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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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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436회 작성일 22-07-2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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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6

 

진록색 승용차 한대가 라남-청진도로로 경쾌하게 달리였다.

얼핏보면 군용차를 방불케 하는 새로 나온 이 국산제승용차는 수령님께서 5월10일종합공장을 현지지도하신 이후 내려보내주신 승용차였다.

넓은 직선도로로 미끄러지듯 거침없이 달리는 승용차안에는 낯 3시부터 진행되는 도당집행위원회 확대회의에 참가하러 가는 김동철지배인과 오성오기술부기사장이 앉아있었다.

9월초에 《HM기》설계도를 찾으려 ㅊ도에 갔던 오성오는 이날 오후 1시께 라남으로 돌아왔는데 로독을 풀 사이도 없이 제창 도당회의에 가고있었다.

앞좌석에 앉은 김동철은 후사경에 비친 오성오의 희고 갱핏한 얼굴을 지켜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오성오는 아주 체소한데다 얼굴빛까지 창백하여 육체적으로 몹시 연약해보이는 사람이였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그는 짐승고기와 기름기있는 음식을 일체 입에 대지 않으며 밥은 유치원아이들보다도 더 적게 먹었다. 비린것도 좋아하지 않아 기껏해서 바짝 말린 가재미나 도루메기따위의 구운 물고기를 조금씩 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늘 보통사람들보다 몇배나 더 많은 일을 하는 강단있는 사람이였다.

김동철은 일과 공부밖에 모르는 노력가, 실력가이고 전문기계공학뿐아니라 일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있는 박식가인 오성오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였다.

오성오는 성미가 날카롭고 신경질이 많은 기질적인 결함으로 하여 사람들과 다투는 일이 적지 않았다. 김동철이와도 가끔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하는 때가 있었다. 김동철은 바로 십여일전에도 전극생산기지문제로 오성오와 크게 다투었었다.

전기로를 주강직장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전극은 심장과 피줄을 잇는 련결부라고 할수 있는 필수자재였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전극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김동철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1년동안 역사질을 하여 주강직장곁에 전극작업장을 반로천형태로 크게 꾸려놓았다. 이것은 공장적으로 제일 규모가 큰 자력갱생기지로서 백이면 백사람이 다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독 오성오만은 전극생산기지를 쓴외보듯 하였다. 그렇게나 만들어서는 전극의 질을 보장할수 없고 자재, 원료, 로력의 랑비가 많기때문에 나라에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는것이였다. 결국 그것은 자력갱생의 의미를 비속화하는 사이비자력갱생기지라는것이였다. 이번에 라남에 오셨던 수령님께서 전극생산기지를 보셨더라면 크게 걱정하셨을거라고까지 하여 김동철이 격노하게 되였었다.

《자체로 전극을 생산해서 쓰는걸 보시고 걱정하긴 왜 걱정하신단 말이요. 이젠 동무까지도 김동철이 하는 일을 헐뜯지 못해 속이 쏘는가!》

이런 다툼이 있은지 두시간후에 오성오는 《HM기》설계도를 찾으려 ㅊ도로 떠났었다.

동철은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괘씸하였다. 하지만 오성오에게 비록 성격, 기질적인 결함은 있어도 그의 실력과 정직성을 믿고있는터여서 동철은 이번에 과제를 받은 《HM기》개발을 위한 과학기술사업의 총책임도 오성오에게 맡길 작정이였다. 그는 저녁5시 30분부터 《HM기》제작단 조직을 위한 모임을 하기로 이미 사업포치를 해놓았었다.

김동철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동안 어느덧 청진시가에 들어선 승용차는 도당청사앞에 이르렀다.

회의장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빈자리라고는 집행석과 코를 맞댄 앞자리 몇개밖에 없었다.

《좀 일찌기 올걸 잘못했습니다. 온밤 자지 못했는데 여기선 하품 한번 맘대루 못하겠습니다.》

오성오가 집행석 턱밑에 서너명 앉을만큼 남아있는 빈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리였다.

《하품이 다 뭐요. 오늘 도당책임비서가 우리 공장을 다불러세울거요. 땀을 빼게 됐소. 그런데 이거 정말 집행석과 너무 가까운 자리다.》

김동철은 오성오의 옆에 앉으면서 맞춤한 자리가 없을가 하여 목을 뒤로 돌리고 두리번거리였다.

이때 흰 남방샤쯔를 입은 사나이가 급한 걸음으로 다가와서 《혁명동지들이 여기 있는걸 모르구 허튼델 찾아다녔군. 자, 같이 일하겠는데 손들이나 잡아봅시다.》하고 떠들면서 바른쪽손으로는 김동철의 손을 잡고 왼쪽손으로는 오성오의 손을 잡았다. 그는 주혁민책임비서였다.

《이거 갑자기 들이닥치니 정신이 떨떨해지누만요. 그런데 언제 오셨습니까?》

김동철이 느닷없이 나타난 주혁민을 어정쩡히 바라보았다.

《어제까지 인계사업을 하고 몇시간전에 여기 도착했습니다. 도당책임일군들에게 인사도 다 했으니 회의를 끝내고 같이 가면 됩니다. 조직비서가 날 데리고 라남에 같이 가서 인사를 시키겠다는걸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무슨 별나라에서 왔다고… 우리야 같은 총국산하에 있으면서 이미 얼굴을 익힌 사람들이 아니요.》

주혁민은 기관총련발사격을 하듯 빠르게 말하고는 김동철과 오성오사이에 자리를 잡고앉았다.

도당회의는 예정대로 정각 3시에 진행되였다.

수령님의 함경북도현지교시를 집행하기 위한 안건을 가지고 토론하는 확대집행위원회는 처음부터 비판의 분위기에서 진행되였다.

도당책임비서가 중요공장기업소의 당비서와 지배인을 일궈세워놓고 교시집행정형을 하나하나 따지며 다불러세웠다.

김동철은 언제 불리우게 될지 몰라 바늘방석에 앉아있는것 같았다. 바다가양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거의 반시간동안 닥달을 받은 어느 수산사업소 지배인을 보고는 더욱 마음이 한줌만 해졌다.

그는 마감녘에 불리워 일어섰다.

도당책임비서는 지난 기간 공장에서 지배인, 당비서가 합심하지 못한 문제, 최근년간 채취기계생산이 떨어지고있는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앞으로 일을 잘하자고 하였다.

《예, 어버이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기대와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잘하겠습니다.》

생각보다는 훨씬 가벼운 지적을 받은 그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수 있게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5월10일종합공장에서 한번 기세를 올리시오. 동무네가 작년에 무산광산에 줄 마광기 대치차 4대와 김철에 줄 소결로 대차 60대를 떼먹고 넘어와서 지금 무산광산과 김철에서 골탕을 먹고있는데 금년중으로 그 빚을 다 갚아야 합니다. 작년에 못하고 넘어온 계획과제를 다음 해로 또 넘길수 없습니다. 꼭 해야 합니다. 하리라고 믿소.》

김동철은 별안간 눈통을 얻어맞은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졌다. 올해 생산과제를 수행하자고 해도 아름차서 여태 걱정하고있었는데 작년에 못하고 넘어온 과제까지 얹혀놓으면 참으로 고양이 소대가리 맡는격으로 되는것이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공장이 《HM기》개발에 많은 력량을 돌려야 했다.

작년에 못한것은 그저 비판이나 받고 넘어갈줄 알았는데 도에서는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어이 받아내려고 하는것이였다.

김동철은 구원을 청하듯 옆에 앉아있는 주혁민이와 오성오를 돌아보며 한숨을 짓고 도당책임비서에게 사정하였다.

《책임비서동지, 현재 형편에서 작년에 못한걸 올해에 다 해내기는 힘듭니다. 마광기 대치차(그것은 쇠이발 하나가 4메터나 되는 큰 설비였다.) 4대를 깎자고 해도 넉달이상 걸립니다. 작년에 빚진걸 래년으로 넘기는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이제부터 우리는 〈HM기〉개발에도 많은 력량을 돌려야 합니다.》

김동철은 미봉책으로 작년 빚을 래년으로 넘기는 방도를 제기하였다.

《마광기 대치차 4대와 소결로 대차 60대는 우리 도가 당앞에 결의다진 생산과제요. 동무네가 올해에 그걸 못하면 래년에 도안의 중요 기업소들의 생산이 당장 걸리게 됩니다. 그건 사활적인 문제요.》

도당책임비서는 집행탁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장내를 둘러보더니 《이젠 모두 알고있겠지만 우리 도당도 그렇고 우에서 많은 일군들이 5월10일공장 지배인을 갈아치우자고 제기했습니다.

그런걸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그 동무는 수령님의 품에서 키워진 실력있는 동무라고 하시며 사업을 통해 과오를 씻게 하자고 하셨습니다.》하고 말하고는 김동철에게 그런데도 못하겠다고 버티면 되느냐고 추궁하였다.

《못하겠다는것이 아니라 지난해에 못한 과제를 래년으로…》

김동철은 옆에서 갑자기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서슬에 몸을 비칠하였다. 돌아보니 주혁민이 시꺼먼 눈을 끔뻑거리였다.

《거 뭘 못나게 우는 소릴 합니까. 합시다. 하면 하는게지 뭘 못한단 말이요.》

김동철은 속이 불끈하였다. 그는 세모눈을 찌프리고 주혁민을 가로보았다.

《앉으시오. 앉으시라구요.》

주혁민은 지배인의 팔목을 거머쥐고 내리끌었다. 그의 팔힘이 어떻게 센지 김동철은 걸상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사람이 공장실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벌써부터 완력행사야. 하자말자 하면서…)

김동철은 몹시 불쾌하였다.

회의는 다섯시가 좀 지나서 끝났다.

회의 뒤끝에 도당조직비서가 집행석에 나타나 잠간 포치할 문제가 있다면서 구역당책임비서들과 금속, 기계, 탄광부문 당비서들은 남아있으라고 하였다.

주혁민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김동철에게 《그럼 잠간》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기실과 통해있는 회의실 안쪽문을 향해 걸어갔다. 모임을 하고 올 때까지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뜻같았다.

김동철은 회의실밖에서 서성거리며 초조히 기다리였다. 회의실밖에는 김동철이처럼 당비서를 기다려 남아있는 행정, 기술일군들이 여러명 되였다.

《이거 야단이다. 5시30분까지 사람들을 모이게 했는데.》

그는 안절부절하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5시 10분이였다. 오성오는 시간을 늘어잡고 기다릴 작정인듯 돋보기를 끼고 돌계단에 앉아 외국문기술서적을 보고있었다. 그는 짬만 있으면 책을 보는 사람이였다.

《지배인동무!》

누구인가 부르는 소리에 김동철은 뒤로 돌아섰다. 주혁민이 회의실밖으로 나와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시오. 케를 보니 모임이 오랠것 같습니다.》

《일없습니다. 기다릴테니 함께 갑시다.》

김동철은 시간이 급했지만 처음 온 책임비서를 남겨두고 갈수가 없어 바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 하나때문에 퀭해 기다리고있겠소. 난 아무 차나 얻어타고 갈테니 어서 가시오.》

《일없다니까요. 처음온 책임비설 남의 차에 태우겠소. 우리 차에 태워야지.》

《아하, 이거 당비서, 지배인이 첫날부터 의견이 맞지 않는다. 하하하, 그러지 말고 어서 가시오. 지배인동무야 지금 한초가 바쁠텐데 아까운 시간을 랑비하겠소. 난 지배인동무가 가는걸 보구야 모임에 참가하겠소.》

주혁민은 짜장 버티고 서있었다.

김동철은 불시에 눈굽이 쩌릿해졌다. 자기를 위해주는 책임비서의 진정에 가슴이 후더워지는것이였다.

《그럼 우리가 먼저 가고 차를 보낼테니 타고 오시오.》

《보내긴 뭘 보내겠다고 하오. 괜히 휘발유만 쓰고… 절대로 보내지 마시오.》

주혁민은 세차게 손을 저었다.

김동철은 급히 차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차안에서 소설책을 보고있는 운전사에게 《빨리 가기요. 라남에 갔다가 다시 여기로 와서 책임비설 태워가지고 오우. 새 책임비서가 왔는데 지금 당일군들의 모임에 참가했소. 참, 동문 책임비서의 얼굴을 모르겠군. 라남구역당비서랑 같이 나올테니 그에게 물어보오.》하고는 전속력으로 차를 몰라고 하였다.

이윽고 진록색승용차는 청진-라남 직선도로를 따라 쾌속으로 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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