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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대답 없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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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361회 작성일 11-03-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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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대답 없는 군

  • 천안함 침몰 1주년, 흡착물 성분 등 의혹에 합리적 답변 없는 국방부
  • 의혹 제기자 기소로 ‘제2의 〈PD수첩〉 재판’ 예고

(한겨레21 / 김보협 / 2011-03-26)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해 3월26일 서해 백령도 부근 해역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 부사관과 사병 46명이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 구조 과정에서 수중파괴팀(UDT) 대원 한 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냉랭하던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한·미·일 대 북·중·러를 축으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됐다. 서해에서 미군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일상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그해 11월 1953년 휴전 이후 최초로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이 떨어지는 열전으로 번졌다. 연평도 포격 사건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천안함이 지목됐다.


국제형사재판소 정식조사 불투명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확 달라졌음에도, 천안함이 침몰했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 이외에 논란 없이 명확한 사실로 특정된 게 없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두고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 등 기초적인 사실부터 혼란을 거듭했다. 열상감시장비(TOD)와 천안함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은 있다 없다를 반복하다 조금씩 공개되면서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 공교롭게도 두 영상 모두 천안함 침몰 당시의 순간은 담겨 있지 않았다.

가장 핵심적 사안인 ‘누가’의 경우, 정부가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꾸려 조사한 뒤 북한을 주범으로 지목했으나 제시한 주요 증거들은 양심적 과학자들과 <한겨레21>을 포함한 일부 언론의 탐사 보도에 의해 근거가 희박해졌다. 합조단은 미국·영국·스웨덴 등 외국의 전문가까지 조사에 참여시켜 결과를 내놓았지만, 북한을 피의자 자리에 세운 법정을 가정할 경우 증거 부족으로 공소 유지가 힘든 수준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해 12월 연평도 포격 사건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범죄요건이 성립하는지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성격이 명확한 반면, 천안함 침몰 사건은 예비조사의 다음 단계인 정식조사로 넘어갈지도 불투명하다. 정식조사에 착수하면 ‘체포영장 발부 → 신병 확보 → 재판’의 순서를 밟게 되지만, 2002년 7월 전쟁범죄 등을 단죄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가 아직까지 판결을 내린 경우는 없어 어떤 경우에도 실효성 논란이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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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침몰 1주기를 앞두고 파괴된 천암함을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가 지난 3월18일 오전 경기도 평택 제2함대에서 열리고 있다. 일반 관람객들이 천안함 절단면 사이에 전시된 어뢰추진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합조단이 ‘북한 버블제트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제시한 중요 증거물은 두 가지다. 5월20일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를 닷새 앞두고 극적으로 건져 올린 어뢰추진체, 그리고 인양한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남아 있던 백색과 회색이 섞인 흡착물질이었다. 합조단은 분석 결과 흡착물질이 어뢰 폭발 이후 생긴 폭발재(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인 AlxOy)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과 달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흡착물질 시료를 분석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언론 3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조)의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천안함 검증위)의 의뢰를 받아 동일한 작업을 진행한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의 분석 결과는 폭발재가 아닌 침전물이었다. 정 교수와 양 박사의 결론은 각각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2Al₂O₃·SO₃·9-10H₂O 또는 Al₄(SO₄)(OH)10·4-5H₂O)과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Al₄(OH)작은10(SO₄)4H₂O)로, 이름은 달랐지만 알루미늄과 황이 다량 함유된 ‘알루미늄황산염수산화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분석은 “알루미늄 성분이 섞인 어뢰 속 폭약이 폭발하면서 고열과 고압으로 흡착물이 만들어졌다”는 합조단의 결론을 부정했다. 왜냐하면 알루미늄황산염수산화물은 100℃ 이하의 온도에서 알루미늄과 황이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문제의 흡착물질은 폭발재가 아니라 침전물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합조단의 반응은 의외였다. 합조단 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침전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역으로 이 물질이 폭발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기 때문에 폭발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폭발의 명확한 증거라는 입장에서, 폭발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는 아니라는 쪽으로 대폭 물러선 것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합조단이 흡착물질의 성분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흡착물질을 폭발재라며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겨레21>과 동일한 분석을 진행했던 한국방송 <추적 60분>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편의 인터뷰에 응한 합조단 과학자는 “황산염을 말했다가는(알루미늄황산염이라고 발표했다가는)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피했다. 결론이 폭발재로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월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방송심의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받았다.

천안함 검증위를 이끈 노종면 위원(전 YTN 노조위원장)은 “검증위는 국방과학연구원의 최초 흡착물질 분석 결과가 합조단 고위 관계자의 개입 이후 엉뚱한 결과로 바뀌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흡착물질을 어뢰 폭발의 증거로 만들기 위해 개입과 왜곡, 심지어 입막음까지 자행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어뢰추진체 왜 훼손했나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추진체도 결정적 증거가 되기에 부족함이 많다.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사태 때 손으로 쓴 아라비아 숫자 ‘①’이 적혀 있는 북한 122mm 방사포 로켓탄 추진체를 공개하면서 “천안함 사태 때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추진체의 ‘1번’ 글씨처럼, 북한 군인들이 손으로 숫자를 써서 어뢰나 로켓탄 등 무기체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북의 소행이 분명한 연평도와 불분명한 천안함을 하나로 연결지으려는 의도로 읽혔다.

어뢰추진체에 관한 핵심 의문은 ‘누가 언제 1번을 표기했느냐’는 것과 ‘유성 잉크로 쓴 1번 표기가 고온의 폭발에도 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평도 포탄에 ‘①’이 쓰여 있다는 점이 어뢰추진체의 ‘1번’ 표기의 주체와 시점을 밝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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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관련 기사를 표지이야기로 다룬 〈한겨레21〉 806·812·815호 (왼쪽부터)

군은 손글씨 ‘①’과 ‘1번’의 범인이 동일한 것 같다는 무리한 추정을 하기 전에, 자신들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추진체 관련 증거물을 훼손한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 지난해 11월 천안함 검증위는 “어뢰추진체 맨 뒤에 있는 두 번째 프로펠러 내부에 조개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개 끝 부분에 백색 물질이 꽃피듯 생성돼 있다는 점에서 이 조개는 정부가 공개한 어뢰추진체가 천안함 공격과 무관함을 강하게 보여준다. 조개 끝 부분에서 발견된 흰색 침전물질은 조개가 이 물질의 생성 전부터 어뢰추진체 속에 있었음을 확인해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분석을 이유로 조개를 떼어내고 침전물질도 보전하지 않아 천안함 검증위로부터 “증거 보전을 요구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증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침전물 조개’를 둘러싼 논란 확산을 서둘러 막으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도 버블제트 물기둥, 북한 어뢰 설계도 등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은 모두 논란에 휩싸였고, 정부는 양심적 과학자들과 천안함의 진실을 좇는 언론들의 문제제기를 뒤집는 합리적 반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던 천안함이 법정으로 옮겨져 진실 공방 2라운드가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온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필명 독고탁)를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해운회사에서 7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 추천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신 대표는 집요하게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그의 글과 인터뷰 내용이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김태영 전 국방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국가기관 및 그 구성원들의 신뢰와 이를 통해 확보되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정에서 침몰 원인 공방 재연될 듯

따라서 오는 5월부터 본격화될 재판에서 신 대표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밝히려면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이강훈 변호사는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온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법정에서 침몰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92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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