBC 친정체제 구축이 아니라 국민적 저항의 시작이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엄 사장은 회사를 떠나면서 노조원들에게 “MBC를 지켜달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엄 사장 후임의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노조는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맞서 파업을 벌였고 노조원 여럿이 징계를 당했다.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은 지금도 해고 상태로 있다.

엊그제 엄 전 사장은 한나라당에 입당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엄기영씨는 입당 이유를 강원도와 도민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더 큰 정치, 힘 있는 정치를 위해 후보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변절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궤변을 끌어들인다는 것을 엄씨의 경우에서 확인한다. 그는 현 정권에 의해 쫓겨났음에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의 명분 논란에 대해 “쫓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자유는 소중한 가치인데 그것이 좌절돼 사퇴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말장난 수준의 궤변이다. 그의 사퇴는 언론자유, 방송독립 위협에 대한 항의 아니었나. 쫓겨난 게 아니므로, 내 발로 나갔으므로 야합도 떳떳하다는 식의 치졸한 논리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언론, 방송환경은 더 악화되었다. 공영방송 지키기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정권 방송장악의 대표적 희생자로 꼽히는 그는 힘 센 그 정당에 투항하며 언죽번죽 언론자유를 운위한다.

엄씨는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큰 정치, 힘 있는 정치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명분이다. 반 년 전 주소를 춘천으로 옮기고 동계올림픽 유치위에 참여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며 출마선언 시기를 엿보는 행태, 그런 것은 실리추구가 아니라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그런 도량으로는 강원도의 권익을 지켜내는 도지사직을 수행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본다. 자기 합리화에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 예리한 판단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현직 언론인들에게 모멸감을 안긴 죄도 작지 않다.

2011-03-03 21:21:0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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