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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에 투항한 사람들, 윤리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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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2,383회 작성일 11-03-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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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에 투항한 사람들, 윤리도 실종
(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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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계와 정글의 세계 차이는 뭘까요

조선, 중앙, 동아 등 종편에 진출한 신규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경영체제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종편 사업자가 확정된 직후 저는 이 사이트를 통해, 종편이 결국엔 ‘조중동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 드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조중동이 종편을 갖고 뭘 하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예정된 자멸로 치달을 광란의 질주를 그리 유심히 지켜볼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조중동 종편의 최고위직을 하나씩 꿰차고 들어간 인사들의 행태는 참 안쓰럽습니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리에 눈이 멀어 투항한 일부 고위직 인사들의 궤적이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그분들에게 대단한 지조와 결벽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종편이 아무리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야합에 의한 불륜의 씨앗이라 해도, 명색이 언론사이고 방송사입니다. 최소한의 의리와 체통과 양심은 있어야 합니다.

종편의 최대 경쟁자는 지상파 방송입니다. 거꾸로 지상파 방송의 최대 적수는 종편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두 업계는 원수지간이 될 게 뻔합니다. 바야흐로 목불인견의 이전투구가 벌어질 상황입니다. 제가 쓴 ‘방송정글’이란 표현은 빈말로 쓴 것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은 최고 경영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아니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예견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전투구를 오히려 그들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같이 지상파 방송의 사장 출신들이면 말이 되겠습니까? 비유를 하면, 오서 코치가 김연아 선수와 결별하고 아사다 마오에게 가버린다면 한국 팬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배신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 팬이 아니어도 그건 스포츠 정신이 아닙니다. 국제 스포츠업계에서도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 LG전자 사장으로 간다면 어떨까요.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이 GM대우차 사장으로 가면 또 어떨까요. 이는 그보다 심한 일입니다.

언론기관, 방송기관의 윤리와 금도와 상도의가 동네 자장면집보다 못해서야 말이 안 되니까요.

엊그제 중앙일보 방송담당 회장으로 선임된 사람은 홍두표 전 KBS 사장입니다. 그는 KBS사장으로 가장 오래 재임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누릴 걸 다 누렸습니다. 너무 누리다 쇠고랑까지 찼습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KBS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한생명 최순영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9년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국가 공영방송 KBS 사장을 그렇게 오래 지내고도, 뭐가 부족해 민간부문 경쟁사업자 회장으로 가야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SBS 사장을 지내고 부회장까지 역임한 안국정 씨도 동아일보 종편채널인 ‘채널A’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SBS 부회장직을 그만두고 몇 년도 안 돼 그는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종편 선정과정부터 뛰어들었습니다.

경인방송(OBS) 사장을 지낸 주철환 씨도 중앙의 드라마·예능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후배들 스카웃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의 방송부문 대표는, 지상파 방송은 아니지만 방송정책 주무부처였던 문화관광부 차관 출신의 오지철 씨입니다. (방송정책 주무는 현재 방통위로 통합됐지만) 여전히 문광부는 방송에 다양한 영향을 직간접으로 미칩니다. 부적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 공채로 방송사에 들어가는 인력은 수십 명에 이릅니다. 그들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꿈꿉니다. 위, 아래 기수 통틀어 거의 일백 몇십 명 가운데 한 사람만이 그것도 아주 운이 좋아야 사장직에 오릅니다. 방송사 사장은 일종의 자존이자 상징입니다. 후배들은 사장을 보며 꿈을 키울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은 지켜야 할 금도가 있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데리고 있던 후배들과 봉직했던 친정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스카웃 돼 자리를 옮긴 본부장, 부장, 차장을 지낸 간부들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돈에 혹은 자리에 눈이 멀어 라이벌 회사로 보란 듯이 옮기는 행태는 언론기관 최고 경영자가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닙니다.

직업윤리까지 갈 일도 아닙니다. 지휘하던 후배들과 친정을 향한 도리의 차원, 하다못해 업계 상도의 차원에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의리와 체통도 저버린 선택을 해놓고 만드는 방송의 수준이 짐작됩니다.

물론 시니컬하게 말하면 ‘방송정글’에 뛰어든 야수의 세계에 가장 맞는 선택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나라의 방송계와 언론인들의 직업윤리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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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참으로 옳은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행태를 문제로 보지 못하는 문화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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