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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가 장자연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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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2,248회 작성일 11-03-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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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편지'를 첫보도한 SBS의 사회부 기자가 "누가 장자연을 죽였나"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며, 가장 큰 책임자로 '성접대를 받은 힘있는 사람들'을 꼽았다.

우상욱 기자는 8일 오후 SBS 인터넷 홈페이지 ‘취재파일’에 올린 칼럼을 통해 "최근 몇 주는 참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2백30쪽이 넘는 고 장자연 씨의 편지를 몇 차례나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암담해지고 '이 세상이란 살만한 곳이 못되는구나'라는 생각만 짙어졌습니다"라며 "그만큼 그녀의 아픔과 고통의 무게가 무거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누가 장자연 씨를 죽인 것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진 뒤, "우선적으로는 장 씨를 돕기는커녕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 기획사 대표부터 꼽아야겠죠"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이 기획사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도 같은 무게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며 "아니 더 큽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나라와 우리 사회를 위해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어디서나 대접 받고, 막대한 보수를 받고, 존경도 받습니다. 그런데 뒤로는 부도덕한 특별 접대도 받아왔습니다"라며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팔고 술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그런 특별한 접대를 받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니 돈도 많으신 분들이 굳이 직업여성 대신 연예인의 접대를 찾은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한 젊은이의 꿈과 영혼을 무참히 짓밟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악마들'은 그 명성의 크기만큼 장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저도 고 장자연 씨를 죽인 책임자들 가운데 하나"라며 "평소에 장 씨와 같은 피해자가 많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무심하게 넘겼던 저는 책임이 있습니다. 어쩌면 장 씨와 같은 연예인이 아니지만 꿈을 쫓아가고 있는 어떤 젊은이를 알게 모르게 좌절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기에 저도 장 씨의 죽음을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자성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우 기자의 칼럼 전문.

[취재파일] 누가 장자연을 죽였나

최근 몇 주는 참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2백30쪽이 넘는 故 장자연 씨의 편지를 몇 차례나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암담해지고 '이 세상이란 살만한 곳이 못되는구나'라는 생각만 짙어졌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아픔과 고통의 무게가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꿈이 많았습니다. 스타가 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녀는 몹시 순진했습니다. 어수룩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외로웠습니다.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그 누구도 주변에 없었습니다.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것입니다. 자신을 위한 사다리가 돼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덫이었습니다. 수렁이었습니다. 몸과 영혼을 철저히 파괴해버렸습니다. 유력 인사에게 소개해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잇속을 위한 접대에 내몰았습니다.

장 씨는 그런 내막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거부할 수도, 뛰쳐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혈혈단신 온 몸으로 연예계라는 정글을 뚫고 나가야 했던 그녀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그저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 하나만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지금은 톱스타인 누구, 누구도 이런 과정을 버텨내고 성공했다는 사실만을 스스로에게 되뇔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러나 마음이 너무 여렸습니다. 거의 매일 같이 가해지는 상처에 몸부림치며 아파했습니다. 굳은살이 생길 만도 한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예전에 입은 상처까지 더 커지고 깊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서서히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상처가 언젠가 가족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중에게 노출될까 무서워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떠올리는 빈도가 점점 늘어갔습니다. 지옥 같은 생활을 버티게 해준 꿈도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마음을 채우기보다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포기하면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과연 누가 장자연 씨를 죽인 것입니까? 우선적으로는 장 씨를 돕기는커녕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 기획사 대표부터 꼽아야겠죠. 한 사람의 꿈을 미끼로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태산만큼 무겁습니다.

이 기획사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도 같은 무게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니 더 큽니다. 나라와 우리 사회를 위해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어디서나 대접 받고, 막대한 보수를 받고, 존경도 받습니다. 그런데 뒤로는 부도덕한 특별 접대도 받아왔습니다.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팔고 술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그런 특별한 접대를 받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돈도 많으신 분들이 굳이 직업여성 대신 연예인의 접대를 찾은 것 아니겠습니까. 한 젊은이의 꿈과 영혼을 무참히 짓밟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악마들'은 그 명성의 크기만큼 장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 씨의 편지는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씨의 편지를 입수하게 된 것도 장 씨가 하늘로부터 보내온 탄원서라 여겨졌습니다. '복수해 달라'는 문구는 저에게 주는 명령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장자연의 죽음에 책임이 없나. 나는 그들만큼 돈이 많지 않고 지위가 높지 않아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만약 그런 자리에 초대 받았다면 나는 장 씨의 꿈을 지켜줄 수 있었을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획사 대표를 향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당신이 그러고도 연예인들을 키우는 매니저라 할 수 있나"하고 호통을 쳐줄 수 있었을까요. 그가 건네는 술잔을 거부하고, 그의 잘못을 따질 수 있었을까요.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도 장 씨의 미모를 훔쳐보며, 이런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자랑스러워하며, 따라주는 술을 기쁘게 받아 마시지 않았을까.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그래서 저도 고 장자연 씨를 죽인 책임자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소에 장 씨와 같은 피해자가 많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무심하게 넘겼던 저는 책임이 있습니다. 어쩌면 장 씨와 같은 연예인이 아니지만 꿈을 쫓아가고 있는 어떤 젊은이를 알게 모르게 좌절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기에 저도 장 씨의 죽음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최근 마음이 너무 무겁고 힘듭니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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